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ad Demon RAW novel - Chapter 50
50화. 나는 다시 광마가 되겠지만
금해는 평소에 자신이 누구 못지않게 똑똑하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흑묘방의 냄새나던 하인 놈의 무공이 이렇게 강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고. 갑자기 나타난 홍신이 하인 놈에게 사형이라고 부르면서 극히 두려워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본래 홍신의 성격도 매우 시건방진 편이어서 사신장을 만나도 이렇게 두려워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홍신은 대나찰 사부를 만나도 할 말은 하는 여인이었다.
그런 홍신이 하인 놈을 무척 두려워하고 있었다.
‘대체 이놈은 누구지?’
금해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냄새나던 하인 놈의 정체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 * *
나는 금해가 알고 있는 의원을 만나러 가는 동안에 전생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아마도 내가 알고 있는 의원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문득 나는 덜컹거리는 마차에서 표정이 복잡해지고 있는 금해를 바라봤다.
“돼지야.”
금해는 저도 모르게 존댓말로 대꾸했다.
“예?”
“머리 굴리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잠시 생각을 비워라. 욕심을 내려놓고, 상황을 받아들여. 네가 똑똑하다고 세상일을 전부 알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야.”
금해가 무어라 대답하려는 찰나에 옆에 있는 홍신이 무표정한 얼굴로 한 손을 치켜들었다.
‘따귀……!’
금해는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면서 겨우 대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생각을 비우겠습니다.”
순간, 금해는 호흡이 가빠지면서 기혈이 뒤집힐 것처럼 보였다.
나는 금해의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혀를 찼다.
“호흡을 가다듬어라. 그러다 주화입마 온다.”
“예.”
“집에 그렇게 돈이 많은데 주화입마를 당하면 아까운 돈도 다 못 쓰고 승천할 거다. 정신 차려.”
금해는 급히 눈을 감은 채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저 말을 들으니 더 미칠 것 같았다.
놈이 하인이든, 미친놈이든, 녹 사형이든 간에 지금 호흡을 차분하게 다스리지 않으면 정말 주화입마가 올 것 같은 상황이었다.
* * *
백염초와 돈을 챙긴 나는 홍신과 먼저 마차에서 내리고.
마부는 안색이 창백한 금해를 부축했다.
어쩌다 보니 정말로 중환자를 데려오게 되었다.
사실 심마(心魔)는 별 게 아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잃게 되면 심마는 어떠한 형태로든 찾아오게 되어 있다.
금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 그리고 그 돈으로 사들인 영약으로 차곡차곡 쌓아둔 내공일 것이다.
그 두 개를 나한테 뺏긴 데다가 갑자기 등장한 홍신 사매에게 연신 따귀를 처맞았으니 심마가 충분히 주화입마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미치기 직전이라는 말씀.
“먼저 들어가라.”
나는 홍신, 금해, 마부를 먼저 들여보낸 다음에 바깥에서 간판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모용의가(慕容醫家)」
흔하지 않은 모용 씨가 운영하는 의가(醫家)라면, 잘 찾아온 것 같다.
나는 이 재회가 참으로 뜻깊었다.
앞으로 이놈과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지게 될 것인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내가 들어가자, 모용의가의 젊은 주인장이 직접 환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공자부터 안으로 빨리 모셔라.”
의녀들이 금해를 부축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잠시 다가가지 않은 채로 머리에 하얀 띠를 두르고 있는 청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단정한 옷차림, 깨끗한 얼굴, 간간이 웃는 모습까지 내겐 너무 낯설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놈도 정말 행복하고 멀쩡한 시절이 있었구나…….’
마부의 설명이 대충 끝나자, 홍신이 말했다.
“의원은 일단 우리 사형의 말씀도 들어보도록.”
나는 홍신을 불렀다.
“홍 사매.”
“예, 사형.”
“모용 선생께는 항상 존댓말을 하도록.”
홍신이 긴장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알겠습니다. 사형.”
우리 의원 선생께서는 나를 힐끔 바라봤다가 상황을 정리했다.
“금산의 공자님은 내상을 입으셨으니 운기조식부터.”
한 의녀가 대꾸했다.
“예.”
“말을 걸지 말고 주변에 다가가는 사람 없도록 차단해라. 그리고 처음 뵙는 신장께서는 어디가 불편하신지요?”
질문을 받고 나서야 나는 가면을 벗고, 꽤 오랜만에 놈과 눈을 마주쳤다.
“…….”
당연히 우리는 현생에서 처음 만나는 사이였으니 이놈이 나를 알아볼 리가 없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일양현에 사는 이자하라 하오. 하오문이라는 자그마한 단체의 문주요.”
모용 선생이 당황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십이신장이 아니시고요?”
나는 가면을 한 번 바라본 후에 대꾸했다.
“우리 자그마한 하오문은 지금 대나찰과 전쟁 중이오. 이 가면의 본래 주인은 홍신에게 죽었소.”
대나찰과 전쟁 중이라는 말에 모용 선생은 눈을 연신 껌벅였다.
“아, 그러시군요. 어쨌든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홍신 신장께서는 안에 들어가서 누워 계십시오. 그리고 문주님은 어디 불편하신 곳이?”
“나는 그저 계산하러 왔소. 불편한 곳도 딱히 없고. 선생의 의술 실력이 출중하다고 해서 궁금하긴 했었소.”
놈이 멋쩍게 웃다가 자신을 소개했다.
“아, 그러시군요.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모용백(慕容白)이라 합니다.”
모용백이 의녀들에게 이것저것 시키자, 의녀들이 홍신과 마부를 안내했다. 홍신은 의녀에게 끌려가는 와중에도 내게 보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형, 치료하고 오겠습니다.”
“오냐.”
사람들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모용백과 잠시 둘만 남았다.
모용백이 물었다.
“대나찰과 싸우고 계신다는 말씀이 정말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백염초 상자를 올려놓은 탁자로 모용백을 불렀다.
“선생, 잠시 와보시오.”
내가 상자를 열자, 모용백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것이 왜 여기에?”
“선생이 감정했소?”
모용백이 맞은편에 앉으면서 대꾸했다.
“예, 진품입니다.”
“몇 년 정도라 보시오?”
“보통 뿌리의 굵기와 잔가지의 개수로 파악하는데 적어도 일백 년은 넘습니다.”
“삼사백 년은 아니고?”
“그것은 좀 무리지요. 이것이 비싸다 보니까 험지에 있는 것도 어떻게든 캐내서 중원으로 넘어옵니다. 백 년산도 요새는 희귀합니다.”
그 와중에도 금해가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다.
“나는 벌써 세 뿌리를 먹었소.”
금해의 내공도 쪽 빨았고.
모용백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 축하드립니다.”
나는 궁금한 것을 물었다.
“선생도 수련하고 계시오?”
“아무래도 강호인들을 치료하다 보니, 저도 공부를 해야 해서요. 내공도 쌓고 있고, 다른 수련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강호인들의 부상은 일반 환자와는 달라서 치료하는 것이 더 힘듭니다. 괴이한 독에 당할 때도 있어서 복잡하지요.”
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이놈이 이렇게 정상이었다니…….’
문득 의원 내부를 둘러봤다. 깨끗하게 정돈이 잘 되어 있는 집이었다. 나는 잠시 깍지를 낀 손에 이마를 댄 다음에 생각에 잠겼다.
은혜가 있으면 갚고, 원한이 있으면 두 배로 갚는다는 독고생의 말이 떠올랐다.
실은 나도 크게 다르진 않다.
“문주님, 어디 불편하십니까?”
내가 고개를 젓자, 모용백이 백염초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아시겠지만 백염초는 극양의 기운을 북돋기 때문에 복용하고 나서는 화병(火病)을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나는 고개를 들면서 대꾸했다.
“나는 본래 화가 많으니 괜찮소.”
“문주님, 화가 많으면 더더욱 조심하셔야지요.”
“그 화를 적절하게 풀고 있으니 괜찮소.”
모용백이 궁금하다는 것처럼 물었다.
“어떻게 푸십니까?”
“그러게 내가 어떻게 풀었더라. 솔직히 말해도 되겠소?”
“의술을 익힌 자는 환자의 비밀을 함부로 누설하면 안 됩니다. 편히 말씀하십시오.”
나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일전에 우리 집이 홀라당 불에 탔소. 객잔을 겸하는 집이었지. 울화통이 치밀더군. 그래서 불 지른 놈을 죽였소. 속이 뻥…….”
이런 고백일 줄은 몰랐던 모용백이 당황했다.
“아, 예.”
“알고 보니 내가 죽인 놈들이 흑묘방의 허락하에 흑도 방파를 세우려는 놈들이었더군. 그래서 흑묘방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서 따졌소. 불러서 모욕감도 안기고, 개처럼 꿇어앉으라는 말을 하질 않나. 그래서 죽였소. 속이 뻥…….”
모용백은 저도 모르게 갑자기 자세를 바로 했다.
“아, 예. 그러셨군요.”
“그랬더니 살수를 보내더군.”
“흑묘방이요?”
“살수 놈은 근성이 있어서 살려뒀소. 놈과 돼지통뼈를 나눠 먹은 다음에 흑묘방으로 쳐들어갔지. 솔직히 신이 났소.”
모용백이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웬만하면 흑묘방주도 살려줄 생각이 요만큼은 있었는데, 뭐랬더라? 흑도는 핥으라면 핥고, 짖으라면 짖고 뭐 하여간 그런 말을 들었소. 담벼락으로 날려 보낸 다음에 핥으라면 핥을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바로 승천했소.”
“아, 흑묘방주가 죽었습니까?”
“공식적으로는 아직 죽지 않았소. 내가 흑묘방주 행세를 하고 있거든.”
나는 녹술의 가면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이것처럼 말이오. 지금은 내가 흑묘이자, 녹술인 셈이오. 이해하셨나?”
모용백이 신기하다는 것처럼 말했다.
“정말 화를 그때그때 잘 푸셨군요.”
“울화병이 생기지 않게 잘 풀었소.”
모용백이 심각한 표정으로 어조를 낮췄다.
“이런 걸 여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편히 물어보시오. 우리 모용 선생.”
모용백이 속삭였다.
“대나찰의 적이신데, 그들의 제자를 치료해주러 오신 겁니까?”
“핵심을 잘 짚었군.”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모용백을 바라보다가, 손가락 두 개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뚜벅뚜벅 걷는 모양을 흉내 냈다.
“한 강호인이 있소. 이렇게 뚜벅뚜벅 걷다가. 만나는 사람마다 죽이고, 또 죽이고, 설사했다고 죽이고, 방구 좀 꼈다고 죽이고, 살려줄 법한 사람도 죽이고, 모르는 사람도 죽이고, 죄다 죽이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오?”
“경청하겠습니다.”
“마도(魔道)가 되는 거요.”
내 손가락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모용백을 향해 다시 걸었다.
“집을 불태운 놈은 죽이고, 포악한 놈들도 죽이지만 그래도 살려서 쓸만하다 싶으면 봐줬소. 못된 말을 하던 여인, 밥값 계산하던 살수, 어렸을 때 납치되어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힘들었던 사내는 살려두었지.”
잡소리가 끼어있긴 했으나 모용백은 말의 맥락을 잘 이해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그게 흑도(黑道)입니까?”
“아니지. 이것은 흑도를 대하는 자세요. 그래도 몇 놈은 갱생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은 채로 사람을 대하는 거요. 설령 내가 나중에 다시 배신을 당하더라도, 그것까지 내가 감당하겠다는 태도지.”
모용백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럼 문주님은 백도(白道)입니까?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협객.”
“나는 백도가 아니오. 지금은 되기가 어렵지.”
“어째서요?”
“덕이 없어서.”
“모든 백도가 덕이 있진 않을 텐데요.”
나도 동의하는 바다.
“그러나 그들의 개파조사, 초대 장문인들은 대부분 덕이 높았소. 실력도 뛰어났지. 그들의 제자, 그 제자의 제자들이기 때문에 백도인 것이오. 전통의 힘이지. 반면에 나는 그렇지 않소. 불에 탔던 내 집은 객잔이었고, 나는 점소이였거든. 나는 근본이 없는 놈이라서 백도가 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하오문은 그럼…….”
“내가 만들었소.”
환자의 심리 상담은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내 이야기에 한참 빠져 있었던 모용백은 환자에게 와달라는 의녀들의 요구에 겨우 의자에서 엉덩이를 뗐다.
“문주님, 이따 다시 이야기하시죠. 죄송합니다.”
“편히 일 보시오.”
내가 이 녀석에게 마도, 흑도, 백도를 설명한 것은 이유가 있다. 모용백이 일찌감치 이것의 차이점을 알아줬으면 하는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전생의 모용백은 그가 익힌 의술로 나를 주화입마에서 구했던 놈이다.
그 은혜를 갚으려면 사실, 지금 내가 가져온 백염초 네 뿌리와 금자가 담긴 상자를 통째로 건네줘도 부족할 것이다.
나는 앞으로 모용백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섣불리 예상할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각자의 운명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전생에는 이랬다.
신의라고 불릴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모용백은 대나찰과 분쟁이 발생해서 멸문지화를 입는다.
하지만 신의(神醫) 모용백은 살아남아서…….
독마(毒魔) 모용백이 된다.
그리고 대나찰은 앞서 말했다시피, 독마에게 죽는다.
새삼스럽게 강호는 이런 곳이다.
점소이는 광마가 됐고.
신의는 독마가 됐다.
내가 만사를 제쳐두고 이 사내를 찾아온 이유는 이렇다.
나를 도와줬던 사람의 불운을 막을 수 있다면.
독마라는 별호를 가진 사내와 함께했던 나날은 그저 추억으로 남겨둘 생각이다.
나는 다시 광마(狂魔)가 되겠지만.
이 녀석까지 다시 독마가 될 필요는 없다.
미치는 것은 나 혼자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