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163
‘너는 거기서 죽을 거야. 운명을 거스른 별도 이제 끝이 보이는 구나.’
송윤서의 예언은 확정적이다.
그러니 그녀가 예언한 의 죽음은 확정적인 미래였다.
그녀는 미래를 예언할 때마다 누누이 말했다.
자신이 예언한 미래는 결단코 바꿀 수 없노라고.
최악의 결말이 일어나지 않게끔 대책을 모색하고, 예언한 미래를 수단으로 삼으라고.
‘…죽는다면 바라던 바야.’
‘거짓말. 죽기를 바라는 애가 여자애 하나 지키겠다고 흑색던전에 들어가니?’
‘…….’
그때 은하는 아무 말도 못했다.
공략은 예정에도 없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녀 말대로, 그는 백련을 지키기 위해 을 공략할 생각이었다.
남유럽 연합이 에서 가져온 부산물은 흑색던전을 소유한 국가를 혹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최심부에서 전해들었다는 이야기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달궜다.
백련을 위협하는 세력은 달아오른 여론을 이용해 을 공략할 것을 주장했다.
‘그놈들은 흑색던전 공략을 빌미 삼아 방해가 되는 놈들을 처리할 생각인 거야.’
송윤서의 말이 맞았다.
마나관리기구까지 제 손에 떨어뜨린 그들은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강제로 공략 명단에 집어넣었다.
안개꽃 파티도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 공략하는 거야. 우리가 공략하고 돌아오는 순간, 그놈들도 지금처럼 굴지 못할 테니까.’
위기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가 을 공략한다면, 역으로 백련에게 해가 되는 세력을 견제할 수 있었다.
또한 던전에 들어선 놈들의 죽음을 날조하는 일이 가능했다.
아마도 상대측에서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겠지만.
‘무모한 짓이야. 너희가 거기 들어가 있는 사이에 백련은 어떻게 하고?’
‘이 있어.’
‘밖에 없는 거야. 랑 도 없어. 혜림이는 정신이 나갔고, 프리시스는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백련의 손발이 차례차례 잘려나가던 때였다.
그녀를 지켜야 할 호위사들은 그녀를 감시하는 변절자들로 돌아섰다.
최강으로 거론되던 와 는 제3위계 오버랭크 몬스터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고, 간신히 살아난 는 미치고 말았다.
프리시스 메모리는 어느 순간부터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나마 남아있던 세력도 공략을 강제당한 입장이었다.
결국 그녀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류연화밖에 없었다.
‘내가 들어가지 않으면…, 이 들어가야 해.’
‘…그래, 그랬지.’
백련에 해가 되는 세력은 와 가 사망한 현재, 원활한 공략을 위해서라도 이나 둘 중 한 명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참가하겠다고 답했다.
은 백련을 지키는 창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은 그녀에게 양날의 칼이나 다름없어서.
‘내가 보는 미래는 바꿀 수 없어. 네가 거기에 들어가지 않으려 해도, 흐름은 너를 반드시 들어가게 만들겠지.’
‘…….’
‘너희가 부르는 로서 조언할게. 너는 반드시 흑색던전에 들어가고, 심연의 주인에게 죽음을 맞이할 거란다.
그러니 흑색던전에서 마음껏 날뛰렴. 너에게 적의를 품은 이들도, 백련을 해하려는 이들도 거리낌 없이 죽이렴.’
‘…….’
‘그게 운명을 거스른 별이 빛을 다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일이겠지.’
☆
가족들은 저녁이 되도록 놀았다.
도중에 은애가 자이로스윙을 타고 싶다며 생떼를 부리기도 했지만, 키 제한이 있었다.
은애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자이로스윙에 탄 사람들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아빠! 뛰뛰빵빵!”
“은애야, 어디로 갈까?”
“오빠한테!”
은애는 범퍼카 운전대를 잡은 아버지를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조금 전에 놀이공원 한복판에서 울었던 일은 기억도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은아야, 앞! 앞! 앞에서 오잖아!” “엄마 나만 믿어. 내가 얼른 피해…어어? 은하 너!”
은하는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던 은아의 범퍼카를 들이박았다.
충격을 받고 몸이 앞뒤로 흔들린 은아와 어머니가 쫓아왔다.
그럼에도 은하는 요리조리 피해다녔다. 은애에게 시달리는 아버지를 뒤에서 들이박기도 했다.
“은하 잘 타는데?” “누나도 잘 타는데요?”
임가을도 상당한 솜씨를 선보였다. 마치 레이스카를 운전하는 것처럼 핸들을 거칠게 돌린 그녀는 한 번도 충돌을 허용한 적이 없었다.
반대로 이정현은 시작하자마자 아이들이 모는 범퍼카에 치여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에잇! 복수다!”
“…어? 아, 뭐야!”
한순간 은아와 눈을 마주친 임가을.
나란히 달리고 있던 그녀가 방향을 급선회해서는 은하가 나아가던 방향을 가로막았다.
길이 막힌 그가 방향을 바꾸기 위해 핸들을 돌리려던 바로 그때였다.
“엄마! 엄마! 내가 은하 잡았어!”
“그래, 그래. 참 잘했어요, 우리 딸.”
은아가 범퍼카의 속도를 늦추는 일 없이 무방비상태에 있던 은하를 들이박았다.
은아와 어머니는 손을 마주잡으며 들썩거렸다.
그동안 당하기만 했던 두 사람은 안전벨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뛸 듯이 기뻐했다.
“부럽다. 은하 인기 많네?” “네? 무슨 소…리…이…!”
“오빠아!”
“어때 은애야? 아빠가 드디어 오빠 잡았다!”
고소하다는 미소를 흘리던 임가을에게 대꾸하려던 은하는 그만 혀를 깨물고 말았다.
측면에서 아버지가 은애를 태운 범퍼카를 돌진시켰기 때문이다.
“아, 내 혀….”
손으로 입을 가린 은하는 자신을 친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세 방위에서 길이 막힌 상황이었다.
그래도 빠져나갈 구석은 있었다. 핸들을 어찌어찌 돌리기만 한다면야 3시 방향으로 나갈 수 있었다.
“다들 재미있게 노네! 나도 끼어줘!”
이정현이 3시 방향을 가로막지만 않았더라면.
범퍼카에 둘러싸인 은하는 더 이상 나갈 방법이 없었다.
“다 안 가고 뭐해! 얼른 비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은하는 복수를 기약하며 어서 비키라고 손을 휘저었다.
“노은하 메롱! 나 잡아봐라~!”
혀를 내민 은아를 시작으로 길이 트였다.
재빨리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한 은하는 마찬가지로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임가을을 추격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임가을 너부터 가…마…안…!
앞으로 고꾸라지려던 몸이 안전벨트에 묶여 좌석으로 돌아왔다
순간적으로 목과 가슴이 조인 은하는 컥 소리를 내며 뒤를 돌아보았다.
“뛰뛰! 빵빵! 고! 고!”
“고고고!!”
은애와 아버지가 있었다.
두 사람은 남은 시간 동안 그만 노릴 생각인 것 같았다.
아니. 그들만이 아니었다.
“어머, 미안. 거기 있는 줄 몰랐지.”
주행장 끝으로 달려갔다고 생각했던 임가을이 단시간에 돌아와서는 후미를 가격한 것이다.
임가을 저거….
그 후로도 임가을은 오늘 하루 당한 몫을 풀겠다는 식으로 그만을 집요하게 노렸다.
결국 은하는 시간이 지날 때까지 이리저리 치이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날 그가 복수한 것이라고는 회전바구니를 눈알이 돌아갈 정도로 회전시킨 것밖에 없었다.
그 역시 자멸한 꼴이 되었지만.
☆
“…휴가는 잘 보내셨습니까?”
저녁을 먹고 실외에서 실내로 돌아갈 때였다.
남자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오가는 다리 위에서 임가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들과 즐거이 이야기를 나누던 그녀는 젠틀한 외모를 지닌 남자가 다가오자마자 대뜸 한숨을 쉬었다.
박상진이네.
은하는 정장을 입은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선녀 임가을을 지키는 호위사 박상진이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그녀를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았대? 이정현이 귀띔이라도 해줬나?” “아니요! 저 오늘 스마트폰 한 번도 사용한 적 없습니다!”
“제가 그걸 왜 모르겠습니까? 여기 오고 싶다고 누누이 말씀하신 분이 누군데….”
박상진은 새치름하게 고개를 돌리는 임가을에게 답했다.
그녀를 지나쳐서는 은하의 부모님에게 고개를 숙였다.
“가을이가 폐를 끼쳤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었다면 여기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 어어?”
박상진이 명함을 내밀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받은 명함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눈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안경을 들어 눈가를 비비기도 했다.
그럼에도 명함에 나와 있는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뭔데? 아빠 왜 그래?”
“무슨 일이에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은아와 어머니가 아버지의 반응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애써 당황한 티를 감춘 아버지는 명함을 지갑에 집어넣었다.
아무래도 호위사랑 직통으로 연결되는 번호를 받은 것 같은데….
아버지는 조심스러운 시선으로 임가을을 쳐다보았다.
은아은애와 자매처럼 놀았던 사람이 선녀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어찌 대해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꼬마야, 지금까지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형이랑 누나는 사실 아주 높은 사람이야.”
“아, 네.” “어? 반응이 그게 뭐야? 높은 사람이 뭔지 몰라?”
“알아요.” “근데 왜 반응이….”
“이정현. 휴가는 재미있게 보냈나 보지?”
“아닙니다! 근무 중이었습니다. 근무 중 이상무!”
은하에게 소곤거리던 이정현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등허리를 꼿꼿이 펴서는 꾸짖는 어조로 말하는 박상진에게 경례했다.
“근무 중 이상무? 경호 인력을 내쫓았으면서도 이상무라는 말이 나오나 보지?” “네? 형,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경호 인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구만….” “거짓말 치지 마. 무슨 수작을 부렸기에 애들이 정신의 안정을 호소해?”
그 말을 들은 은하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켕기는 구석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설마 경호 인력이었을 줄은 몰랐다.
플레이어가 아니라서 몰랐지.
어째 뛰는 폼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더니….
은하는 어색하게 딴청을 피웠다. 고개를 돌리니 짚이는 구석이 있던 은아도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언니, 이제 가는 거야?” “응, 이제 일 하러 가야 해서. 오늘 정말 즐거웠어.”
다리에 달라붙은 은애를 껴안는 임가을.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오늘 하루 즐거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은아는 훌륭한 플레이어가 되고. 아카데미에서 못살게 구는 사람 있으면 청와대에 신고해버려.” “네? 청와대에요?”
“올릴 때 꼭 네 이름으로 올리고.” “…응…?”
은아는 손을 잡고 흔드는 임가을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임가을은 은하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은하도 훌륭한 플레이어가 되고.” “저는 플레이어 안 할 건데요?”
“거짓말.”
“…….”
옥구슬이 구르는 듯한 소리로 키득거리는 임가을.
은하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 세상은 영웅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세상이란다.”
“…….”
“아프지 말고. 네가 아프면 누나 마음도 아파 얘.”
은하는 담담한 시선으로 임가을을 응시했다.
임가을은 단순히 청순가련한 여인을 연기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그가 그녀를 보고 있었듯이, 그녀 역시 그와 그의 가족들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
그녀가 별안간 그를 끌어안았다.
“오늘 하루 정말 즐거웠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립스틱이 번진 뺨에 손을 얹은 은하는 멀어져가는 그녀를 얼이 빠진 얼굴로 바라보았다.
호위사들을 대동한 그녀는 즐거운 듯이 발걸음을 놀리고 있었다.
내가 지금 뭘 당한 거지?
내가 지금 뭘 당한 거야?
“…엄마, 나 물티슈 좀.”
얼른 립스틱을 닦고 싶었다.
닦아야 했다.
어서 이 기억을 닦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물티슈를 달라고 불렀는데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어?”
은하는 립스틱이 번지도록 뺨을 문지르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살그머니 물러나고 있었다.
“우리 은하, 인기 많네. 예쁜 언니한테 뽀뽀도 받고.”
뭐가 그리 불만인지 목소리와 미소가 따로 노는 어머니.
“여름 언니 좋아해? 나보다 더?”
허리에 손을 얹고 입술을 삐죽 내미는 은아.
“오빠는 우리 오빠야아….”
눈물을 흘리며 은하에게 매달리는 은애.
“…저, 저기요?”
은하는 세 사람에게 뽀뽀를 해주고 나서야 화를 피할 수 있었다.
☆
“어디를 가더라도 행선지는 알려주십시오. 당신한테 문제라도 생기면 큰일이니까.”
“그건 여배우 임가을의 매니저로서야? 아니면 호위사로서야?”
임가을은 운전석 너머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아무 말이 없었다.
박상진은 입을 다물었다.
“어휴, 이 형 또 이러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이정현이 투덜거렸다.
박상진은 “시끄러워.”하고 말하고는 리무진을 몰았다.
“그럴 줄 알았어.”
피식 웃은 임가을은 좌석에 몸을 파묻었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빛이 드문드문 지나가는 터널 안.
그때도 그녀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터널 안에 있었다.
‘─그래서요? 할아버지는 저한테 대통령이라도 되라는 말인가요?’
극장을 습격한 몬스터들을 상대로 의 기프트를 자각한 그날 이래.
그녀는 모든 스케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그녀를 대한민국의 희망이라 부르짖었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희망이 되어달라고 애원했다.
그때 그녀의 증조부 문준이 찾아왔다.
문준만이 아니었다.
남궁성운도, 백서진도.
세 사람은 그녀에게 희망이 되어
달라 부탁했다.
‘대통령이 아니라 선녀다.’
자조하듯 답하는 문준.
가만히 있던 남궁성운이 말을 보탰다.
‘네 힘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어. 혼란스런 세상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가을이 너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굳은 의지를 보이는 문준과 남궁성운의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박상진의 손을 잡았다.
‘오빠, 할아버지들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오빠가 뭐라 말 좀 해봐. 나는 연기가 하고 싶은 거지, 정치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고….’
‘…가을이 너도 알잖아.’
‘뭐가.’
‘더 이상…, 배우가 될 수 없다는 걸.’
‘…….’
그녀는 입을 앙 다문 얼굴로 박상진을 노려보았다.
그때도 그는 이런 식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사람들은 더는 그녀가 배우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제는 어디를 가더라도 여배우 임가을을 찾아주지 않았다.
‘네가 좋아하는 연기…, 하면 되지.’
견디기 어려운 침묵 속에서 입을 열었던 이는 백서진이었다.
그동안 분위기를 살피고 있던 그는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이 나라의 희망이 되는 선녀를 연기하면 되는 거지 뭘. 연출은 우리, 관객은 국민들이고.’
‘그게 어디 희망인가요? 가짜 희망이지.’
‘그게 진짜든 가짜든 중요한 게 아니야. 사람들이 너로 인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때 자신은 뭐라 답했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결국 세 사람에게 설득당해 희망을 연기하는 선녀가 되기로 결심한 것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물론 선녀를 허투루 연기할 생각은 없었다.
필요한 소양이라면 무엇이든 익히려 했다.
그럴수록 힘에 부쳤다.
인생을 바쳐 세상을 상대로 선보이는 연기는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옛날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자신의 힘을 저주하기도 했다.
아니, 저주한다.
지금도.
선녀는 이 나라의 희망이 아니라,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이자, 사람들의 절망을 받아내는 욕받이에 불과하다.
그러니 가끔은─.
“─임가을이라는 사람을 걱정해서 하는 말입니다.”
임가을은 운전석 너머로 시선을 향했다.
백미러에 비친 눈동자가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가끔은 쉬어도 되겠지.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에는 청와대에 도착해 있으리라.
리라이프 플레이어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