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28
10화
객실로 들어가자마자 시작했다. 연희의 뜻을 재차 확인했기 때문에 머뭇거릴 까닭이 없었다.
연희 안에 담겨 있던 라이프 베슬이 거무튀튀한 기운으로 빠져나와 뼈 반 지로 흡수되던 순간에,그녀에게서 짧 은 탄성이 토해져 나왔다.
속박 아닌 속박으로서,그간 라이프
베슬에 발이 묶여있던 연희로선 일종 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었다.
끝난 거야?
연희는 그렇게 눈빛으로 물어왔다. 거기에 대고 고개를 끄덕여 주자 그녀 는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빛으로 물어 왔다.
“이제 조나단이야?”
본인 다음으로 조나단에게 라이프 베슬을 인계할 생각이냐고 묻는 거였 다.
하지만 라이프 베슬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적들의 목표물이 될 수 있 다.
성(星) 드라고린에서 어떤 경로로 본 토에 습격을 가해 오는지는 아직 파악 하지 못했고,그 횟수가 현저히 적더 라도 진행 중에 있지 않은가.
조나단은 나를 대신해서 질서를 지 켜 나가고 있는 상황.
감히 라이프 베슬로 인해 방해받아 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왔었다.
청문회를 지켜보고 난 후에는 그 생 각이 더욱 공고해졌다.
해서 라이프 베슬을 지켜야 할 제격 은 따로 있었다.
“오르까.”
귀환 직전에 오르까를 찾아서 데려
온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었다.
거기까지만 대답해 주고 나서 욕실 로 이동했다.
연희는 남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지만 나는 귀환하자마자 씻을 사이 도 없이 옷만 갈아입은 채 워싱턴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성 드라고린에서 머물렀던 칠 일간, 한숨도 자지 않고 떠돌아다녔던 데다 가 마지막에 치렀던 전투의 피로감까 지 보태졌던 것 같다.
“얼마나 피곤했던 거야. 제대로 침대 에 가서 자는 게 좋겠어……
아련히 들려오는 연희의 목소리에 눈이 떠졌다.
시간이 꽤 지나가 있었다.
욕조에서는 온수가 계속 넘쳐흐르고 있었고 욕실 전반은 증기로 가득 차 있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대충 세 시간 정도 잠들었던 것 같다.
가운을 걸치고 나와 소파에 앉자 연 희가 딱하다는 듯이 물었다.
최종 강화를 마친 광대의 단검이 그 녀의 손아귀에서 재주를 부리고 있던 때였다.
“더 안자도 되겠어?”
그러면서도 연희는 내가 당기는 대 로 순순히 몸을 맡겨 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흘흘 눈웃음을 흘 리며 나를 올려다보는데,청문회 건으 로 격해져 있던 눈빛은 더 이상 보이 지 않았다.
거기에서 자연스러운 본능이 엄습해 오는 게 느껴졌다.
“잠깐. 잠깐.”
연희가 나를 살짝 밀쳐 내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 후에 내게 다시 안겨 왔던 때는 탁상 위,피임 도구가 들어 있는 비닐 백을 확인한 후였다.
아직은 우리 사이에 아기가 생겨서 는 안 되는 세상이다.
“첫 번째 소식입니다. 시작의 장에서 각 성자들이 귀환한 이후 자취를 감췄던 조 나단 헌터가,어제 청문회 석상에 나타나 본인의 일념이 오로지 전 인류에 있음을 밝혔습니다.
지난 6월 2일경에 그 존재가 알려진 초 월체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일깨운 가운데,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은 어떠한 위기 상 황에서도 ‘방어자’로 있을 것이라는 뜻을
공고히 한 것인데요.
본인의 진심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간 소 문만 무성했던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의 최대 주주 ‘존도’가 본인임을 밝히는 동시 에,비실명 거래를 한 점에 대해서는 사법 부의 판결을 수용하겠다고도 밝혔습니 다.
이와 같은 조나단 헌터의 한결같은 목소 리에 의해서,월가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 에 확산되고 있던 시위는 주춤해진 기색 이 완연합니다.
두 번째 소식입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또다시 외계의 습격 이 발생해 각성자 열다섯 및 민간 요원 서 른 명 외에도,TMC 그룹의 많은 직원들 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갑자기 건물과 그 일대가 푸른 막에 휩싸 이면서 도로상에 위치해 있던 차들이 일 제히 속도를 높여 도망칩니다. 군사 기업 TMC의 그룹 본부와 훈련장에 초자연적 인 습격 현상, 블루 베일(Blue Veil)이 발 생한 건데요.
그룹의 각성자 대부분이 이계에 진입한 상태에서 받은 습격이라서 희생이 컸습니 다. 맨체스터에서 커리 브라운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현지 시각 25일 낮,TMC 그룹 본부에 서 이계 진입을 준비하고 있던 각성자들 과 민간 요원들이 외계의 습격자들과 전 투를 치렀습니다.
전투는 두 시간가량 지속되었으며 블루 베일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굉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목격자 들은 차량과 행인들이 굉음에 놀라 대피 하는 등 공포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말했 습니다.
TMC 그룹은 이번 습격으로 인해 TMC 그룹의 전략 본부와 훈련장 등 여러 그룹 시설들이 파괴되었으며 각성자를 포함해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 니다.
이날 TMC 그룹과 세계 각성자 협회 런 던 지부가 함께한 현장 발표에서는 현장 에서 외계의 습격자들을 전부 격퇴하였음 을 알리며,이와 같은 습격이 전 세계에 걸
쳐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이상,인류가 아 직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 다.
또한 습격의 횟수와 정도가 언제 갑자기 높아질지 모른다는 점에서도 인류 전체
연희가 먼저 일어나 있었다.
그녀가 틀어 놓은 텔레비전 소리가 점점 분명해지면서,내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있는 연희의 무게감 또한 선명 해지고 있었다.
나는 지금이 좋아서 눈을 뜨지 않았 다.
잠시 후 그녀가 잠깐 뒤척거리는 음 직임 다음으로 텔레비전 소리가 멎었 다.
“미안. 나 때문에 깬 거야?”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채로 대답했 다.
“몇 시야?”
“8시 조금 넘었어.”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텔레비전 소리에 이미 잠에서 깼지 만,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나누었던 지난 밤의 사랑이 그녀와 맞 닿아 있는 피부를 통해 아직도 남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한 손에 다 들어오는 그녀의 작은 어 깨가 특히 그랬다.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누워 있 기만 한 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난 후 즈 음,슬슬 하루를 시작해야겠다고 느꼈 다.
같이 씻고 옷을 입으면서 나는 어제 미뤄 두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 나 갔다.
연희도 기다리고 있었던 이야기였 다.
드라고린 두 놈을 찾기 위해 그린우 드 대륙의 홀리 나이트들을 하나하나 찾아갔던 이야기.
그것들 태반은 내가 본인 주변에 나 타났다가 사라졌던 것을 알지도 못했 다.
더 그레이트의 혈맥들에는 둠을 향 한 각성제가 깃들어 있어서 구태여 서 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더라도,내가 주변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바로 각성 해 버리기 마련이었다.
실제로 드라고린 블루와 드라고린 그린,두 놈은 정말 내가 그 주변에 접 근했을 때 바로 각성하는 모습을 보였 었다.
연희는 내가 그 두 놈을 잡은 장소가 그것들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전장이
라는 이야기까지 듣고는 실소를 참지 못했다.
그린우드 대륙 전체는 지금도 강대 국 위주의 점령전이 한창이다.
마왕군에 대적하기 위해서.
즉,마왕군이 본인들의 영토를 습격 하기 전에 군비를 강화한다는 명분 아 래에서 였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명분이 아니라 진심으로도 느껴졌다.
그린우드의 강대국들은 이웃국들을 제 깃발 속으로 통일시켜 버리는 편이 그들과 연합을 구축하는 것보다 합리 적이라 여기는 것이다.
동서남북,광활한 그 땅에서 서로 연 락을 주고받기 힘든 강대국들이 모두 같은 결론에 치달은 것은 그것들 전부 가 지능이 덜떨어졌기 때문은 아닐 것 이다.
블라우스 단추를 여미고 있던 연희 는 여전히 실소를 지은 채 말했다.
“그것들의 사고방식은 인류와 너무 나 흡사해. 빼다 박았어.”
우리는 옷을 갖춰 입은 후 협회 총본 부로 떠났다.
연희의 귀환석도 내 귀환석도 모두 협회 총본부로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 에 이동은 즉각 이뤄졌다.
공간 너머로 던지는 힘이 흩어졌을 때,배경이 빠르게 바뀌었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던 워싱턴의 호 텔 객실에서 밤에 잠겨 있는 본부의 집무실로.
창 너머,조도를 높인 불빛들 사이로 오르까의 별동이 보이는 자리 였다.
거기에선 주인을 잃고 축 늘어져 있 던 촉수들은 다시 생명력을 갖춘 왕성 한 모습으로 스스로 꿈틀거리고 있었 다.
밤중에도 그 별동 앞에선 협회 요원 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연희가 크시포스를 찾아서 품 안에
안고 들어온 이후,우리는 오르까에게 향했다.
오르까의 왕좌는 별동 최상층에 위 치해 있다.
녀석은 촉수와 마루카 종족 특유의 점토로 만들어진 왕좌에서 내려와 우 리를 맞이했다.
라이프 베슬을 지키지 못했던 과거 의 그 오르까는 거기에 없었다.
연희도 녀석이 전보다 더 강력해진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비록 부상을 다 떨치지 못한 모습이 었어도 인섹툼의 졸개로 있었던 원종 을 집어삼키며 더 커져 버린 위력(傳
刀)은,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는 것이 었다.
나와 인섹툼이 군주들의 회의에 소 집되며 사라졌던 당시,오르까는 인섹 툼의 졸개였던 원종과 사생결단의 전 투를 벌였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굉장하네,오르까!”
연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계심보다는 기쁨이 큰 목소리였 다. 한 손으로는 잔뜩 긴장해서 이빨 을 드러내고 있는 크시포스를 진정시 키면서 였다.
오르까가 어느 정도까지 강해졌냐면 사생아들의 본능까지 짓누를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정도였다.
연희는 거기에 더 놀라 했다.
본시 저급한 마루카 종족들은 이종 족에 대한 원시적인 적개감 때문에 우 리를 발견하는 즉시 달려들기 마련이 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 다.
오르까가 탄생시킨 저급한 마루카들 이 오르까의 왕좌 주위에서 바글거리 고 있으나 그뿐이다.
그것들은 우리를 의식하고 있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한편에서 큼직한 알을 발 견했다.
알의 반투명한 막 안에는 이족 보행 의 마루카가 탄생 직전에 있었다. 저 급한 사생아들을 넘어서,본인처럼 사 고를 할 수 있는 진짜 자식을 탄생시 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놈을 시작으로 제 계파의 완벽한 영역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연희와 나는 피임에 철두철미한데, 녀석은 아주 살판이 났다.
진짜 자식도 까고.
“비좁다 느낀다면 새로운 영토를 내
려 주마,오르까.”
오르까를 라이프 베슬의 지킴이로 둔다면 녀석이 있을 곳이 꼭 협회 안 일 필요는 없었다.
무인도를 비롯해 광활한 황무지 등, 녀석이 제 계파의 군왕으로 군림하기 에 충분한 땅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본토의 구조물만으로 도 충분하다 여기는 것일까.
곧 녀석이 어설픈 우리나라 말로 거 부의 뜻을 밝혔다.
띄엄띄엄.
하기야 녀석이 차지하고 있는 별동 은 전체 면적으로 치면 잠실 종합운동
장과 야구장 주변을 수십 번 덮을 수 있는 크기였다.
이 별동 하나를 짓는 데 투입된 레미 콘 수만 따져도 근 십만 대.
총본부로 이용되고 있는 동과 쌍둥 이 타워로 지어진 건물이었으니,면적 을 떠나서도 각성자들을 지휘하고 있 는 총본부를 건너편으로 바라보면서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지 도모를 일이었다.
“좋다,오르까.”
뼈 반지에 서려 있는 기운을 느끼며 마저 뱉었다.
“네가 지켜야할게 있다.”
순간 오르까는 그게 뭔지 직감했던 것같다.
녀석은 한때 제 창조주뻘인 원종과 함께 라이프 베슬을 지켜 본 적이 있 었다.
[ 라이프 베슬이 재설정 되었습니다. ] [대상: 오르까]“그건 곧, 네 목숨을 지키는 일이기 도하지.”
유적 발굴,군주들의 회의,드라고린 사냥.
마나 탐구를 채 끝내지 못한 상태에 서 여러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났었 다.
결과만 놓고 보면 군주 서열이 5위로 한 계단 상승하고 뼈 반지를 입수하였 으며 권능 수치를 500 이상으로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권능 저항력은 라의 태양 망토와 뼈 반지를 모두 착용했을 때 55%까지 상 승.
거기에 역경자로 강화된 특성 열정 자가 8단계 이상으로 돌입할 경우 더 높은 수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역시나 지금에서 일약 강해지기 위 해선 몇 가지 방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첫째로 마나를 탐구하고 그걸 발판 으로 권능 수치를 올려야 하는데,단 지 수치가 아닌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해야 할 것이고.
둘째로 뼈 반지에 담겨 있는 둠 엔테 과스토의 고유 권능 ‘죽은 자들의 제 왕’과 더 그레이트 레드의 심장 반쪽 의 능력을 개방시켜야 할 것이고.
셋째로 옛 신마전쟁에서 남겨진 힘 들을 계속해서 수거 해 나가야 할 것 이다.
문제는 루네아의 존재다. 그것이 둠 카오스의 전령으로 들어온 이후부터 내 행동에 제약을 가하려 하고 있었 다.
어떤 물리적인 압력으로서는 아니 다. 물론 둠 카오스의 뜻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 다시 말씀 드리죠. 드라고린 두 마리를 처치한 점은 높게 삽니다만 자칫 지령이 망가질 수도 있었어요. 드라고린 블루와 그린이라서 망정이었지, 여왕의 실체를 파 악하지도 않은 채 드라고린 레드를 먼저 처치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짓입니다. 왜 위험 하냐고는 묻지 마세요. 그건 저 루一 네아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들려주면 들려 준 대로 아 그렇구나 하고 아시면 됩니다. 어렵지 않잖아요. ]지금도 그랬다.
발견했던 두 놈 증에 드라고린 레드 가 있었다면 전투를 피했을 거 라고 쏘
아붙여 주고 싶어도,이 잡것의 메시 지는 일방적이다.
[ 그런데 본토에는 언제까지 머물러 있으 실 건가요? 벌써 하루나 지났잖아요. 그 정도면 충분히 쉬지 않았나요? •’) 게으름쟁이…… 아앗! 죄송해요. 속으로 만 말한다는 게,지금 방식이 익숙지가 않 아서 벌어진 실수랍니다. 어디까지나 실 수. 이해해 주실 거죠? ]정신 공격이 따로 없다.
시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금에도 화가 나지 않았지만,그것의 메시지가 난입해 들어올 때는 나도 모
르게 얼굴이 굳어지고 만다.
오르까에게 라이프 베슬을 인계한 이후,개인 정비를 위해 나갔던 연희 가 들어오고 있었다. 오피스룩에서 편 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채 였다.
그녀가 굳어진 내 얼굴에 대고 말했 다.
“역시 시위가 맘에 걸리는 거지? 내 앞에서만큼은 짓누르고 있을 것 없 어.”
“아니,루네아 때문이다.”
사정을 간략하게 설명하자 그녀의 표정도 짐짓 심각해졌다.
그러나 연희라고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조나단이 내 뜻을 이행 하고 있듯이 루네아는 둠 카오스의 뜻 을 제 경박한 해석대로 보내오는 것이 다.
그걸 차단해 버리고 싶다면 루네아 를 제거하면 될 일이겠다만 그때는 군 주들의 회의에서 또 어떤 집행이 이뤄 질지 모르는 일이다.
루네아는 카소처럼 접근할 수 없다.
“내 생각은 그래. 둠…… 카오스의 지령을 더는 미루지 않는 게 좋겠어. 나는 거기까지 도울게.”
연희가 그렇게 말하기 전에도 이미 그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둠 카오스의 휘하로 편입되어 있는 이상,어쨌거나 둠 카오스의 인내심을 시험해 볼 생각은 없었다.
둠 엔테과스토가 인섹툼을 처형한 것은 내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그것들에게 맞설 수 있을 때까지는 발톱을 숨겨 야 한다.
태블릿 PC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협회 종합 상황실에서 사용 하는 프로그램이 작동 중이었는데,각 성자들이 수집해 온 지도들로 만들어 진 성 드라고린의 세계 전도가 띄워져 있었다.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한 것들이 운집
해 있는 그린우드 대륙.
엘프 종의 서식처이자 락리마 교단 의 총체인 엘슬란드 대륙.
그 외에도 오크와 드워프 그리고 죽 음의 대륙으로 불리우는 칠마제 군단 의 대륙들도 바다를 경계로 벌어져 있 었다.
연희가 그린우드 대륙을 터치하자 상세 지도로 확대되며 점령이 끝난 지 역이 붉은 색채로 물들었다. 그 위로 [그린우드 점령률: 9.2%] 라는 문구 가 나타났다.
“엘슬란드 여왕에게 직접 서임을 받 은 신관을 찾을 거 지 ?”
연희는 락리마 교단의 대신전이 위 치한 곳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것들은 각성자들이 수집해 온 정 보에 의해 홀리 나이트 가문의 위치, 각 던전이 이어질 거라 추정되는 위치 등 주요 지점들과 함께 따로 표시되어 있었다.
“지령에는 단서가 걸려 있다. 엘슬란 드 여왕이 ‘더 그레이트’ 라고 판명이 나면 그것을 처치해야 한다는 괴악할 지령이지만 둠 카오스는 엘슬란드 여 왕이 더 그레이트가 아닐 거라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래도 안전하게 접근하려면 여왕에게 직접 서임을 받
았던 그린우드 대륙의 신관들을 찾는 것이 되겠고. 좀 더 공격적으로 접근 하려면 엘슬란드 땅에서 궁정 생활을 했었던 엘프 종(種)을 찾는 것이 되겠 지.”
그렇게 말하면서 엘슬란드 쪽으로 화면을 전환시 켰다.
온갖 표시들로 빼곡했던 그린우드와 는 달랐다.
알려진 정보가 극히 적었다. 더욱이 나 눈에 띄는 점은 엘슬란드 쪽으로 직결되는 던전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데 있었다.
엘슬란드만큼은 올드 원의 보호가
강력히 미칠 거라는 의심은 상황실 프 로그램이 완성되었을 때부터 품어 왔 었다.
연희에게 거리를 벌려 두라고 말한 뒤에 바로 감행해보았다.
[ 게이트 생성을 시전 하였습니다. ]목표는 엘슬란드 남부,궁정과는 최 대한 멀리 떨어진 지역을 향해서였다.
공간이 바로 쭉 찢어지며 그 자리에 검은 공백이 생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간이 이지러지는 약간의 움직임으로 그치며 그 뒤에 위치한 집
무실 집기들이 흔들려 보이는 것에서 멈춰 있었다.
역시
[ 경고: 엘슬란드의 홀리 나이트 중,게 이트 생성을 포착한 존재가 있습니다. 진 입할 시에는 이를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 다.]선택지가 사라졌다.
그린우드 내에서 여왕에게 직접 서 임을 받았던 신관을 찾는 쪽으로 자연 히 결정되었다.
그렇다면 어디로 게이트를 뚫을까 하는 것인데 이왕이면 각성자들이 진 행 중인 전장,그린우드 대륙의 중부 쪽에 힘을 보태 주는 편이 맞을 거라 판단됐다.
바리엔 제국은 황제 직할령만 우리 수중에 떨어진 상황이었다.
제후국들의 군대가 본인들의 영토로 돌아가는 중이든 황제의 땅을 수복하 기 위해 계속 진격 중이든,각성자들
이 치러야 할 전투는 산재해 있다.
그것들을 해치운 다음엔 중부의 또 다른 강대국인 아트레스의 왕국까지 먹어 치워야 비로소 그린우드 대륙의 중부를 차지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다.
중부를 차지하고 나면?
그때부턴 사방 어디로든 진격할 준 비가 끝났다 할 수 있다.
내선 전화기를 들면서였다. 이태한 에게 물어볼 것은 다른 게 아니었다.
협회에서 파악하기로,제후국의 군 단들 중 락리마 교단과 함께 움직 이고 있는 것이 있냐고.
거기도 밤이었다. 게이트가 열렸다 닫힌 시간은 짧아서 연희와 내가 진입 해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자들은 없 었다.
새삼 가라앉아 있는 연희의 눈동자 에는 전방의 광경이 맺혀 있었다. 광활한 초원에서 제후국의 군단이 숙영 중이었다.W
이태한의 보고 대로 제후국의 깃발 외에 락리마 교단의 깃발도 함께 발견 할 수 있었다.
또한 밤하늘 속에 드론이 숨겨져 있 는 걸 보면 각성자들도 그리 멀지 않 은 곳에서 이것들을 주시하고 있는 것 이었다.
전방에 향해 있던 연희의 시선도 그 때 내 시선을 쫓아서 잠깐 하늘로 올 라갔다가 돌아왔다. 그녀가 드론을 의 식하며 물었다.
“부를 필요 없지 않아?”
밤하늘에 드론이 숨겨져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들뿐이다.
[* 보관함] [ 서왕모의 만년지주가 제거 되었습니다. ]거대한 형체와 붉은 눈알들이 우리 를 내려다보며 나타났다.
연희는 강해진 오르까를 봤을 때와 동일한 시선으로 만년지주를 올려다 보더니 크시포스를 땅에 내 려놓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연희는 광대의 단검을 끄집어내며 한 손에 말 아감았다.
그런데 우리보다도 먼저 신전을 향 해 달려든 것은 연희의 품에 조용히
안겨만 있던 크시포스였다.
크시포스는 드라고린으로 각성하는 홀리 나이트처럼 빠르게 변했다. 붉은 광기에 물든 안광으로 궤적을 그리면 서였고 이에 질세라 만년지주도 지하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때 우리는 눈빛을 교환한 것을 끝 으로 각자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크시포스가 터트려 낸 괴성이나 발 구름 외에도,만년지주의 지하 속 움 직임에 따라서 진동하는 기세가 적막 했던 밤을 일시에 깨트려 놓았다.
군단 전체에서 파열음 같은 게 들렸 다.
밤을 한낮처럼 밝히는 마법구들이 곳곳에서 치솟아 오른 것도 그때였다. “크,크시포스으으一 크시포스다!” 천만에.
너희들이 말해 왔던 마왕군의 그 마 왕이 직접 납시셨다.
불씨를 흩날리며 상공으로 날아올랐 다.
그러고는 총지휘관의 막사로 추정되 는 것을 특정해 진행 방향을 비틀었 다.
막사 지붕을 불사르며 그 안으로 들 어갔을 때까지 내게 미치는 공격이 없 었다.
연희나 나나 크시포스처럼 피 냄새 자체를 즐기는 게 아니다.
이것들은 단지 적군일 뿐이다. 내게 굴종하는 모습을 보이며 우리 인간 군 단으로 전향할 뜻을 보인다면 언제라 도 나는 중단할 용의가 있었다.
신관도 있고 마법사들도 있지만,그 것들의 어떤 투사체도 내가 막사로 날 아가는 속도에 미치지 못했다.
먼 바깥에서는 벌써부터 온갖 소리 가 뒤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연희의 단검이 긋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 크시포스가 발을 구르는 소리. 만년지주가 화염을 토해 내는 소리.
당연히 그 속에는 수많은 비명이 동 반되어져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서도 사아악 –
지휘관은 막 무장을 갖춘 채로 나를 맞닥트렸다가 목이 잘려 나갔다. 녀석 의 나약한 배리어는 유리처럼 깨졌다.
그것의 수급을 챙겼던 순간에는 막 사 전체가 다 타서 바깥이 개방되어져 있었다.
내가 비록 마왕이라는 칭호를 달고 있지만 이것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피
에 굶주린 악의 결정체가 아니라는 것 을 깨닫길 바라면서 였다.
지휘권을 가진 또 다른 자의 발밑을 향해 수급을 던졌다.
그 정도면 내 뜻을 밝혔다고 본다.
하지만 맞다. 지휘관 한 명의 수급 따위로는 군단 전체가 무릎 꿇을 리가 없는 것이지.
겁에 질린 채로 날아오는 마법체들 이며,더 많은 병사 더 많은 검사들을 불러 대는 소리들이며.
통제 불능의 현상들이 나를 향해 비 산해 오기 시작했다.
초월체는 초월체가 상대해야 한다.
그에 준하는 대비책을 갖추지 못했다 면 목숨을 구걸하는 게 현명한 것이 다.
이것들에게 그 자명한 사실을 가르 쳐줄 때였다.
[ 데비의 칼날을 시전 하였습니다. ]온갖 목들을 수거해 오는 궤적을 던 지며 나도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또 피로 흠뻑 젖고 말 테지만. 어제오늘 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루네아의 목소리 가 눈앞에서 번졌다.
또였다. 또.
[ 오오. 복귀하시길 계속 기다리고 있었 습니다. 저 루-네아는 열일한 보람을 느 끼네요. ]알겠으니까,좀 닥쳐라.
내가 둠 카오스의 인내심을 시험하 지 않듯,네놈 또한 내 인내심을 더 이 상 시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친 척하고 네놈의 본토로 찾아가 기 전에.
[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미처 말씀 못 드렸는데,더 미룰 수가 없겠네요. 사실 죽음의 서 1권. 그때 제가 수거해 놓았었어 요. 허락해 주신다면 요긴하게 쓰겠습니 다. 둠 맨 님은 제 빛을 가져갔으니 쌤쌤 아니겠어요?]
울컥 치밀어 오른 감정이 눈앞까지 뜨겁게 만들었다.
[ 우리 주인께서도 그러길 바라고 계세 요. 그럼 허락한 것으로 알고 감사히 받겠 습니다〜 아«©ᆻ ©) 유]정말이지 이 새끼는…… 미친 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