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189
190. 폴룩스 (4)
사방이 온통 토템들. 즉, 마석으로 가득 찬 세상이었다.
여기로 가도 마석, 저기로 가도 마석.
마석을 흡수했다.
“마석 흡수(Manastone Absorption)!”
스으으으윽─
흡수하고 또 흡수했다.
위이이이잉!
폴룩스의 ‘마석학’에 의해 주입된 스킬을 캐스팅하려던 마석들은 캐스팅 도중에 ‘마석 흡수’에 의해 모조리 녹아 사라져 없어졌다.
이제 별다른 방어 스킬을 펼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마석 흡수’를 유지하며 여기저기로 이동해 다닐 뿐.
“바로 탈출할 필요는 없겠지.”
한 방향으로 쭉 가면 금방 이 마석의 산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그러지는 않았다.
무한의 마석흡수는 단순히 마석 흡수의 숙련도를 최상급으로 만드는 것 외에 또 다른 메리트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마력 스탯이 상승하셨습니다. S+] [마력 스탯이 상승하셨습니다. SS-] [마력 스탯이 상승하셨습니다. SS] [마나 친화력 스탯이 상승하셨습니다. B] [마나 친화력 스탯이 상승하셨습니다. B+] [마나 친화력 스탯이 상승하셨습니다. A-]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마석을 지속해서 흡수하는 동안, 몸에 축적되어가는 마나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그와 함께 마력과 마나 친화력 스탯 또한 끊임없이 성장해나갔다.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마석의 양이다.”
내게는 안인식과 함께 하는 마석 유통 및 수출입 비즈니스가 있었다.
그 비즈니스를 통해 매년 어마어마한 양의 마석이 전 세계 곳곳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었는데.
그것들을 싹 다 횡령하여 먹기 위해 쌓아놓는다면 이 정도의 양은 금방 모을 수 있겠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의 마석들.
만약 그것들을 팔지 않고 내가 먹어버린다면 그 비즈니스는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내 능력으로 마석을 긁어모은다고 했을 때, 오 년? 십 년? 아니, 이십년 정도는 부지런히 모아야 쌓일 마석의 양이 이곳에 쌓여있었다.
이걸 그냥 버리고 간다고?
“고맙다, 폴룩스.”
다만 바깥의 상황이 문제였다.
족장, 안인식, 김정수. 그들이 얼마나 더 버텨줄지 모르겠으나 폴룩스가 직접 개입하고 나선다면 그들의 목숨은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쪽의 걱정은 조금 덜어도 괜찮을 듯싶었다.
[카펠라 : 한세훈 씨. 약 5분 뒤면 검색 길드에 도착합니다.]카펠라의 메시지는 희망적이었다.
마석들 때문에 전파가 외부로 잘 터지지 않아서, 답장은 못하고 있었지만, 그들 정도의 실력자들이 와준다면 분명 폴룩스의 행동을 충분히 억제해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미국의 지인들이 때마침 잘 와주었단 말이지.”
그리고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제주도의 드래곤헤드를 이끄는 윤희망, 일본의 다이스케, 네팔의 팍딩, 부산에서 올라오고 있는 검색 길드의 원년 멤버들까지.
모두에게서 거의 다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모두들…….”
씨익.
코를 훔치며, 나는 식사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시간을 오래 지체할 수는 없겠지.”
폴룩스는 강한 자였다.
그는 무한의 마나를 자랑하는 ‘마석학자’이자 세상 지독한 칼라미티의 여섯 간부 중 첫 번째 간부였다.
아무리 모두가 이 혼란스러운 전장에 합류해준다 할지라도 과연 현재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였다.
“마석 흡수(Manastone Absorption)!!”
솨아아아아악!
정신없이 폭식을 이어나가던 도중.
어느새 마석의 산이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슬슬 빨아먹을 마석이 거의 사라졌다는 의미였다.
“슬슬 여기서 나갈 때가 되었군.”
마나도 풀이고, 컨디션도 최상이고.
새로운 고유 스킬을 습득하기도 했고.
모든 게 좋았다.
“마석학이라……. 이걸 어떻게 써야 하지?”
나는 주변의 토템 하나에 ‘마석학’을 통해 스킬을 주입해보았다.
“음.”
나를 향해 이미 주입되어있던 스킬을 캐스팅하려던 그 토템은 일시적으로 캐스팅을 중단했다.
그리고 새롭게 주입되는 스킬이 토템 내부로 기존의 마력회로를 지우고 새로운 마력회로를 형성했다.
화륵─
새로운 스킬이 덮어씌워 진 토템은 주변에 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하지 않았다.
“오오? 이건?”
대신 내가 살짝 수정해놓은 작동방식에 의해, 주변의 다른 토템을 무작위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토템은 다른 토템을 향해 ‘화염구’를 발사했고, 커다란 화염의 폭발이 발생했다
콰아아아아아앙!
화염의 여파는 여전히 ‘화염화’를 사용 중이던 내게 있어서는 생명력과 마나의 회복으로 돌아왔지만, 나는 그 토템을 ‘마석흡수’를 통해 흡수해서 소멸시켜버렸다.
“재미있는 스킬이로군.”
마석만 있다면, 내가 익힌 스킬을 쓸 수 있는 토템이라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폴룩스처럼 자유분방하게 이 토템이란 걸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염력 같은 걸 하나 익혀야 하나.”
폴룩스는 아마도 염동력 계열 스킬인 ‘텔레키네시스’ 혹은, 정신 계열 스킬인 ‘의지의 힘’ 따위를 익히고 있는듯했다.
그렇기에 스킬이 부여된 마석. 즉, 셀 수 없는 숫자의 토템들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게 하며 사용도 하고 별 난리를 다 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현재 그러한 물질 조작 계열의 스킬은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폴룩스처럼 이 스킬을 극대화하여 사용하려면 항시 마석을 가지고 올 수 있는 마석 저장시설도 마련해야 하며 그게 가능하게 할 운송 수단. 즉, ‘아케인 트랜스미션’과 같은 고티어 전송스킬 따위도 익혀야 했다.
나는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리. 잠깐 얘기 좀 하자.”
누가 보면 유령을 보고 말을 거는 미친 사람인 줄 알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실제로 유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스르륵─
내 앞에 ‘유령화’를 해제하고 노집사 모양의 유령 하나가 나타났다.
《내 주인님.》
“혹시, 검관 들고 다니는 거 무겁지 않아?”
《…….》
그것은 등에 검관을 메고 있었는데, 나를 보며 뭐라 입을 뻐금거리려다 관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왜 대답이 없지?”
《대체 뭘 또 시키시려고…….》
“아니 질문에만 대답해.”
《무거워요.》
“그러면 됐어.”
시리우스를 이용해 폴룩스가 하던 짓을 흉내를 낼 수는 있을 듯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너무 가혹한 게 아닐까 싶었다.
괜히 그녀에게 마석을 몇 톤 정도만 이고 다녀줄 수 있다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나는 그 질문을 삼키기로 했다.
그녀가 유령 분신을 유지하는 건 결코 노코스트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그녀의 생명력을 조금씩 깎아 먹으면서 유지되는 유령들이었기에, 나는 지금까지 열심히 나를 보조해주는 그녀를 위해 나름대로의 배려를 해주기로 했다.
《그럼 저는 이만…….》
스르륵─
사라지는 시리우스의 유령 분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쨌든 당장 ‘마석학’으로 뭘 해보긴 어려울듯하고.”
나는 추가적으로 고티어의 전격 스킬을 몇 개 더 익히기로 했다.
“스킬 검색(Skill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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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남은 스킬 포인트 : 4
────────────────
현재 내 스킬 포인트는 4개.
연소율과의 전투와 폴룩스와의 전투 도중에 오른 경험치.
그리고 토템의 산에 깔린 채 수많은 스킬에 두들겨 맞으며 동시에 ‘마석 흡수’를 해댄 결과 오른 수많은 경험치까지.
어느새 내 스킬 포인트는 4개나 쌓이게 되었고, 다음 티어의 전격 스킬까지 나아가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포인트였다.
“라이트닝 마엘스트롬(Lightning Maelstrom)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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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마엘스트롬(Lightning Maelstrom) – 8티어
설명 :
광범위한 영역에 벼락의 대폭풍을 일으킴
폭풍에 오래 노출되어 있을수록 전기 저항력이 급격히 감소
폭풍에 오래 노출되어 있을수록 받는 피해량이 급격히 증가
맨손, 완드, 오브, 지팡이로만 사용 가능
요구 제한 :
레벨 105 이상
전기 저항력 S- 이상
마력 A+ 이상
선행 스킬 :
[습득하기]────────────────
7티어 광역 스킬, ‘라이트닝 볼텍스’의 상위 스킬인 ‘라이트닝 마엘스트롬’.
보다 넓은 범위에 보다 밀도 높은 벼락의 대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 체감 위력은 직접 테스트를 해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설명대로 분명 8티어의 스킬 다운 위용을 과시해줄 거라 믿었다.
“습득하기.”
[을 습득하셨습니다.]현재 목표로 삼은 스킬이 있었기에, 그다음 스킬도 연달아 검색했다.
“썬더 룰(Thunder Rule) 검색.”
────────────────
썬더 룰(Thunder Rule) – 8티어
설명 :
광범위한 범위의 영역에 꺼지지 않는 벼락을 자유롭게 일으키고 조작함
스킬의 지속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모되는 마나량 증가
맨손, 완드, 오브, 지팡이로만 사용 가능
요구 제한 :
레벨 110 이상
전기 저항력 S- 이상
마력 S- 이상
선행 스킬 :
[습득하기]────────────────
‘썬더 룰’은 최근 익혔던 8티어 스킬 중 하나인 ‘애버라스팅 라이트닝’의 장판 버전이었다.
또한 7티어 ‘폭풍의 합창’에서 바로 연결되는 상위스킬답게 광범위한 범위에 자유롭게 전격 스킬을 일으킬 수 있는 스킬이기도 했다.
다만 일으키는 모든 전격 스킬들이 ‘애버라스팅 라이트닝’처럼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습득하기.”
[을 습득하였습니다.]“좋아. 마침내 9티어가 뚫렸다.”
9티어라는 경지는 공식적으로는 아직 이 세상에 발을 디딘 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물론 이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았던 칼라미티의 놈들을 제외한다는 가정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이 9티어의 경지는 ‘신의 영역’이라고 칭해지는 단계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국제 스킬 표준 상 9티어 스킬 명들은 대부분 ‘신’과 관련된 명칭들이 등재 되어있었다.
“뇌신 검색.”
────────────────
뇌신(Thunderer) – 9티어
설명 :
벼락의 신과 같은 힘을 얻음
벼락 그 자체가 되어 몸의 형체를 자유롭게 변형 가능
지속 시간 동안 벼락과 전자기장을 자유롭게 일으키고 조작 가능
지속 시간 동안 전격 스킬의 재사용 대기시간 없음
지속 시간 동안 전격 스킬의 마나 소모량 없음
지속 시간 동안 전격 스킬의 효과 범위와 피해량 10배 상승
지속 시간이 길어질 수록 소모되는 마나량 점차 증가
‘뇌신’ 상태에서만 쓸 수 있는 스킬을 사용 가능
맨손, 완드, 오브, 지팡이로만 사용 가능
요구 제한 :
레벨 115 이상
전기 저항력 S+ 이상
마력 S+ 이상
선행 스킬 :
[습득하기]────────────────
‘전인화’와 ‘전자기 대폭풍’에서 이어지는 바로 다음 단계의 상위 스킬이자 스킬명 그대로 ‘벼락의 신’이 되는 스킬이었다.
스킬을 유지하는 동안 소모되는 마나가 꽤 될 테지만, 현재 마력 스탯이 초월급에 도달했기에 내 마나통 또한 초월급이었다.
게다가 ‘마석 흡수’의 숙련도가 최상급이 된 상황.
마석의 흡수속도가 블랙홀이 된 것 뿐만 아니라, 흡수의 효율 또한 상당히 높아진 상태.
물론 마나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에 준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습득하기.”
[를 습득하셨습니다.]마지막 한 개의 포인트가 남았다.
이것도 9티어에 투자하기로 했다.
“뇌신의 손길,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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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의 손길(Touch of Thunderer) – 9티어
설명 :
벼락의 정수가 모인 주먹으로 내리쳐 일대의 모든 것을 박멸함
‘뇌신’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음
맨손, 완드, 오브, 지팡이로만 사용 가능
요구 제한 :
레벨 117 이상
전기 저항력 S+ 이상
마력 S+ 이상
선행 스킬 :
[습득하기]────────────────
9티어 ‘뇌신’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추가 스킬, ‘뇌신의 손길’.
지금까지의 경험상 알게 되었던 사실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스킬의 설명이 심플할수록 강력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러한 경험이 지금까지 익혀온 모든 스킬에 해당되는 건 아니었지만, 이건 확실히 존나 쌘 스킬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포인트가 더 남아있으면 또 다른 ‘뇌신’ 시리즈의 9티어 스킬을 습득해나가고 싶었으나 일단은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습득하기.”
[를 습득하셨습니다.]아직 국제 헌터 협회에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이대로 신고만 하게 된다면 나는 세계 최초로 9티어의 경지에 도달한 헌터가 된다.
“나쁘지 않아.”
남은 포인트를 모두 적절히 투자하는 데 성공한 나는 곧이어 양팔을 좌우로 크게 펼쳤다.
그리고 ‘마석 흡수’의 흡수 영역을 최대치로 넓혔다.
“마석 흡수(Manastone Absorption)!!”
스스스스스스─!
[마나 친화력 스탯이 상승하였습니다. SS+] [마력 스탯이 상승하였습니다. SSSS-]아무런 버프도 두르지 않고 순수한 상태의 마력 스탯이 SSSS-에 도달했다.
S가 네 개.
이 단계부터는 초월급이라고 불리는 스탯 등급이었다.
화아악!
마석의 산이 완전히 녹아 없어지며, 바깥의 세상이 드러났다.
그리고 가장 먼저, 황망히 나를 노려보는 폴룩스의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어떻게……!!”
폴룩스의 눈에는 경악감이 어려 있었고, 눈은 당장에라도 핏물이 흘러내릴 것처럼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덕분에 잘 먹었다.”
“미친, 이런 개, 개 같은……!!”
나는 동요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폴룩스의 눈빛을 바라봤다.
“꺼억…….”
푸화아아악!
폴룩스의 주변으로 마나의 잔연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동시에 놈이 주변으로 흩뿌려져 있던 시커먼 토템의 구름이 내 몸으로 달려들었다.
그것들은 벌떼처럼 날아와 나를 감싼 ‘마나 쉴드’의 표면에 달라붙었다.
“소멸해라!”
지이이잉─!
그것들은 일제히 짙푸르고 휘황찬란한 빛을 발산하며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석으로 이루어진 토템의 몸체들이 스스로의 모든 마나를 일시에 소모하며 다음 스킬을 캐스팅 중이었던 것이다.
이어 폴룩스는 마나 계열의 8티어 스킬의 시동어를 나지막이 읊조렸다.
“이코르 아웃버스트(Ichor Outburst).”
나를 뒤덮은 셀 수 없는 토템들은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처럼 푸른빛을 띤 새하얀 광채를 내뿜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어째서?”
폴룩스의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후두두둑─
나를 감싼 토템들은 마치 수명을 다한 꼬마전구처럼, 하나둘 그 빛을 잃어갔다.
“한세훈, 네놈…… 지금 뭘 한 거냐!”
빛을 잃은 토템들은 아니, 한낱 마석쪼가리에 불과해진 돌멩이들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내 몸으로 흡수되었다.
“폴룩스. 몸에 좋은 것일수록 피부에 양보해야 하는 법이지.”
“…….”
“아, 몸이 없는 너는 이러한 사실을 알 리가 없겠군. 그래도 얼굴은 여전히 사람의 그것이지 않나?”
내 실없는 말을 듣던 폴룩스는 어느새 평정심을 찾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혈통이 아닌 이상 세상에 똑같은 고유 스킬은 둘 이상 존재할 수 없다. 네놈은 그 규칙을 어겼군.”
“우리가 알고 보니 피를 나눈 형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원인은 규명할 수 없지만, 너는 분명 ‘마석 흡수’와 ‘마석학’을 동시에 사용했다.”
정확했다.
폴룩스는 셀 수 없는 수의 토템들을 내게 날려 보냈다.
나를 확실하게 보내버리려고 작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토템들에 주입된 스킬들을 똑같이 ‘마석학’을 사용하여 모조리 제거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마석 흡수’를 통해 흡수해버린 것.
놈은 그러한 모습을 놓치지 않고 모두 목격하였을 것이다.
“한세훈. 네놈을 죽여야 할 명백한 이유가 생겼다. 너는 이 자리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폴룩스는 입가를 한 번 씰룩였다.
“잘 가라, 한세훈. 네놈의 정체에 대해서는 죽은 시체를 통하여 연구를 진행해보도록 하겠다.”
“결국 너도 다른 간부들과 비슷한 소리를 하는군.”
폴룩스는 줄곧 위로 들고 있던 한쪽 손을 힘차게 내리며 나를 가리켰다.
“파괴되는 자신의 조국을 지켜보며, 함께 소멸하도록 하여라!”
쿠우우웅.
일순 세상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
하늘이 떨어졌다.
아니, 하늘인 줄 알았던 푸른 것이 점점 내려오고 있었다.
“언제 저딴 걸……?”
아무래도 내가 토템의 산에 갇혀있는 동안 저딴 걸 만들어낸 것 같은데.
저게 땅으로 떨어지면 아마도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죽을 것이다.
이곳뿐이랴.
그 폭발의 범위는 아마도 단순히 지역적인 차원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영토 전체에 걸친 대폭발을 일으킬 것이다.
“미쳤군, 폴룩스, 너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본 회의 대계(大計)를 위해 살려두고 있었던 것일 뿐, 애초에 이딴 작은 국가 하나 없애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점점 떨어져 내리는 하늘은 이윽고 그 경계면이 뚜렷하게 확인될 정도로 가까이 도달해있었다.
“마나화(Manafication).”
폴룩스가 마나 그 자체로 변했다
흡사 하늘처럼 보일 정도로, 말도 안 되게 크고 푸른 투사체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함으로 보였다.
쿠우우웅!
그리고는, 놈은 나직이 시동어를 중얼거리며 하늘의 추락 속도를 가속화시켰다.
“마나의 별(Star of Mana).”
저건 바로 마나 계열의 9티어 스킬, ‘마나의 별’.
그저 마나를 가득 모아 내던져 터뜨리는, 단순한 투사체 스킬의 한 종류였지만 9티어라는 경지에 걸맞게 다른 부분이 존재했다.
마나의 파괴적인 속성을 각성시켜 마나 입자의 집속 효율을 최대치로 증폭시키고, 거기에 마나의 포화 한계치의 리미트를 제거하여 그 규모를 이론상 무한대로 증가시킬 수 있는 스킬이었다.
쉽게 말해, 폭발의 위력을 끝없이 증가시킬 수 있는 마나의 폭탄이라는 의미였다.
“저게 떨어지면 정말로 끝이다.”
몸에 둘러진 ‘쏜즈’의 쿨타임을 체크했다.
쿨타임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이 정도면 반발을 무시하고 충분히 ‘엘리멘탈 쏜즈’를 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의 폭발이라면 반사고 뭐고 사실 별 의미가 없었다.
그냥 이대로 터져버리기만 해도 대한민국은 이 폭력적인 마나의 불길에 휩싸여 삽시간에 파괴의 광야로 변모해버릴 터.
“그렇다면, 튕겨내야 하나?”
어떻게든 저 폭발력과 맞먹는 힘으로 올려칠 수만 있다면, 추락하는 ‘마나의 별’을 날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선 위력의 감폭을.”
스릉─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나는 덧없는 칼날을 뽑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추락하는 하늘의 규모가 미세하게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분명 덧없는 칼날에는 주변에 펼쳐지는 원소 스킬의 위력을 반감시키고 빨아들여 검의 위력으로 치환하는…… ‘크로마틱 인챈트’가 자동으로 시전되고 있었다.
그러나 추락하는 하늘의 규모에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원체 크다 보니 체감이 잘되지 않는 건가?”
애초에 하늘처럼 보일 정도로 막연히 커다랗고 푸른 구체였다.
절반의 위력이 줄은 게 분명했지만, 여전히 똑같이 하늘처럼 보였다.
‘마나의 별’의 위력이 줄었다는 것은 검에 쌓인 스택 통해 알 수 있었다.
위이잉─
새하얗게 빛나며 요동치는 검신은 나를 바라보며 당장에라도 적을 향해 시전시켜달라는 듯 애원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이걸 그대로 쏘아 보내면, 어느 정도 맞먹는 힘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튕겨서 날려 보내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어.”
절반의 힘을 그대로 날려 보내는 것만으로는 모자랐다.
그것을 거들어줄 수 있는 강력한 화력투사 또한 함께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나는 한쪽을 바라봤다.
“일단. 마침 저 노인네도 와 있으니. 힘을 합쳐보는 게 좋겠군.”
그곳에는 폰트 오브 썬더의 길드장이자 뇌제라고 불리는 로드리고가 한 여자와 박빙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라이트닝 템페스트(Lightning Tempest)!!”
치지지지지지직!
벼락의 폭풍이 로드리고의 손끝을 통해 터져나갔고,
“크라이오미티어(Cryometeor)!”
콰지지직 쿠지직─!
거대한 얼음덩어리의 소나기가 그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얼음덩어리들은 벼락의 폭풍을 만나 쪼개지고 또 쪼개졌고, 벼락의 폭풍 또한 그 위력이 점차 상쇄되며 약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큭! 이제 보니 좀 치는 처자였구먼!”
“크읏!”
그가 상대하고 있던 여자는 분명히…… 영국의 2대 길드 중 하나인 마인드 스파이럴 소속의 마탑주, 멜리사 프라이스.
또는 폴룩스-베타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리며, 그의 왼팔로써 활동하는 칼라미티의 요원이기도 했는데.
이전에 분명 서울 헌터쇼에서 잠시 맞붙었던 적이 있었던 여자이기도 했다.
“노인 주제에 꽤 정정하시네요,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그들은 서서히 하늘이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둘만의 싸움에 푹 빠져있었다.
일순 멜리사 프라이스의 머리 위로 아까와 같은 사이즈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와, 비슷한 크기의 불덩이, 거대한 물방울, 육중한 바윗덩어리 그리고 울부짖는 광풍이 모여들며 뒤엉켜 섞여들었다.
“프리즈마틱 애벌랜치(Prismatic Avalanche)!“
투콰콰콰콱!
그것들은 일제히 로드리고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으며, 로드리고도 강맹한 벼락을 내뿜으며 받아치기 위한 스킬을 전개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푸슉!
“어?”
새하얗게 요동치는 검이 멜리사 프라이스의 옆구리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그녀는 뒤늦게 방어스킬을 펼치며 대응을 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푸확!
옆구리가 선혈을 튀기며 베어져 나갔고, 그녀는 일순 힘을 잃어버리고는 땅으로 추락해버렸다.
그 사이에 로드리고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한세훈 군, 살아있었구먼! 나는 자네가 마석에 깔려 죽은 줄만 알았다네.”
“다행히 살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재회의 인사 같은 것보다는, 위의 저것을 처리해야 할 듯싶습니다.”
“위?”
로드리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직이 뇌까렸다.
“긴말이 필요 없겠군. 지금 나와 그걸 하자는 거겠지?”
“예. 그것을 합시다.”
“좋네. 어서 오게나.”
치지지지지지직!
‘전인화’를 펼친 로드리고의 몸이 위협적으로 번뜩이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뇌신(Thunderer).”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벼락으로 바뀐 내 몸이 거대한 형체로 변모해나갔다.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변에 벼락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고, 가까이 있던 새나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그대로 불타며 새까맣게 튀겨져 버렸다.
“자, 자네… 그 모습은……!!”
나의 거대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에 비해, 로드리고의 ‘전인화’는 이제 상당히 작고 초라해 보였다.
“들어오십시오, 어르신.”
“아,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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