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제3차 성마대전 (2)
“내가 돌아왔다.”
주먹을 쥔 바알을 보며 교주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자세를 낮췄다. 반면에 로톤은 입가를 파르르 떨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바알 님을 뵙습니다! 제가 바알 님을 부활시켰습니다!”
“그래?”
바알의 시선이 로톤에게로 향했다.
입꼬리를 올리며 어색한 몸을 이끌고 움직였다. 걸음을 옮겨 당당하게 서 있는 로톤의 앞에 섰다.
천천히 손을 뻗어 로톤의 머리 위에 올렸다.
정말로 오랜만에 느껴지는 감촉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네 덕이구나.”
“…여, 영광입니다! 아!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했던 연구들을 이용하면 바알 님이 지금보다 훨씬…….”
퍼억!
바알은 그대로 로톤의 머리를 터트렸다. 쫑알쫑알 시끄러운 것도 시끄러웠지만, 오랜만에 느껴 보는 피 냄새에 두 눈을 감았다.
손에 묻은 피를 혀로 핥으며 그 맛을 느꼈다.
“좋구나, 좋아. 하지만 부족해. 더 신선하고 더 많은 피를 가지고 싶구나.”
“제물들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데려와라.”
교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검은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 위로 다섯 명의 인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베른 대륙의 결사대 소속 인원들.
마신교 본단을 찾으러 다니는 놈들을 제압해서 납치해 왔다.
“여…… 여긴.”
“집중해. 저 녀석을 봐.”
결사대의 시선이 바알에게 향했다.
초대 황제 루드칼의 얼굴을 한 바알.
오베르크 제국의 말로가 비참하긴 했지만, 제국을 건설했던 루드칼은 역사적인 영웅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루드칼의 초상화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다.
“루드칼?”
“말도 안 돼…… 황제가 죽은 지 몇백 년이 지났는데…….”
“다 떠나서 왜 마기가…….”
“크흐흐흐.”
바알이 결사대를 향해 걸었다.
“살고 싶으면 나를 죽여야 할 거다.”
“뭐?”
결사대 중 하나의 목을 잡은 바알이 힘을 주었다.
“끄으윽! 이거…….”
그대로 목을 비틀어 버렸다.
동료들의 죽음에 결사대원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그들이 검에 마나를 담으며 바알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러 블레이드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형태를 이루는 오러가 있었다.
“호오…….”
바알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그대로 잡았다. 잡은 검을 빼앗으며 상대의 품으로 파고들어 갔다.
역으로 상대의 검을 이용해 마기를 담았다.
촤악!
검에서 뻗어 나간 마기가 상대를 반으로 갈랐다. 뒤이어 휘두른 검격에 옆에 있던 결사대원이 죽었다.
사방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말도, 말도 안 돼.”
바알은 손가락을 움직이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하나 남은 결사대에게 다가가 양손을 들어 올렸다.
공포에 가득 찬 결사대의 얼굴을 잡고 그대로 압축시켰다. 온몸을 적시는 피를 느끼며 바알이 머리를 쓸어 올렸다.
“어떻습니까?”
부동자세로 무릎을 꿇고 있던 교주의 물음에 바알이 웃었다.
“피가 구려. 더 신성한 피를 맛보고 싶은데…… 가령 성녀라든가. 아니면 영웅이라 불릴 만한 녀석이거나.”
“죄송합니다.”
“됐고. 준비는 다 되었나?”
“예. 마계의 문은 이미 준비를 마쳐 놓았습니다.”
씨익.
입꼬리를 활짝 올린 바알이 교주를 내려다봤다.
“열어라.”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교주가 왼쪽 검지 손가락을 잘라 내고 천장을 향해 던졌다.
콰지지직!
손가락에서 검은 스파크가 튀기며 강렬한 바람을 일으켰다. 작게 그려지는 마법진 위로 여러 개의 마법진이 겹쳐졌다.
복잡한 술식의 마법진이 하나로 합쳐졌다.
고오오오오!
그곳을 향해 바알이 자신이 가진 마기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마법진은 하나의 문을 만들어 냈다.
주먹만 한 문은 점점 크기를 키워 나가며 지하 밀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크기가 커졌다.
아홉 개의 뿔을 가진 무언가의 얼굴.
문에 새겨진 얼굴이 반으로 갈라지며, 문이 열렸다.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다.
문 너머에는 붉은 사막이 있었고, 그 위에 엄청난 병력이 서 있었다.
가장 앞에 있는 여덟 명이 먼저 몸을 움직여 마계의 문을 타고 지하로 넘어왔다.
그들은 바알을 알아보고 바로 몸을 숙였다.
“마신님을 뵙습니다.”
“마신님을 뵙습니다.”
“마신님을 뵙습니다.”
“마신님을 뵙습니다.”
“마신님을 뵙습니다.”
“마신님을 뵙습니다.”
“마신님을 뵙습니다.”
“마신님을 뵙습니다.”
각양 각색의 목소리.
바알은 베른 대륙으로 넘어올 때 남겨 두었던 자신의 자식들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기운이 풍겨져 왔다.
“잘 자라 주었구나.”
너무나도 든든한 이들의 모습을 보며 교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적들은 어디 있지?”
“오베르크 제국이 있던 곳에 주둔지를 꾸린 뒤, 힘을 합쳐 결사대를 꾸렸습니다.”
“대부분의 강자는 그곳에 있단 뜻이겠구나.”
“그렇습니다.”
바알은 영혼을 결합하며 주입된 정보들을 떠올렸다. 마기를 이용해 그 정보들을 여덟 명의 자식에게 넘겼다.
“너희는 각자 애드리안 왕국, 라비노 왕국, 레샤 왕국, 카빈 왕국으로 떠나거라. 그곳에 있는 왕들의 목을 베고. 나머지는 오베르크 제국이 있는 곳으로 향하거라.”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바알은 옆에 있는 교주를 보며 고개를 까딱였다.
“넌 나와 함께 움직인다.”
“예.”
“네가 그토록 바랐던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지. 우린 아리안나의 목을 베러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예.”
“그럼 적들에게 우리가 왔음을 알리자꾸나.”
* * *
연합군 결사대 주둔지.
성에 앉아 있던 마렉은 레딘의 통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가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 기지개를 켰다.
“으으으으!”
하늘은 한없이 맑았고, 주둔지는 힘찬 함성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다섯 개의 훈련장.
각 훈련장에선 신성 제국의 신성력 수련, 애드리안 왕국의 검술, 레샤 왕국의 마법 수련, 카빈 왕국의 생존술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나머지 한 곳의 훈련장은 결사대에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난 특수단이 개인 훈련장으로 쓰고 있었다.
“합!”
“하압!”
여러 왕국이 하나가 된 것 같은.
화합이 된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았다.
이 분위기라면 어떤 악재가 닥쳐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달까.
마렉은 고개를 돌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딸의 사진을 바라봤다.
“……평생 갚아야겠지.”
만약 레딘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버닝헬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곤 하나뿐인 딸을 잃었을 것이다.
쓰레기 같은 자식에게.
“으챠!”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몸을 풀면서 주둔지 성 지하에 있는 작업실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해야 할 일은 포션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소피아에게 보고를 듣는 것.
조금은 통통거리는 발걸음으로 지하에 도착하자, 마법과 도구들이 적당히 합쳐진 공장이 나타났다.
자동화 시스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마법과 도구가 움직이면서 포션을 만들어 냈다.
우우웅!
지이이잉!
깨끗하게 소독된 유리병이 나오면 그 안에 여러 가지가 배합된 최적의 포션이 담기고, 그 포션의 뚜껑을 닫은 뒤 상자에 차곡차곡 담았다.
가득 채운 상자는 한쪽에 차곡차곡 쌓아서 훈련장으로 바로 텔레포트를 시켰다.
“왔어요?”
포션 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마렉에게 소피아가 다가왔다.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하면서 부쩍 가까워진 사이. 이젠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마렉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소피아와 함께 관리실로 걸음을 옮겼다.
소피아가 한쪽으로 가서 커피를 타 왔다.
마렉과 소피아는 소파에서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커피를 마셨다.
“오늘은 어쩐 일이세요?”
“얼굴도 볼 겸.”
“제 얼굴은 왜요?”
소피아의 말에 마렉이 머리를 긁었다. 그런 풋풋한 모습에 소피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은 일하는 시간이니 일 얘기만 하시죠, 재무담당관님.”
“아. 그래야죠. 포션 생산은 별문제 없습니까?”
“네. 현재까진 큰 무리는 없어요. 성녀님이 오신 뒤로 신성력을 가미한 포션을 만드니 성능도 50% 이상 좋아졌고요.”
“그게 어느 정도입니까?”
“어딘가가 잘려도 붙일 수 있을 정도예요. 물론, 완치 수준은 아니고 응급처치 정도 수준이에요.”
“호오. 그것 외에 저번에 개발한다고 하던 것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
소피아가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있는 상자를 가지고 왔다.
안에 담겨 있는 포션을 하나씩 꺼냈다.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는 포션.
소피아가 포션의 색깔을 하나씩 가리키며 성능을 말해 주었다.
“초록색은 모든 독을 정화해 주는 해독제예요. 신성력을 이용하면 해독 같은 건 문제가 안 되지만. 신성력을 무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니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오.”
“그리고 보라색은 일시적으로 육체 능력을 올려 줄 거예요. 마신 사람을 각성시킨다고 할까요?”
“위험한 거 아닙니까?”
“위험해요. 지속 시간은 10분. 그 뒤에는 꼭 이 포션을 마셔야 해요.”
소피아가 노란색 액체가 담긴 병을 흔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신성력 폭탄이에요.”
회색빛 포션.
“폭탄 말입니까?”
“예. 마기에만 반응하는 폭탄이라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별 영향이 없지만. 마기가 조금이라도 있는 마인이나 마수에겐 엄청난 위력을 선사하죠.”
“마신교와의 전쟁에서 엄청난 도움이 되겠군요.”
“예. 그런데 들어가는 신성력이 적지 않아서 하루에 생성되는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아요. 지금까지 만들어진 게 대충 300개 정도.”
“그 정도만 해도 전쟁에선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다행이구요.”
“보고 사항은 이게 끝입니까?”
“네. 아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뭔가를 더 개발하기보단 지금 만들어 놓은 것들을 보완하고 재고를 쌓는 게 중요해 보이네요.”
소피아의 말에 마렉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요 부분은 정리해서 제가 회의 때 보고 하겠습니다.”
“일 얘기는 끝났으니 사적인 얘기를 하자면, 오늘 저녁에 시간이 비어요.”
“맛있는 와인 하나 챙겨서 저녁 먹으러 가겠습니다.”
마렉이 소피아를 보며 웃었다.
소피아도 마렉을 보며 웃었다.
그렇게 묘한 분위기가 이어지려는 찰나.
쿠구구구구궁!
바닥이 크게 울리면서 공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만들어지고 있던 포션들이 전부 깨져 나갔다.
마렉은 소피아를 데리고 빠르게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뒤엎고 있었다.
강렬한 마기가 느껴졌다.
“마계의 문이 열린 건가.”
* * *
눈앞에 있는 붉은 포털.
내가 게이머 시절에 발견했던 유일한 신화 포털이었다.
정말 운이 좋게 발견했고.
신이 난 마음에 바로 도전했었지만.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포털이 아니었다.
거의 반년에 가까울 정도로 공략을 해야 했고, 공략을 성공해서 얻은 건 당장 쓸 수 없는 이상한 아이템이었다.
“각성?”
그런 이름이 적힌 돌.
게임 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보니, 그냥 창고에 처박아 두었던 기억이 났다.
“여기선 다르겠지.”
빠르게 얻고 결사대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포털 안으로 들어갔다.
슈아아악!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