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211)
건우는 족장 얀, 대장 무타무타와 대화를 마치고 다시 작업에 돌입했다.
엘프들의 도움을 받아서 모판에 엘름을 키운 후, 물을 채운 논에 옮겨 심는 작업이었다.
“하와~”
“발이 푹푹 빠진답니다!”
“느낌 이상해.”
갸웅!
하와와 엘, 소아, 가온은 논에 발을 들이고 즐거워했다.
건우가 그 모습을 보면서 슬쩍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나도 예전에는 저 느낌을 참 좋아했었는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스마트폰에 남겼다.
그렇게 잠시 후, 충분히 사진을 찍은 건우가 정령들에게 작업 지시를 내렸다.
“자, 다들 작업 시작하자!”
―힝!
―무웅!
―운!
건우의 작업 지시에 바람의 정령, 땅의 정령, 물의 정령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을 외쳤다.
그렇게 시작된 논농사.
바람의 정령이 엘름이 자란 모판을 옮기고, 땅의 정령이 그것을 심고, 물의 정령이 엘름을 잘 심을 수 있게 물을 잠시 치워 주는 형태였다.
건우는 세 정령이 합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처음하는 것치고는 모내기를 잘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단번에 이렇게 잘하지 못했었는데…….’
그는 그러면서 과거 정령들의 모습을 떠올려 봤다.
‘잎만 좀 따 주라니까 농작물 대궁을 잘라 내고, 잡초 대신 작물을 뽑고, 밭을 물로 가득 채우질 않나…….’
과거의 정령들은 확실히 어설프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농사일을 워낙 자주 해서 그런지, 하와처럼 농사의 정령이라고 불러 줘도 될 정도로 농사일을 잘했다.
‘아무튼, 언제나 고마운 아이들이야.’
건우는 그러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도 거들기 위해서 모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능숙하게 엘름 모내기를 시작했다.
―운!
―운운!
건우가 직접 움직이자, 따라붙는 몇몇 물의 정령들. 녀석들은 건우가 엘름을 심을 때마다, 물을 치워서 도움을 줬다.
그렇게 잠시 후.
건우는 잠깐 허리를 펴면서 작업 현황을 확인했다.
다들 열심히 작업을 해 준 덕분에 작업은 아주 순조로웠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다 같이 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네. 요즘은 이앙기 때문에 혼자서 다 하는 게 추세인데……….’
건우는 그러면서 요즘의 시골 논농사 모습을 떠올렸다.
이앙기를 이용해서 모를 심는 모습.
‘그나마 다 품삯 주고 사람을 구하지.’
농촌에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많아서, 품삯을 주고 일용직을 구해 모를 심는 것이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품앗이를 하는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만 했다.
‘분명 살기 좋아져서 그런 건데…… 조금 씁쓸하기도 하네.’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엘름 모내기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던전 농지에 드넓은 엘름 논이 생겼다.
빈 농지의 대부분을 엘름 논으로 채운 것이다. 아무래도 엘프주의 원료 중에 엘름이 가장 많이 들어가니, 당연한 조치였다.
‘후우. 뿌듯하네.’
건우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을 때였다.
“하와.”
“뿌듯하답니다!”
“뿌듯뿌듯해!”
갸웅!
건우의 옆에 있던 하와와 아이들도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물의 정령들의 도움을 받아서 몸을 씻기 시작했다.
그때, 얀이 슬쩍 다가왔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뇨. 제가 한 건 고생도 아니죠. 진짜 고생은 정령들이 다 했죠.”
건우가 그렇게 말하자, 조용히 어깨에 앉아 있던 진흙 찐빵이 입을 열었다.
―알긴 아는군.
“하하. 당연하죠. 그래서 항상 정령들한테 고마워하고 있어요.”
―알고 있다. 그 얘기는 항상 듣고 있으니…….
그 말에 건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정말요?”
―그렇다. 정령들이 아는 것을 내가 모두 알고 있으니까. 계약자의 평가는 정령들 사이에 아주 좋다.
그 말에 건우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다행이긴 한데, 뭔가 쑥스럽네요. 사실, 제가 딱히 해 주는 것도 없는데…….”
―물리적인 뭔가를 해 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계약자가 불러내는 정령들은 정령들 사이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건우는 진흙 찐빵의 담담한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 얀이 슬쩍 말문을 열었다.
“그럼, 이제 슬슬 엘름을 성장시키면 되겠습니까?”
그 물음에 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생 좀 해 주세요. 그런데 힘들지 않으시겠어요? 아까 모판 작업할 때도 고생하셨는데…….”
그 물음에 얀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다만 무리는 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얀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엘프들과 엘름 논을 돌면서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엘프들이 능력을 활용할 때마다 눈에 띌 정도로 성장하는 엘름.
건우는 그런 엘프들을 따라다니면서, 물의 정령들을 이용해 물을 보충해 주었다. 엘름이 급속 성장하면서 빨아들이는 물의 양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필요한 일이었다.
‘물 먹는 하마가 따로 없네.’
건우는 그렇게, 엘프들과 함께 엘름 밭은 한 차례 성장시키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마어마하게 자랐네.’
겨우 하루 만에 엘름들이 20cm 정도는 자랐으니, 만족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진흙 찐빵이 입을 열었다.
―확실히 이 방법은 땅이 힘들어하는군.
그 말에 건우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땅이 힘들어한다고요?”
―그렇다. 인간으로 따지면 무산소 운동을 한 느낌이다.
그 말을 들은 건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건가요?”
―그렇진 않다. 워낙 땅이 건강하니, 이 정도는 얼마든지 견뎌 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장소이기 때문에 상관없다.
그 말에 건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장소이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계약자가 던전 농지라고 부르고 있는 이곳은 묘하게 기운이 풍부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모한 힘도 금방 채워지고 있다. 그러니, 계약자는 걱정할 필요 없다. 마음껏 농사를 짓도록 해라.
진흙 찐빵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덤덤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귀여운데 근엄, 진지한 모습.
그 모습을 본 건우가 자기도 모르게 진흙 찐빵을 쓰다듬었다.
진흙 찐빵이 그에 반응했다.
―갑자기 왜 그러지?
“네? 아, 저도 모르게…… 워낙 제 취향이라서요. 기분 나쁘셨나요?”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기분 나쁠 이유는 없다.
진흙 찐빵이 그렇게 말하자, 건우는 대놓고 진흙 찐빵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하와와 아이들이 달려들어서, 건우가 진흙 찐빵을 아이들에게 내주었기 때문이다.
‘땅의 위대한 존재님이 인기가 좋네.’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진흙 찐빵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스마트폰에 남겼다.
그렇게 던전 농지의 하루가 끝나 갔다.
* * *
건우는 던전 농지 일과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신비술사 조윤아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엘프와 드워프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구 정착에 관해 엘프들은 보류 의사를 꺼냈고, 드워프들은 높은 확률로 지구 정착에 도전해 볼 거라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그에 잔뜩 흥분한 조윤아는 바로 건우와 만나길 원했다.
그렇게 잠시 후.
건우가 집에 도착해서 씻고 나자마자, 조윤아와 집사 나이트가 건우네 집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이건우 님?”
언제나처럼 정중한 인사.
건우는 그에 맞춰서 인사를 건넸고,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평소보다 두 사람을 격하게 반겨 주었다. 논농사를 워낙 재밌게 해서 그런지, 아직 들뜬 기분이 남아 있던 탓이다.
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아이들과 부대끼는 조윤아.
나이트가 슬쩍 나선 것은 그때였다.
“아가씨. 다른 분들보다는 일단 이건우 님과 대화부터 나누시지요.”
그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조윤아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면서, 아이들과 떨어졌다.
건우가 그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잠깐 떨어지는 건데, 뭘 저렇게 애잔한 표정을 지을까?’
그는 그러면서 조윤아와 나이트를 방 안으로 안내했다.
그렇게 마주 앉은 세 사람.
조윤아가 얼굴에 남은 여운을 지우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건 뭔가요, 이건우 님?”
건우는 그녀의 질문에 자신의 어깨에 앉은 진흙 찐빵을 슬쩍 바라봤다.
진흙 찐빵은 미동도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아, 전에 말했던 정령왕.”
“아아. 정령왕이구…… 네?”
조윤아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건우의 대답에, 대수롭지 않게 받아 주다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나이트의 표정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건우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재밌다는 표정을 짓다가 말을 이었다.
“땅의 위대한 존재야. 전에 한 번 말했었지? 위대한 존재 땅 버전이라고 할까?”
“정, 정말요?”
“응. 정말이지. 한 번 볼래?”
건우는 그렇게 물으면서 진흙 찐방을 잡아서 조윤아와 나이트가 잘 볼 수 있도록 앞으로 내밀었다.
그에 조윤아와 나이트가 신기한 듯 진흙 찐빵을 관찰했다.
그러길 잠시, 조윤아가 건우를 보면서 물었다.
“뭔가,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랑 너무 다른데요?”
“그렇긴 하지? 그런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땅의 위대한 존재’가 진흙 찐빵의 모습으로 있는 이유를 알려 주었다. 그에 조윤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놀라워했다.
“뭔가 엄청난 비사를 들은 느낌이에요.”
“음, 비사라면 비사지. 다른 사람들한테는 알릴 수 없는 이야기기도 하니까.”
“아무튼 대단해요. 정령왕과 계약이라니…… 다른 사람들이라면 못 믿었을 거예요.”
“하긴, 나는 지금도 잘 안 믿기니까.”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동안 ‘위대한 존재’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그러던 중에 진흙 찐빵이 입을 열었다.
―지금 할 얘기는 그게 아니지 않나?
“네? 아, 네. 그렇죠. 하하. 어쩌다 보니 말이 좀 옆으로 샜네요.”
건우는 그러면서 민망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조윤아가 진흙 찐빵을 보면서 놀라워했다.
“말도 하네요?”
“당연하지.”
“뭔가 신기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진흙 찐빵을 빤히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건우가 조윤아에게 슬쩍 물었다.
“만져 볼래?”
“네? 그래도 돼요?”
“응. 괜찮을 거야. 괜찮죠?”
건우는 바로 진흙 찐빵에게 의사를 물었다.
그에 진흙 찐빵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마음대로 해라.
그 대답에 건우는 진흙 찐빵을 조윤아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들었지? 한번 만져 봐. 느낌이 나쁘진 않아.”
그 말을 들으면서 진흙 찐빵을 건네받는 조윤아.
그녀는 진흙 찐빵을 받아 들고 한동안 머뭇거렸지만, 이내 진흙 찐빵을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와와 아이들 못지않게 과감하게 진흙 찐빵을 쪼물딱거렸다.
“와, 느낌이 정말 신기하고 좋아요.”
“그렇지? 그래서 그런지 하와도 무척 좋아해.”
“이해가 가요. 이런 촉감이라면…… 하루 종일 만지고 있고 싶어요.”
조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동안 진흙 찐빵 삼매경에 빠졌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본심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저도 이런 거,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요.”
―미안하지만 나는 유일하다. 그리고 누구도 나를 소유할 수 없다.
“네? 아니,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닌데…… 죄, 죄송합니다.”
―받아들이지.
진흙 찐빵에서 사과하는 조윤아. 그리고 그 사과를 받아 주는 진흙 찐빵.
건우는 그런 둘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소리 죽여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조윤아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건우에게 물었다.
“왜 웃으세요?”
“하하, 미안. 둘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었어.”
그가 그렇게 대답하자, 조윤아가 얼굴을 더욱 붉혔다.
그때, 진흙 찐빵이 말을 더했다.
―흠, 심장이 빨리 뛰고 있군. 조금 쉬는 게 어떤가?
그 말에 결국 조윤아의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라 버렸다.
그 덕분에 세 사람이 원래 나누려던 대화는 좀 더 나중이 되어서야 나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