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ad Demon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기억하기 위해 애를 썼다.
나는 산적들이 등 채주를 때려죽이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등 채주는 본래 당연히 수하들보다 강할 것이다. 그러나 수십 명의 주먹질과 발길질은 막지 못했다. 특히 힘이 센 놈들이 먼저 등 채주를 붙잡았기 때문에 반격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몰매를 맞고 숨이 끊어졌다.
나는 다시 태사의에 앉아서 산적들을 자세히 훑어봤다.
“…….”
내가 주둥아리를 닫자, 새소리와 풀벌레 우는 소리만 들리는 상태.
새삼스럽게 경치 좋은 산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남악맹의 본채를 둘러보고, 주변 풍광도 훑어보다가 다시 산적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얼굴을 기억하려면 오래 봐야 하고, 관상을 살피려면 유심히 봐야 한다.
나는 일각 정도를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산적들을 훑다가 말했다.
“무림맹과 대치하고 있을 때, 무슨 자신감이 있어서 우리를 보고 웃었지? 일천 명 대 일백 명. 어떻게 되겠지. 싸우다 보면 이기겠지. 이런 생각이 들었나? 무서워할 것 없다. 말하고 싶은 놈들은 편하게 대답해라. 등 채주가 죽었으니 나도 너희와 이야기를 나눠 볼 생각이야.”
한참 침묵이 이어지다가 한 놈이 대꾸했다.
“저희는 야율 맹주를 믿었습니다.”
“야율 맹주를 어떻게 믿을 수 있지? 무림맹주가 직접 왔는데 말이야. 너희는 맹주 임소백이 누군지 몰라?”
이번에는 다른 놈이 대꾸했다.
“아까 싸울 때 귀곡문주(鬼谷門主)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임 맹주의 일검에 칼이 부러지면서 그대로 즉사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 귀곡문주가 야율 맹주에게 자신과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었나? 아까 혹시 비쩍 마른 놈이었나? 너희 맹주와 함께 등장했던.”
“예.”
산적들이 실로 무식했다.
어찌 귀곡문의 문주라는 사내가 무림맹주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
산속에서 보고 들은 것이 제한적이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사내는 임소백 맹주가 아니라 야율 맹주였을 것이다.
“그러면 아까 내가 절기로 만들어낸 구체를 만들었을 때. 그 구체에 뛰어들던 놈도 녹림맹이 아니었나?”
“예, 귀곡문 소속입니다.”
“좋아. 사정을 대충 이해했다. 어쨌든 귀곡문 놈들은 무림맹에 원한이 있었겠지?”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무림맹에 원한을 가진 사파의 고수들은 많다. 그들의 사부나 사형제가 죽었기 때문일 터.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산적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그런데 왜 그렇게 전부 무식하냐. 산속에 틀어박혀서 그런가. 정말 무식하기 짝이 없군.”
“…….”
“무식 그 자체다. 이것은 글을 배웠거나 배우지 못했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너희들 인생 자체가 무식하다. 어째서 그럴까. 너희 야율 맹주가 그렇게 강했다면 녹림이 아니라 흑도나 무림맹에서 활동하지 않았을까.”
한 놈이 감정을 섞어서 대꾸했다.
“무식하니 산적질을 하고 있죠.”
“좋아. 상당히 무식한 발언이었는데 죽이진 않으마. 일어나봐. 누구야?”
한 놈이 쭈뼛거리면서 일어났는데, 딱 봐도 무식해 보였다.
“앉아라. 무식하게 생겼으니 봐주마.”
“예.”
나는 한숨을 내뱉은 다음에 산적들을 노려보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무식한 것과 산적질을 하는 것은 관련이 없다. 그것은 무식함에 대한 모욕이야. 너희는 무식하다는 것보다 수준이 낮다. 세상에 있는 무식한 자들이 전부 너희처럼 산적질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너희가 하는 일은 고개를 넘는 상인들을 칼로 겁박해서 돈을 뜯어내고, 아녀자를 납치하고, 많은 수로 적은 수를 핍박하는 일을 주로 하는데. 나름의 전략도 있고 머리도 굴리기 때문에 무식하다는 것과는 맞지 않아. 아주 전략적으로 병신 같은 일을 하는 머저리 새끼들이라는 게 오히려 맞는 말이지. 내 말을 이해했나 모르겠네. 야, 너.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지목한 놈이 대꾸했다.
“전략적으로 병신 같은 일을 하는 머저리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너희다.”
“…….”
“그럼 무식한 건 뭡니까?”
“본래 무식하다는 것은 어떤 것을 보지 못했고, 들은 바가 없고, 어떤 분야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죄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야. 그냥 무식한 거지. 무림맹주가 얼마나 강한 사내인지 몰랐다는 것은 무식하다고 할 수 있지. 산적질과는 조금 다른 일이다.”
“…….”
“하지만 사람들이 아무리 무식해도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고갯길을 넘는 상인을 줘패서 돈을 빼앗거나 때려죽여서 어딘가에 파묻진 않아. 이것은 무식과 엄연히 다르다. 요약하면, 염치가 없는 것이다.”
“염치가 무엇인데요.”
“부끄러움을 모르는 거라고.”
상당히 보기 싫은 관상을 가진 놈이 이렇게 대꾸했다.
“부끄러움이 웬 말입니까? 어차피 저희가 약자를 패는 것이나. 무림맹이 저희를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나는 대꾸한 놈을 바라봤다.
“내가 지금 너랑 논쟁을 하자는 거 같냐? 말장난을 걸어? 내가 논리로 반박하면 너는 비슷한 사례로 반박할 놈이야. 너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놈이라서 그렇다. 무식한데 염치까지 없으면 대체로 인정할 줄을 모른다. 내가 어디서 학관이나 다니면서 글이나 읽은 학사로 보이나 보네. 이 우스운 새끼. 사람 잘못 봤다.”
나는 태사의에서 일어났다.
“뒤질려고 환장했구나.”
말장난을 했던 놈이 갑자기 도망가려고 하자, 옆에 있는 덩치 큰 놈이 팔을 붙잡았다.
“놔라!”
산적 부두목같이 생긴 놈이 도망가려는 녀석의 뒷덜미를 붙잡더니 내가 있는 곳으로 가볍게 던졌다. 나는 공중에서 허우적대는 놈을 향해 흑묘아를 뽑았다가 터지는 핏물을 본 다음에 흑묘아를 도로 집어넣었다.
푸악― 소리와 함께 반으로 갈라진 시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산적들의 얼굴이 다시 창백해졌다.
나는 혀를 차면서 다시 태사의에 앉았다.
“사람 잘못 봤다. 이 새끼들아. 그나저나 너희가 장가산단을 습격했다며? 무림맹주는 장가상단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을 것이다. 임 맹주는 화가 나서 형산 지부에 백도 세력을 소집한 다음에 직접 밤새 걷고, 딱딱한 육포를 씹어대고, 졸음도 참아가면서 이곳에 왔다. 맹주 자리는 그냥 무림맹에 가만히 있어도 명예와 부를 누릴 수 있는데 너희 같은 병신 같은 놈들을 죽이겠다고 이 먼 곳을 왜 왔을까? 그것은 너희를 죽이려고 온 게 아니라상인을 보호하겠다고 행차한 거다. 산적 새끼들아, 나랑 논리로 붙으려고 하지 마. 칼싸움도 안 되고, 논리도 안 돼. 알았어?”
“예.”
“너희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돈을 뺏기 위해서고. 무공이 고강한 맹주가 너희를 죽이려는 것은 너희보다 약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착각하지 마라. 아주 모욕적인 발언이야. 그리고 나를 봐라.”
“…….”
“나는 임 맹주와 또 다르다. 너희랑도 다르고. 주둥아리 조심하는 게 살길이다. 그나저나 내가 왜 이렇게 나불대고 있는지 아는 사람?”
아까 도망가려던 놈을 붙잡았던 덩치 놈이 대꾸했다.
“살려줄 놈, 죽일 놈 구분하시려고 그러시는 거 아닙니까.”
나는 눈을 크게 뜬 채로 산적 부두목처럼 생긴 놈을 바라봤다.
“이야, 너 똑똑하다. 이리 와봐라.”
덩치가 산만 한 놈이 일어서더니 내 앞에 다가와서 다시 무릎을 꿇었다.
나는 덩치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너 대체 몇 살이야?”
“열아홉입니다.”
“깜짝이야. 너 왜 이렇게 삭았어?”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태생이 장사(壯士)였나 보구나.”
“예.”
가끔 이런 놈이 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신체가 유난히 강건했을 것이다. 딱 봐도 외관상 서른은 넘어 보였는데 열아홉이라고 하니 나도 황당했다.
“이름이 뭐냐.”
“장산(張山)입니다.”
“장산아, 너는 부끄러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무릎을 꿇고 있는 덩치가 공손하게 대꾸했다.
“여기서는 부끄러움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도 모릅니다.”
“그럼 내가 알려줄게.”
“예.”
“너는 지금 열아홉에 힘이 뛰어난 장사다. 그런 네가 이곳에서 일이 년 붙어 있는 것은 큰 틀의 운명이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네가 이곳에서 녹림맹이 하는 짓거리를 십 년 정도 지켜봤다고 해보자. 나이는 스물아홉 정도 처먹었다고 치고. 그때도 네가 생각 없이 약자를 괴롭히고 상인을 때리고 물건을 빼앗는 스물아홉 살의 산적으로 살고 있다면 그것은 운명이 아니고 네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병신이기 때문이야.”
“예.”
“혹은 네가 십 년간 무공을 치열하게 수련해서 녹림맹주 놈을 네 손으로 때려죽이고 이곳을 모두 장악한 다음에 산적질이 아닌 다른 살길을 모색했다면 그때의 너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면 사내라 불릴 만하다.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정하고 살길을 홀로 모색해서 독립한 사내, 그것이 상남자다.”
나는 미간을 좁힌 채로 장산에게 말했다.
“너처럼 힘만 세다고 해서 사내가 아니다.”
“그렇습니까?”
“왜? 십 년 후에도 산적질 하려고 여기에 붙어 있었나?”
나는 손을 내저어서 장산을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일어나서 돌아가는 장산의 얼굴을 살펴보니, 어느새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어느 정도 부끄러움을 아는 놈이라는 뜻이었다.
‘한 놈 건졌고…….’
나는 태사의에 기대서 산적들을 바라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너희는 나를 죽이고 싶겠지만, 나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을 알아다오. 나도 너희를 하나하나 다 때려죽이고 싶다. 그게 난 편해.”
장산이 대답했다.
“아까 보니까 공자께서 저희 녹림맹을 가장 많이 죽이셨습니다. 방금 하신 말씀과 말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좋아. 잘 지적했다. 내가 가장 많이 죽였지. 너희 형제들, 너희 상관, 부하, 착한 산적, 못된 산적……내가 흔적도 안 남긴 채로 몰살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일백 명을 압도적으로 때려죽이지 않고. 평범하게 무림맹 일백 명과 너희 일천이 맞붙었다고 가정해보자. 어차피 너희는 못 이겨. 행여나 아까 싸움에서 무림맹원이 한두 명 죽었다고 가정해볼까?”
“…….”
나는 전생에 벌어졌던 진실을 그대로 입에 담았다.
“너희 일천 명의 병신 같은 놈들은 오늘 해가 지기도 전에 임 맹주에게 다 죽었어. 임소백은 그런 사내다. 맹원에 대한 책임감이 큰 사람이야. 내가 일백 명을 무자비하게 죽인 다음에 대체 몇 명이나 살아남았지?”
장산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대꾸했다.
“대부분 항복했습니다.”
나는 장산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의도했던 바다. 믿든 안 믿든 간에…….”
나는 산채의 풍광을 둘러보다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남악은 너희 것이 아니다. 너희 목숨도 내 것은 아니고. 임 맹주에게 말해서 내가 여기를 잠시 맡게 되었지만 사실 내게 너희를 전부 아우를 실력이나 인성은 없어. 무림맹이 떠났으니 나도 이제 그만 죽이마. 너희도 떠나고 싶은 놈들은 지금 일어나서 남악을 내려가도록. 살려줄 테니, 지금과 다른 인생을 살아보도록 해. 내 인내심은 여기까지야. 생각 바뀌기 전에 일어나라.”
나는 태사의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산적들을 바라봤다.
나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살려준다니까 못 믿겠어?”
여기저기서 내 말에 대답했다.
“예.”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너희들 얼굴 보는 게 역겹다.”
“…….”
“용모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너희는 표정에서 생각이 너무 잘 드러나. 그 생각을 읽는 것이 매번 역겹다. 보기 싫을 뿐이니 떠나라. 나는 말이 오락가락하는 사내지만 약조한 것은 지키는 사내야. 지금 안 떠나면 기회가 없을 거다.”
잠시 후에 한두 명이 일어나서 내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나는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산적질은 하지 마라. 임 맹주가 화가 나면 다른 녹림 세력도 곧 공격하게 될 거다.”
이 말을 기점으로 여기저기서 산적들이 일어나더니 삼삼오오 모여서 눈치를 보다가 녹림맹의 본채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어찌 된 노릇인지 남은 놈들이 더 많았다.
나는 남은 놈들에게 말했다.
“편히 앉아라.”
그제야 무릎을 꿇었던 산적들이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았다. 나는 산적들을 가까이 모이게 한 다음에 말했다.
“한 명씩 나를 바라보면서 이름을 말해.”
어차피 나중에는 반드시 까먹게 되겠지만, 나는 산적들의 이름을 외우려고 애를 써봤다. 좌측에 있는 산적들부터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산적들을 바라보면서 무공을 익힐 때처럼 신경을 집중한 채로 이름을 외웠다.
한바탕 이름을 말하는 것이 끝이 났을 때.
나는 산적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전손, 우문수, 후웅, 등익, 염이락, 장산, 염원기, 도대삼, 구준, 구평. 너희 둘은 형제인가?”
구준과 구평이 동시에 대답했다.
“예.”
“그래. 종사찬, 과우춘, 포충아, 양호, 장손락, 남주경, 이찬, 조가성, 위광…….”
나는 외우고 있는 이름을 전부 읊었다. 도중에 몇 번 틀릴 때마다 산적들이 정정해줬다. 기어코 산적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부른 다음에 숨을 크게 내쉬었다. 별 것 아닌 일인데도 숨이 찼다.
조가성이라는 놈이 내게 물었다.
“어떻게 그걸 다 외우셨습니까?”
“놀라지 마라. 금방 다 까먹는다.”
나는 이름을 부른 산적들을 둘러보다가 말했다.
“어쨌든…… 너희는 내가 죽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러고 나서, 산적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나는 하오문주 이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