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Joseon's Royal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책임을 전가하다.
신시행이 이야기를 듣고 이이에게 되물었다.
“대마도에 조선이… 군사를 보냈단 말이오……?”
“예.”
“어… 얼마나 말이오……?”
“수륙으로 합쳐서 5만입니다. 그리고 전선은 약 200척을 동원했습니다.”
“5만에 200척…….”
“대명국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전력입니다. 하지만 조선이 어떤 나라인지 보여주기 위해서 나름의 응징을 벌이는 중입니다. 예로부터 왜구의 소굴이었던 대마도를 토벌하고 다시 조선에 복속시키려고 합니다.”
“…….”
이이의 이야기를 듣고 신시행이 할 말을 잃었다.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이이를 가만히 보다가 들었던 것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대마도를 토벌하고 조선에 복속시킨다고……?’
그리고 다시 물었다.
“허… 허면, 그 사실을 폐하께 알려드리기 위해서 온 것이오?”
“예. 대인. 폐하께서 뒤늦게 아시는 죄를 짓기 전에 신하의 도리로 먼저…….”
“그게 말이 된다고 보시오? 왜적이 공격해서 물리친 것은 이해가 되지만, 대마도나 왜국도 엄연히 황제 폐하의 신하국이거늘, 신하국이 신하국을 어찌!”
답을 듣던 중에 신시행이 이이의 말을 끊고 반대의 뜻을 나타내자 다시 풍신수길의 야망을 이이가 알리게 됐다.
“하지만 풍신수길이 조선과 대명국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자는 왕이 아니지 않소?”
“왕은 아니지만 이미 군주의 권력을 넘어섰습니다. 일본을 통일하고 대마도주 마저도 그에게 충성을 바치는 상황입니다.”
“…….”
“이미 신하국이 아니게 되었는데, 아국이 대마도를 치고 왜를 친다고 해서 폐하께 누를 끼치는 일이 되겠습니까? 피를 흘려도 우리 백성들이 피를 흘립니다. 그리고 대마도는 조선의 오랜 고토이자 영토입니다. 이번에 그 땅을 찾아 풍신수길의 황당한 야망도 꺾을 것입니다.”
이이가 단호하게 신시행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신시행이 더 이상 반대의 뜻을 나타낼 수 없었다.
명분을 앞세워서 그를 설득했고 이제 남은 목표마저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이이가 했다.
‘화기에 대한 의심을 걷어내야 한다.’
강력한 무기로 왜적을 소탕했다는 소문이 돌 것이 뻔했다.
그리고 명나라 동창을 통해서 첩보가 확보될 수도 있었다.
미리 취해지는 정보가 흐려지도록 만들어야 했다.
이이가 류전에게 눈짓을 보내자, 멍하니 있던 류전이 정신을 차리면서 수행관들에게 명했다.
“상자를 가지고 와라.”
“예! 대감!”
내각부에 올 때 수행관들이 황제를 위한 선물을 함께 가지고 왔다.
그중 미리 이야기가 이뤄졌던 상자가 있었다.
그 상자를 신시행 앞에 놓고 뚜껑을 열게 됐다.
뚜껑이 열리자 상자를 보던 신시행의 미간이 좁혀지게 됐다.
“이건…….”
이이가 상자 안의 것을 꺼내서 신시행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
“이 무기로 대마도를 토벌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여드리는 것은 조선의 전부를 보여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대명국의 은혜로 화기가 개량되었습니다.”
“화기가 개량되었다고……?”
“위력을 시험해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폐하께 드려서 미처 말씀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만나 뵙지 못해서 아쉽지만,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
조총을 받은 신시행에게 이이가 인사했다.
할 말을 모두 전하고 전해야 할 것도 모두 전했다.
이이의 인사를 받으면서 신시행이 멍한 표정을 짓게 됐다.
이이를 따라 류전이 신시행에게 인사했고, 수행관들에게 지시하면서 내각부에서 나가려고 했다.
“가… 가세.”
“예! 대감!”
선물을 놓고 수행관들과 함께 나서게 됐다.
그리고 나가는 조선 사신들을 신시행이 보다가 손에 들린 조총을 내려다보게 됐다.
“이것을 조선에서…….”
그야말로 정성으로써 만들어진 조총이었다.
총신이 올곧고 길었으며, 손잡이가 되는 나무 부위 또한 잘 깎여서 좋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총열을 감싸는 부품도 형태가 좋아 뛰어난 장인의 손을 거쳤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조총이 형편없었다는 보고가 믿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조총을 살피다가 상자 안에 넣고 황제에게 조선 사신들과 나눈 이야기를 보고하려고 했다.
* * *
내각부에서 나온 이이와 류전이 빈관으로 돌아왔다.
북경에서의 용무를 마치고 바로 조선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짐을 꾸리고 빈관에서 나왔을 때였다.
예부에서 사람이 와서 배웅하려고 했다.
“오! 혹시 예부시랑이시오?”
“그렇소.”
“이곳에는 어찌…….”
“소국 사신들의 방문이지만 그래도 대명국 신하국의 사신이지 않소. 황제 폐하의 위임을 받으신 내각대학사의 말씀을 듣고 배웅하러 왔소.”
예부시랑 심일관이 찾아와서 인사를 건넸다.
그의 인사에 류전이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이가 미간에 골을 새겼으니, 그를 두고 계획했었던 일이 있었다.
‘굳이 다른 사람을 시켜서 감사를 전할 필요는 없겠구나.’
북경을 떠나기 전에 빈관의 관리에게 부탁하려고 했었다.
그 부탁은 심일관을 향한 것이었다.
그리고 본인이 왔기에 따로 부탁해야 될 이유도 없었다.
다만 앞으로 가서 심일관의 손을 잡을 뿐이었다.
“어…? 어찌 이러시오……?”
“조선에서는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응? 무엇을 말이오……?”
“나라와 백성을 지킬 수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
“예부시랑께서 안 계셨다면 참으로 큰일 났을 것입니다.”
“…….”
대뜸 손을 잡고 감사를 전하는 이이의 행동에 심일관이 어리둥절했다.
이이의 이야기가 역관을 통해서 전해졌고, 그와 함께하는 예부의 관리들이 같이 듣게 됐다.
이이의 손이 떨어지자 심일관이 둘러보면서 멋쩍은 웃음을 짓게 됐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병조판서에게 고마운 일을 했었던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니,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좋은 것으로 기억하겠소. 그리고 그저 무사히 잘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오.”
“예. 대인.”
“다음에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오.”
“예.”
마냥 좋은 뜻으로써만 이해했다.
그리고 다시 인사말을 건네는 심일관을 보면서 이이가 옅게 미소를 지었으니, 속으로는 심일관을 향한 분노를 품고 있었다.
조선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오만한 언행을 기억하고 있었다.
황제를 대리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상감을 하대했던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오만방자했던 그에게 마땅히 응징을 가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류전이 잔뜩 눈을 크게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이가 류전에게 이야기했다.
“가시면 됩니다.”
“그… 그렇소……?”
“요동 즘에 이르렀을 때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말을 삼갈 때입니다.”
“아… 알겠소.”
류전은 무슨 일인지 몰라 온갖 생각을 벌이다가, 이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상감에게 받았었던 것을 기억하게 됐다.
아마도 이이가 받은 상감의 쪽지와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말을 아끼면서 류전이 수행관들에게 지시했다.
“조선으로 돌아가자.”
“예! 대감!”
함께 말을 타고 수레 위에 올랐다.
빈관을 떠라 북경성문 밖으로 나갔으니,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산해관을 나가게 됐다.
그리고 요서로 향했으니, 그때 황제에게 조선에서 만들어진 조총이 전해지게 됐다.
며칠 동안 놀기만 하던 황제가 뒤늦게 선물을 받았다.
선물 중에서 조선에서 만든 조총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위력을 확인하려고 했다.
아니, 유희를 즐기려고 했다.
궁중 후원에 사슴 한 마리를 풀고 무관이 장전해 준 조총을 받아 직접 발포했다.
탕!
끼엑!
총탄을 맞은 사슴이 비명을 지르면서 이리저리 뛰었다.
그러다가 피를 토하면서 비틀거렸으니, 머지않아 쓰러지고 호흡마저도 지워지게 됐다.
조총으로 사슴을 사냥한 주익균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신시행에게 물었다.
“지금, 거리가 어떻게 되지?”
신시행이 조총을 장전했던 장수에게 눈짓을 주자 그가 대답했다.
“30보입니다! 폐하의 뛰어나신 실력에 천하 만물의 감탄이……!”
장수의 찬양에 주익균이 손을 들어 보이면서 그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조총을 넘겨주면서 돌아섰다.
직접 조총의 위력을 확인하기 전에 군사들을 통해서 먼저 확인해보았었다.
때문에 쏘지 않은 다른 조총들의 위력과 정확도도 알고 있었다.
그것에 관하여 주익균이 인상을 굳히면서 신시행에게 물었다.
“분명히, 20보에서 총탄이 흩어진다고 들었었는데, 어째서 30보에서 적중이 되지? 짐이 알기로 조선에서 만드는 조총은 10보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야 정확해지는 것이 아니었나? 화약도 그렇게 많이 쓰지도 않고 말야. 어떻게 된 것인지 짐에게 말해 봐.”
하문을 받고 신시행이 자세를 낮추면서 대답했다.
“아무래도 조선의 기예가 많이 발진 된 것 같습니다.”
“고작 1년 만에?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건…….”
“물론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1년 동안 학문을 닦고 과거 시험에 급제하는 놈들도 있는데, 조선이라고 못할 게 무에 있겠어?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애초에 뛰어났었다는 전제가 깔려야 되겠지. 혹은 뛰어난 스승 아래에서 배우던가 말야.”
“…….”
“조선은 이 두 가지 중에서 무엇이지?”
짙은 의심의 눈초리로 신시행을 보면서 따지듯이 물었다.
그 말에 신시행이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으니, 곁에 있던 태감 장성이 눈치를 살피다가 나서게 됐다.
그가 신시행을 대신해서 황제에게 알렸다.
“말씀드리기 황공하오나, 동창에서 취해진 소식이 한 가지 있습니다.”
“어떤 소식이야?”
“예부시랑이 조선 사신으로부터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조선의 병조판서 이이가 예부시랑의 손을 잡고 그 덕분에 나라와 백성이 지켜질 수 있었다고…….”
보고를 듣다가 주익균의 인상이 매우 일그러졌다.
그의 미간이 몹시 찌푸려지자 장성이 더 이상 보고를 이을 수 없었다.
다만 황제의 엄한 명령만 들을 뿐이었다.
“그 새끼 당장 잡아 와. 그리고 조져. 만약에 조선에 기예를 가르쳐 줄 수 있는 범인이 있다면 그놈이 가장 유력할 거야. 지금 바로 짐의 명을 전해.”
“예! 폐하……!”
무거운 황명이 내려지게 됐다.
황명을 받고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범인으로 여겨지는 자였지만, 아직 범인이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황제의 진노가 잘못되어 자신들에게 향하거나 실정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했다.
예부로 군사들을 보내서 심일관을 끌어냈다.
그리고 동창에서 심일관을 향한 고문이 이뤄지게 됐다.
상석에 장성이 앉아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어서 똑바로 실토하지 못하겠는가?!”
“무… 무엇을 말입니까……?”
“조선의 병조판서 이이가 감사를 전했다! 무엇에 대한 감사인가?! 혹, 황제 폐하께서 하명하신 일에 반하여 조선에 어떠한 이로움을 가져다준 것이 아닌가?!”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면 무엇 때문에 조선의 병조판서가 손을 잡으면서까지 감사 인사를 한 것인가?! 예부시랑이 조선에 이로운 것을 준 것이 없는데, 어찌! 사신이 감사를 표한단 말인가?! 분명히 주었던 것이 있기에 고마움을 나타낸 것이다!”
“저… 저는 모를 일입니다……!”
“모르는 게 아니라 숨기려 하는 것이겠지! 여 봐라! 대체 무엇을 하는가?! 어서 죄인이 실토할 수 있도록 고신을 가하라!”
거의 범인으로 여기면서 장성이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형부에서 불려온 관리들이 심일관의 손톱을 뜯어내면서 고통을 가했다.
심일관이 괴로움에 찬 비명을 지르면서 무고함을 주장했다.
“어… 억울합니다…! 창공…! 창공…! 아아악……!”
심일관에게는 그저 황당하고 기막힌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가문이 큰일을 겪는 것은 아닌지 깊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자신이 지은 죄가 없어서 자백할 수 없었으니, 오직 별 탈이 없었던 신체가 몹시 망가질 뿐이었다.
비명을 지르면서 오열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할 뿐이었다.
그렇게 심일관에게 모든 책임이 주어지게 됐다.
비록 그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그의 죄가 밝혀지지도 않았지만, 황제의 진노를 온전히 받게 됐다.
삭탈관직으로 없는 죗값을 받았으니, 신시행에 이어 내각대학사로 임명되는 그의 미래마저도 함께 지워지게 됐다.
심일관이 파직되었을 때 이연의 눈앞에서 후원 창이 떠올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