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544)
544화 고스트 (2)
도시 기준으로 매월 15일마다 열리는 악령들의 집회 고스트 버스터즈.
이곳에서의 내 루틴은 거의 항상 비슷했다.
위이이이잉-!
일단 컴퓨터부터 켜서 커뮤니티에 접속한 뒤, 채팅방 ‘대한독립만세’에 몇 명이 접속했는지를 확인.
‘아직 아무도 안 왔네.’
그다음에는 자유 게시판으로 가서 눈팅이나 하며 최신 정보를 빠르게 살피다 채팅방에 들어가 1시간이 지날 때까지 백호와 노가리.
백호가 떠나면 남은 시간 동안 현별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원탁이 열릴 시간이 되면 자연스레 헤어져 채팅방을 나선다.
딸깍, 딸깍.
오늘이라고 평소의 루틴과 다를 것은 없었다.
늘 그랬듯이 오늘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유 게시판을 모니터에 띄웠다. 그리고 벌써 올라오기 시작한 게시물들의 제목을 쓱 훑었다.
아침에 모닝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듯이.
급할 것 없이 여유롭게—.
“…응?”
벌써 밀려난 페이지를 넘겨 오늘 올라온 첫 게시글의 제목을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그런 얼빠진 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라프도니아 왕가 지하 1층 폐쇄 결정.]뭔데 이게.
딸깍, 딸깍.
단순 어그로성 글인가 싶으면서도 마우스 클릭 버튼을 연타했다.
나로서는 도무지 누르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었다.
—ㅇㅇㅇㅇ.
물론 예상대로 본문 내용은 없었다.
보통 이런 부류들은 1등을 먼저 먹고, 그다음에 수정 기능으로 내용을 채우니까.
중요한 건 댓글이다.
그것만 봐도 최소한의 팩트 체크가 되거든.
바로 이렇게.
[arolf5205: 아, 이거 내가 먼저 쓰려 했는데.] [NIKAMOTO: 이거 또 화제글 올라가겠네.] [AI_DIDIGO: 정보1, 커뮤니티가 열린 날의 첫 게시글 중 56%는 1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화제글에 올라갔다.] [└Ki11Humans77: 와, 디디고다. 다음 탐사에서 3등급 정수 먹게 해주세요.] [└MarkG: 근데 화제글 올라가면 뭐가 좋음?] [└Paweł: 운영진 쪽에서 GP를 좀 주기는 함. 근데 그것 때문에 매번 이러는 건 아닐 듯.]낚시글이니 어그로니 뭐니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른 화제로 대화를 나누는 유저들.
이 반응을 통해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미친, 진짜였네.’
라프도니아 왕가 지하 1층 폐쇄 결정.
이 정보는 사실이며, 이미 수많은 이들이 알고있는 ‘상식’ 축에 속하는 정보이다.
나는 얼른 게시글을 새로고침한 뒤 스크롤을 휙휙 내렸다.
그야 생산성 있는 이야기는 항상 나중에 나오거든.
아무래도 작성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까.
[Darkrealm93: 그런데 왕가도 좀 이해가 안 되긴 함. 왜 다음 탐사부터는 못 가게 막는다는 거야?] [└Akaistos: 못 들었음? 너무 위험하다잖아.] [└Darkrealm93: 내가 그 얘기를 몰라서 그러는 거겠냐?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이거지.] [└WhyDoYouSniffShit: 뻔하잖아. 한창 전쟁 중인데 자꾸 지하 1층에 간다고 이탈하려는 놈들이 나오니까 열받겠지.] [└funkinthetrunk: 근데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방법도 아직 모르는데 진입 금지가 의미 있나?] [└WhyDoYouSniffShit: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하던대로 화살받이나 하란 거겠지.]대충 상황이 이해된다.
지하 1층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진 지도 이제 한 달.
실제로 저번 회차에서는 두 개의 클랜이 추가로 입장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때 두 클랜 모두 입장하지 못한 애들이 꽤 된다고 그랬지.’
지하 1층으로 향하는 동료들의 뒤를 바라보면서 도시로 돌아간 탐험가가 한무더기다.
분명 그들에 의해서도 지하 1층의 존재가 더욱더 세간에 퍼져나갔을 터.
수완이 좋은 놈들은 입장 방법에 대해서도 벌써 알아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알아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들 내려갈 준비를 했겠고. 그것 때문에 왕가도 막으려 든 거겠지.’
또한, 대형 클랜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라면, 왕가에서도 분명 입장법을 인지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마땅하단 뜻인데…….
“흐음…….”
이거 상황이 재밌게 돌아가네.
이후로도 한동안 댓글, 그리고 우후죽순 올라오는 게시글들을 훑어보던 나는 이내 마우스를 놓았다.
툭툭.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다.
왕가에서 금지를 때렸으면, 어지간하면 아래로 내려오지 않으려 할 텐데. 쩝, 이러면 그냥 계획을 수정하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건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아, 기다리고 있겠네.”
상념에 빠진 채로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을 인지한 나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채팅방에 들어섰다.
“오빠, 오셨어요?’
“오, 형! 또 늦으셨네요?”
들어서자마자 먼저 와 있던 현별이와 백호가 내게 인사를 건넸다.
“미안. 오늘은 조금 많이 늦었네.”
“괜찮아요. 어차피 걱정은 안 했어요.”
“……뭐?”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이백호가 씨익 웃었다.
“주인공은 늦게 등장한다는 느낌? 뭐, 저는 나쁘게 보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멋있달까…….”
뭐래 얘는 또.
괜히 집중해서 들었네.
나는 피식 웃으며 비어 있는 소파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둘은 별일 없었고?”
“네. 저는 괜찮아요. 오빠.”
“백호 너는? 괜찮아?”
디테일한 내용은 생략한 채 좋은지 나쁜지만을 우회해 묻는 질문. 다만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현별이의 눈치를 살폈다.
한데 이 녀석은 그걸 또 봤을까.
“괜찮아요. 어차피 현별 누님도 제가 누군지 알잖아요?”
“……어?”
“에이 형님! 저도 눈치가 있는 놈인데, 그걸 모르겠어요? 누님 앞에서 말해도 괜찮아요. 제가 지금 성 밖에 있는 거.”
“……헤에.”
이백호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근황을 얘기하자 현별이가 잠자코 들으며 흥미로운 눈빛을 지었다.
“…백호야, 너 진짜 괜찮은 거냐?”
“안 괜찮을 게 뭐예요? 어차피 우리 셋 다 동향 사람들인데. 전 상관없어요. 솔직히 매번 누님만 빼놓고 둘이서 대화하는 것도 좀 그랬거든요. 셋인 게 노가리 깔 때 더 재밌기도 하고.”
정말 그래도 되냐는 의문점은 남지만.
뭐, 본인이 괜찮다는데 내가 뭐라 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내심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확실히… 셋이서 얘기하고 있으면 뭔가 돌아간 기분이긴 하지…….’
정확히는 한국에 와 있는 느낌에 가깝다.
군대 얘기를 한다든가, 정치 얘기를 한다든가, 김치가 먹고 싶다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이 장소뿐이었으니까.
이 세계에서의 생활은 충분히 만족 중이지만.
가끔 그런 대화가 그리워지는 순간은 분명하게 존재했다.
“아무튼, 그래서 거기는 어때? 노아르크 사람들은 만났어?”
“네. 이제 한 일주일쯤 됐는데, 지금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알아보는 단계예요. 아우릴 가비스, 그 양반은 아직 못 찾았고요.”
“아우릴 가비스……?”
“아, 현별 누님은 모르시는구나. 제가 성 밖에 나간 게 그 새끼 찾으려고 간 거거든요.”
“아… 그, 그래요?”
평소에는 자기가 최고라는 듯한 느낌으로 기죽지 않던 현별이었으나, 너무도 가볍게 스케일이 큰 얘기가 나오자 당황한 듯했다.
‘이런 모습은 되게 오랜만에 보네.’
그 모습도 어딘가 그리워서 보고 있자니 현별이가 찌릿하고 째려봤다.
“나 방금 안 웃었어.”
“저도 아무 말 안 했는데요.”
“…….”
아무튼, 이후로는 이백호에게 성벽 바깥에 대해서 궁금했던 점들을 물었고, 이백호는 자기가 알아낸 것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게임 내에서도 철저하게 미지의 지역이었던 만큼, 사소한 얘기들 하나하나가 흥미로웠지만, 그중에서 하나만 뽑으라면 역시 이거였다.
“농사 짓는 게 가능해요.”
라프도니아와 달리, 성벽 밖에서는 ‘마석’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의문은 더욱더 커진다.
“근데 걔네는 왜 자꾸 미궁에 기어들어오려고 하는 거야?”
노아르크는 왜 아직도 전쟁을 이어나가는 걸까.
어째서 외부에 포탈을 만들어내면서까지, 미궁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
애석하게도 이백호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 이유가 있겠죠. 그 이유엔 ‘아우릴 가비스’ 그놈이 깊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고요.”
“역시 그렇겠지? 아무튼 오케이, 나중에 뭔가 더 알아내면 꼭 좀 들려줘.”
“네, 형.”
그렇게 주제 하나가 일단락됐을 때는 이백호의 로그아웃까지 10분 정도 남은 시기였고, 따라서 남은 시간 동안은 실없는 얘기들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후, 어쩌다 보니 오늘은 제 얘기만 엄청 한 거 같네요. 다음엔 형 얘기도 좀 들려주세요. 저도 되게 궁금했단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알죠?”
“알지. 그때 들려줄게.”
“그럼 다음에 봬요!”
그렇게 이백호는 시간이 되어서 떠났고, 현별이와 둘이서 보낸 시간 중에도 별일은 없었다.
“쟤가 저렇게 궁금해하는 거 보니, 뭔가 재미난 일을 하고 있나봐요?”
“아하하… 딱히 그런 건 아니고…….”
“말 돌리기는. 지금부터 책 읽을 건데, 오빠도 줘요?”
“아, 그럼 땡큐지.”
익숙하게 현별이에게서 책을 넘겨받아 읽었다.
안 그래도 저번에 재밌는 부분에서 끊겨서 살짝 궁금했었는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재밌지?’
읽으며 낄낄거리기도 하고, 중간에 감동적인 부분이 나올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는 등.
한껏 몰입해서 읽고 있자니 소파에 누워있던 현별이가 발끝으로 내 무릎을 툭툭 쳤다.
“어, 왜?”
“이제 갈 시간 아니에요?”
“아, 그러네.”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덮으며 일어서자 현별이가 툭 던지듯 말했다.
“그렇게 재밌으면 이따가 또 오든가요. 그때 책 또 빌려줄 테니까…….”
“아냐.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GP도 많은데 그냥 내가 사서 읽지 뭐.”
“…….”
“그럼 다음에 또 보자.”
그 말을 끝으로 채팅방에서 나온 나는 기지개를 쭉 켜며 몸을 풀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스트레칭 같은 게 전혀 필요하지 않은 공간이긴 했지만…….
책을 읽으면 뭔가 습관적으로 하게 된단 말이지.
게다가 이러고 있으면 뭔가 정신도 다시 깨어나는 느낌이고.
“자, 그럼 가볼까.”
오늘은 원탁에서 해야 할 일들이 꽤 많았다.
***
얼굴 전체를 가리는 수사자 가면.
그리고 그 밑에 입은 단정한 남색 정장.
매번 입던 그 세트를 걸치고서 거울을 보고 있자니 왠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마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가 된 듯한 기분.
다만, 그런 기분과 별개로 나는 냉정하게 현재 내 상태에 대해서 자가진단을 내렸다.
‘중증이네.’
후, 컨셉질도 연 단위로 하려니 힘들다.
내가 만든 컨셉에 내가 잡아먹힐 것만 같달까?
아, 물론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만둘 생각은 없지만.
터벅, 터벅.
거울을 보며 옷차림새를 확인한 뒤, 복도를 걸어 원탁의 방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모두 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피시싯, 오셨습니까.”
“헤에… 반가워요, 수사자 님!”
“오늘도 마지막에 왔구려.”
그들의 인사를 싹 무시하며 내 지정석으로 향하고 있자니, 불현듯 아까 백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주인공은 늦게 등장한다는 느낌?]사실 원탁 한정으로는 백호 말이 맞았다.
일부러 원탁에 올 때면 최대한 늦게 도착했으니까.
하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마지막에 모이는 시선을 즐기거나 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일찍 오면 그게 더 이상하잖아.’
보통 일찍 도착한 사람들끼리는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거기에 껴서 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하하호호 웃으며 스몰토크를 나눌 것도 아니고, 괜히 옆에 앉아 있으면 분위기만 이상해질 터였다.
바로 지금 그러하듯이.
“그럼… 다 모였으니… 시작해보려 하는데…….”
“…….”
“혹시… 뭔가 문제라도… 있소?”
인사를 싹 무시하고 앉아서 가만히 딴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늑대가 조심스레 내 눈치를 보며 말을 걸어온다.
“딱히.”
“그럼… 시작해봅시다. 다들 바쁜 사람들이니.”
어째선지 오늘은 늑대가 대화를 주도하며 집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뭐, 나야 누가 하든 관심없지만—.
‘아오, 왜 이 가면만 쓰면 뼛속까지 이런 마인드로 변하지?’
슬슬 경계를 하고 주의해야 하는 단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일단 이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서 귀를 열었다.
일단 첫 순번은 사슴뿔이었다.
“지하 1층 폐쇄에 관한 왕가의 지침이 확정됐소. 만약 지시를 무시하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간다면, 지위를 불문하고 사형에 처하게 될 것이오.”
“이례적일 정도로 엄한 처벌이군요.”
“아, 물론 일정 규모 이상 클랜에 한해서 엄벌하는 것일 뿐, 일반 탐험가들까지 그런 엄벌을 내리지는 않으리라고 우리들은 보고 있소.”
하긴, 이해가 되는 조치다.
클랜의 이탈만 막아도 전장이 무너지는 일은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어휴, 빌어먹을 왕가 놈들. 아주 그냥 도움되는 일을 하는 적이 없어.’
여하튼, 사슴뿔을 시작으로 회원들이 빠르게 순서를 이어나갔는데, 그중에 기억할 만한 것은 총 둘이었다.
“3층에서 출현하는 무명 조각상에 ‘왜곡’ 마법을 걸고서 처치 시, 세 종류 문양의 조각을 얻을 수 있는데 이게 지하 1층으로 가는 열쇠예요.”
지하 1층, 기록 보관소의 입장법을 공유한 여왕.
그리고…….
“피싯, 어쩌면 여러분들에게는 희소식일지도 모르겠군요. 안타깝게도 8층을 공략 중이던 저희 진영의 정예들이 공략에 실패하고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답니다.”
광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기는 했지만, 듣자마자 뭔가 머리에 번개가 치는 기분이 들었다.
‘8층 공략에 실패했다고……?’
근거는 없지만, 단순한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뱉었다.
“칼헤움.”
8층 균열 중 하나인 빛의 도시 칼헤움.
신록거창을 드롭한 밀라옐이 균열 수호자로 등장하는 바로 그 필드.
이를 언급한 순간이었다.
“……피… 싯?”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던 광대가 웃음을 멈췄다.
“수사자 씨가 그걸… 어떻게……?”
뭐야, 진짜 거기였어?
그럼 균열 공략이 실패한 거랑, 여기 아래에서 놈이 출현한 거랑 뭔가 연관이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추리를 하고 있자니, 광대가 어느새 마음을 추스르고는 말을 이었다.
“크흠, 흠! 제, 제가 허튼 질문을 했군요. 수사자 씨라면 분명 노아르크에도 숨은 귀가 있을 터인데.”
그냥 내버려뒀을 뿐인데, 알아서 근거를 붙이고 납득을 한 듯했다.
이래서 일단 유명해지라는 건가?
알 수 없지만, 광대가 호들갑을 떨든 말든 회원들의 시선이 내게로 모였다.
‘벌써 내 차례네.’
그럼 어떤 정보를 꺼내볼까.
오늘은 그러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동안 재밌는 정보가 나오면 나도 그에 상응하는 정보를 뱉는 식으로 컨셉을 지켜나갔지만…….
‘오늘은 정보를 들으러 온 게 아니니까.’
정확히는 원래는 그럴 계획이었지만, 변경점이 생겼다는 쪽에 가깝다. 이번에 왕가에서 똥을 잔뜩 끼얹지 않았던가.
이대로 가면 추가 유입이 끊길 판이다.
그러니 나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할 수밖에.
‘입장법은 여왕이 말해줬으니 그건 그냥 패스해도 될 테고…….’
왕가에서 사형이라는 강수를 두기는 했지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야 탐험가란 족속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까.
“지하 1층 기록보관소.”
탐험가들은, 목숨을 아깝게 여기지 않는다.
“이곳에서 비요른 얀델은 두 달간 싱글 넘버스 아이템 두 개를 획득했다.”
그 너머에 황금만 충분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