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443)
443화 자이언트 스텝 (5)
술에 취해 잠에 든 다음 날 아침.
이불 속에서 협탁으로 손만 뻗어 수통을 쥐었다.
그리고 벌컥벌컥 마시는데 이상하게 단맛이 났다.
마치 누가 꿀이라도 타 둔 것처럼.
‘……으어, 그래도 마시니까 살겠네.’
이불을 끌어안고 뒹굴거리기도 잠시, 나는 슬슬 침대에서 나왔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협탁에 고이 접힌 한 장의 편지였다.
[성지에 다녀와야 해서 먼저 나가요.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세요. 탈퇴 문제는 의외로 잘 해결될 거 같아요. 아, 그리고… 만약 힘든 일이 있으면 저한테 꼭 말하시고요! 알겠죠?] [PS. …일부러 첫 번째 단원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 뒀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고마워요, 정말로.] [PS2. 아, 그리고 그게 오늘이었죠? 몸조심해서 다녀오시고요!] [당신의 첫 번째 동료, 에르웬이.]그래, 에르웬은 또 성지로 간 거구나.
어제 일찍 돌아왔으면 얘기를 나눌 시간은 있었을 텐데.
하, 어쩌자고 술을 그렇게 퍼마신 건지.
“…….”
가만히 앉아 술냄새를 빼며 곰아저씨와 헤어진 이후의 기억을 더듬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 에르웬과 아멜리아가 반겨줬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리고 부축을 받아 2층까지 올라갔던 거 같긴 한데…….’
피로가 덜 풀린 와중에 술까지 마셔서 그런가?
분명 올라가면서 뭐라 대화를 나눴는데, 그게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음, 그래도 실수는 안 했겠지.
그랬으면 분명 기억을 했을 테니.
“깼나 보군.”
“아, 방금.”
“얼른 일어나서 씻어라. 오늘은 황도에 가는 날이니.”
“……알았다.”
“아, 나는 이제 나가볼 생각이니 오늘 일은 알아서 잘 하고.”
“그래.”
이후 아멜리아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고, 나도 슬슬 화장실로 가 몸을 씻으며 외출 준비를 했다.
오늘의 퀘스트는 복장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까.
“…쯧, 그러고 있을 줄 알았다.”
이내 씻고 나와서 정장을 입고 있자니, 인기척도 없이 쓱 다가온 아멜리아가 옷 입는 걸 도와주었다.
조금 신기했다.
“근데 너는 왜 이렇게 능숙한 거냐?”
“…네가 입은 옷을 누가 구해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아… 네가 사왔던 거지 이거.”
아무래도 옷을 구해오며 입는 방식까지도 전부 학습을 해온 듯하다. 의외로 아멜리아는 섬세한 일처리가 특징이니까.
“다 끝났으니, 이제 얼른 나가봐라. 좀 전에 마차가 도착한 모양이니.”
“얼른 가야겠군. 이따 저녁에 보자.”
“…다녀와라.”
아멜리아의 배웅을 받아 집을 나선 나는 앞에서 대기 중이던 마차를 타고 군용 승강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순간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곧바로 황도에 도착했다.
‘매번 느끼지만 엄청 편하단 말이지. 조금 멀미가 나는 것만 빼면.’
아무튼, 승강장 앞에도 마차가 대기 중이었고 이에 올라타자 머지않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젠 딱히 신기하지도 않네.’
몇 년 동안 줄기차게 방문했던 영광의 궁.
오늘 이곳에서는 작게 행사가 열리며, 내 오늘의 퀘스트도 바로 그 행사와 연관이 있다.
“1급 집사장 미아 아르벨토입니다. 얀델 준남작님의 입궁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안내인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거대한 홀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원정대의 생환 신고를 하였던 그곳.
“텅 비어 있는 건 또 처음이군.”
“아직 예식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요. 곧 가주들께서 도착하실 겁니다.”
그래 봐야 그게 얼마나 된다고.
다 모여도 앞자리가 전부 차는 정도겠지.
“…이쪽으로 오시지요.”
이후 영광의 궁을 지나쳐 방으로 이동한 나는 집사장에게 오늘 진행될 예식의 절차 같은 것들을 숙지 받았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초면의 노인이었다.
초면의 노인이었으나 날 교육하던 안내인은 구면인지 놀란 눈으로 하던 일을 멈추었다.
“…공작 각하를 뵙습니다. 한데 여기는 어쩌한 일로…….”
“오늘의 주인공과 잠시 이야기나 나눠볼까 해서. 바쁜 게 아니라면, 잠시 자리 좀 비켜주겠나?”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안내인은 손윗사람을 대하듯 정중히 허리를 굽히며 방을 나섰고, 그다음에서야 나와 노인과의 공식적인 만남이 시작됐다.
“반갑네. 케알루너스 공작일세.”
그래, 어느 공작인가 했더니.
그쪽이었구나.
“얀델의 아들 비요른이다.”
나도 형식적으로 이름을 밝혔다.
한데 이건 또 뭘까.
“틀렸네.”
뭐야, 이 할배는?
“……?”
눈살을 찌푸리자 할배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비요른 얀델일세. 얀델의 아들이 아니라. 이제 자네도 엄연히 내성의 일원이 되는 것 아닌가.”
시비를 걸러 온 건가도 싶었으나, 목소리에서 딱히 큰 적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따라서 들이받는 건 일단 보류.
정확한 판단을 위해 이어지는 말을 경청해서 들었다.
“경박한 말투야 선왕께서도 공식적으로 용인한 것이니 내 뭐라 할 수 없겠네마는, 그래도 정체성은 이제 바로 해야지.”
“…….”
“명심하게 자네는 누군가의 아들인 비요른이 아닐세. 그저 어디에나 있는 바바리안도 아니지. 자네는 라프도니아의 비요른 얀델 준남작일세.”
“…….”
“아, 이제는 남작이라고 해야 하나? 그나저나 여기가 흐트러졌군.”
공작이 너털웃음을 흘리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
조금 서러웠다.
하, 키가 작아지니까 이런 할배도 내 어깨를 건드는구나.
“조언은 고맙다. 근데 아무리 봐도 인사만 하러 온 건 아닌 듯한데…….”
기분이 나쁘다고 왕국의 공작을 박살낼 수는 없기에 서둘러 본론으로 들어갔다.
근데 이런 상황이 너무 낯설었을까?
“………뭐? 하핫, 흐하하하하핫!”
“…….”
“크흐흠… 오해 말게. 자네를 무시하는 의도가 아니라, 단지 이 상황이 신기해서 그랬을 뿐이니.”
이해는 한다.
귀족들은 원래 서론을 좋아하잖아?
통성명이 끝나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가는 경험이 많지는 않았겠지.
“아무튼… 자네 질문에 답을 하자면, 자네 말이 맞네. 단순히 인사를 하려면 지금이 아니어도 됐을 테니까. 내가 자네를 찾은 건, 자네에게 물을 것이 몇 개 있기 때문일세.”
어휴, 또또 저러네.
그냥 ‘질문이 있다’ 한마디면 끝날 것을.
이렇게 나처럼.
“질문이 뭐지?”
“…….”
“………혹시 귀가 잘 안 들리나?”
조심스레 되묻자 잠시 얼이 나가 있는 듯하던 공작이 정신을 차렸다.
“미안하네. 잠시 다른 생각을 했군. 아니, 사실 다른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솔직히 말해서, 자네 말이 다 끝난 줄 몰랐네.”
“아, 그랬군. 그래서 질문이 뭐지?”
재차 되묻자 공작도 슬슬 날 찾아온 용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벌써 나와의 대화법을 터득한 모양.
“짧게 말하겠네. 자네는 귀족의 삶을 동경하는 부류도 아니지 않은가. 한데 이번 원정의 공로로 ‘승작’을 택한 이유가 뭔가?”
전혀 짧지는 않지만, 그래도 본론이기는 한 질문.
[······왕가에서는 비요른 얀델에게 이번 원정의 공으로 승작을 제시했다.]사슴뿔은 원탁에서 그런 정보를 뱉었지만, 사실 왕가에게 제시한 보상은 ‘승작’만이 아니다.
맨땅에 대저택을 쌓을 만한 거액의 돈.
3등급의 정수 두 개.
그리고 더블넘버스까지.
보훈처에서 내민 선택지는 총 네 개였고, 나는 고민 끝에 ‘승작’을 택했다.
간단한 이유다.
그야 앞선 세 가지는 내 힘으로도 얻을 수 있는 데다가…….
그게 아니어도 이쪽이 훨씬 더 도움이 되니까.
당장 살아남는 데 있어서.
“자네의 진심이 듣고 싶네. 승작을 바란 이유가 뭔가?”
웃긴 노인네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진심?
재촉하듯 묻는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마치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그야 부인은 많으면 좋지 않나!”
일부러 활기차게 외쳤건만, 공작은 못 들을 말을 들은 사람처럼 표정을 굳힐 뿐이었다.
“부인… 이라고?”
거, 진짜 귀가 안 좋나?
“그래, 부인. 남작부터는 정실만 셋씩 들일 수 있지 않나!”
천연덕스럽게 다시 한번 말해주자, 공작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변했다.
‘이 새끼가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딱 그런 눈빛.
다만, 그럼에도 뭐라 반박하지 못하는 건 쉽게 확신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꺼어억-
상대가 나지 않은가.
***
“아, 미안하다. 아침을 너무 많이 먹어서.”
곱게 컸을 게 분명한 양반인지라 얼굴에 대고 트림한 것을 얼른 사과했건만, 정작 공작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납득하듯 중얼거릴 뿐.
“확실히… 자네에게는 여자가 많다고 했지.”
정확히는 여자인 동료다.
숙소를 같이 쓴 탓인지, 이상할 정도로 많은 염문과 루머가 도시에 퍼져 있었지만.
아무튼.
“그래서 궁금한 건 풀렸나?”
“적어도 절반은.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게 있네.”
“해봐라.”
막상 해보니 바바리안의 화법이 제법 마음에 들었을까?
공작이 노빠구로 내게 물었다.
“자네는 후작의 사람인가?’
짧아도 지나치게 짧은 말.
그런 호쾌함은 나쁘지 않지만, 중요한 질문으로 보였기에 확인 작업부터 거쳤다.
“후작이라면, 역시 재상을 말하는 건가?”
“그러네. 자네가 실종되어 있던 기간도 그렇고, 후작과 함께 일을 한 시간이 길지 않은가.”
“…그렇지?”
조금 의미 심장한 물음이었다.
죽었다고 알려진 비요른 얀델은 사실 2년 6개월 동안 후작의 지휘 아래 이런저런 특수 임무를 도맡아 해결하고 있었다.
악령 공표도 그 임무 때문에 진행했던 것이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작까지도 진상을 모를 줄은 몰랐는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이 몸을 덮친다.
“임무에 관한 서류는 모두 읽어 봤네. 꽤 많은 일을 했더군. 자료도 정확하고. 처음에는 모종의 거래가 있는가 싶었는데, 임무 자체는 진짜였던 것 같단 말이지…….”
심지어 서류도 이미 다 만들어져 있었다고?
이렇게 공작도 깜짝 속아 넘어갈 완성도로?
‘개선식날에는 두 달 더 걸린다고 기다리라고만 하더라니…….’
한 나라의 재상쯤 되면 이런 것도 가능한 건가?
그런 의문이 새로이 생겨났지만, 일단 공작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우선 이것부터 확실히 대답할 필요가 있었다.
“난 후작의 아랫사람 같은 게 아니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들을 수 있겠는가?”
“일종의 친구 사이다. 가끔 곤란할 때 서로가 서로를 돕는.”
내심 바라고 있던 대답이었는지, 공작의 표정이 살짝 부드러워졌다.
“친구라……. 재밌는 단어를 쓰는군. 생각보다 영리해. 꽤 감각도 있고.”
그리 중얼거린 공작이 다시금 내게 물었다.
“아무튼, 자네의 대답은… 나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나?”
거절은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듯 이미 뻗어져오는 손. 나는 허벅지에 손을 박박 문댄 뒤에 그 손을 마주 잡았다.
“물론이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뭐, 진짜 친구끼리는 악수 같은 거 안 하지만.
***
케알루너스 공작.
사실 왕궁 권력도에서는 재상에 이은 3인자쯤 되는 사람이다. 재상처럼 실권이 막강한 자리를 꿰찬 건 아니지만, 가문의 힘이 워낙 비대하니까.
후원하는 클랜만 해도 수십 개는 되고, 그중에는 중대형 클랜도 심상치 않게 껴 있다.
자식놈 중 한 명은 무려 마탑주고.
‘그런 공작이랑 친구라…….’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으나, 나쁠 건 없었다.
애초에 진짜 친구가 된 것도 아니고.
공작은 내가 후작의 사람이 되는 것을 견제하려 친구 사이를 제안했을 뿐 아닌가. 이쪽에서도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관계로 지내면 된다.
적어도 그런 관계가 필요 없어질 때까지.
“슬슬 갈 시간이군. 그러면 가보겠네. 이따 보지.”
“그래.”
이후 공작은 예식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나와 잡담을 나누다가 떠났다. 대부분은 그저 친분 쌓기용 스몰 토크였지만, 그중에 의미심장한 주제가 껴있기도 했다.
이번에 원정대가 생환할 수 있었던 건 ‘다른 임무로’ 대기 중이던 장미기사단과 노아르크의 세력이 충돌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던가?
‘이건 떠본 건지 아닌지를 모르겠단 말이지…….’
공작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적어도 왕가의 정보부에서는 내가 바랐던 대로 상황을 해석하고 있다는 것.
‘후작, 그 새끼는 어떠려나…….’
사실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다.
개선식 이후로는 후작과 마주친 일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아마 오늘이 그날 이후 첫 재회가 되겠지.
“얀델 준남작님.”
그래, 이제 시작인 거구나.
나는 안내인에게 숙지를 받은 대로 문 앞에 서서 잠시 대기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터벅, 터벅.
두 시간 전만 해도 텅 비어있던 영광의 궁 내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음, 앞에 두 줄 정도는.
터벅, 터벅.
지난번 개선식과는 다르다.
궁 내의 모든 좌석이 채워지지도 않았고, 웅장한 음악 소리도, 뒤따르는 병사들도 없다.
규모로 따지면 이전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다.
하지만…….
터벅, 터벅.
이 행사를 ‘작다’고 표현하기엔 역시 어폐가 있겠지.
자리를 채운 사람들 전부가 작위 귀족이니까.
“이렇게 모두가 모인 건 정말 오랜만인 거 같군요.”
“참석 명령이 떨어진 걸 보고서 정말 놀랐소이다. 설마 비요른 얀델 준남작이 승작이라니…….”
“하하, 사실 저는 참석 명령 통지서를 받은 게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긴 자네는 작위를 승계한 지 얼마 안 됐지?”
“얼마 안 됐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예, 승작식 자체가 흔치 않으니 말입니다.”
카펫을 걸어가는 날 두고서 수군거리는 귀족들.
‘승작식’이라는 흔치 않은 이벤트에 나름 즐거워하는 자도 있었지만, 그 반대도 있었다.
“…바바리안 따위가.”
나를 경멸하는 자.
“그저 시대를 잘 탄 자이지요.”
시기하는 자.
그리고…….
“어서 끝났으면 하는군요.”
라프도니아 전통에 의해 의무적으로 참석은 했지만, 내게 별 관심은 없고 얼른 돌아가 쉬고 싶어 하는 자까지.
터벅, 터벅.
그들 사이를 지나친 나는 이내 텅 빈 왕좌 앞에 이르렀다.
그 앞에는 이번에도 후작이 서 있었다.
쩝, 이번에는 왕의 상판대기도 한 번 봐보는가 싶었건만.
“오랜만일세.”
내게만 들릴 만큼 작게 인사말을 건넨 후작은 답할 새도 없이 목소리를 높여 한참 동안 뭐라 뭐라 연설을 이어가더니, 내게 빈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가문의 상징을 함에 봉하라.”
이는 준남작이 남작으로 승작을 할 때에만 있는 의식이었다.
그야 준남작과 남작은 천지차이니까.
왕가를 지탱해 온 천여 개의 귀족 가문에 하나가 더 늘어나는 역사적인 순간.
스윽.
준비해 온 천을 고이 접어 상자 안에 넣은 즉시 장엄한 목소리가 홀에 울러 펴졌다.
“이로써 영원의 맹약은 맺어졌다.”
직접 상자를 봉인한 후작은 옆에서 대기 중이던 왕실친위대에게 상자를 넘겼고, 이를 받아든 친위대는 엄중하게 영광의 궁을 빠져나갔다.
아마 이제 저 상자는 불멸의 궁에 들어가 삼엄한 관리하에 보관이 될 것이다.
이 왕국이 불에 타 멸망하거나.
내가 반역의 죄를 저지르기 전까지.
“비요른 얀델 남작은 일어나시오.”
일어섰다.
“귀공들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왕가를 떠받칠 새로운 기둥의 등장을 축하해 주길 바라겠소!”
환호 소리도 휘파람도 섞이지 않은 조용한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자, 그럼 이것으로 승작식을 마치겠소!”
연회가 시작됐다.
‘오케이, 그럼 일단 크게 한 발 내디딘 셈인가.’
다음 차례로 넘어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