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99)
천보 마약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을 때, 신화그룹도 천보 마약으로 인한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만큼 소속된 사람들의 숫자도 많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로 인해서 신비술사 조윤아는 한동안 딱딱해진 표정을 풀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천보 마약의 치료제를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집사 나이트가 낭보를 하나 들고 나타났다. 바로 천보 마약의 치료제에 관한 소식이었다.
조윤아의 딱딱했던 표정이 말랑말랑하게 풀어졌다.
“그게 정말인가요, 나이트?”
“네. 이건우 님께서 직접 전달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S급 고추가 천보 마약의 치료제라고 합니다.”
“그래요? 그런데 이건우 님이 그걸 어떻게 아셨을까요?”
천보 마약에 관한 것은 일반 대중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건우가 그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하니, 이상했던 것이다.
나이트가 그에 대해서 설명을 더했다.
“우연히 정수찬 쉐프 레스토랑에서 S급 고추를 먹은 천보 마약 피해자가 완쾌되었다고 합니다. 그게 초인 협회 백천수 원주지부장의 귀에 들어갔고, 그가 정수찬 쉐프에게 협조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가 정수찬 쉐프를 통해서 이건우 님께 알려졌고, 마지막
으로 이건우 님이 저한테 연락을 취하신 상태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조윤아는 상황을 단번에 파악하고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다가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다.
“이건우 님이 S급 고추를 어떻게 사용하겠다고 했나요?”
“신화그룹에 이번 일에 한해서 사용 권한을 양도했습니다. 그 대신 저희가 최대한의 이득을 봐드리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네요. 혹시나 그냥 퍼 주라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현재 신화그룹에서 파악하고 있는 천보 마약의 후유증은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괜히 급하게 치료제를 막 풀어 낼 필요가 없었다.
현재 천보 마약 피해자들은 부유층에 대부분 몰려 있는 만큼, 충분한 이득을 취해 가면서 움직여도 늦지 않았다.
“좋아요. 그 건에 관해서는 최대한 가능한 만큼 이득을 볼 수 있게 노력해 주세요. 일단 S급 고추의 수량 파악부터 하시고, 각국마다 분배 비율을 조절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현재 천보 마약은 대한민국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었다. 차 문화가 발달한 문화권의 피해가 더 큰 것은 맞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영향을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조윤아는 그 이후로 몇몇 지시를 더 내리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후우, 좋아요. 이 정도면 급한 불은 좀 끌 수 있겠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아가씨.”
“고생은 신화 사람들이 다 해 주시는 거죠. 제가 뭘 한 게 있나요? 아니, 이번 일은 이건우 님이 다 고생해 주신 거라고 해야 하나?”
조윤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가볍게 실소를 흘렸다.
“생각해 보면 이건우 님의 가치는 저희가 산정한 것보다 훨씬 대단한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단순한 농업인이라고 하기에는······ 이건우 님이 가진 것들의 무게감이 상당합니다.”
“그러게요. 이건우 님하고 만난 건, 진정 행운이었어요. 덕분에 하와도 만날 수 있었고······.”
조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하와의 사진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동안 그 사진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일을 하다가 힘이 들 때면, 하와의 사진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
“그런데 S급 뿔토끼 뿔의 수급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그 물음에 나이트가 송구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수급은 계속해서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수량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목표 수량을 채우겠습니다.”
나이트의 말에 조윤아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아니에요. 빨리할 필요는 없어요. 천천히 해 주세요. 대신에 확실하게 해 주세요.”
“명심하겠습니다.”
“부탁드려요, 나이트.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요. 곧 있으면 제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확신은 없지만······ 느낌이 그래요.”
조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가 폈다.
지금 당장이라도 성장의 비약이 그녀의 손에 잡힐 것 같았다.
***
하루가 흘렀다.
포식자 민서린이 이른 아침부터 눈을 번쩍 떴다.
“밤새 버렸다.”
그녀는 조금도 잠을 자지 못한 상태였다.
건우와 바위벌 양봉 이야기를 나눈 이후로, 가슴이 떨려서 잠을 청하지 못한 것이다.
“하아, 안 되겠다.”
결국 그녀는 평소보다 빨리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냥!?
그 덕분에 그녀의 배 위에서 퍼질러져 있던 워블랑 돌쇠가 굴러떨어졌다.
냥냥!
덕분에 잠에서 깨 버린 돌쇠가 민서린에게 갑자기 뭐 하는 짓이냐며 항의를 했다. 하지만 민서린은 그런 항의를 받아 주는 대신에 바쁘게 나갈 준비를 마쳤다. 돌쇠는 결국 항의는 멈추고, 뭐가 그렇게 바쁘냐고 물으면서 앞발로 그루밍을 시작했다.
민서린은 그제야 돌쇠의 말에 대답했다.
“건우 씨를 찾아가야겠어.”
냥!
“알아. 너무 이른 시간이라는 거. 그런데 어떻게 해?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데?”
돌쇠는 그런 민서린의 말에 병이 도졌다면서 혀를 찼다. 하나에 꽂히면 만족할 때까지 가만히 있지 못하는 병이었다.
민서린이 겉옷을 입으면서 말했다.
“집 근처에서 대기하면서 건우 씨가 나올 때까지 잠복할 거야.” 그녀의 말에 돌쇠는 그러든지 말든지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냐앙?
“뭐? 스토커 아니냐고? 무, 무슨 소리야! 너, 내가 스토커라는 소리야?”
냥냥.
돌쇠는 ‘아니면 말고’라고 하면서 그 끝에 범죄는 저지르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민서린은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절대로 그럴 일 없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갈 준비를 완전히 마쳤다. 돌쇠가 그런 그녀의 어깨에 훌쩍 올라탔다.
민서린이 돌쇠를 보면서 물었다.
“너도 가려고?”
냐앙~
“범죄 저지르지 못하게 지켜보러 간다니······ 너어, 대체 나를 어떻게 보는 거야?”
돌쇠는 그 물음에는 답하지 않고 그녀의 목덜미에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민서린이 한숨을 가볍게 내쉬면서 현관문을 열었다.
그 순간이었다.
뺙!
빙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빙닭이 쏜살같이 돌쇠에게 달라붙었다.
뺙뺙!
냐앙!
돌쇠에게 열심히 부비부비 하는 빙닭.
돌쇠가 귀찮은 듯이 앞발로 녀석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빙닭은 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머리를 들이밀었다.
민서린이 빙닭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정령은 분명히······.’
그녀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젊은 사내가 난처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사내의 정체는 바로 아이스 프린스 박예준이었다.
그가 민서린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포식자가 아닌, 단순히 같은 상주 헌터로서 알아본 것이다.
민서린 역시도 딱 그 정도의 입장에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아침부터 어디 다녀오시나 봐요?”
그녀는 박예준이 끌고 있는 커다란 여행 가방을 가리키면서 그렇게 물었다.
박예준이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랜만에 가족들 좀 보고 왔습니다.”
사실, 박예준은 어제 묵계리를 떠날 생각이었다. 얼음여왕 정수진이 아픈 상황에서, 자신만 계속 밖에서 겉돌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수진이 완전히 완쾌되면서 하루만 가족들과 함께하고서 돌아온 것이다.
이번에는 박예준이 민서린에게 물었다.
“아침부터 일찍 어디 나가십니까?”
“저는 바위벌 관찰 때문에······.”
사실은 건우네 집 근처에 잠복하러 가는 길이었지만, 그 사실은 쏙 숨기고 예전처럼 바위벌 관찰을 변명거리로 내밀었다.
다행히 박예준은 그런 그녀의 말을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민서린의 기행은 박예준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고생 많으십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빙닭아, 그만하고 가자.”
뺙!
박예준의 말에 빙닭이 돌쇠와 떨어졌다.
또 보자는 빙닭과 그만 좀 보자는 돌쇠.
박예준은 그런 빙닭을 챙기면서 자신이 상주하고 있던 집으로 향했다.
민서린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모자를 고쳐 썼다.
“자, 그럼 우리도 가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건우네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잠시 후.
민서린의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박예준의 숙소의 문이 벌컥 열렸다.
“자, 빙닭아. 수련하러 가자.”
뺙!
숙소에 짐만 가져다 놓은 박예준이 수련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온 것이다.
“오늘은······ 그래 저쪽이 좋겠다.”
뺙!
그 방향은 건우네 집이 있는 방향이었다.
***
건우는 오늘도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몸을 풀고 있었다.
“끄아아!”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건우.
그 모습을 본, 하와와 가온이 그것을 따라 했다.
“하와앙!”
꺄우앙!
서로 몸을 쭉쭉 늘리면서 아우성을 내뱉은 둘.
건우는 그런 둘이 귀여워서 아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땅 보러 가는 날이네.’ 건우는 오늘, 이장에게 소개받은 5천 평 규모의 땅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단순하게 서면으로만 거래할 수도 있었지만, 역시 두 눈으로 땅을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장 아저씨도 뭔가 이상한 것 같으니, 직접 가서 땅을 살펴보라고 했지.’
이장이 건우에게 그런 충고를 한 이유는 단순했다. 건우에게 너무 유리한 조건이 붙은 거래였기 때문이다. 보통 그런 경우에는 팔려는 땅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서 과수원의 과수나무를 전부 뽑아야 할 처지라든가······.’
과수나무를 너무 다닥다닥 붙여서 심었다거나, 잘못된 과수나무를 심은 경우가 그러했다. 그런 경우 상당한 추가 비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튼 오늘, 가서 잘 살펴봐야겠어. 땅 주인하고 얘기도 좀 나눠 보고.’
건우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서 슬슬 몸풀기를 멈추려고 했다.
그때였다.
건우의 시야가 대문 밖에 닿았을 때, 그는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 서린 씨?”
“아, 안녕하세요? 우, 우연이네요.”
어색하게 인사하는 민서린을 발견한 것이다.
돌쇠가 그녀의 목에서 훌쩍 뛰어 내려오더니, 하와를 향해서 우아하게 달려왔다.
냐아~
“하와~”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껴안고 빙글빙글 도는 둘.
그 모습을 본 가온이 안 그래도 툭 튀어나온 입술을 조금 더 삐죽 내밀었다.
갸웅!
자신은 안 반겨 주는 돌쇠에게 심술이 난 것이다.
돌쇠는 흠칫 놀라면서 가온에게도 열심히 머리를 비벼서 친근함을 표시했다. 그제야 가온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방긋방긋 웃었다.
건우는 그런 셋의 친근한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머금었다.
그때였다.
민서린이 대문을 조심스럽게 넘어왔다.
“정말로 우연이네요. 정말로.”그녀는 다시 한 번 우연을 강조했다.
건우는 그런 민서린의 행동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제 민망한 모습을 노출한 것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가 그녀를 생각해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게요. 우연이네요. 그런데 아침부터 어쩐 일이세요?”
“산, 산책이요. 산책. 그렇지, 돌쇠야?”
민서린이 돌쇠에게 그렇게 물었을 때였다. 돌쇠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민서린을 바라보다가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민서린이 그 모습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봤죠? 진짜로 산책하다 보니까, 우연히 오게 된 거예요.”
건우는 그 말을 들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우연 같지는 않은데······.’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작은 뭔가가 하늘을 선회하다가 뚝 떨어져 내렸다.
뺙!
바로 빙닭이었다.
“하와!”
뺙!
하와는 자신에게 곧바로 날아오는 빙닭을 받아 들고는 방긋방긋 웃었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가 건우네 담벼락 위로 척 하고 올라섰다.
“이건우 형님. 그 사람 말은 믿지 마세요. 거짓말입니다.”
수련하러 나온 박예준의 등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