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300
그 빛기둥에 짓눌린 브리트라가 미 쳐 날뛰었다.
광기와 분노, 살의밖에 안 남은 정 신파의 폭풍에 몇 사람이 휘청거린 다. 마왕으로 타락한 상태였음에도 그 본연의 종족이 드래곤이기 때문 인지, 놈은 신벌의 빛에 다 타들어 가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다.
외법으로 변이하면서 5미터 이상 거대해진 놈의 몸뚱이에서 불경한 어둠이 태어난다.
그걸 본 레온이 다급하게 고함을
내질렀다.
“브레스가 옵니다!”
드래곤의 브레스는 와이번 따위와 달리 몸 안에서 순환하는 마력을 압 축, 방출하는 능력이었다. 입으로 토 해내지 않더라도 몸 어디에서든 사 용할 수 있다.
입처럼 크게 뚫려있는 구멍이 없으 니 분사구는 작아지지만, 위력과 본 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허를 제대로 찔린 레온이 어금니를 꽉 다물었다.
〈둠 브레스〉였다.
브리트라의 전신 모공에서 뿜어져 나온 어둠은, 그게 발현된 순간부터 이미 전방위를 휩쓸어버리고 있었다. 얼마 안 되는 사각으로 대피한 자들 도 있었으나, 광속보다 더 빠른 공 격을 완전회피할 순 없었다.
애지중지하던 대검과 함께 왼팔이 찢겨나간 모험가, 티론이 애써 헛웃 음을 흘렸다.
“•••미친.”
그럴 수밖에 없었다.
〈둠 브레스〉는 특정 대상을 겨냥하
고 쏜 게 아니라, 세상을 멸망시키 겠다 선언하듯이 온 사방을 휘몰아 쳤다.
〈오러블레이드〉로도 궤도를 좀 꺾 는 것이 한계였다.
티론이 피를 몇 모금 토하면서 그 대로 무릎꿇었다.
놀랍게도 그 정도면 나름 양호한 편이었다.
“베리드! 야, 정신차려!”
철썩, 철썩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뺨을 후려쳐도 빛을 잃어버린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베리드 추기경.
타워실드로 몇 사람을 지켜낸 대가 로, 방패마저 관통해버린 어둠이 그 의 심장과 폐를 무자비하게 도려냈 다.
이렉사나가 아델라의 손을 붙잡았 다.
“그만하십시오.”
“옘병! 빌어쳐먹을!”
베리드의 눈을 감겨준 이렉사나가 자루밖에 안 남은 도끼를 내던지고 서 새로운 무기를 꺼내들었다.
“흠, 다음 촌장직은 또 내가 해야
겠군.”
타이탄족 전사장 중에 혼자서 살아 남은 자, 발칸이 불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갈렉과 사룽가가 아니었다면 그 또 한 죽거나 불구가 되었을 텐데, 그 들은 한 명의 전력이라도 남겨놓고 자 희생했다.
친구들의 시신을 뒤로 한 발칸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로델린, 너 괜찮아?”
《코어바디의 손상율은 34퍼센트. 외장형 전투장갑의 완전파손으로 이
이상의 전투속행은 어렵지만, 문제없 습니다.》
“후우, 다행이다.”
그림자로 숨어들 틈조차 없어, 로 델린에게 보호받은 카렌이 긴 한숨 을 내쉬었다.
워낙에 큰 몸뚱이라서일까.
〈둠 브레스〉는 로델린의 외장형 전 투장갑은 벌집처럼 숭숭 뚫어버렸지 만, 코어바디엔 몇 가닥 스치는 걸 로 끝났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 할 수 있겠지.
애스트리드는 오브 세 개를 제물삼
아서 막아냈고, 세드릭은 다인슬라이 프에 축적해둔 힘으로 상쇄했다.
‘한 번의 공격으로 절반이 무력화 당했다.’
레온만이〈둠 브레스〉를 정면에서 갈라버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공 격 직후의 무방비가 된 브리트라를 노렸다.
성검 엘시드의 칼날을 타고 별빛이 흘러 넘친다.
〈코로나〉를 쓴 상태에서〈독존성 광〉을 전개하니, 평상시의 세 배 가 까이 짙고 강렬한 빛이 태어났다.
그 반동이 얼마나 막대할지를 상상 도 하고 싶지 않다.
등줄기로 흐르는 식은땀을 무시하 면서, 레온은 멈춘 것처럼 느려져있 는 시간을 주파했다.
‘할 수 있어. 아니, 내가 해내야 해’
지치고 다친 것은 레온뿐만이 아니 었다.
티론, 애스트리드를 비롯한 모험가 들과 타이탄족 전사장들, 추기경들도 만전의 몸 상태였다면〈둠 브레스〉에 반 이상이 나가떨어지진 않았겠지.
이 이상의 전투속행은 절대 무리였 다.
독존성광(獨尊星光)
관〈貫)
베기가 아닌 찌르기로.
드래곤족의 핵심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심장을 겨냥한 검이 번뜩인다. 콤마 1초를 수십 조각으로 나누면 물 흐르듯이 쭉 나아가는 검로를 볼 수 있으리라.
결정타다.
그걸 확신하던 레온의 두 눈이, 무 언가를 보고 얼어붙었다.
‘——뭣.’
브리트라의 눈동자가, 그를 마주보 고 있었다.
이렇게 올 줄 알았다고, 이때를 기 다렸다고.
광기 따위는 한 점도 남아있지 않 은 동공이 예리하게 그의 오른팔을 훑었다. 찌르기를 날리느라 한손으로 성검을 움켜쥔, 공격만을 생각하느라 방어를 도외시한 팔의 빈틈을.
한계까지 가속한 시간 속에서, 브 리트라가 말했다.
【이 몸은 간파했노라.】
무엇을? 하고 반문하지도 못했다.
레온은 그저 전율했다.
【카심은 너와 달리 전신으로 심검 을 쓸 수 있었지. 그런데 네놈은 검 이외의 부위에서는 쓰지 않더군. 아 니, 쓰지 못했단 말이 더 정확할까.】
간파당했다.
그가 불완전한 초월자라고, 성검이 없으면 위협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 다고 꿰뚫어본 것이다.
그래서 브리트라는 일부러 틈을 내 주었다.
미쳐날뛰는 것처럼 보이게 힘을 낭 비하고, 레온이 결정타를 날릴 때라 고 오판하도록 심장을 노출시켰다. 퇴로를 봉쇄당한 악룡은 드디어 제 목숨까지도 판돈으로 쓰는 법을 배 웠다.
【자, 체크메이트다.]
성검 엘시드의 검극이 브리트라를 꿰뚫기 직전에, 발치에서 솟구쳐오른 〈둠 브레스〉가 레온의 팔을 절단했 다.
집중도가 떨어져서 인간의 팔뚝 하 나를 잘라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위력이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오른손에 붙잡힌 성검이 허공으로 튀어올랐다.
‘ 졌다.’
〈독존성광〉의 빛이 사그라지고, 심 지가 흔들리면서 등 뒤의 백염마저 열기를 잃고 흐트러져간다.
최후의 일격은 실패했다.
한 번도 모자라서 두 번이나 졌다.
경험해보지 못한 절망감이 발목과 종아리를 타고 등허리를 기어올라,
그의 경추를 부러트릴 것처럼 움켜 쥐었다. 심장조차 그 박동을 잊고 멈춰서려는데,
[머저리 같은 놈.]
엘시드의 얄미운 목소리가, 무너져 가던 의식을 붙잡았다.
[네가 왜 불완전한 초월자가 됐는 지, 아직도 모르겠냐?]
‘•••모르겠어.’
[가능하면 스스로 깨달았으면 했지 만, 뭐 어쩔 수 없지. 이 몸과 다르 게 너는 둔재니까. 위대한 스승님께 서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되겠구만!]
레온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 다.
[넌 초월자다, 레온.]‘그게 뭐?’
[초월자의 경계를 한 번 넘어섰다 면, 완전과 불완전은 사실 존재하지 도 않는 개념이야. 그런데 네가 성 검 없이 심검을 쓸 수 없는 건, 그 저 성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성검에…의존했다고?’
[정확하게는 날 의존하고 있는 거 겠지.]엘시드에게 정곡을 찔린 레온의 머 릿속이 표백되었다.
[아카데미 뒷산에서 나를 봅“아냈을 때부터, 너는 항상 나를 믿고 따랐 지.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한계를 뛰 어넘어서, 너라는 인간을 이 자리까 지 데려온 것은 틀림없이 나다. 그 래서 너는 날 의존하고, 내가 없으 면 ‘자기자신’을 믿지 못하는 거야.]그렇기에 완벽해야할〈심검〉에 있 을 수 없는 결함이 하나 발생해버렸 다.
성검 엘시드.
스승이자 우상, 로드릭의 영혼이 담겨있는 용사의 상징.
심상으로 오롯해야할 검이, 외부에 존재하고 있었다.
[널 믿어라, 레온.]엘시드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없어도 넌 잘할 수 있어. 여 기까지 온 것도, 여태까지 네가 보 여줬던 것도 항상 내 기대를 뛰어넘 었지. 내가, 성검이 없어지더라도 너 는 훌륭한 무인이자, 훌륭한 용사 다.]‘……안 어울리네.’
[엉?]‘격려랍시고 좋은 말 해주는 거, 엄청 안 어울린다고.’
[아니, 왜 좋게 말해줘도 시비야?!]절망감으로 침전했던 의지가 다시 일출처럼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레 온은 그 스스로가 엘시드의 격려 몇 마디에 부활한 사실을 부끄러워했다.
그와 동시에 수긍했다.
용사로서 수많은 일을 해냈음에도, 마왕 브리트라를 마주한 순간조차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시드 없이 자 존할 수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떠올
리지 못했었다고.
‘마지막까지 등을 떠밀리는구나, 난.’
그래도 분하거나 한 마음은 없다.
엘시드와 함께 사라진 오른팔의 공 허함조차, 지금 마음속에 태어나버린 불꽃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었다.
용사 레온. 엘시드를 쥐지 않았음 에도 그 이름을 자부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이 순간부터였다.
레온식 심검(Leon式 Mind-Blade)
독존성광(獨尊星 光)
발현 (發顯)
텅 비어있던 왼손의 손아귀에 별빛 이 뭉쳐, 성검 엘시드와 똑같은 모 양으로 실체화한다.
엘시드에 의존하는 마음을 내려놓 고도 그가 떠올릴 수 있는 검의 형 태는 하나밖에 없었다.
브리트라의 의기양양하던 동공이 얇게 갈라진다.
그 안에서 엿보이는 감정은, 공포 와 애걸이었다. 죽기 싫다, 그것은
실로 당연하기까지 한 감정의 발로 였으나.
‘네놈만큼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 다.’
레온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칼 날을 찔러넣었다.
새벽녘에 은은하게 내려온 별빛과 도 같이.
푹!
마왕의 편린으로 검게 물든 드래곤 하트가, 별빛으로 이뤄진 칼날에 산 산조각났다.
검빨로 레벨입 (300)
그 순간, 레온은 확신했다.
브리트라는 죽는다.
외법으로 구현한 불사성도, 드래곤 으로서 타고난 생명력도〈심검〉앞 에서는 무의미하다. 법칙 단위에서 상대를 파괴하는 힘이었기에, 그에 대적하려면 동격의 권능이 요구된다.
그러나 브리트라는 그저 마왕의 편 린을 받아들였을 분, 그 자체로 신의 영역까지 올라선 것이 아니었다.
드래곤에게 가장 취약한 급소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하트, 그 안에 깃 들어있던 마왕의 파편까지 부서진 놈은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해야했 다.
죽음과도 같은 고요가 내려앉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마왕의 죽음을 직
감한 사람들이. 누구라고 할 것도 없 이 침묵하고 있었다.
오로지 브리트라만이 제 앞에 들이 닥친 현실을 부정하듯이, 가슴 한복 판에 꽂힌 별빛을 내려다보았다. 길 게 찢어진 동공, 샛노란 홍채가 잘게 진동하면서 불신을 드러낸다.
【•••이 몸이, 패했다고?】
마왕의 권능으로 검게 물들어있던 비늘이 하나하나 쪼개져, 하얗게 센 머리카락처럼 색을 잃는다.
무한하게 끓어오르던 마력이 가라 앉고. 하늘과 땅을 잡아서 찢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힘이 사라져간 다.
그의 몸뚱이를 꿰뚫으면서 힘의 대 부분을 소모한 별빛이 곧 희미해지 더니, 처음부터 거기 없었던 것처럼 사그라졌다. 허나 별빛의 검에 꿰뚫 렸던 상처는 더 벌어질 분이었다.
【…이럴 리가, 없다. 이렇게…될, 리가.】
아무리 부정해봐도 그 앞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손아귀에 다 들어왔던 승리는 하늘 너머로 멀어졌고, 수백 년이나 외면
하고 도망쳐왔던 죽음이 등 뒤로 다 가왔다.
광기가 빠져나간 곳을 메우는 것은 절망이요. 분노다.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린다.
이기적이고 편협한 성품이, 제 생 명의 끝을 알자마자 할 수 없었던 각오를 만들어냈다.
여신이여, 그대가 나를 거부하겠다 면.
【이 몸, 브리트라…또한! 이 세상을 거부하겠노라!】
결정타를 맞았음에도 놈은 즉사하
지 않는다.
몸 안에 넘쳐흐르던 생명력이, 심 장을 잃은 상태로도 몇 분 움직일 수 있는 여력을 남겨주었다.
브리트라가 움직인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먼저 깨달은 것은, 지근거리에 겨우 두 다리로 서 있었던 레온이었다.
“쯧, 끝까지 구질구질한 놈이구만.”
그의 얼굴에 드러나있는 감정은 후 련하기까지 한 체념이다.
〈심검〉을 다시 만들어낼 힘은 남아 있지 않았고, 오른팔까지 성검과 함
께 날아간 상태였다.
열 개의 발톱이 좌우에서 매섭게 날아들었다.
마법이나 무예가 전혀 개입되어있 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몸짓이었으 나 파괴력은 중분하다. 거듭된 충돌 로 아티팩트가 전부 맛이 가버린 레 온에겐 방어수단도 없었다.
그래도, 이겼다.
용사로서의 책무만큼은,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두 눈을
내리 감고.
“—포기하는 게 너무 빠르군, 후 계자여.”
제 눈앞에서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찢는 발톱의 풍압을 느낄 수 있었다. 중후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탁한, 누 군가의 음성을 기억해낸 그가 두 눈 을 부릅떴다.
수왕 하카펠.
질주에 한해서는 이 세상 최고를 자부할 수 있는 펜리르가, 레온을 부 축하고 있었다.
“하카펠… 님?”
“편히 부르게. 릭 형님의 전인이라 면, 내게 있어서는 아래로 볼 수 없 는 사람이니까.”
레온은 그 말을 들으면서 브리트라 를 돌아보고, 눈 깜짝할 새에 수백 미터의 거리가 벌어졌음을 깨달았다.
터무니없는 속도였다.
눈앞에서 증오스러운 적을 놓친 브 리트라가 이내 하카펠과 레온을 찾 아내고, 그쪽으로 몸을 돌린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못 지나간다, 도마 뱀.”
반 토막이 난 창대를 붕붕 회전시 키며, 전사장 발칸이 놈의 진로를 가 로므았다.
대기가 일그러질 정도의 투기(1 氣).
불과 몇 분이라면 가소롭게 볼 수 있었을 타이탄의 방해가, 지금만큼은 그 발목을 붙잡는다.
게다가 방해자는 발칸 한 명분이 아니었다.
“다 죽어가는 놈을 베는 건 취향에 안 맞다만, 내 부족함의 소치니 어쩔 수 없군.”
〈다인슬라이프〉의 힘을 남김없이 끌어낸 세드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