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88
188
소드마스터 힐러님 188화
59장 하얀 악마(2)
“실드!”
한석과 신철이 방어 마법을 펼쳤다.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들이 방어막을 강타했다.
마법 화살이 다수 섞여 있었다. 관통 화살과 폭발 화살 같은 마법 화살들이 방어막을 크게 손상시켰다.
신철이 전개한 방어 마법이 먼저 무너졌지만, 한석이 펼친 게 남아 있었다.
“지금 당장은 무너지지 않겠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석이 말했다. 엘프들의 속사 실력이 뛰어나서 화살이 쉬지 않고 쏟아지고 있었다.
반격하려면 방어 마법을 거둬야만 하는데 그렇게 하면 부상자가 생길 게 분명했다.
성준이 아직 제국의 검성이었다면 방어막을 거두고 반격을 펼친 뒤, 부상을 입은 이들을 치유했겠지만 길드원들에게 그런 가혹한 지시를 강요할 수 없기도 했고 성준 자신도 내키지 않았다.
“적들의 수가 많습니다.”
신철은 방어막 안에서 마법으로 주변 탐색을 끝냈다. 마력이 감지되는 적의 수가 절망적일 정도로 많았다.
“박정철.”
성준은 정철을 불렀다. 그는 창을 들어 올린 채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말씀하십시오.”
“내가 가서 궁수들을 쓸어버리고 올 테니까, 암살자 클래스들 오면 장훈이랑 같이 차단 부탁해.”
성준은 종족 연합을 정면에서 상대한 전생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엘프들의 전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마법 화살이 포함된 일제 사격을 펼쳐서 피해를 누적시킨 뒤, 정령사의 엄호를 받는 돌격대를 보내는 게 일반적인 전략이었다.
궁수, 레인저 부대를 전멸시키면 돌격대를 내보낼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근접 전투 능력이 부족한 신철을 지키기 위해 정철과 장훈이 움직여야만 했다.
한석도 마법계 헌터지만 S급 랭킹 1위니까 스스로를 지킬 수는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저희만 믿으세요!”
정철과 장훈의 대답을 들은 성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마력을 운용했다.
“블링크.”
시동어를 내뱉기 무섭게 무엇인가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방어막 밖에 나와 있었다.
곧 그의 출현을 감지하고 화살 공격이 쏟아졌다.
-멀지 않은 곳에 엘프 레인저 부대가 발견되었습니다. 수는 50명입니다.
“몸 풀기로는 나쁘지 않네.”
리슈발트의 보고에 성준은 입 꼬리를 살짝 끌어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리슈발트가 알려준 방향으로 고속 이동술을 펼쳤다.
수풀을 넘어 도착한 나무 위에 50여 명의 엘프가 방어막을 향해 화살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평범한 엘프가 아니라 B급 최상위 티어로 평가받는 ‘레인저’들이었다. 그들은 평범한 엘프들보다 명중률도 높았고 속사 실력도 좋았다.
“저, 적…….”
“가속,”
“커헉!”
A급 최하위 티어로 평가받는 엘프 레인저 분대장이 경고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던져진 단검이 그의 목에 꽂혔다.
성준의 뛰어난 투척 능력에 ‘하크의 단검’의 가속 옵션까지 더해지자 민첩함을 자랑하는 엘프 레인저 분대장조차 회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공격이 완성된 것이었다.
숨통이 끊어진 몸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성준이 레인저들의 중앙에 파고들었다.
“폭풍검.”
성준을 중심으로 한 4방향으로 검풍이 쏟아지자 엘프 레인저들이 비명과 함께 피분수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몇 명은 난간 너머로 떨어져 추락사했다. 성준은 같은 방법으로 레인저 무리를 모두 처치하여 화살 공격이 중단되게 만들었다.
“돌격대를 보내라!”
미지의 공격에 의해 화살 공격이 강제로 중단되자 엘프 쪽 지휘관은 돌격대를 내보냈다. 성준은 나무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위에 있었기 때문에 돌격대가 전진하는 모습이 보였다.
-A급 마물 중에서도 중간 티어로 분류되는 엘프 돌격대입니다. 수가 많아서 최한석이 마법으로 지원하겠지만 박장훈과 박정철, 두 명이 모두 차단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마법계 헌터인 신철과 한석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한 거리를 확보하는 게 두 사람의 역할이었는데, 그들이 감당하기엔 엘프 돌격대의 수가 너무 많았다.
“으악!”
정철이 당황한 듯한 비명을 터뜨렸다. 그의 코앞에 화염 덩어리가 떨어져 폭발한 것이었다.
-마법이 아닙니다.
“정령사가 있어. 먼저 처리한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반 정령사는 A급 마물이지만 엘프 정령사는 하위 티어지만 S급이다. 게다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마물이었다.
“왜곡 결계인가…….”
정령사의 위치를 찾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지만, 마력의 흔적을 찾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성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곡 결계는 마력의 흔적을 찾는 것을 방해하는 고위 결계였다. 성준 정도의 센스를 가지고 있으면 추적을 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에 귀찮은 존재였다.
-정령사의 위치를 파악하겠습니다.
성준이 시키지도 않았지만 리슈발트는 정찰을 자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가 돌아왔다.
아래에서는 정철과 장훈이 엘프 돌격대원들과 충돌하여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석과 신철이 공격 마법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그는 엘프 정령사가 있는 곳으로 성준을 안내했다.
그의 말대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근처까지 접근한 성준은 ‘블링크’를 사용하여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석화.”
엘프 정령사의 코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두 눈에 마력을 끌어 올려 석화 저주가 담긴 붉은 광선을 쏘아냈다.
“서, 석화 저주다!”
광선에 명중당한 엘프 정령사의 몸이 회색으로 빠르게 물들었다. 곁에 붙어 있던 엘프 돌격대원 2명이 황급히 몸을 피했다.
저주에 닿으면 석화가 옮겨갈 수도 있기 때문에 두려웠던 것이었다.
“제, 제국군 전투사제복?”
“이단심판관이 왜 여기에?”
엘프 정령사를 공격한 성준은 제국군 전투사제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엘프들이 그를 이단 심판관이나 전투사제로 오해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들이 오해와 함께 아주 짧은 순간 망설이는 것은 성준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다.
“폭풍검.”
검을 휘두르며 시동어를 내뱉자 검풍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엘프 돌격대원들이 붉은 피를 흘리며 힘없이 쓰러졌다.
엘프 정령사와 돌격대원 20명 정도 쓸어버렸지만, 성준은 멈추지 않았다.
“조장님! 적이 후방을 교란하고 있습니다!”
엘프 돌격대원이 황급히 조장에게 다가가 보고했다. 공세를 펼치고 있던 조장은 뒤로 물러나서 보고를 받았다.
“교란에 동원된 적의 수는?”
“단독 공격입니다.”
“단독 공격……? 설마 검성급이냐?”
엘프 돌격대 조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검성’이나 ‘대마법사’는 단독으로 공격을 진행하더라도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무서운 전쟁 병기들이었다.
엘프 돌격대원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조장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반전한다! 검성 출현을 전 부대에 알리고 지원을 요…… 커헉!”
엘프 돌격대 조장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한석이 던진 아이스 스피어가 목을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조, 조장님!”
조장의 죽음으로 그들이 당황하는 동안 제로스가 아이템까지 사용하여 폭풍 같은 마법 공격을 퍼부었다.
정철과 장훈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고 하늘에서 전격이 쏟아졌다. 10명이 넘는 엘프 돌격대원들이 전격에 당해 힘없이 쓰러졌다.
“후방은 처리했어. 이제 공략 진행하면 돼.”
성준이 말했다. 하얀 전투사제복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주변을 살피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나랑 박정철이 주변을 경계하는 동안 나머지는 마정석 루팅이다.”
공격 던전에서는 마물들의 시체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마정석을 직접 루팅해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해두었다.
다들 동의한 문제였기 때문에 성준의 지시에 불평 없이 따랐다.
두 사람이 주변을 경계하는 동안 다른 길드원들이 마물들의 시체에서 마정석을 루팅했다.
루팅이 끝나자 그들은 다시 보스가 있는 곳으로 전진했다. 엘프들이 앞을 막았지만, 로드 길드의 전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제 곧 신목이 있는 곳에 도달할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엘프들의 도시나 마을에는 반드시 세계수의 뿌리 일부를 머금은 ‘신목’이 자리 잡고 있다. 신목이 없는 곳은 엘프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다들 알겠지만 조금만 더 가면 보스가 나올 것 같으니까 조심해.”
성준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길드원들의 힘찬 대답이 들려왔다. 이윽고 신목 근처에 도달했다.
S급 중간 티어로 평가받는 엘프 검성 셋이 엘프 정령사와 함께 로드 길드를 맞이했다.
“큭…….”
엘프 레인저들도 수십 명이 있었지만, 성준과 한석이 나서자 5분을 버티지 못하고 전멸했다.
그들이 쓰러져서 흘린 피가 차가운 바닥을 붉게 물들였지만 계측기가 반응하지 않았다. 성준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혼자 공략했을 때는 클리어 했을 때 계측기가 반응했었기 때문이었다.
“형님! 원래 계측기가 반응 안 하나요?”
“아무래도 보스가 따로 있는 것 같아.”
장훈의 물음에 성준은 날카로운 시선을 흩뿌리며 대답했다. 보스를 상징하는 강대한 마력 반응도 그대로였다.
정확한 위치를 알기는 힘들었지만 신목 근처에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최한석. 탐색 마법으로 찾아낼 수 있겠어?”
한석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리슈발트를 보낼 생각이었다.
“정밀 탐색 마법을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저는 무방비 상태가 될 겁니다.”
“내가 지켜줄게.”
“알겠습니다.”
성준의 대답에 한석은 정밀 탐색 마법을 사용했다. 푸른 마력의 물결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한석은 마력의 물결에 닿는 모든 것에 정신을 집중했다. 이윽고 그가 눈을 뜨고 그 결과를 보고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붉은 피가 비처럼 쏟아졌다.
“피해! 저거 산성이야!”성
준이 경고했다. 로드 길드원들이 황급히 옆으로 몸을 던졌고 성준은 일시적인 무방비 상태가 된 한석을 데리고 고속 이동술을 펼쳤다.
‘위치를 들킨 것 같으니까 선공이야? 제법이네.’
성준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뱀파이어다.’
산성을 머금은 피를 뿌리는 것은 혈마법이 분명했기 때문에 성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산성 피가 떨어진 땅은 검은 연기를 뿜으며 타들어 갔다.
-혈마법의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산성뿐만이 아니라 고위 저주도 깃들어 있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성준이 보기에도 그랬다.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입니다!”
“파이어 스피어!”
제로스가 아이템을 사용하여 적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자 신철이 파이어 스피어 3개를 소환하여 날려 보냈다.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3개의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그들이 빛의 공간에 모습을 드러내자 입고 있는 제복과 얼굴이 드러났는데, 한 명이 입고 있는 제복은 성준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집단의 것이었다.
‘성혈 기사단…….’
그들은 황궁에서의 1차 기습에 가담했던 종족 연합의 무력 집단이었다.
성준은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나는 성혈 기사단의 자프로 후작이다.”
그는 자신을 간단하게 소개했지만 그럴 필요 없었다. 성준은 자프로를 알고 있었다. 그는 성혈 기사단의 뱀파이어 후작이자 신관이다.
그래서 지금도 입고 있는 제복이 백색의 사제복 형태를 하고 있었다.
‘마물 놈들은 모두 적이야.’
성준은 검을 들어 올렸다.
‘전멸시킨다.’
그의 눈에 진한 살기가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