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83)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83화
44. 연금천재 데인 소그레스(4)
우리 가문은 제국 알테온 제국 남부의 지배자다.
그러니까 부자다.
남부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하고 있으며 그 영토의 각종 자원들은 물론 이에 대한 사업권도 꽉 쥐고 있다.
이름도 드높다.
전쟁영웅의 가문이니까.
아버지는 초기 벼랑 끝까지 몰린 알테온 제국을 구원한 영웅이자, 이후 엄청난 무력으로 전장의 분위기 자체를 바꿔 버린 인물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가문엔 돈이 많다. 펑펑 써도 쓴 것 이상으로 돈이 들어올 테다.
때문에 이번 생에서는 돈이 너무 많아 역설적으로 돈에 대한 집착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소그레스 백작가의 재력은 내 재력으로 직결되진 않는다.
나는 지금까지 용돈 수준의 돈만 받아 왔다.
물론 그것도 많은 돈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무언가 하려면 ‘내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건 내 생각을 지금 흔들 만큼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엄청나지. 이거 하나에 최소 크라운 금화 300개는 나갈 거야. 아니, 부르는 게 값이지. 필요한 사람은 두 배, 세 배를 주고라도 살걸.]흥분한 시드레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여기가 아카데미만 아니었어도 당장 날아왔을 기세다.
참고로 아카데미 내에서는 허가된 상황이 아니라면 공간 이동이 쌍방향으로 금지된다.
[이걸 네가 만들었다고? 하, 꼬맹이. 또 일 하나 쳤군. 아카데미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아라벨라 양? 기분이 아주 좋으시겠소.]“감사합니다, 마탑주님. 그런데 저는 걱정부터 드네요.”
[그야 그렇지. 제작자가 요 녀석인 게 알려지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닐 테니까. 제아무리 소그레스 백작가라도 연구와 개발에 미친 마법사들을 모두 막을 수는 없을 것이오.]마력석의 효율이 개선되어야만 할 수 있었던 것들이 가능해진 이상, 마법사들은 엄청난 관심을 보일 것이란 이야기.
“그래서 데인의 의견이 바로 이건데…….”
큰누나는 내가 아까 말한 의견을 대략적으로 전달해 주었고, 시드레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작자를 숨기고 소량만 시장에 푼다?]이번엔 내가 말을 받았다.
“네. 그렇게 되면 보안은 물론 희소성까지 챙길 수 있죠. 당연히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거고요.”
[확실히, 그렇겠군. 그런데 그 보안은 어떻게 유지하겠다는 거냐? 이 정도 물건이면 황실에서도 나설 것 같은데.]나는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씩 웃었다.
“마탑주님이 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이런 미친 꼬맹…….]시드레인은 그야말로 기겁했다.
내가 생각해도 조금 그렇긴 하다.
[아, 음. 아라벨라 양. 큼큼. 내가 너무 흥분했소. 젠장, 이 꼬맹이 녀석아! 마탑 하나 날릴 일 있느냐? 이 정도면 다른 마탑에서 우리 마탑 통째로 집어삼키려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세상에 마력석 효율이 부족해서 못 하는 연구와 개발이 얼마나 많은데!]“안 들키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다 들키면? 나조차도 엄두를 못 낼 가격이라고 이건!]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도와주시면 이 마력석 정기적으로 드릴게요.”
[…….]“돈 안 받고요.”
[……!]수정구가 잠시 잠잠해졌다.
걸려들었어.
[……몇 개나?]“한 달에 두 개요.”
그도 마법사고, 그래서 이 마력석이 당연히 탐날 것이다.
[미치겠네 진짜…….]시드레인에게 부탁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마탑주님의 네트워크라면 이걸 구매할 만한 적당한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렵진 않을 테고, 보안 면에서도 철저하게 유지되겠죠.”
[망할.]시드레인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마탑주다.
그것도 제국에서 손에 꼽히는 메이저 마탑의 마탑주다.
마법사들 인간관계가 바늘구멍처럼 협소하다지만 마탑주까지 그런 건 아닐 테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 대가로 마력석을 지급하겠다는 것.
[어느 마탑에서 출하한 건지 철저하게 숨기고, 구매자도 소수에 한정시키고, 심지어 ‘사연’까지 부여해서 팔겠다?]“바로 그겁니다.”
시드레인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좋아. 후우. 꼬맹이 너랑 만나고 복잡한 일만 생기는 것 같다.]“저랑 안 만나셨으면 지금도 숲에 계시지 않을까요?”
[……젠장. 그래. 백골이 되어서 숲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고 있었겠지!]굳이 그믐의 숲에서 구해주고 치료해 준 빚을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뭐, 애초에 그건 다 갚은 걸로 치고 있었으니까.
[하나 묻자. 이걸 팔아서 뭘 하려는 거냐? 소그레스 백작가가 돈 부족하다는 말은 못 들은 것 같은데.]“언제까지 용돈 타서 쓸 수는 없는 거잖아요?”
[무슨 용돈으로 전쟁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시드레인은 연신 투덜거렸으나 곧바로 방법을 제시했다.
“누구한테 팔지 떠오르는 사람 있으세요?”
[꽤 있지. 당장 연구에 미쳐서 마탑에 처박힌 마법사가 어디 한두 명도 아니고. 그런 녀석들 위주로 하면 먹고 자는데 쓸 돈 빼고 다 내놓을걸?]그럼 판매 쪽은 문제가 없을 것 같고.
[마침 좋은 녀석이 하나 있지.]“그럼 잘됐네요. 아, 그리고.”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이야기해 보았다.
“황실 쪽 거래는 어때요?”
[미쳤냐? 황실 마법사들한테 팔다가 괜히 추적당하면 골 아파.]큰누나도 맞장구쳤다.
“황실 쪽은 무조건 피하는 게 좋아. 거기는 괜히 엮이면 피곤해지는 곳이거든.”
하기야, 국가 상대로 출처가 불분명한 물건 팔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하지만 팔기 시작하면 황실까지 소문이 나는 건 각오해야 해. 그런 면에서 판매자가 누군지 숨기겠다는 계획은 아주 훌륭하다.]좋아.
그럼 결론이 났군.
“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그냥 누가 적합한지 알려 주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정보와 원하는 것만 넘겨주면 됩니다.”
나에게 필요한 건 시드레인의 인맥.
그다음부터는, 내 전생의 경험을 활용할 차례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요?”
* * *
알테온 제국과 드레니크 제국의 오랜 전쟁으로 마법사들의 이미지는 사뭇 커다란 동경을 불렀다.
전장에서 거대한 마법을 쏘아 올려 수십, 수백의 적군을 와해시키는 모습들이 각인되며 멋있고 화려한 직업이란 인식이 생겨 난 것이다.
하지만 마법사들의 일상은 사뭇 지루하고 반복적이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매일같이 코드를 연구하고 짜는 연습을 하고, 필요한 경우 연구와 논문 쓰기에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
마법이 ‘도구’가 아니라 ‘학문’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현상.
그런 의미에서 니륵시온 마탑의 부마탑주, ‘안데스 드라카우’는 오늘도 마력석과 한바탕 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오냐. 내가 이기나 네놈이 이기나 한번 해보자!”
안데스는 씩씩거리며 마력석을 노려보았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놈의 마력석은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마력을 다해 버린다.
그럼 그 순간의 작업이 물거품이 되는 것도 모자라 마력의 배열이 꼬여 버린다.
아무리 조절한다고 한들, 하다 보면 종종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
“염병. 이놈의 망할 마력석은 뭐 나아지는 게 없으니…….”
마력석의 한계는 명확하다.
아무리 각 마탑의 석학들이 머리를 싸매도 그 이상의 효율이 나오질 않는다.
뭘 어떻게 해도 개선되질 않는 것이다.
특히 실험과 연구를 주로 하는 안데스 입장에선 이 미치게 비싼 마력석이 원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쨍그랑!
안데스는 몇 번의 실험 끝에 기어이 또 하나의 최상급 마력석이 박살 나자 허탈한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곤 머리를 감싸며 중얼거렸다.
“이번 달도 적자구나…….”
당연하게도 마탑엔 돈이 썩어나지 않는다.
물론 몇몇 귀족가에서 마탑을 지원해 주곤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법이라는 건 어마어마한 돈을 까먹는 학문이다.
따지고 보면 발명 쪽이 아닌 이상에야 경제성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학문이니.
이런 맥락에서, 아무리 안데스가 부마탑주라지만 한 달에 깨먹는 최상급 마력석이 50개쯤 되자 슬슬 부담이 안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뭘 팔아야 하지? 반지? 아공간? 부마탑주 체면이 말이 아니군…….”
허탈한 웃음을 흘리던 안데스는 다시금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마탑에서 나오는 지원금도 거의 다 끌어썼다. 더 끌어쓰면 예산 집행부에서 연락이 올 것이다.
“대출을 받아야 하나. 5대 마탑은 제국은행서 대출이 잘 나온다던데…….”
하지만 살인적인 이자율로 대출받고 패가망신한 마법사가 한둘이 아니다.
“아티팩트라도 죄다 팔아야겠군. 후우. 자비 충당하면 몇 개월은 버틸 테니.”
마법 전송 플랫폼이 울린 건 그때였다.
기이이잉…….
“뭐지?”
마법 전송 플랫폼으로 뭔가 물건이 나오고 있었다.
작은 주머니였다.
안데스는 습관적으로 발신인부터 확인했다.
[발신인 불명.]“발신인 불명?”
안데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특색 없는 천 주머니 하나 달랑 보내 놓고, 발신인 불명?
하지만 위험한 물건은 아니다.
마탑으로 오는 물건들은 철저한 스캔을 거치니까.
독극물이든 폭발물이든 수신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안데스는 일단 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마력석?”
마력석이다.
다만 일반적인 투명한 마력석과 다르게 녹색을 띤 마력석이다.
“마력석이 왜 녹색이야?”
그리고 함께 담긴 작은 쪽지 한 장.
바스락.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위험한 물건은 아닙니다.]“뭐라는 거야?”
[써 보시고, 마음에 들면 내일 밤 오케사의 여관으로 오십시오. 물건을 준비해 두겠습니다.]무슨 밀매하는 것도 아니고.
장난치고는 재미있었다.
아니, 지금 안데스가 처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코웃음이라도 쳤을 것이다.
“에휴.”
그런데 이상하다.
아무 생각 없이 마력석을 꺼내 봤는데,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찮다.
“이거…….”
안데스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녹빛의 마력석을 들고 작업대로 가져왔다.
안데스는 속는 셈 치고 한번 실험해 보기로 결심했다.
“뭐 문제라도 있겠어.”
누가 보냈는지 몰라도 공짜 마력석이다.
스캔도 거쳐서 안전한 물건일 테고.
거기다 느껴지는 기운도 심상찮다.
뭔진 몰라도, 지금 안데스에게 중요한 건 현재 하는 연구의 진척이다.
당장 이게 안 되면 내년에는 부마탑주 자리 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니까.
“좋아.”
안데스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실험에 돌입했다.
그리고 느꼈다.
뭔가 다르다는 것을.
평소에는 실험 서너 번이면 깨지던 마력석이…… 왜 멀쩡할까?
“이, 이게 무슨…….”
그 이후 다섯 번, 여섯 번을 거듭했는데도 마력석은 여전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심지어-
“진척되고 있어…….”
평소보다 실험 효율이 좋았다.
원래 사용하던 것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되, 된다. 되고 있어! 으하하하!”
안데스는 기쁨에 어쩔 줄 모르며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기를 잠시.
바스락.
안데스는 다시 쪽지를 꺼내 보았다.
[내일 밤, 오케사의 여관으로 오십시오.]“오케사의 여관…….”
안데스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연구를 진척시키고, 그럼에도 여전히 쓸 수 있는 상태로 남은 녹색 마력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어떤 놈이 만든 건지 낯짝 한번 봐야겠군.”
내일, 오케사의 여관에 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