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273
◈ 273화
석양이 수평선에 가라앉고 어두운 그림자가 섬을 통째로 집어삼킬 즈음이었다.
강서준은 들판을 가로지르며 들려오는 켈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제가 백귀가 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하나는 알겠어요.”
“뭘?”
“당신이 얼마나 무모한지요.”
어느덧 산의 중턱에 다다른 강서준은 주변을 둘러봤다.
하드 난이도의 사냥터.
사방에서 늑대의 울음이 들리고, 강렬한 맹수들이 붉은 눈을 번쩍이는 땅이었다.
고작 ‘하드 난이도’라 하기엔 무시할 수 없는 강대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밤 버프가 적용되니 역시 위협적이야.’
물론 그 수준은 A급 던전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껏해야 B급의 최상단에 걸린 정도?
한 달의 수련으로 이미 성장한 강서준에겐 크게 부담도 느껴지지 않을 곳이었다.
그리고 켈이 강서준을 무모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이곳 때문이 아니었다.
강서준은 산 중턱 너머의 정상을 올려다봤다.
‘화산.’
어그로가 끌리는 몬스터를 모두 가뿐히 뛰어넘은 강서준은 가파른 언덕도 마주할 수 있었다.
슬슬 깎아지른 절벽지대였다.
초상비를 발동하면 암벽 등반이야 어려울 것도 없겠지만, 여기서부턴 진짜 긴장해야 할 것이다.
화산은 ‘헬 난이도’의 영역이니까.
‘최소 A급 던전의 몬스터.’
못해도 ‘공허의 저편’이나 ‘해츨링의 요람’에 나타날 몬스터들이 서식할 땅이다.
게다가 ‘밤 버프’도 적용됐다.
단신으로 진입하기엔 목숨 하나로도 부족할 것이다.
무모를 언급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래서 가는 거야.”
드림 사이드는 리스크를 감당할수록 그에 걸맞은 보상이 주어진다.
동 레벨의 몬스터를 사냥하더라도 밤에 잡으면 쥐여 주는 경험치는 보너스되기 마련.
이번 이벤트의 몬스터도 ‘밤’에 사냥할수록 더 많은 경험치와 포인트가 주어지는 특성을 가졌다.
위험을 감당한 대가다.
“그간 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말이죠. 케이, 당신은 아직 과거의 힘을 온전히 되찾은 건 아닙니다.”
강서준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절벽 곳곳에서 드드득 몸을 일으키는 골렘을 발견했다.
붉은 빛이 감도는 ‘레드 스톤 골렘’.
기본적으로 신체가 돌로 구성된 만큼 방어력도 높고, 화산의 몬스터답게 화속성 마정석 특징까지 갖고 있는 여러모로 귀찮은 놈이었다.
삐이이익!
문득 용의 형태로 변한 파랑이가 울음을 내질렀다.
얼추 대형견 정도의 크기였는데, 녀석은 레드 스톤 골렘을 향해 브레스라도 내뿜을 기세였다.
‘수룡’이니 확실히 대미지는 클 것이다.
신체적 특성만큼은 완벽한 그녀였으니, 전투에도 굉장한 도움이 될 게 빤한 일.
하지만 강서준은 날아오르려던 파랑이의 꼬리를 단숨에 움켜쥐었다.
“나서지 마.”
-……왜?
“내 것이니까.”
의욕이 대단하던 파랑이를 뒤로하고 강서준은 빠르게 레드 스톤 골렘에게 접근했다.
아마 상성은 꽤 안 좋다.
재앙의 유성검의 가장 큰 힘인 ‘흡혈’도 통하지 않고, 그의 유일한 마법인 ‘파이어볼’도 써먹긴 애매한 몬스터였다.
화속성 마정석으로 구성된 놈을 파이어볼로 때려 봤자, 마력이나 충전해 주는 꼴일 터였다.
‘일단 블러드 석션은 나에게 집중시키고…….’
순식간에 빠져나간 대량의 피로 인해 빈혈이 일었지만, 금세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강서준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레드 스톤 골렘이 창졸간에 휘두른 주먹을 피해 냈다.
녀석의 몸에서 가장 불길이 뜨겁게 일어나는 부위가 있었다.
강서준은 망설임 없이 놈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태산 가르기’를 휘둘렀다.
스거어억!
일격에 바위가 양단됐고, 내장된 레드 스톤 골렘의 핵마저 두 동강이 났다.
동시에 녀석의 핵이 폭발했지만, ‘초재생’이 있는 강서준은 그저 불길 속에서 호흡을 참을 뿐이다.
[이벤트 몬스터 ‘레드 스톤 골렘(A)’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포인트 ‘92pt’를 습득했습니다.]역시 밤에 온 보람이 있다.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도 레벨만 무려 2나 올라갔다.
이벤트 경험치 버프까지 더해져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의 경험치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이번엔 하늘에서 켄타로우스가 위협적으로 포효하며 그에게 하강하고 있었다.
종전의 전투에 어그로가 끌린 모양.
키아아악!
다리는 동물이고 위는 인간인 놈이, 포악한 성질을 드러내며 능숙하게 인간의 언어를 입에 담았다.
-인간…… 여기가 감히 어디라!
하지만 강서준은 녀석의 말을 잘라 먹으며 빠르게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의 검격은 놈의 어깨를 베었고, 가까스로 피한 녀석이 사납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죽여 주마아아아!
하나 허공을 선회한 강서준의 손엔 이미 단검이 없었다.
[스킬, ‘이기어검술(C+)’을 발동합니다.]어느덧 재앙의 유성검은 녀석의 복부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으니까.
-이까짓 거!
녀석이 빠르게 반응해 복부의 단검을 막아 냈다. 과연 A급 몬스터다운 능력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게 재앙의 유성검이 튕겨 나왔다.
-흐음…….
강서준은 개의치 않기로 했다.
아직 이기어검술은 C급의 등급이었으니 성공할 확률이 더 낮다. 밤 버프로 위력마저 적용된 놈들을 파고들기엔 여전히 미약한 힘이었다.
하지만 이미 작전은 성공이었다.
‘한 번 베였으니 경계할 수밖에 없겠지. 재앙의 유성검은 일종의 덫이니까.’
지능을 가진 놈들과의 전투는 까다로운 법이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쉬워질 수도 있다.
바로 지금처럼.
-크아아아악!
놈이 재앙의 유성검이 날아오는 복부에 신경을 쓴 사이, 강서준은 놈의 날개에 ‘그랑의 어금니 단검’을 꽂아 넣을 수 있었으니까.
쿠우우우웅!
결국 녀석은 급경사를 이룬 언덕의 한쪽으로 추락했고, 강서준은 공중제비를 돌며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케이. 또 옵니다.”
쉴 틈은 없었다.
이미 또 다른 몬스터가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는 와중이었다.
한 놈도 아니다.
이번엔 도합 다섯이나 되는 A급 몬스터가 이쪽으로 어그로가 끌린 것이다.
그 숫자는 자꾸 늘어났다.
‘많기도 하네.’
짧게 혀를 찬 강서준은 곧바로 몬스터 무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경험치를 온전히 그 혼자 독식하기 위해서, 백귀나 영혼 부대를 쓰지도 않았다.
“정말 무모하다니까…….”
켈의 말마따나 이건 무모한 짓이다.
밤 버프로 강화된 A급 던전의 몬스터는 하나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괴물들.
아마 한 번의 실수는 큰 비극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는 아직 과거의 힘을 되찾질 못했고, 현재의 그는 매 순간이 위기였으니까.
실제로 몇 번이나 ‘위기 감지’가 머릿속에서 알람처럼 울려 댔다.
하지만 몰려드는 몬스터를 보고도 그는 그저 묵묵히 검을 휘두를 따름이었다.
‘위기는 곧 기회다.’
놈들이 아무리 강해도 한 대도 맞질 않는다면 대미지는 0이다.
위기라고?
그 또한 돌파하면 될 일.
‘언제까지 위험하단 이유로 피할 수는 없어.’
일전에 두 개의 선택지를 두고 동시에 위기 감지가 발동한 적이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양자택일.
강서준은 새롭게 생성된 레드 스톤 골렘의 핵을 양단하며 상념을 접어 버렸다.
‘어느 쪽을 고르든 위험하다면 결국 견디고 이겨 내는 수밖에 없는 거야.’
게다가 리스크를 감당해야만 얻을 수 있는 보상도 있는 법이다.
강서준은 기세를 올려 몬스터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목숨이 위험해도 그의 생각은 단순했다.
‘노다지로군.’
쌓이는 경험치와 포인트양은 위기를 감당해 낸 만큼의 보상으로 톡톡히 돌아오고 있었다.
이것이 그가 생각해 낸 ‘몬스터 파크’의 공략법이었다.
“뭐, 진짜는 이제부터겠지.”
강서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슬슬 몬스터들이 그에게 접근하질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목적지에 다다랐던 것이다.
‘이곳이로군.’
그가 고작 ‘야간 사냥’만을 위하여 지난 하루를 낭비했을까.
강서준이 알아낸 ‘몬스터 파크’의 가장 효율적인 공략법은…… 위기를 동반하되, 최고의 보상을 쥐여 줄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다.
‘이곳에 보스 몬스터가 있어.’
수많은 몬스터 무리를 뒤로하고 강서준이 도달한 장소는 화산의 정상인 ‘분화구’였다.
키아아아앗!
마그마 속에서 레비아탄 한 마리가 유유자적 헤엄치는 게 보였다.
용과 비슷한 생김새지만, 오직 육체적 성장만을 이룩한 ‘이무기’의 최종 진화 형태.
“네가 이 화산의 주인이냐?”
레비아탄은 대포처럼 마그마 덩어리를 쏘아 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강서준은 바로 거리를 가늠하며 가지고 있는 모든 패시브 스킬을 발동시켰다.
[반룡 몬스터 ‘레비아탄(A)’이 당신을 향해 위협적으로 포효합니다.]아쉽게도 ‘보스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놈도 A급 던전의 중간 보스 격에 해당한다.
무시할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쿠웅! 쿠우웅! 쿠우우우웅!
레비아탄의 공격 속도는 계속 빨라졌다. 이대로면 놈이 쏘아 낸 ‘마그마볼’이 정상의 땅을 모조리 용암으로 뒤덮을 기세였다.
강서준은 거두절미하고 놈에게 접근하기로 했다.
[당신은 반룡 몬스터 ‘레비아탄(A)’의 권역에 입장했습니다.] [이곳은 ‘화산둥지’입니다.] [화산둥지의 ‘유황가스’에 중독되었습니다.] [스킬, ‘초재생(S+)’을 발동합니다.]레비아탄에게 다가갈수록 유황가스의 양이 많아졌다.
초재생으로도 견디기 버거울 정도로 층층이 쌓여, 체력은 더더욱 빠르게 깎여 나갔다.
‘오래 시간을 끌 생각도 없다.’
호흡을 중단한 강서준은 용아병의 날개를 펼쳤다. 놈이 포효하며 꼬리를 휘둘렀지만 그를 스칠 수조차 없었다.
키아아앗!
놈이 분했는지 꼬리를 아래로 내리치자 용암이 하늘로 솟구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이 정도는.’
헬 난이도의 자격 테스트 당시, 수십 개의 물기둥을 피했던 그였다. 이건 누워서 떡 먹기라고 할 법한…….
“……개수작을 벌이는군.”
공중에 떠오른 용암은 사실 레비아탄의 함정이었다.
사방으로 흩어진 마그마가 갑자기 허공에 멈춰서, 일제히 강서준을 향해 날아왔으니까.
어느덧 피할 공간도 마땅치 않을 정도로 분화구의 상공엔 마그마의 파도가 밀려왔다.
‘피할 수 없겠군.’
아예 회피를 놓은 강서준은 두 눈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레비아탄은 강서준의 행동을 포기로 여겼는지, 기괴한 웃음을 내며 마그마를 조종했다.
강서준의 주변이 온통 붉은 마그마로 가득 차고, 치명적인 유황이 그의 피부마저 갉아 먹을 즈음이었다.
강서준은 밀려드는 마그마를 향해 ‘그랑의 어금니 단검’과 ‘재앙의 유성검’을 동시에 휘둘렀다.
[스킬, ‘바다 가르기(S+)’를 발동합니다.] [스킬, ‘바다 가르기(S+)’를 발동합니다.]마그마도 물이라면 물이다.
물론 성질부터 차원이 다르겠지만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바다 가르기의 실체는 그저 유동적인 물질을 베는 힘이라 볼 수 있을 테니까.
츠츠츠츠츳!
마력으로 코팅된 강서준의 검로는 마그마의 해일을 밀어냈다. 그 틈을 노리고 레비아탄에게 쇄도한 강서준.
놈이 당황한 듯 마그마볼을 쏘아 내도 이미 흐름을 탄 강서준을 저격할 수는 없었다.
크아아아악!
강서준은 레비아탄의 왼쪽 눈에 재앙의 유성검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미련 없이 통증에 몸부림치는 레비아탄의 콧등을 발로 차,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강서준이 떠난 자리로 금세 마그마가 쏟아졌다.
크앗! 크아앗 캬아악!
레비아탄은 더욱 분노를 토해 내며 마그마를 조종했다. 더는 방심하지도 않았다.
녀석은 말을 못 한들 지능이 떨어지진 않으니까.
오히려 전력을 다하는 맹수는 침착하게 전투를 이어 나갈 줄 안다.
아마 종전처럼 눈을 찌르거나 가까이에서 근접하는 행동 자체가 이젠 버거운 것이다.
놈은 대비를 했고.
마그마는 바닷물과 다르게 그 자체로도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흐음…….”
강서준은 수평선 끄트머리에서 눈치도 없이 고개를 내미는 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출까지 얼마나 남은 걸까.
조금만 더 견디면 밤 버프가 해제되고, 레비아탄의 수준도 한층 떨어진다.
그땐 쉽게 사냥할 수 있겠지.
“누구 마음대로!”
기껏 밤을 새워 가며 고생한 주제에, 덜 떨어진 보상만 받을 순 없다.
강서준은 레비아탄의 눈에 꽂힌 재앙의 유성검을 향해 최후의 스킬을 발동했다.
[장비, ‘재앙의 유성검’의 전용 스킬, ‘영역 선포’를 발동합니다.] [칭호, ‘도깨비의 왕’을 확인했습니다.] [‘핏빛 도깨비의 달’이 선언됩니다.] [이 효과는 5분간 지속됩니다.]핏빛의 유성이 레비아탄을 가르고 있었다.
***
+
1위. 강서준 (19,281pt)
2위. 마그리트 (6,723pt)
3위. 도로모로 (5,212pt)
4위. 링링 (3,922pt)
.
.
.
33위. 진백호 (1,572 pt)
+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