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53)
제 1053화
251화. 대적자들(3)
한동안 오르갈과 동료들은 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산드라만이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뭐, 그래. 회의…… 해야지.]오르갈이 가장 먼저 흥이 깨졌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무슨 회의를 할 건데? 킨젤로는 앞으로 너흴 동맹으로 대하겠다, 이걸 제외하면 딱히 더 할 말도 없는 것 아니냐?]“오르갈, 오늘 회의는 네놈이 갑자기 찾아와서 시작하게 된 건데, 잘도 그렇게 말하는군.”
[반박해 봐.]그 말에 진은 일순 말문이 막혔다.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오르갈은 세계의 진실, 다중세계의 존재와 지플이 가진 거대한 힘을 바멀 연합에게 알려 주었다.
그러나 당장은, 진실을 안다고 해서 따로 대응을 준비할 수 있는 영역이 극히 한정적이었다.
‘타 차원의 지플’, 마신대는 어떤 면에선 꽤 추상적인 적이라 할 수 있었다. 존재하는 것도 알고, 모종의 수단으로 이 세계의 지플을 돕는 것도 알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활동하는지, 세계와 세계를 무슨 수로 넘나드는지, 여기 모인 이들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네 말대로 우선 동맹에 대한 정리를 하도록 하지. 바멀 연합도 일단은 킨젤로에 대한 모든 공격을 중지하겠다. 단, 지플에 대한 너희 입장이 변했다고 생각되면 이 내용은 언제든 철회될 것이다.”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쓸데없는 경계는 더 접으라고 조언해 주고 싶군. 타 차원의 지플, 마신대가 아니어도 이미 세상엔 문제가 많다. 진, 너흰 내가 말해 주기 전까지 블리기에트가 이야기의 탑을 찾아간 걸 모르고 있었다.]사실이었다. 이야기의 탑은 현재 계속 위치가 변하는 중이고, 기록 마법으로도 추적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우린 앞으로도 우리가 알게 된 모든 정보를 너희와 공유할 것이다. 그게 지플을 치는 것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어쨌거나, 블리기에트가 지플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게 둬선 안 되겠지. 일단 심연 군단이 그걸 막을 수 있길 기대해 보자고.]“마침 궁금했던 부분을 말해 주는군. 오르갈, 심연 군단은 네 강철 차원문을 통해 이야기의 탑을 직접 공격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그 차원문으로 연합의 최고 전력들이 단숨에 침공하는 게 더 좋지 않겠나?”
[그건 불가능하다. 첫째, 심연 군단이 이야기의 탑을 바로 칠 수 있는 건, 그들이 근본적으로 이 차원에 속한 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나 너희가 강철문으로 이야기의 탑으로 바로 들어가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 탑이 거부하기 때문이지. 투신 반 같은 인물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오르갈은 탑이 심연 군단을 막지 못하는 건, 아직 탑이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까닭이라 설명했다.
[마신석이 더 발전하고, 탑이 심연 군단의 정체를 알게 되면 그들도 조작을 피할 수 없게 될 거다. 즉, 심연 군단도 이야기의 탑을 이렇게 들락거릴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다는 뜻이지.]오르갈은 진이 바로 믿을 수 있도록 차원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그 차원문을 보자마자, 반과 진, 그리고 루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창성의 통찰력이 알려 주고 있었다. 이건 들어갈 수 없는 문이라고.
[이게 내 수작질이 아니라는 것쯤은, 추후 기록 마법으로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겠지? 창성들은 그럴 필요도 없을 거고. 뭣하면 지금이라도 나가서 발레리아 붙잡아 오든지.]“이해했다. 태양신교가 망한 건 알고 있겠지?”
[안다. 투신 반…… 내가 겪은 그 수많은 싸움에, 한 번이라도 반이 온전한 채로 함께했다면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르지. 빌어먹을.]“그렇다면 이제 연합의 남은 적은, 너희 킨젤로를 제외하면. 가네스토, 그리고 세계 파멸이나 재구축을 원하는 태양신의 자아들과 지플이다. 가네스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지?”
[내가 진실을 알기 전, 내 대업을 깨뜨린 벌레가 수장으로 있는 곳이지. 로키아 가네스토…… 헬루람이 말하길, 그것들은 차원 분화의 찌꺼기 같은 존재라고 하더군.]“차원 분화의 찌꺼기?”
[지플이 최초로 역사를 조작하면서 세계가 분화되었을 때, 일종의 불순물도 계속 발생을 한 거다. 그게 한군데로 모여서 지금의 가네스토가가 된 것이지.]“다른 세계의 네 기억들 속에서 로키아는 어땠나?”
“내 생각에 로키아와 그 일당들은 자신들만의 낙원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 그리고 낙원이 완성되면 그냥 그곳으로 떠나거나, 이 세계를 파괴한 뒤 떠나거나, 그 낙원으로 이 세계 전체를 대체하는 게 목적일 것 같은데.”
[세 번째가 정답일 거다. 만나면 꿈 깨라고 전해 줘라, 마신대가 눈 부릅뜨고 여길 지원하려는 마당에 그깟 것들이 무슨. 다만, 놈들은 지플에게 붙어먹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어째서지?”
[이 세계의 켈리악은, 내가 겪은 다른 켈리악들에 비하면 그리 대단치 않아. 홀로 창성에 다다르지도 못했고, 심지어 미친 베라딘에게 밀려 지옥 끝까지 추락한 적도 있지. 여기 있는 이들도 그가 다른 창성들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맞는 말이었다. ‘마신석’이라는 끔찍하고 무지막지한 물건만 없다면, 연합의 창성들은 당장이라도 켈리악을 찾아 찢어 버릴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로키아의 입장에선 켈리악이 탐나지 않겠나? 밑으로 들어간 척한 다음에 켈리악 뒤통수만 어떻게 하면, 마신석이 제 손으로 들어올 수도 있는데. 물론 마신대가 가만히 있을 리 없으니, 로키아는 무슨 짓을 해도 실패할 거다.]“확신하는군. 가네스토가 별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고.”
[사실 확신은 못 해. 너와 발레리아라는 변수가 나타났는데, 또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 마신대가 의외로 로키아와 거래를 할 수도 있고. 내가 마신대여도 이 세계의 켈리악이 로키아 따위에게 끝장나면 차라리 그걸 지플의 수장으로 만들 거다. 여하튼 밟아 죽여야 할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다, 가네스토는.]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적으로 오르갈은 그가 동의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말을 해 보니 회의할 게 많기는 하군. 진 룬칸델, 넌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지?]“이야기의 탑을 추적해서 공격하는 것. 심연 군단은 아마 인세에 존재했던 그 어떤 병력보다 강할 테지만, 결정타를 날릴 수는 없을 거다. 애초에 마신석이 그 정체를 인지하면 지금처럼 침투할 수도 없다고 했고.”
[정확해. 심연 군단의 병사는 대부분 다른 세계의 오르갈이지만 다른 세계의 루나, 심지어는 시론도 있을 거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그들은 닳고 닳은 생체 병기에 불과하니, 원본처럼, 진짜 창성처럼 싸울 수 없어.]결국 이야기의 탑을 치고, 마신석을 벨 수 있는 건 진짜 사람들의 몫이다. 심연 군단만으로는 절대로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없었다.
“탑의 위치를 찾아낼 방법이 있나?”
[헬루람이 돕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헬루람에게 여력이 많지는 않으니, 조금 전에 공개 고백을 감행한 발레리아 히스터의 몫이 클 거다.]“거 듣는 산드라 지플 기분 나쁜데 공개 고백이란 말은 빼지, 오르갈. 아까부터 거슬려. 내가 지금 다른 세계의 기억 때문에 너한테 쌍욕을 하기가 껄끄러워서 이 정도로 끝난 줄 알아라.”
“헬루람…… 마녀 덕분에 지금 우리가 엄청난 진실을 알게 된 건 사실이지만, 솔직히 난 그자를 신뢰할 수 없다. 진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플에 의해 모든 차원이 끝장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빛이 없어진 세계라고 볼 수 있지. 빛을 없앤다는 건 그만큼 해석할 여지가 많은 이야기다.”
[똑똑한 진 룬칸델이 오랜만에 바보 같은 소릴 하는군. 그런 걸 원했다면, 나한테 진실을 알려 주지 않았겠지! 어쨌거나 헬루람의 진의가 의심된다면, 시론이 찾고 있는 솔더렛의 아공간이 어서 밝혀지길 기다려라. 솔더렛이 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면, 거기 헬루람에 대한 내용도 있을 테니까.]거기까지 말한 오르갈은 무언가 생각난 듯, 옆에 있는 심연 군단들을 쳐다보고는 대뜸 차원문을 열었다.
[그래, 그게 좋겠네. 이봐, 친구들. 너희 지금 흑해로 가라. 시론한테 손 좀 보태. 가서 흑해 깊은 곳으로 들어간 후, 솔더렛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어떻게든 찾아. 아아 잠깐 잠깐, 이 쪽지 가져가. 오르갈과 진 룬칸델이 보낸 딱하고 착한 친구들임…… 진, 여기 서명 한 번만 해 줘.]진이 어깨를 으쓱이곤 서명을 해 주자 심연 군단은 묵묵히 차원문으로 들어갔다. 흑해 근처로 이어지는 차원문이었다.
루나, 룬티아, 베라딘, 헤도, 산드라로서는 기분이 찝찝해지는 대목이었다.
[너무 불편하게들 생각하지 말라고, 나와 너희의 잔재에 불과한 불쌍한 녀석들이니. 그거 아냐? 심연 군단의 병사들은 가만히 있는 걸 제일 괴로워해. 그러면 지난 세계의 패배를 떠올리거든. 그것만은 절대 잊지 않아.]“심연 군단이 시론을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 나도 태양신교와 니르간드가 멍청한 짓을 한 덕에 쉽게 만난 것이다.”
[못 찾으면 알아서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마라, 반. 애초에 방금 떠난 친구들은 흑해에 특화된 전사나 다름이 없다. 어떤 혼돈도 그들을 물들일 수 없으니까. 헬루람의 혼기조차도…….]오르갈의 입장에서 어차피 심연 군단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니 만에 하나라도 시론을 돕게 된다면 나쁠 게 전혀 없었다. 그는 시론만큼이나 솔더렛의 안배를 확인하고 싶은 상태였다. 그걸 봐야, 솔더렛이 결백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자, 이만하면 대충 정리가 된 것 같군. 우선은 이야기의 탑을 추적하는 걸 중심으로 하되, 가네스토와 태양신의 자아들에 대한 동향을 파악한다. 발레리아가 제일 할 일이 많겠군. 총수께서 이제 직접 전달을 해 주시지요, 가서 고백에 답변도 해 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