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91)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91화
129. 산맥 유적(1)
목적지에 서서히 가까워진다.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산맥 유적’이라 칭해지는 곳의 요상하고도 미묘한 이 기운.
굳이 데인처럼 예민한 기감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다.
‘끈적하군.’
델워드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 혼자 왔다면, 여기까지 오는 게 가능하기나 했을까?
자신이었다면 아마 산 아래 마을에서 실력 좋은 약초꾼을 길잡이 삼았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 테지만, 그랬을 거란 생각은 딱히 안 든다.
데인이 가져온 지도가 아니었다면, 언제 낙오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험한 환경이기 때문.
‘대단한 녀석이야.’
델워드는 새삼 혀를 내둘렀다.
여전히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앞장서며 친구들을 이끄는 데인.
무식하게 체력만 좋은 것도 아니다.
판단력도 뛰어나고, 임기응변도 좋다.
그렇다고 무계획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닌 게, 머릿속으로 순식간에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낸다.
이래서야 경쟁거리가 안 되지 않는가.
밖을 떠돌며 가장 위험에 노출되었던 자신조차 이런 반응인데.
‘소그레스 백작가에선 도대체 어떤 교육을 시키는 거지.’
저걸 혼자서 다 배운 건 말이 안 될 테고.
“레일라, 요새 아카데미에선 뭘 배워?”
“응? 힘들어 죽겠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야? 후우.”
“아니, 그냥. 요런 산 타는 훈련도 하나 싶어서.”
“후우. 그럴 리 있겠어?”
역시.
아카데미 교육 쪽은 아니다.
그럼 필시, 아버지 쪽이든 어머니 쪽이든 분명 혹독한 수련을 시킨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설명할 길이 없다.
델워드의 머릿속에서 작은 오해 하나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다 와 간다.”
이런 가운데 모두가 서서히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산맥 유적.
반드시 구해야 할 ‘록신나의 눈물’이라는 재료가 있는 곳.
“입구 위치는 아니까, 들어가는 게 가장 큰 문제겠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방법은 어떻게 찾지?”
“일단 주변 수색하고, 잘 살펴봐야지. 어떻게든 들어가야 하니까. 안 되면 부수기라도 하고.”
친구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데인은 생각했다.
‘그 레인저는 왜 다쳐 있었을까.’
자신과 어니스트가 발견한 레인저.
긴 자상을 입은 채 과다출혈로 기절한 녀석.
치료도 해주고, 죽을 일 없게 만든 뒤 떠나 잊어야 하건만 신경이 쓰인다.
‘그렇다고 깨워서 물어볼 수는 없었으니까.’
결국 왜 그렇게 됐는지 유추해야 한다는 건데…….
과연, 누가 그랬을까.
알테온의 산악 레인저들이?
아니면, 마물이?
그도 아니면…….
제3의 무언가가?
데인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일어날 것 같은’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리만치 계획을 세운다.
일종의 예감 같은 거라 해야 할까.
‘유적과 관련된 일일까?’
확실히, 그 레인저가 발견된 곳은 유적과 그리 멀지 않은 곳.
레인저의 품에 있던 명령서 역시 유적을 살피라는 명령서였다.
그리고 일행은 그곳을 향하고 있다.
과연 뭘까.
어쩌면, 단순히 유적을 탐사하고 필요한 걸 찾아 떠나는 게 전부는 아닐지도 모른다.
일은 항상 터졌으니까.
“잠깐.”
데인이 손을 든 건 그때였다.
이번에도 정지 신호.
또 무슨 숨소리가 들리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죽음의 냄새가 바람을 타고 전해진다.
즉-
“시체 냄새. 꽤 많아.”
“시, 시체 냄새?”
“모두 조용히.”
데인은 전생에서 수도 없이 시체를 봐 왔고, 그 냄새도 코가 썩을 만큼 많이 맡아 봤다.
여름의 전장은 얼마나 가혹한가.
시체를 제때 수습하지 못하면 구더기가 일고, 썩어서 말도 안 되는 냄새를 풍기기 마련.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적어도 하루 이상 된 시체다.
“가자.”
데인의 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고,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
‘냄새? 하나도 안 나는데.’
델워드도 바깥 경험이 많은 만큼 시체 냄새를 몇 번 맡아봤다.
하지만 냄새라곤 땀에 절어 올라오는 시큼한 체취뿐.
그렇다고 안 믿을 도리도 없다.
아까 레인저의 미약한 숨소리를 감지해 낸 게 바로 데인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런 세상에…….”
“이게 다 뭐야…….”
“욱…….”
산맥 유적 앞.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시체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그 드레니크의 레인저에게 상처를 입힌 건…… 알테온 레인저들이 아니었군.”
알테온의 산액 레인저들이었다.
* * *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우리가 기절한 채 쓰러져 있던 드레니크의 레인저를 발견했다.
그 레인저는 ‘산맥 유적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띤 상태.
그 레인저 덕에 지도를 카피하여 여기까지 조금 더 편하게 왔다.
그런데-
오니까 이 모양이다.
알테온의 레인저들이 무더기로 죽어 있다.
한 명 한 명이 쿼드급이고, 베테랑은 펜타급의 기사와 맞먹는다 평가받는 실력자들.
그런 이들이 무려 10명이나 죽어 있는 것이다.
“이거 잘못하면 독박 쓰겠는데.”
델워드는 그답게 정치적인 관점을 먼저 떠올렸다.
반면-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프리실라는 일행의 안전을 먼저 떠올렸다.
둘 다 맞는 말이다.
개개인이 엄청난 실력자인 레인저가 10명이나 죽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광경을 목격했다.
독박을 쓸 수도 있다.
그리고 이 10명의 레인저를 죽인 이들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다.
여기서 돌아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
“어니스트.”
나는 나머지 일행을 잠시 대기시키고 어니스트와 함께 죽은 레인저들을 살폈다.
모두 무기를 빼 들고 있는 걸로 봐선 저항조차 못 하고 순식간에 죽은 건 아닌 듯하다.
하지만…….
그 저항이 별다른 의미는 없던 모양.
“이거…….”
레인저들의 몸에 난 길게 베인 상처.
아까 그 드레니크의 레인저에게서 본 상처와 동일하다.
베인 게 아니라 사실상 찢겨 나갔다고 해도 무방한 상처. 흘러내린 피는 벌써 굳어 있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후보군을 떠올렸다. 레인저 10명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존재.
아니-
“하나가 아니군.”
여럿이다.
발자국으로 봤을 때 그렇다.
아까 드레니크의 레인저 주변에는 없었는데.
그리고 발자국은 저곳, 유적 안으로 이어진다.
과연 어떤 놈일까.
나는 주변을 조금 더 조사했다.
“어니스트, 어때?”
“아직 별다른 건 없는데…… 이런 상처를 낼 정도면 마물 아닐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상처 하나에만 집중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레인저들을 이렇게 도륙하고 유적 안쪽으로 들어갈 이유가 있을까?
일반적인 마물에게?
추리를 거듭하던 내가 무언가를 발견한 건 그때였다.
털이다.
길고 가는 은빛 털.
나는 빠르게 레인저들의 시체를 돌아보았다.
적어도 머리카락이 은색인 사람은 없다.
물론 내 머리카락일 수도 있는데, 이건 머리카락치고는 꽤 굵은 터럭이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가능성.
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이들.
일종의 ‘질병’을 앓고 있는 그들은 소수종족이자, 살면서 어지간하면 마주치기 힘든 존재들.
그들은 탄압의 대상이니까.
그렇다면 이 거친 상처 역시 설명할 수 있다.
“라이칸스로프.”
강력한 전투력.
늑대로 변하면 얻게 되는 막강한 손톱과 짐승의 호전성.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가능성이지만…….
“맞는 것 같은데.”
내 말에 모두가 입을 쩍 벌린다.
“라이칸……스로프? 데인, 정말이야?”
“라, 라이칸스로프면…… 그, 그 동화에 나오는 그거?”
“진짜로? 달 뜨면 늑대로 변하는 그 마물…… 아니, 사람? 종족?”
그럴 만도 하지.
여기서 라이칸스로프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동화 단골 소재인지라 다들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있을 것이다.
아마 본 사람은 나 빼고 없을걸.
난 봤다.
정확히는 라이칸스로프 병사를 봤다.
드레니크에서 구성한 라이칸스로프 부대.
질병 치료 및 제국 시민 편입을 조건으로 창설된 부대였는데…….
그들 모두 죽었다.
전장이 아닌, 드레니크의 손에.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 건 그들의 전투력이 어마어마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하필, 지금 여기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거고.
“난관에 난관인데.”
델워드가 한숨을 쉬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여기서 돌아가야 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말이지.
“근데 돌아가긴 어렵겠지?”
“그럼요.”
나는 레일라를 바라보았다.
걱정 말라는 듯이.
나머지 녀석들은 벌벌 떨면서도 날 보며 애써 안심하고 있었다.
“데인이 있으니까…….”
“이참에 라이칸스로프도 만나겠네요 선생님들…….”
“근데 라이칸스로프면 내 신성력이 먹히는 상대 아닌가? 좋은 기횐데?”
뭐, 사제인 프리실라도 있으니 큰 걱정은 없다.
그러니 망설이지 않고 들어가야 한다.
“레인저들한테 들키면 어쩌지? 이쪽으로 수색을 나올 텐데.”
“스크롤 찢어야지. 좀 무리해서라도.”
도망칠 방법도 있고 말이다.
어차피 여기서 우리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까 그 기절한 레인저도 우리의 실루엣만 봤을 터.
그러니 들키기 전에 도망가면 그만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먼저 간 놈들이 유적 입구도 뚫어 놨잖아?”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에드워드가 알려 주기로 유적의 위치와 입구는 알지만, 들어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먼저 간 녀석들 덕에 우리는 수고를 하나 던 셈.
“이거면 되려나.”
나는 아르카니움제 검을 뽑아 들었다.
은제 검이 있으면 최고겠지만, 당장 구할 수 없으니.
물론 이것만 해도 충분하다.
마력만 실으면 뭐든 죄다 베어 버리는 검.
라이칸스로프의 털가죽이 좀 질기다지만, ‘죽음의 나무’도 베어버린 검인데.
도망칠 방법도 충분하니, 더 고민할 필요 없다.
“가자.”
우리는 마침내 움직였다.
시꺼먼 아가리를 벌린 유적 안으로.
* * *
“다음.”
“이런 젠장, 동포가 벌써 셋이나 죽었어! 여긴 미친 유적이야! 더 이상은 못 가!”
“다음.”
“못 간다니까!”
“그럼 너희 종족에 다음은 없다. 말하지 않았나.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하면,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도와주겠다고.”
“…….”
라이칸스로프들의 지도자, 가곤의 말문이 턱 막혔다.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
그건 탄압의 대상이자 불길한 질병이며, 동시에 저주받은 존재라 여기는 라이칸스로프들의 꿈이다.
눈앞의 저 남자는 어느 날 자신들 앞에 나타나더니, 나를 도와주면 그 저주를 풀어 주겠다고 했다.
가곤은 그의 말을 수락했다.
유적을 뚫는 걸 도와 달라는 그의 말을.
그런데…….
벌써 셋이나 죽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 강력한 재생력의 라이칸스로프가 셋이나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렸다.
이 끔찍한 유적의 함정에 당해 버려서.
사방에서 튀어 나온 창날에 온몸이 꿰뚫리고, 화살 세례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방금 죽은 녀석은 천장에서 갑자기 날아든 도끼날에 목이 잘렸다.
이제 남은 건 가곤을 포함한 네 명의 라이칸스로프뿐.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인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 와서 돌아갈 텐가?”
“……제기랄.”
돌아갈 수 없었다.
이미 발은 들였고, 귀중한 동포를 셋이나 잃었다.
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숭고한 희생을 한 것이다.
라이칸스로프들의 꿈. 제국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 잡는 것.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지를 찢어버리겠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너희 라이칸스로프들, 그리고 너. 난쟁이에게도.”
라이칸스로프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난쟁이도 있었다.
“염병. 지랄 개 똥을 쳐 싸네. 약속? 평화롭게 돌 다듬던 날 납치한 주제에!”
“유적 끝에 다다르면 너도 풀어주지.”
“개소리 말고 당장 풀어!”
바락바락 악을 쓰는 난쟁이는 대충 보건대 어쩌다 보니 이렇게 잡혀 온 것 같았다.
아까 오는 내내 왁왁 소리쳐서 남자가 잠재워 놨더니만, 눈을 뜨니 또 저 모양이다.
그래서 결국 난쟁이는 다시 잠들어 축 늘어졌다.
“난쟁이는 뭣 하러 데려온 거지?”
“보면 안다.”
남자는 그러면서 난쟁이를 가볍게 들어 올려 허공에 띄웠다.
그리곤 고개를 까닥였다.
“앞장서라.”
“……제기랄.”
도착까지 몇 명이나 죽을까.
가곤은 한숨을 쉬며 동포들과 함께 떨리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런 한편.
‘우리의 비밀결사는 이렇게 무너져선 안 된다.’
남자는 앞장서는 라이칸스로프들의 등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반드시, 반드시.
록신나의 눈물을 구해 가겠다고.
‘그것만 있으면 우리의 힘을 되찾을 수 있다.’
지금 막 유적에 어떤 일행이 들어선 줄도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