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15)
정령 농사꾼 – 15
모든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사라져버렸던 건우.
사실, 그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저 던전 내부로 들어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건우의 눈앞에 떠오른 문자가 증명해주었다.
[정령 농사꾼을 위한 던전 농지(Lv1)에 입장했습니다.]‘던전이 이렇게도 입장이 된다고?’
건우는 어찌된 영문인지도 모르고 당황했다. 하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던전 내부를 둘러보았다.
건우보다 한 발자국 먼저 던전에 들어와서 밭을 둘러보는 하와.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프람망고의 사체와 그 위에 핀 식물들. 무엇보다 원래 있던 작은 밭보다 훨씬 큰 밭이 세 구역이나 더 나뉘어져 있었다.
건우는 거기까지 확인하고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선물로 받은 던전은 일반적인 던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다른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어서 오세요. 정령 농사꾼님.”
“으아악!”
건우는 귓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놀라서 손을 휘저었다. 순간 작은 뭔가가 그의 손에 ‘짝!’하고 맞아 떨어졌다.
“꺄악!”
그것은 소리를 지르면서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모습에 건우는 크게 당황해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뭐, 뭐야?”
건우가 그렇게 작은 뭔가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을 때, 밭을 둘러보던 하와가 다가오더니 그것을 주워들었다.
“하와?”
“갑자기 이런 폭력이라니······흑흑. 서러워엉! 으아아앙!”
놀랍게도 그건 아주 작은 인간이었다.
물론 진짜 인간이라고 부르기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았다.
하와의 양손에 찰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크기와 등에 달린 날개 때문이었다.
하와는 그것을 건우에게 들어 올려서 자세하게 보여주었다.
“하와!”
“그거 혹시 벌레야?”
건우가 그렇게 말하자, 작은 존재가 하와의 손바닥 위에 힘겹게 섰다. 그리고 울먹이는 상태로 소리쳤다.
“벌레라뇨!? 저는 던전 농지에 배속된 요정이랍니다!”
“요정이라고?”
“네! 제가 이래봬도 왕년에는······으으, 내가 왜 여기서······으아앙!”
뭔가를 말하려던 요정은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당황한 건우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 했다.
그때 나선 것이 바로 하와였다.
“하와하와.”
하와는 요정을 한 손으로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요정을 어루만져주기 했다. 그에 요정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줄어들더니, 결국 호흡까지 안정되었다.
하와는 그것을 느끼고는 어루만지던 것을 멈췄다.
“하와?”
“네. 이제 괜찮답니다. 당신은 정말 친절하신 정령이시군요.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하와!”
“하와라니······정말 멋진 이름이시군요. 정말 부럽답니다. 저는 사실 이름이 없답니다. 흐흑······어쩌다가 이름까지 잃어서······으아앙!”
언제 울음을 그쳤냐는 듯이 다시 울기 시작하는 요정. 하와는 그런 요정을 다시 달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건우는 난처한 표정으로 요정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
“다시 인사드릴게요. 저는 던전 농지를 지키는 지킴이 요정이랍니다. 정령 농사꾼님. 첫 방문을 환영한답니다!”
요정은 그리 말하고는 우아한 포즈로 인사를 건넸다. 언제 엉엉 울었냐는 듯이 말이다.
하와는 그런 요정의 인사에 꺄르르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감사합니다. 하와 님.”
요정은 그렇게 말하고는 하와의 머리 위로 날아다니면서 반짝이를 뿌려주었다. 그에 놀란 눈을 한 하와는 반짝이를 더 많이 맞기 위해서 빙글빙글 돌았다.
건우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하와가 충분히 즐길 시간을 주었다.
그러길 잠시, 요정이 하던 일을 멈추고 건우의 앞으로 날아왔다.
“그럼 이제 던전 농지에 대해서 설명해 드려도 될까요?”
“그래.”
건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정이 박수를 두 번 짝짝 쳤다.
그 순간, 허공에 커다란 종이가 나타났다. 거기에는 어린 아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던전 농지를 그려놓은 듯 했다.
그리고 그건 하와도 똑같이 느꼈는지, 그에 대해서 요정에게 물었다.
“하와?”
“누가 그렸냐고요? 후후. 사실 제가 그렸답니다.”
“하와~”
“후후후. 역시 대단하죠? 제가 이름은 잃었지만 그림 실력은 무척 뛰어나답니다. 후후후.”
요정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껏 으스댔다. 그 모습에 건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할 말은 많았지만 최대한 참으면서 말이다.
‘그냥 즐기게 내버려두자. 꽤 오랫동안 서럽게 울었으니까.’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 요정은 그림의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던전 농지는 아마 두 분이 아시는 던전과는 좀 다를 거예요. 혹시 던전에 들어가 보신 적이 있나요?”
그 물음에 건우와 하와는 고개를 동시에 저었다. 그에 요정이 설명을 이었다.
“던전은 종류가 아주아주 여러 가지랍니다. 특별한 던전도 많고요. 하지만 그 어떤 던전도 이곳보다 특별할 수는 없을 거예요. 여기는 무려 성장하는 던전이랍니다.”
건우는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성장하는 던전이란 게 자세히 어떤 거지?”
“후후후. 지금부터 그 설명을 시작할 거랍니다.”
요정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림을 다른 그림으로 넘겼다. 거기에는 밀짚모자를 쓴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자, 바로 이 그림이 정령 농사꾼님이랍니다. 똑같죠?”
“그, 그래.”
건우는 차마 자신이 발가락으로 그려도 저거보다는 잘 그릴 것 같다는 말을 내뱉지 못하고 대답했다. 그에 요정이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후후. 이 던전은 무려 정령 농사꾼님의 성장에 따라서 같이 성장한답니다. 밭은 더 넓어지고, 기운은 더욱 풍부해지죠. 그 외에도 정령 농사꾼이 성장하는 방향에 맞춰져서 성장하는 성장형 던전이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놀라운 던전이 정령 농사꾼님의 소유라는 사실! 어때요? 막 들뜨지 않나요?”
건우는 그 말에 살짝 들뜨는 기분이 들었다. 설명만 들어도 던전 농지가 특별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다.
“얘기는 잘 들었어. 하지만 이 던전도 정부에 들키면 내 소유라고 주장할 수가 없어.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이 던전을 소유할 수 없거든.”
결국 던전이 들키는 순간, 이 던전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것은 건우가 우긴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때, 요정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후후후. 그에 대해서는 걱정하실 것 없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있는 거랍니다.”
요정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그림을 넘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투명한 날개가 달린 절세미녀의 그림이 나타났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잘 그린 그림이었다.
건우는 그 그림이 누구를 그려 넣은 건지 단번에 알아보고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네 그림이니?”
“네. 맞아요. 저랍니다. 제 미모를 절반도 담지 못한 것 같아 슬프지만······그런대로 참고 있답니다.”
요정은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의 그림을 이곳저곳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건우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그래그래. 아무튼 설명 좀 다시 해 줄래? 왜 정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그 물음에 요정이 그림 살피기를 멈췄다. 그리고 괜히 콧대를 드높이면서 말했다.
“제가 있는 이상 정령 농사꾼님을 제외하면 아무도 이 던전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뭐? 진짜?”
건우는 정말 놀라서 되물었다. 그에 요정이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더 정확히 설명해 드리자면 정령 농사꾼님이 허락하지 않은 이들은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게 할 수 있답니다. 물론 예외적인 사항은 있지만······아무튼, 던전이 뿜어내는 기운도 감출 수 있어서, 이곳에 던전이 있다는 사실마저도 웬만해서는 알 수 없답니다.”
건우는 그 말을 듣고, 어째서 던전이 생긴 아름 밭에 정부 사람들이나 헌터들이 없었던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럼 이 던전이 고스란히 내 꺼라고?’
건우는 다시 한 번 던전 농지를 둘러보았다. 원래 있던 아름 밭을 제외하고도 세 마지기 정도 되는 밭. 심지어 앞으로 더 넓어질 수 있다고 하니 가슴이 뛰었던 것이다.
그때, 그 모습을 본 요정이 미소를 지었다.
“어때요? 마음에 드시나요?”
건우는 그 물음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
요정은 강의(?)를 끝내고 하와와 함께 놀기 시작했다. 요정이 반짝이를 뿌리면서 도망가면 하와가 잡는 식으로 말이다.
아무래도 둘은 정신연령이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건우는 아빠 미소를 짓다가 하와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보니까 또래랑 노는 건 처음이겠구나.’
하와는 건우와 항상 함께였다. 잘 때도, 일어날 때도, 밥 먹을 때도, 일 할 때도. 그렇기 때문에 건우는 하와에게 미안했다. 하와가 자신 때문에 너무 제한된 세상만 보는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는 건 말도 안 되고······친구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요정을 바라보았다. 정령과 요정. 농사의 정령과 던전 농지의 요정.
‘은근히 잘 어울리는데?’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둘이 친구처럼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하와가 건우에게 뛰어와서 품에 안겼다.
“하와!”
“하와 님! 천천히 뛰어주세요! 너무 빠르답니다!”
그 뒤에 이어 따라붙는 요정. 요정은 하와에게 다가가려다가 건우를 발견하고는 움찔 거렸다.
그 모습에 하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와?”
“음. 정령 농사꾼님은 제 주인님이랍니다. 정령 농사꾼님과는 막 장난을 칠 수 없답니다.”
“하와······.”
하와는 요정의 말에 불만어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건우를 바라보았다.
그에 건우가 슬쩍 웃어보였다. 하와가 뭘 바라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건우는 요정을 불렀다.
“저, 그러니까······요정아.”
“네. 정령 농사꾼님.”
건우가 부르자 조심스럽게 날아오는 요정. 건우는 그런 요정에게 최대한 호의적인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말했다.
“하와처럼 나를 편하게 대해도 괜찮아.”
“네? 그럴 수 없답니다. 저는 벌을 받고 있는 거랍니다.”
“벌?”
“네.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저는 벌을 받고 있답니다. 그렇기에 이곳에 있는 것이고요.”
요정은 그렇게만 말할 뿐, 자신의 사정을 자세하게 말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에 건우는 더 깊게 묻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네가 벌을 받는 거하고 나를 편하게 대하는 것하고는 다르잖아?”
“으음.”
“그러지 말고 편하게 대해줘. 아, 그러고 보니 내 이름도 말하지 않았네. 나는 이건우라고 해.”
“무척 멋진 이름이랍니다.”
“고마워. 그러고 보니까 너는 이름을 잃었다고 했지?”
“그렇답니다.”
건우는 그 대답을 듣자마자 좋은 생각이 나서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럼 내가 이름을 지어줘도 될까?”
“이름을요?”
“요정아라고 계속 부르기엔 좀 그렇잖아? 내가 임시로 이름을 지어줄게.”
“흐음. 글쎄요. 저는 벌을 받고 있기에 이름도 잃었답니다. 하지만 임시 이름이라······진짜 이름을 찾기 전까지는 괜찮을지도······.”
건우는 그 말에 스리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말했다.
“그럼 됐네. 엘. 엘 어때?”
그 말에 요정이 움찔거렸다.
“엘?”
“응. 요정이니까. 영어로 엘프. 거기서 앞글자만 따서 엘. 임시로 쓰기에 딱 좋지 않아?”
건우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그리 물었다. 요정은 그 말에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고개를 가볍게 주억였다.
“엘······엘······엘. 무척이나 예쁜 이름이랍니다.”
“그렇지? 마음에 들어?”
“네. 아주 마음에 든답니다. 저는 이제부터 엘이랍니다.”
엘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엘의 몸이 빛으로 가득 차더니, 그 크기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그에 놀란 건우가 하와를 끌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뭐, 뭐지?”
“하와!”
깜짝 놀란 건우와는 다르게 신비한 광경에 신이 난 하와.
시간이 흐르자, 엘의 몸이 더 이상 커지지 않게 되고 엘은 어느새 하와정도 크기까지 자라나서 눈을 떴다.
그때, 건우의 눈앞에 문자가 떠올랐다.
[정령 농사꾼을 위한 던전 농지의 요정이 정령 농사꾼 이건우에게 이름을 얻습니다.] [정령 농사꾼을 위한 던전 농지의 요정이 ‘던전의 정령’으로 승격합니다.] [던전의 정령 엘을 정령일꾼으로 받아들입니다.] [마력이 영구히 5 감소합니다.]건우는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그때, 완전히 승격을 끝낸 엘이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린답니다.”
무척이나 예쁘고 순수한 미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