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27)
제 111화
42화. 타이뮨 마리우스(1)
휴페스터 연합국에서 마법 범죄는 가중처벌 대상이다. 특히 고위 마법에 의한 연쇄살인은 최고 등급의 범죄였다.
따라서 사건이 심각하다고 받아들인 왕자는 직접 기사들을 이끌고 용의자를 추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험한 일은 언제나 귀한 이들이 가장 앞서 나서라. 그건 20년 전 국왕파와의 내전에서 승리한 현 국왕이 가장 강조하는 가치 중 하나였다.
“난 델키의 3왕자 라이카 델키다, 모두 무기를 버려라!”
쿠잔과 베리스의 모습도 확인한 왕자가 소리를 질렀다.
‘젠장, 하필 지금……! 저놈을 끝장내려던 참이건만!’
쿠잔이 진과 왕자의 군대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진은 공격 태세를 취하고 있지만, 반쯤 의식을 잃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리고 쿠잔의 뒤편에 있는 베리스는 역류에 빠진 채 경련을 일으키고 있어, 기사들이 다가온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이를 악무는 쿠잔.
‘내 반드시 다시 너를 찾아 죽이리라!’
돌아선 쿠잔이 베리스를 안은 순간, 궁수들이 사격을 시작했다. 그사이 기사들은 진에게 달려들어 그를 넘어뜨리고 제압했다.
쓰러지는 순간에도 진은 작은 신음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 이미 온몸에 감각이 없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말에서 뛰어내린 라이카가 진의 후드를 벗겼다.
‘허, 이 소년은 분명……!?’
진 룬칸델.
작년, 룬칸델의 연회장에서 똑똑히 기억해둔 얼굴. 라이카가 헛숨을 삼키며 재차 진의 얼굴을 확인했다.
“범인은 저놈들이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 속삭이는 진.
황급히 돌아보니 쿠잔이 베리스를 안고 도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궁수들이 사격을 가하고 있는데도 벌써 꽤 많은 거리를 벌리기까지.
“저들을 잡아라! 그리고 치유사들은 당장 이자를 치료해!”
“예!”
* * *
벌떡!
진이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살폈다.
“깨어나셨습니까?”
라이카였다.
“여긴 내 별장입니다, 공자. 그대의 현 신분을 생각해 일부러 사람이 들지 않는 곳을 골랐죠. 그대는 세 시간 만에 깨어났고요.”
“세 시간?”
“죽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아십시오. 치유사들이 말하기를, 공자를 해한 독은 8성급 무인들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더군요. 그대가 룬칸델이 아니었다면 아마 죽었을 겁니다.”
쿠잔과 베리스.
두 사람은 진이 지금껏 일대일로 상대한 적 중 가장 강한 상대였다. 특히 쿠잔의 독에서 살아남은 건 말 그대로 기적이나 다름이 없는 일.
라이카가 조금만 늦었어도 진은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놈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놓쳤습니다. 공자가 대체 무슨 수로 그 괴물에게 그만한 부상을 입혔는지는 모르겠군요. 그 남자는 부상을 입고, 여자를 안은 채로 내 기사들을 모두 따돌렸습니다.”
라이카가 알고 있는 진의 성취는 5성. 반면, 쿠잔은 부상당한 상태로도 그의 기사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대였다.
‘설령 진 공자가 소식지에 발표된 이후 6성까지 실력이 올랐다 할지라도, 그 남자와 호각을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
때문에 델키는 현장에 다른 누군가가 더 있었다고 믿고 있었다.
“일단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라이카 왕자.”
“휴페스터의 기사들이 위기에 처한 룬칸델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공자는 예비 기수이긴 하지만…….”
“혹시 이번 일을 본가에 알리실 생각이라면.”
진이 라이카와 시선을 맞췄다.
“아아, 그럴 생각 없습니다. 그랬다간 죽을 것 같거든요. 예비 기수가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텐데, 공자께선 벌써 든든한 세력을 일구신 모양입니다.”
“예?”
“기절한 공자를 이곳으로 모시기 무섭게, 엄청난 실력자들이 델키 동부를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공자가 예비 기수라고 해서 어설프게 굴었다간, 제 모가지가 날아갈 것 같더군요.”
진이 대답하지 않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티칸의 동료들이 날 찾고 있던 건가? 라이카 왕자가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올 정도라니. 동료들에게도, 왕자에게도 너무 미안하군.’
“미안합니다, 라이카 왕자. 폐를 끼쳤습니다.”
“아닙니다, 공자. 공자의 사정을 생각해, 이번 일은 단단히 함구하도록 하겠습니다.”
휴페스터 연합국의 진정한 주인은 룬칸델가.
라이카가 왕족이라 할지라도, 결코 진보다 격이 높을 수 없었다.
“대신 나중에 기수가 되거든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십시오. 제가 그 정도 요구는 할 수 있겠지요? 공자의 목숨을 구했고, 파격적으로 편의를 봐드렸으니까요.”
그 태도에서 진은 라이카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가 진의 약점을 잡고 흔들지 않는 것은, 단지 진을 수색하던 실력자들이 두렵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게 원하는 것이 있군요. 말씀해보십시오, 라이카 왕자.”
“차후 공자께서 기수가 되었을 때, 저희 델키에 더 많은 수호기사를 파견해주십시오. 룬칸델이 갖고 있는 델키 금광의 지분을 조금만 돌려주시고요.”
그러자 진이 미소를 지었다.
“제 목숨 값을 아주 싸게 생각하셨군요. 제가 기수가 되면 룬칸델이 소유한 델키 금광의 모든 지분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수호기사는 지금의 두 배로 파견해드리죠. 종이 한 장 주십시오, 친필로 명시해두겠습니다.”
라이카 왕자의 눈이 반짝였다.
“그, 그렇게까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장차 휴페스터에서 제가 할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진이 계약서 작성을 끝내고 별장을 나서자, 라이카는 한동안 기쁨에 몸서리를 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횡재가! 연쇄살인범 덕분에 룬칸델의 초신성과 제대로 인연을 텄군. 게다가 이렇게 계약서까지 써줄 줄은… 하늘이 우리 델키를 굽어 살피신 게 분명해!’
* * *
“도련님!”
“꼬마!”
길리와 무라칸, 동료들이 벌떡 일어나 돌아온 진을 반겼다.
“콜론에서 그 난리를 겪은 게 얼마나 됐다고. 또 저를 이토록 무섭게 만드십니까, 도련님! 도련님이 죽기라도 하면 저는. 도련님의 생사가 확인되기까지 몇 시간 동안, 이 유모는 지옥 속에 빠진 기분이었습니다.”
“8성 기사와 마법사를 상대로 벌써 혼자 싸울 생각을 해? 이건 너무 빨리 강해지고 있어서 겁대가리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건지. 알아보니까 델키 왕자 아니었으면 너 죽었을 거라며?”
“공자, 다들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제트가 혼자 돌아오자마자 퀴칸텔 님까지 변장을 한 채 델키로 가서 공자를 찾았었다고요.”
퀴칸텔까지 움직였다는 대목에서, 진은 라이카가 ‘협박하면 죽을 것 같다’고 말한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다들 미안합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덴을 잃으면 타이뮨에 대한 정보를 영영 찾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또, 놈들을 상대로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고요.”
“아이고, 아이고오! 나으리! 돌아오셨군요!”
제트는 진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이유로 어찌나 많은 구타를 당했는지, 멀쩡히 돌아온 진이 무안해질 만큼 얼굴이 부은 모습이었다.
“제트, 설마 덴을 챙기지 못한 건 아닐 테지?”
“나으리, 이 제트가 저는 죽더라도. 그놈만큼은 티칸으로 보내겠다는 마음으로 나리의 명령을 완수했습니다요. 덴과 그 딸내미는 무사합니다! 누구 목숨을 담보로 구한 것들인데요!”
“잘했다!”
진이 제트의 어깨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그 고생을 했는데, 혹시라도 제트가 덴을 놓치거나 잃었다면. 모든 게 말짱 꽝이었다.
“제가 도망친 건 명령이었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으흑, 저를 어찌나 두들겨 패던지!”
“그래, 그래. 고생 많았다. 혹시 덴 마리우스가 저 없는 동안 뭔가 말을 한 게 있습니까?”
“없습니다, 공자. 공자가 오기 전까진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더군요. 그리고 죄송합니다, 제 정보원들이 부족해 마리우스가 열둘이었다는 걸 파악하지 못하고 하마터면 공자를…….”
“그런 소리 마십시오, 카시미르 경. 덴을 데려와주십시오.”
잠시 후 끌려온 덴은 차마 진과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고, 진을 제외한 모두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자. 이제 긴말은 필요 없겠지, 덴 마리우스. 나는 너와 네 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제 네가 그만한 대가를 가져올 차례다.”
“베, 베리스와 쿠잔은… 죽었습니까?”
“안 죽었다. 그것들은 대체 뭐야? 네 다른 형제들과 달리, 진짜배기 실력자더군.”
덜덜 떨던 덴이 결심한 듯, 진과 눈을 맞췄다.
“……베리스와 쿠잔은 달의 희생이 폐쇄된 후에도, 우리와 달리 계속 훈련을 받은 사냥개들입니다.”
“누가 그들을 훈련시켰지?”
“타이뮨 마리우스… 지금, 룬칸델에서 유모로 지내는 그분께서 직접 기르셨습니다.”
길리가 화들짝 놀라며 제 입을 가렸다.
그녀는 저주에 대한 내막을 전혀 모르지만, 타이뮨이 쿠잔과 베리스를 길렀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덴의 말대로라면, 진을 공격한 것이 타이뮨의 하수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룬칸델의 권속, 그 권속의 하수인이 룬칸델을 공격한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대역죄.
가문에 알려지면 타이뮨은 물론이고, 그녀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모두가 척살당할 것이다. 타이뮨과 평소 친분이 있던 룬칸델의 다른 하인들까지, 한 사람도 남김없이.
“그분이라. 네 또 다른 형제, 타간 마리우스도 그분을 들먹이더군. 그분이란 아마 타이뮨이겠지?”
“타간. 설마 그 녀석도 다른 형제들처럼 베리스와 쿠잔에게 제거 당했습니까? 델키를 떠나서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한 형제입니다.”
“아니, 타간은 내가 죽였다.”
“예……?”
“타간은 알루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내 손에 죽기 전에 ‘그분’이 한 번 실패했지만, 끝내 나를 죽일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지. 그런데 덴 마리우스, 내 이름은 진 룬칸델이다.”
“허.”
“타간이 말한 그분 또한 너처럼 타이뮨을 지칭한 것이라면. 그녀는 룬칸델을 죽이려고 했다는 뜻이지.”
이번엔 제트의 두 눈이 휘둥그렇게 변했다. 그는 진이 룬칸델이라는 사실을 방금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다.
나리가 루, 룬칸델이었다굽쇼? 하마터면 눈치 없이 그런 말을 내뱉을 뻔했으나, 다행히 굳게 입을 다물 수 있었다.
“자, 잠깐만요. 타간이 죽기 전에 정말로 그런 말을 했단 말입니까?”
“그래. 그래서 나는 놈의 과거를 추적했고, 그 결과 마리우스라는 성을 알게 되었으며, 달의 희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지. 그리고 너희들을 찾아갔더니, 베리스와 쿠잔에게 살해당하고 있더군. 넌 운 좋게 놈들보다 먼저 내게 발견된 것이다.”
진이 그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주자, 덴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호흡을 골랐다.
“……이제야 조금 알겠습니다. 베리스와 쿠잔이 왜 우리 형제들을 제거하고 있던 건지. 한 15년쯤 전, 타간이 델키를 떠나며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진이 눈동자가 이채를 띠었다.
“무슨 말을 했지?”
“타이뮨 님이 룬칸델의 높은 분과 모종의 거래를 했다. 만약 잘못되면, 형제들이 다 죽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이야기해줬습니다. 아마 정 때문이었을 겁니다, 굳이 제게 그런 말을 해준 것은.”
“그게 정확히 무슨 거래인지는 듣지 못했나?”
“그것까진 듣지 못했습니다. 달의 희생이 폐쇄된 이후 저를 포함한 나머지 형제들은 이미 버려진 패나 다름이 없었고, 타간만이 가끔 어린 쿠잔과 베리스를 데리고 타이뮨 님을 만나곤 했었죠.”
“네 말대로라면, 타간은 타이뮨의 수족이었다는 것이군? 적어도 그 시기에는 말이야.”
“예… 그렇습니다.”
덴에게는 이 이상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이제, 타이뮨 마리우스를 만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