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3)
83화 밀레 남작 (1)
“적이다!”
경비병들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마그네스 조직원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들을 훑어보며 목표물을 찾았다.
분명, 이 공장을 책임지는 자가 있을 거다. 일단 눈에 보이는 곳엔 없었다. 기감을 끌어 올려 탐색했다.
마약 공장 깊은 곳에 마련되어 있는 독립된 공간.
그곳에서 미세하게 느껴지는 기척.
“정면에 보이는 길 안쪽에 목표물이 있어. 난 저 녀석을 잡아올 테니, 너흰 이곳을 깔끔하게 정리해 놔.”
“알겠습니다.”
명령을 내린 뒤, 몸을 움직였다.
사방으로 퍼져 나간 아델라, 휴고, 루크가 마그네스 조직원들을 상대했다. 적의를 가지고 달려드는 적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서걱!
서걱!
“끄아아악!”
“끄르륵…….”
“적은 네 명뿐이다. 전부 달려들어서 죽여!”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한 자는 살려 주겠다.”
아델라의 외침에 마그네스 조직원들이 이를 갈며 달려들었다.
“닥쳐, 썅년아!”
“이거 완전 교관님들이 말한 대로네.”
“뒤져라!”
챙!
챙!
냉철하게 적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움직였다. 정면에서 다가오는 녀석들을 베면서 길 안으로 들어섰다.
아까 느껴졌던 기척이 점점 멀어졌다.
“도주로가 있는 건가.”
이대로 도망가게 둘 생각은 없다.
마나를 끌어 올리며 단번에 거리를 좁혔다.
도망치는 이의 얼굴이 보였다.
빡빡머리의 사내가 품에 무언가를 챙기고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다시 한번 거리를 좁히며 사내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큭!”
사내의 품에 있던 작은 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며 보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것들.
“이거 갖고 튀려고?”
“……젠장.”
까드득.
사내의 입에서 무언가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침을 삼킨 사내가 입맛을 다시더니 내가 잡은 옷을 벗어 젖혔다.
시야를 가리는 옷을 치우자.
“뒤져, 이 새끼야!”
충혈된 눈의 사내가 주먹을 뻗었다.
몸을 움직여 주먹을 피하면서, 검집으로 녀석의 겨드랑이를 올려 쳤다.
퍽!
“끄윽! 흐으…….”
빡빡머리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고통스러워한다기보단 묘하게 즐기는 표정 같달까.
빡빡머리 사내가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엔 검을 뽑아 녀석의 왼팔을 베고 종아리에 검을 깊게 찔러 넣었다. 다시금 녀석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빡빡머리가 입에 묻은 가루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그리곤 입에 가져가 한번 빨더니 씨익 웃었다.
“네 공격 따윈 하나도 안 아파, 이 새끼야.”
자기들이 만든 마약을 통해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 것 같은데.
저런 각성제가 있을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녀석의 상태를 살폈다.
전신에 꿈틀거리는 핏줄이 굵어지는 것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상태가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다.
신체적인 능력도 향상시키는 건가.
앞으로 이 녀석들을 상대하려면 이런 정보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녀석이 각성하길 기다렸다.
“끄윽!”
침음성을 내뱉은 빡빡머리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달려들었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
그럼에도 녀석의 공격이 눈에 보였지만, 위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녀석이 내지른 주먹을 잡았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위력은 적지 않았다. 별 형편 없는 놈들을 이 정도 수준으로 올려놓았다면.
더 강한 놈들은…….
“그렇게 잡아 봐야 안 아프다고!”
빡빡머리가 다른 손을 뻗는 걸 보며 정화의 힘을 사용했다. 마약을 기반으로 했다면 정화의 힘이 통할 거다.
화아악!
하얀빛이 뿜어져 나와 빡빡머리의 몸으로 흘러갔다.
충혈된 눈이 가장 먼저 돌아오고, 그 뒤에 핏줄이며 비정상적이던 근육 같은 것들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 이게…….”
벙찐 녀석을 보며 웃었다.
손에 잡힌 빡빡머리의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녀석이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악!”
“어때, 이젠 좀 아파?”
“사…… 살려 줘!”
“여기서 생성된 마약들의 밀매 루트, 전부 다 불어. 그럼 살려 줄 테니까.”
“모…… 몰라.”
“몰라? 그럼 어쩔 수 없지.”
꽈아아악!
“아아아아악! 진짜…… 진짜 몰라! 루트 관리는 밀레 남작이 처리하고 있어!”
밀레 남작이라.
녀석의 주먹을 놓아주곤, 허리춤에 있는 수갑을 꺼내 채웠다.
“사…… 살려 준다며!”
“살려 주잖아.”
* * *
크레인 왕국의 드콜 백작령.
데이론은 텔레포트 앞에 모여 있는 인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정보원의 급보에 따라 목적지를 변경한다.”
“그럼 처음 가기로 했던 드콜 백작령의 외곽 숲은 안 가는 겁니까?”
레베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리노 호수에 있는 불개미의 작업장을 먼저 처리할 거다.”
갑자기 작전지역을 바꾼 것은 혹시 모를 내부의 첩자를 색출하기 위한 계획 때문이었다.
레딘의 제안으로 시작된 계획.
‘각 조원들에게 자신들의 목적지는 가짜, 다른 조원의 목적지는 진짜를 알려 주면 됩니다.’
의도적으로 정보를 풀기 위해서 세리아와 레베카를 섭외했다.
‘그다음 가짜 목적지에 들러서 첩자가 마스네스 조직에 정보를 넘길 시간을 주고, 그다음 진짜 목적지로 움직이면…….’
‘첩자는 자신의 가짜 목적지와 다른 조의 진짜 목적지를 조직에 넘기게 된 꼴이 됩니다.’
그 뒤엔 간단했다.
‘만약 제가 있는 곳에 적들이 대기하고 있다면, 단장님이 있는 곳에 첩자가 정보를 흘린 꼴이 되고.’
‘반대로 단장님이 가는 곳에 적들이 대기하고 있다면, 제 쪽에서 첩자가 정보를 흘린 게 되겠죠.’
한마디로 리노 호수에서 조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레딘이 있는 2조에 첩자가 있다는 뜻이었다.
“가자.”
데이론은 계획을 상기하며 텔레포터를 사용했다.
우웅!
데이론은 달라진 환경을 바라보았다.
옅은 안개가 끼어 있는 숲.
이곳에서 좀 더 깊게 들어가면, 크레인 왕국의 3대 관광지 중 한 곳인 리노 호수가 나온다.
“모두 모여 봐.”
데이론은 미리 준비한 지도를 꺼냈다.
“여기가 현재 위치, 이곳이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다. 우린 이쯤에서 정보를 한번 수집하고 다시 움직일 거야.”
“알겠습니다.”
간략한 회의와 교전 수칙을 알려 준 뒤, 바로 무리를 이끌고 움직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데이론은 전방에서 느껴지는 다수의 발걸음에 손을 들어 주먹을 쥐었다.
일시 정지.
자세를 낮추면서 몸을 숨겼다.
그러자 뒤에 있던 다른 인원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숨겼다.
“샅샅이 수색해…….”
“……분명 이곳에…….”
대화 소리가 잘 들리는 건 아니지만.
얼추 들리는 내용을 정리해 보면 정보가 넘어간 게 분명했다.
‘설마 했는데.’
이러면 레딘이 이끄는 2조에 첩자가 있는 게 확실해졌다.
‘일단 첩자의 유무는 확인했고.’
다시 손을 들어 올려 검지와 중지를 부딪치며 가위질을 신호를 보냈다.
이 뜻은 적들의 말살.
그다음 손가락을 세 개 펴고, 하나씩 줄여 나갔다. 하나 남은 손가락을 접으며, 데이론은 전방에 있는 상대를 향해 달려나갔다.
검을 뽑아 앞에 있는 녀석의 목을 베었다.
촤악!
“싹 다 정리한다!”
* * *
관리자를 이끌고 돌아오니.
내부 상황은 정리가 끝나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던 대부분의 조직원은 목숨을 잃었고, 항복한 이들과 마약을 제조하던 이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너도 저기 가 있어.”
관리자를 조직원들이 모여 있는 곳에 던진 뒤 휴고를 쳐다봤다.
“밖에 있는 파비안이랑 세리아한테 가서 혹시 모를 도주자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없다고 하면 데리고 들어와.”
“알겠습니다.”
“아델라, 루크. 너흰 이 안에 숨어 있는 놈들이 있나 수색하고 와.”
“알겠습니다.”
조원들이 임무 수행을 위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주변에 너부러져 있는 의자 하나를 챙겼다.
마그네스 조직원들 앞에 놓고, 의자에 앉았다.
“자. 이제부터 내가 묻는 질문에 답하는 놈들은 사는 거고, 아닌 놈들은 죽는 거야.”
“나…… 난! 살려 준다며!”
관리자를 보며 웃었다.
“한번 살려 줬잖아.”
조직원들을 보며 다리를 꼬았다.
“첫 번째 질문. 밀레 남작이랑 일한 지는 얼마나 됐지?”
“…….”
“…….”
답을 모르는 이들도 있고.
서로 눈치를 보는 이들도 있었다.
발끝을 튕기며 한 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아무도 말을 안 하면, 다 죽는 거니까 명심하고.”
한 녀석이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5…… 5년 됐습니다.”
“넌 이리로 나와. 그다음 질문. 밀레 남작의 성격이나 버릇 같은 거 잘 아는 사람?”
“제가 잘 압니다!”
“여기다가 아는 거 전부 적어.”
손을 든 녀석에게 양피지와 펜촉을 넘겼다.
“그다음엔…… 밀레 남작의 영지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
“그것까지 전부 적어 놓겠습니다.”
아까 남작에 대해 잘 안다는 녀석이 손을 들었다.
“그래. 그럼. 마약 제조에 필요한 물건들이 어디서 오는지 아는 사람?”
“그건 제가 압니다.”
말단 조직이라 그런지.
정보를 부는 속도가 차원이 달랐다.
그렇게 하나둘 정보를 불면서 자리를 옮겼고, 마지막까지 남은 이는 관리자 녀석 딱 한 명뿐이었다.
“밀레 남작이 물건 받으러 오기로 한 날짜와 시간. 알고 있지?”
“……그건 정말 모릅니다.”
“관리자가 몰라?”
“정말로 모른다고!”
스르릉!
검을 뽑아 녀석의 목에 가져다 댔다.
“그럼 죽을래?”
“차…… 차라리 죽여라!”
빡빡머리 관리자가 목을 내밀었다.
마약을 몰래 밀매시키는 놈이 일정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될뿐더러, 아까 전까지만 해도 벌벌 기던 녀석이 태도를 바꾼 게 뭔가 수상했다.
“설마 시간 끄는 거냐?”
움찔.
분명 보였다.
녀석이 미세하게 떠는 것을.
“부단장님, 파비안과 세리아를 데리고 왔습니다.”
때마침 들어온 휴고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파비안이랑 여기 있는 애들 감시하고 있어. 세리아, 넌 아델라와 루크가 복귀하면 내 쪽으로 붙어.”
혼자 밖으로 나와서 동굴 위쪽에 있는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조금 높은 곳까지 올라온 뒤.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감시자의 눈]-최대 20km 거리까지 볼 수 있다.
-특정 대상을 지정하면, 대상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물 탐색이 가능하다.
망원경을 눈으로 가져가 인물 탐색을 진행하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빠르게 접근 중인 다수의 인물이 잡혔다.
망원경으로 자세히 확인했다.
여러 대의 마차가 빠르게 접근 중이었고, 그 안에는 검을 찬 다수의 인물들이 타고 있었다.
가문의 문양이 그려져 있지 않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려웠지만, 관리자가 답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던 걸 보면.
“밀레 남작 쪽인가?”
망원경을 다시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 넣은 뒤에 밑으로 내려왔다.
세리아와 아델라, 루크가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적들이 오고 있어.”
감시자의 눈 효과로 점점 다가오는 녀석들의 위치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들 몸 상태 어때.”
“괜찮습니다.”
“그럼 싸울 준비해. 이번엔 저 안에 있는 떨거지보단 강한 놈들이 올 테니, 긴장들 하고.”
시선을 돌려 숲 쪽을 바라봤다.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마차 바퀴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풀숲을 가르고 나타난 마차.
검을 뽑아 들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