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8
7
소드마스터 힐러님 007화
2장 우리 힐러님이 달라졌어요(3)
재심사를 끝낸 성준은 정산 센터로 가서 아이템과 마정석을 매각했다. 입금된 금액은 1,800만원이었다. 혼자서 던전을 클리어했으니 이 돈은 모두 성준의 것이다.
‘이 돈이면 아버지를 더 좋은 병원에 데려갈 수 있어.’
성준은 기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전생의 기억과 함께 냉혈한 성격이 흘러 들어왔지만 가족을 향한 따뜻한 마음은 여전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아버지 병원부터 옮겨 드려야 해.’
다른 이들 같으면 갑자기 많은 돈이 생기면 낭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성준은 달랐다. 아버지의 병을 고쳐 드려야 하기 때문에 돈을 낭비할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직접 병을 고쳐드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회복계 헌터의 ‘힐’은 질병을 치료할 수 없다.
‘한국중앙병원으로 옮기자.’
성준은 결정을 내렸다. 한국중앙병원은 지금 그의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비해 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혈액종양내과에 실력 있는 교수들이 포진해 있는 걸로 유명했다.
성준은 망설임 없이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늘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빠를수록 좋은 일이라 택시를 이용했다.
“아버지.”
4인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성준의 아버지, 강수혁은 창가 쪽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들 왔어?”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만날 때마다 초췌해져 가는 수혁의 모습에 성준은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별일 없으셨죠?”
수혁은 대답대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좀 괜찮아요?”
“한결 같지.”
수혁의 대답에 성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정을 설명했다.
“…그래서 병원은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국중앙병원으로요.”
“무리하는 거 아니니?”
“괜찮아요. 아버지 아들은 이제 B급 헌터가 되었거든요.”
성준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B급 헌터 자격증이 아직 발급되지 않아서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정말 잘되었구나.”
성준의 승급을 수혁은 정말 기뻐했다. 아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뿌듯했다. B급 헌터가 되었다는 사실은 수혁을 설득하기 충분했다.
그들은 병원의 도움을 받아 한국중앙병원에서 입원 수속을 밟았다.
“병실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병원 관계자가 물었다. 뒤편에서 휠체어에 탄 채 기다리고 있는 수혁을 한 차례 살폈다. 4인 병실을 썼던 시절 수혁이 가끔 불편함을 호소했던 게 기억 났다.
“1인실로 주세요.”
“저희 병원 1인실은 다른 병원보다 비싼데… 괜찮으시겠어요?”
성준의 옷차림을 살피며 관계자가 다시 확인을 했다. 그 모습에 성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바로 입금할 테니까 1인실로 주세요.”
“알겠습니다.”
절차를 밟고 아버지를 1인실 침대에 눕혀드리고 나오며 성준은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낡아 있다.
비싼 옷은 아니더라도 새 옷을 구입할 필요성을 느꼈다.
‘방어구도 사야하고 말이야.;
이것저것 살 게 많다는 생각에 한 숨이 절로 나왔다.
*
B급 헌터 자격증이 발급되었다. 며칠 정도 걸리는 게 보통이고 택배로 오거나 방문수령해야 하지만 헌터 관리국에선 직원을 보내 전달하는 것으로 성준의 불편함을 덜어 주었다.
‘D급 던전을 몇 번만 더 돌아야겠다.’
B급 헌터가 되면서 C급 던전을 솔플할 수 있는 자격이 되었지만 성준은 D급 던전을 몇 번 더 솔플하기로 했다.
“D급 던전 솔플을 신청합니다.”
던전 관리국에서 관련 절차를 밟았다.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D급 던전만 3번 솔플로 공략했다. 그 결과, 통장 잔고가 5,000만원으로 불어났을 뿐만 아니라
솔플로 공략한 덕분에 D급 던전만으로 일주일 만에 이렇게 큰 거금을 벌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헌터들이 솔플을 원하지만 능력 부족으로 포기하곤 한다.
“조금만 쉬고 C급 던전을 노려 보자.”
던전 공략, 특히 솔플은 어마어마한 피로도를 동반하지만 일주일 동안 거의 쉬지 못했다. D급과 달리 C급 던전부터는 위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도전해야 한다.
일주일을 쉬었다.
7월 1일이 된 순간, 성준은 던전 관리국을 찾아갔다.
“C급 던전 솔플 신청합니다.”
“C급 던전부터는 솔플 위험도가 D급 던전에 비해 많이 높아집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사무원이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으나 예전처럼 대놓고 무시하는 기색은 없었다. D급 던전 신기록 갱신으로 성준이 자신을 증명한 이후부터 헌터들은 몰라도 던전 관리국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문제없습니다. 진행해주세요.”
“일정이 잡히는 대로 저희 쪽에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성준은 던전 관리국을 나왔다. 그날 저녁 던전 관리국에서 전화가 와서 공략 일정을 알려 주었다.
공략 일정은 다음날 오후 2시였다. 성준은 자기 전에 아버지인 수혁에게 안부 전화를 끝낸 뒤, 헌터닷컴에 접속해서 게시글을 살폈다.
[B급 던전부터 난이도가 너무 높아지는 것 같아요.(4)] [B급은 A급도 솔플 힘들다더라.(2)]신기록을 갱신했을 때만 해도 성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었다. 그가 솔플하는 던전 근처에서 구경하는 헌터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화제의 등장에 성준에 대한 관심은 차분하게 가라 앉았다.
‘이 정도에서 끝나서 다행이야.’
과도한 관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희미하지만 전생의 기억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10분 후, 성준은 헌터닷컴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그는 헌터 마트에 들러서 필요한 장비를 구입한 뒤, 점심을 먹고 던전 앞으로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강성준 헌터님 되십니까?”
“네, 접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헌터 자격증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직원은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성준이 헌터 자격증을 건네자 이윽고 짧은 확인 절차가 끝났다.
“던전 입구를 개방하겠습니다.”
돌로 된 문이 열리고 지하로 향하는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준은 조명 드론을 작동시키고는 침착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의 끝에는 넓은 공동이 있었다.
“넓네.”
성준은 조명 드론을 하나 더 꺼내 작동시켰다. 이번에 헌터 마트에서 추가로 구입한 것이었다.
“마물인가? 수는 넷…”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성준은 혼잣말을 내뱉으며 검을 뽑았다.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마물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C급 던전의 명성에 걸맞게 처음부터 오크 넷이 등장했다. 성준은 방어 자세를 유지한 채, 천천히 거리를 좁혀갔다.
“쿠워어어!”
오크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겁을 집어 먹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전생 각성의 영향 탓일까? 아니면 몇 번의 솔플 경험 탓일까?
성준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하앗!”
오크 넷이 가까이 접근하자 절제된 기합과 함께 성준의 몸이 날렵하게 움직였다. 오크 넷이 사방에서 휘두르는 검을 피해내며 오크 둘의 두개골을 반으로 갈랐다.
“크워!”
동료 둘의 죽음에 유일하게 창을 들고 있던 오크가 창을 들어올렸다.
“느려.”
그 동작은 느리고 빈틈이 많았다. 성준은 깊숙이 파고들어 오크의 가슴에 검을 꽂아 넣었다. 심장을 관통한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홀로 남은 오크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조금 무리했나?”
한계를 살짝 넘은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신체가 활성화된 건가? 한계가 높아진 느낌이다.’
생각을 정리한 성준은 다시 전진했다. 보스방 앞에 도착할 때까지 오크를 제외한 다른 마물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트롤이 보이지 않으니까, 살짝 불안하네.”
보스방 입구를 지키고 있던 8마리의 오크를 처리한 성준은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C급 던전에는 동급의 마물인 트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트롤을 보지 못했다.
‘설마 보스로 나오는 건 아니겠지? C급 보스면 트롤 광전사가 나올 확률이 높은데…’
높은 재생력에 광화 효과까지 가지고 있는 트롤 광전사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보스 중 하나다,
“조심하자.”
성준은 스스로를 격려한 뒤,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날카로운 뭔가가 날아와 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각성을 했지만 아직 완전한 힘을 찾지 못한 상태라 기척 감지도 완벽하지 않다.
“큭!”
아찔한 통증에 성준은 신음을 내뱉으며 급히 손으로 상처를 눌렀다.
‘출혈이 생각보다 심하다.’
게임과는 달리 포션 같은 편리한 건 없다. 지혈제를 찾아서 뿌려야 하는데 가방에 있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이 노리고 있다. 드론이 조명을 비추자 우려 했던 대로 트롤 광전사의 모습이 나타났다.
전생의 기억, 그리고 본능이 경고했다.
‘가방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 죽는다!’
식은 땀이 흘렀다.
‘역시 C급 던전은 무리였나…?’
허무한 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죽으면 아버지는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다음 순간, 트롤 광전사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상처가 심해서 움직일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자신이 힐러라는 사실을 떠올렸지만 극도로 낮은 힐량 탓에 레전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제기랄 한 번 걸어보자!’
트롤 광전사가 근접했다. 시간이 없다. 성준은 한 번만 더 걸어보기로 했다.
“힐!”
상처 부위를 감싼 손에서 환한 섬광이 터져 나왔다.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손을 뗀 순간, 그곳에는 더 이상 ‘상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 이 정도로 향상되었을 줄이야…”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이 두 번째, 지금 이곳에 우연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