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00
7 화
블라인드 라이트는 빛 속성 전투 마 법사라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마 법이었다.
저급 몬스터에게는 바로 직격하고 설사 방어막을 휘감고 있는 상위 몬스 터 더 라도 시야를 막는 효과가 있기 때 문이다.
또한 감각으로 눈을 대신할 수 있는
검사들에게는 소용이 없어도 그런 경 지까지 오른 자는 흔치 않아,국가전 에도 자주 출몰하는 마법이 었다.
2서클로 낮은 등급의 마법이지만 그 렇게 범용성을 갖춘 마법이란 것이 다.
짜악!
엘란드는 따귀가 얼얼한 느낌과 함 께 정 신을 차렸다.
그러자마자 자신을 향해 쏟아진 빛 을 두고 블라인드 라이트라고 판단했 다.
당장 눈을 똑바로 뜰 수 없을 만큼 정말로 강렬한 빛이 있었다.
공포스러운 외성인(外星人)은 마법 사까지 동반하고 있었던 것일까?
엘란드는 일단 마나를 끌어올려 두 눈부터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쉐엑一
그 찰나에 어떤 여자의 얼굴이 난입 해 들어왔다.
목숨이 순간을 오고 가는 상황에서 는 그런 것이다. 평소 이상으로 능력 과 사고 판단력이 확대된다.
정말 눈 깜짝할 순간이었지만 엘란 드는 여자의 얼굴을 분명히 볼 수 있 었다.
작은 얼굴에 처음 보는 외성인 여자 의 미모는 라지 니아 꽃을 연상시 켰다.
검은 머리칼에 검은 동공 또한 보였 다.
그것은 외성인들의 특징이 었다.
외성인들에 관한 건 소문으로만 들 어봤었지,그들을 하루 만에 둘이나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서도 생각 해 본 적이 없었다.
엘란드는 위기를 앞에 두고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외성인들도 마법을 쓰나?’
탐사대를 휩쓸었던 거구의 외성인은 야만 전사와 흡사했다.
그렇다면 위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불빛,블라인드 라이트는 이 작은 여 자가 시전한 게 되는 것이다.
‘여자는 마법사다!’
마법사들과 근접전에서 진다면 검을 다루는 자로서 수치스러운 일 아닌가.
엘란드는 이상한 일이었지만 외성인 사내의 공포스러운 공격에 엉망진창 이었던 전신이 전과 다름없이 돌아온 상태란 걸 깨달았다.
그러니 정신을 다잡았다.
일단 외성인 여 마법사를 해치우고 살길을 모색하기로!
‘주여. 부디 제게 가호를.’
그때 였다.
정확히는 여자의 두 눈과 마주쳤을 때였다.
‘흐억!’
엘란드는 공허 속으로 떨어지는 느 낌을 받았다. 실제로 어떤 추락감이 있던 건 아니 었다.
하지만 순간에 그렇게나 밝았던 블 라인드 라이트의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공백을 칠흑의 어둠이 채 웠다.
깜깜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몸은 굳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지가 결박된 채 교수대에 오른 죄 수의 심정이 이러할까.
엘란드의 정신은 그때부터 아득히 먼 과거를 향해 미끄러져 가기 시작했 다.
다시 정신이 들었다. 엘란드는 정말 깊은 꿈은 꾼 기분이 었다.
철부지였던 소년기. 데클란과의 전 투에 매진했던 청년기. 그리고 탐사대 를 조직하여 명성과 부를 쟁취하고 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전부가 아련한 꿈처럼 펼쳐졌었 다.
그것들은 분명 좋은 기억들이었다. 하지만 끔찍한 악몽처럼 느껴지는 이 유는 무엇일까.
엘란드는 그 모순에 적잖이 혼란스 러 웠다.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서 있는 것도. 또다시 블라인드 라이트의 강렬한 빛이 머리 위에서 쏟아지고 있는 것
도.
지나쳐 온 삶 속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 지.’
그때 시야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엘란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위 로 들려졌다.
가만 보니 지면을 타고 올라간 철제 구조물의 끝에서 빛이 발산되고 있었 다.
‘블라인드 라이트가 아니다. 아티펙 트는 더더욱이 아니고.’
엘란드는 확신했다.
여전히 쏟아지고 있는 빛이 블라인 드 라이트가 맞다면 이렇게 시야가 돌 아올 리 없기 때문이었다.
엘란드는 황급히 거기서 시선을 거 뒀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시야에 들어온 건 두 사람이었 다.
외성인 여 마법사와 새롭게 등장한 젊은 외성인 남성 하나.
그다음에 그들의 어깨 너머로 또 다 른 사내들이 보였다.
그들 같은 경우엔 외성인으로 보이 지 않았다.
대륙인으로 보였는데 바위나 나무에 엄폐한 채 무기로 보이는 것을 겨누고 있었다.
‘날붙이나 창 촉이 달려 있는 건 아 니지만 무기가 틀림 없다.’
엘란드가 그렇게 확신한 까닭은 사
내들의 눈빛 때문이 었다.
고도로 훈련된 병사가 전투를 앞두 고 있는 눈빛이었다.
그런 자들이 자신을 향해 겨눌 것이 라곤 무기밖에 더 있는가?
만일 저것들이 무기가 아니라면 마 나 혹은 저주의 진위를 책정하는 아티 펙트일 수도 있었다.
“skill eun?”
uma na reunr— da roor joor al a. bo myun al guh ya.”
엘란드는 두 외성인 남녀가 자신을 두고 하는 말에 눈을 깜박였다.
당연히 그들의 의복 양식만큼이나
처음 듣는 언어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심상치 않은 일 이 일어나기 직전인 것이다.
엘란드는 오크들을 죽이고 탐사대를 습격했던 거구의 외성인을 떠올렸다.
두 남녀는 필시 그 괴물의 부하들이 고,뒤편의 사내들 또한 외성인 무리 들에게 협조한 지 오래된 느낌이 다분 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쓰러져 있는 말 루스밖에 없으나 그마저도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혼절한 게 분명했다.
“g ruh ji”
외성인 남성의 목소리가 툭 끊겼을 때였다. 엘란드의 두 눈이 부릅떠졌 다.
빠지직!
갑자기 일어난 전격 때문이다. 엘란 드가 경악한 까닭은 어떠한 구동어도 없이 전격 마법이 사내의 손에서 시전 되었기 때문이었다.
말루스가 쓰러져 있는 지점에서 검 하나가 튕겨져 날아온 순간.
엘란드는 그야말로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었다.
‘우연이 아니야!’
사내의 눈은 그 검을 집어 들라 말하 고 있었다.
외성인들이 마법을 쓴다는 말을 들 어본 적도 없지만 혹 ‘g ruh ji’가 그들 만의 구동어라 칠지라도.
엘란드는 검이 자신 앞에 떨어지기 까지의 과정을 똑똑히 봤었다.
전격들은 순간 이동을 하는 것처럼 허공에서 여러 번 튀겨 대며 검을 자 신 앞까지 이동시켰다. 그렇게 전격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 또한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니,구태여 꼽자면 전격을 다루는 홀리 나이트라면 가능하겠다.
‘홀리나이트라니. 홀리나이트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릴 !’
엘란드는 제 앞에 떨어진 검을 혼란 스럽게 바라보았다.
‘당신의 피조물을 굽어살펴 주소서. 그리하신다면 제 전 재산과 남은 삶을 당신께 돌려드리겠나이다.’
결국 엘란드는 검을 집어 들 수밖에 없었다.
탐사대를 이끄는 수장이기 전에 검 사다.
주 락리마의 가호가 있기 위해서라 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야 한다.
주 락리마께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기도만 드리는 자를 싫어하시니.
잠시 후였다.
‘역시 무기구나……
엘란드는 외성인 사내가 뒤편의 사 내들 중 하나에게서 그것을 건네받았 을 때 다시금 확신했다.
상황은 분명했다.
외성인 사내는 자신과 겨루려고 하 고 있었다.
전격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능력
이 있음에도 왜?
“a dda. o din gge suh- jik jub ha si neun guh yo?”
엘란드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괴물이다. 어디에 있나 했더니 그 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거구의 외성인!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모 르겠으나 젊은 외성인 사내에게 지시 를 내리고 있는 걸로 보였다.
엘란드는 거구의 외성인이 팔짱을 끼고 멈춰 선 지점으로부터 중압감을 받았다.
양손에 하나씩 강인한 탐사대원들을 움켜쥐고 휘두를 때마다,세상을 파멸 시켜 버릴 것 같은 기세를 보였던 자 가 바로 저 거구의 외성인이었다.
당시를 잠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엘란드는 오금이 저렸다.
왜일까. 왜 외성인들이 자신을 공격 하고 있으며 그린우드 대륙인들은 왜 그들에게 협조하고 있는 것일까.
대체 왜?
불현듯 잊고 있던 것이 강렬하게 엘 란드의 뇌리를 스쳤다.
아!
‘성(聖) 카시안의 기록서!’
엘란드는 멍청한 자신에게 이가 갈 렸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걸 건드렸던 모 양이다.
성 카시안의 기록서는 품고 있는 내 용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창세기의 신마대전을 성 카 시안의 시점에서 기술한 역사서 그 자 체.
다른 하나는 초 고위 대마법과 대검 술의 탐구서로,홀리나이트 가문 간의 흥망성쇠는 그것을 손에 넣고 조합하 는 과정뿐만 아니라 그 탐구를 완성 짓는 데에 걸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이걸……
엘란드는 검을 쥐지 않은 한 손으로 품속을 뒤적거 렸다.
뒤적거리는 손만큼이나 목소리도 떨 렸다.
엘란드가 그렇게 꺼낸 건 종이 한 장 이었다.
태초의 보존 마법은 강력해서 그 오 랜 시간이 지났어도 부식되지 않은 채 다시금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걸 찾고 있는가? 하지만 이건 역 사서의 일부다.”
붉은 얼굴 오크들과는 대적할 수 있 다.
그러나 지금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 는 거구의 외성인에게는 아니다.
꼭 뇌력을 자유롭게 다루는 사내와 기이한 정신계 마법을 쓰는 여자 때문 이 아니더라도.
그러니까 거구 외성인의 두 부하가 나서지 않더라도 자신의 목숨 따위는 애초부터 거구 외성인의 손아귀에 달 려 있었다.
보물이 무슨 소용이랴. 죽으면 다 부 질없는 것을.
엘란드는 다시 소리쳤다.
“당신네들이 찾고 있는 게 아니다!” “mok chung eun k ne- ing.”
“확인해 보면 알 것 아닌가.”
카시안의 기록서가 찢고 태울 수 있 는 물건이라면 그걸 빌미로 진즉 이 위기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창세기에서나 언급 되는 마왕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엘란드는 미련을 가지지 않고 거구 의 외성인을 향해 종이를 구겨 던졌 다.
종이는 날아가는 도중에 위대한 보 존 마법의 작용으로 인해 반듯하게 펴 졌다.
“muh? uh jjuh ra go.”
한번 훑어보는 것으로 감정이 끝나 버린 걸까?
거구 사내의 얼굴로 허탈한 듯하고 또 황당한 듯한웃음이 걸 렸다.
“당신들이나 나나 주의 피조물인 건 같지 않은가. 피부가 다르고 머리 색 이 달라도 우리들의 시작은 우리 주로 부터였다. 우리 주 락리마의 이름에 대고 맹세하건대,오늘 일은 어디에도 발고하지 않겠다. 그리한다면 마신 둠 카오스의 저주가 떨어져도 기꺼이 받 겠다.”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엘란드는 자신의 간절한 진 심을 담아 소리쳤다.
“a dda. si ggeu ruhb ne. ji deul iee mun juh dum byu no ko.”
거구의 외성인은 젊은 외성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joi song huh yo. juh ddae moon
in guh ga teun di. bba ji guh
sso,
‘대체 뭐라고 지시하는 것이냐. 제발. 제발. 그걸 받고 날 놓아 주란 말이 다.’
그 말을 끝으로 거구의 외성인은 자 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구의 외성인뿐이다.
엘란드는 뇌력을 자유롭게 다루는 사내나 다른 자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뿐더러 자신에게 돌아가라는 듯 한 어떤 제스처도 없는 걸 불안하게 바라봤다.
그러다 인위적으로 삼켜 넘겨야 할 만큼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그때.
“so eum gi.”
뇌력 사내가 뒤쪽으로 작은 철제 기 구를 건네받아 무기 끝에 부착시켰다.
그다음이 었다.
빠지직!
사내의 손아귀에서 뇌력이 발산되었 다.
삽시간에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넷, 그런 식으로 허공을 빼곡히 채워 나가 는 광경은 실로 아름답다 할 수 있었 다.
그러나 뇌력들이 엘란드 본인을 기 점으로 사방을 점하며 하늘까지 전부 퍼져 버려 일종의 그물망을 형성했을 때.
엘란드는 사내의 의도를 알아차리며 정신을 차렸다.
‘일대 전부를 가뒀다!’
홉!
뇌력의 그물망은 폭넓게 운신할 수 있을 정도로 넓긴 했다.
그러나 그걸 뚫고 도망칠 공간이 보 이지 않거니와,그렇게 뇌력을 자유자 재로 다루는 능력이라면 본신의 힘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성 카시안의 보물을 넘겼지 않았는 가. 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다만 엘란드는 검만큼은 버리지 않 았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사내 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면 주술인지, 마법인지 모를 뇌력의 그물망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사내도 그걸 의도하고 있는 것 같았 다. 할 수 있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 워 보라고.
실제로 그런 제스처가 있었다.
‘정말 끝인가…… 이대로 끝이라고? 왜 나를……
엘란드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내의 목을 치는 데 성공한다고 해 도 외성인 여 마법사가 남아 있는 것 이다.
또 어딘가에선 공포스러운 거구 외 성인이 지켜보고 있을 테고!
엘란드는 시선을 돌려 보았다.
정말로 그자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 었다.
어둠 속에 큼지막한 그림자로만 존 재하고 있어서 더 큰 공포를 자아내고 있었다.
해서 무릎 꿇고 목숨을 애걸해 봤자
소용이 없을 것이다.
외성인들에게 협조하고 있는 대륙인 들 중에서는 흔들리는 눈빛을 보이는 자들이 있긴 했지만,그들 중 주의 가 호가 깃든 자는 보이지 않는 이상 약 자들일 뿐이다.
저 거구의 괴물이 포효하면 모두들 꼼짝 못할 것이다.
‘그런 것인가.’
아무리 계산해도 살아 나갈 구멍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엘란드는 고통스러운 계산을 마쳤 다.
그래서 마나를 끌어올렸다.
스르르.
체내 전체로 온기가 느껴졌다. 검과 전신에 적절히 배분했다.
검에 푸른 빛이 감돌았다. 몸에서는 피가 빠르게 돌며 평소 이상의 활력이 감돌았다.
소드 익스퍼트 초입의 경지는 자신 을 여러 번 구제해 주었다.
이제는 죽음의 길을 인도하는 데 쓰 이게 되었지만.
엘란드는 씁쓸한 입맛을 느끼며 떨 리는 마음으로 뇌력 사내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날 손쉽게 죽일 수 있다 생각할 것
이다. 하지만 너도 어디 하나는 잘려 나갈 것이다.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게 목이 될 수도 있겠지.”
어차피 통하지 않는 말.
엘란드는 본인 스스로를 고양시켰 다.
그러고 나자 마나에서 불어 오는 힘 에 기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 나마 떨칠 수가 있었다.
그때였다. 엘란드는 사내의 손가락 움직 임을 똑똑히 보았다.
사내의 검지는 줄곧 무기 하단부에 달려 있는 링 속에 들어가 있었는데, 거기서 짧은 움직임이 있었다.
탁!
그때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그쪽 에서 나왔다.
‘뭘 하는 거 지?’
찰나에 들었던 생각만큼이나 갑자기 였다.
복부가 화끈거 렸다.
처음에는 잠깐 뜨겁게만 느껴졌던 통증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게 퍼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 고통을 왜 모를까.
“크으옥!”
엘란드는 이를 악물며 통증이 이는 부위를 쳐다보았다.
핏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창 촉이 꿰뚫려 있 는 것도 아니 었고 어떤 강력한 마법이 복부를 관통하고 지나간 것도 아니었 다.
‘방심했다. 저건 대체 무슨 아티펙트 냐. 저런건 어디에서도……
엘란드는 후회가 들었다.
상대의 무기를 둔기의 일종이라 생 각했었다.
혹은 뇌력이 터지는 순간을 기다렸 다가 마나를 집중시 키 려 했다.
마법사들에게 쉴드가 있다면 검사들 에게는 배리어가 있지 않은가.
쉴드와 배리어의 운용 방법은 달라 도 근원은 같았다.
바로 마나.
그래서 한정된 양을 적절히 분배해 서 써야 하는 것인데,상대의 무기가 기상천외했다.
사실 저 무기에서 시작된 공격인지 도 애매했다.
엘란드는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고통에서 죽음이 임박했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였다.
마나를 한 줌도 남김없이 전부 발출 하기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대가 추가 공 격을 해 오지 않는 데 있었다.
관찰하듯 여유로운 시선으로,고통 스러워하는 자신의 반응을 눈여겨보 고 있다.
엘란드는 그때야말로 죽음을 다짐하 며 마나를 발출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배리어가 생성 됐다.
마나가 배리어로 형상을 갖추는 순 간 그것은 구릿빛을 띠었다. 구릿빛 배리어 속에 품어지면 세상 또한 구릿 빛으로 보인다.
엘란드가 탐험대를 운용하면서도 검
에서 손을 떼지 않은 이유는 그 때문 이었다.
주의 신성이 깃든 유물을 발견하기 를 원하는 만큼이나,다음 세상인 은 빛 세상 속에 품어져 보고 싶었다. 하 지만 이젠 요원한 일이겠지.
엘란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상대를 노려 보았다.
“bo ho mak.”
상대가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엘란 드는 처음으로 기회가 보였다.
“뭐라는 것이냐!”
엘란드는 터트린 목소리와 함께 전 신을 던졌다.
쳐올린 검날의 궤적을 따라 구릿빛 의 기운이 따라붙었다.
엘란드는 그것이 주 락리마의 손길 처럼 보였다.
가라. 가라. 이길 수 있다,응원해 주 는.
상대가 뇌력 계열의 고위 마법사라 는 가정이 맞는다면 승산이 있는 것이 다.
근접전이니까!
엘란드는 그것만 생각했다.
자신 스스로를 독려했다.
그렇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복부를 관통한 통증은 몹시 거칠었
지만 엘란드는 그 어느 때보다 빨랐 다.
사생결단의 순간,검사들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의 엘란드가 바로 그러한 경우 였다.
그는 방금의 동작이 지금껏 그가 했 던 모든 동작들 중에 제일 빨랐다고 자부했다.
다음 경지인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속도가 바로 이렇지 않겠는가.
전신으로 분배해 두었던 마나가 새 로운 경지에 이끌려 보다 정밀한 움직 임을 띠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람을 가르는 속도감이 선 명했다.
복부를 뒤틀어 버리기 바빴던 통증 도순간 잊혀졌다.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소드 익스퍼트 중급으로 진입하는 벽을 깨 트린 것이다. 조력자,말루스와 같은 경지!
그런데 뭘까.
확장된 체내의 그릇 안으로 대자연 의 기운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당장 들여올 수 있는 양이 아주 미약 할지라도,사생결단의 순간에는 조금 이나마 도움이 되 지 않겠는가.
그런데 대자연 속에서 들여올 수 있 는 마나가 조금도 느껴지 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마나가 없는 대자연이라니.
‘내 어디가 잘못된 것인가?’
하지만 무엇이 잘못된 건지를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엘란드는 뇌력 사내의 가까워지는 얼굴을 보았다. 환히 드러나 있는 목 이 보인다.
그를 향해 전력으로 나아가는 중이 었다.
처음 몸을 던졌을 때 완성된 마나의 흐름은 위에서 아래로였다.
검에도 그 흐름이 담겼다.
‘그러니까 수직으로 친다. 정수리를 쪼개서 사타구니까지 이등분으로,상 대의 내장을 보고 말 것이다!’
엘란드의 검이 보다 높게 치켜 올라 갔다.
그때 엘란드의 귓속을 파고드는 소 리가 있었다.
자신의 복부가 관통되었을 때 나왔 던 소리였다.
다만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한꺼 번에 폭발하듯이 연거푸 이어지는 것 이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다-
그때까지만 해도 엘란드는 상대를 쪼갤 생각만 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배리어가 흐릿해지는 광경 을 보며 그는 그 소리가 악마의 웃음 소리처럼 들렸다. 곧 죽을 자신을 비 웃는 것이다.
악마의 몽환적인 악취를 풍기며. 철갑으로 둘러싼 침을 사방으로 뱉 으며.
타다다다다-총신이 뜨겁게 달궈졌다.
탄피가 튀고 매캐한 화약 냄새가 주 위로 퍼지고 있었다.
녀석은 날아오던 도중에 추락했다.
녀석치고는 가히 빠른 속도였다.
성일은 녀석을 두고 브론즈 급이라 고 했었지만,몸을 튕기는 순간,녀석 의 속도는 실버 급에 가깝게 변화를 일으켰었다.
거리가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녀석 의 검은 내 머리 위로 떨어질 수 있었 다. 물론 그걸 고스란히 맞을 일은 없 지만.
그때 녀석은 추락 지점에서 몸을 일 으키고 있었다.
바로 내 앞이다.
녀석에게 추가적으로 가해진 탄흔은 존재하지 않았다.
녀석의 방어막이 제거될 낌새가 보 였을 때 방아쇠에서도 손을 뗐기 때문 이었다.
다시 녀석의 전신을 확인했다. 따로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은 보이지 않았 다.
있다면 검이겠는데 방어막을 품고 있을 만큼 훌륭한 것이 아니다. 그렇 다면 직전에 녀석이 띄웠던 F급 방어 막은 녀석이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이 야기가 된다.
퍼억!
녀석을 걷어차 멀리 떼어 놓고 나서 연희를 향해 물었다.
一 이런 녀석 흔한가?
– 아니. 저 세계에서는 무사 세력, 강자 축에 속하는 편이야.
– 방어막을 스스로 만들어 내던데.
방어막뿐만이 아니다.
민간인과 하등 다를 바 없었던 신체 능력을 일시에 증폭시키는 능력까지 존재했다.
– 그러니까 직접 보면 알 거라고 한 거야. 감상이 어때?
– 흥미롭지. 일단 이게 일반적인 수 준은 아니라는 거로군.
–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자들을 각성 자들로 보면 우리 세계와 구조가 흡사 해. 이계의 대다수 병사들은 마나를 다루지 못하니까.
– 화기가 적당히 통하겠어.
물론 이계에서도 다시 시험해 보고, 거기에 올드 원의 권능이 미치는지도 확인해 봐야 할 문제다.
그러나 당장 보기로는 이것들이 만
들어 낸 방어막은 우리가 사용하는 방 어막과 흡사했다.
차이가 있다면 이계인들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고 우리들은 아이 템을 거 쳐야만 한다는 거다. 우위를 따지자면 아이템으로 제약받 지 않는 이계인들 쪽에 있었다.
고개를 돌렸을 때 연희와 눈이 마주 쳤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 다.
깊은 생각 중인지 연희의 두 눈이 가
라앉아 있었다.
..n
녀석이 총상 부위를 짓누르며 바닥 에서 신음을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 여기선 안 돼. 이것들이 마나라 부르는 게 느껴지지 않아.
역시 맞았다.
연희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 다.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고도,우리들 스스로 방어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던 것이다.
녀석에게서 엿봤던 기억을 토대로.
– 선후야.
연희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 것 같았 다.
– 안 돼.
一 보호막뿐만이 아니야. 이건 내 추 정인데 올드 원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힘과 저것들이 마나라 부르는 것을 동 일하게 본다면 우리 안에도 그게 잠재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 이걸 저것들 만큼 느끼고 활용할 수 있다면. 그럼 우리 능력은 아이템과 스킬로 국한되 는 게 아니야.
연희는 이계로 가길 바라고 있었다.
자신에게 내 라이프 베슬이 품어져 있는 걸 알면서도 그런 모험을 감행할 가치 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하지만 연희를 말리는 이유는 내 부 활이 그녀에게 달렸기 때문만이 아니 다.
아직 알려진 게 없는 전장이다. 알고 있는 건 홀리나이트라는 존재뿐.
올드 원이 키워 낸 또 어떤 병졸들이 존재할지 모르는 와중에,연희의 목숨 을 담보로 모험을 할 수는 없다.
– 끝까지 들어 봐. 홀리나이트 가문 중에 대마법사를 탄생시킨 가문이 있 어. 많은 걸 관통하고 있을 가문이야. 마법 외에도 그 세계의 진실을 많이 알고 있을 인물이 있다는 거지. 잡아 오든 내가 가든,한번은 그 속을 들여 다봐야 하는 자야. 너,계속 둠 카오스 에게 종속될 게 아니잖아?
一 좀 더 고민해 보자. 이제 시작이 야. 조급해할 것 없다.
一 귀환석 뒀다 어디에 써먹으려고. 선후야. 나야. 악녀(惡女) 마리. 위급 한 순간에 몸 하나 못 빼낼 것 같아?
연희가 마저 이었다.
– 너도 찾고 있잖아. 권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길 말야. 마법에 해답 이 있을 수 있어. 선생님 한번 믿어 봐.까짓것 이 몸께서 대마법사 한 번 돼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