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94)
제 111화
62화. 나침반 탈취 작전(7)
벨라도 제후국의 군함에서 쏘아지는 포탄엔 마법이 둘러져 있었다.
사정거리와 폭발력을 증가시키는 전쟁용 강화 마법. 수백 문에 달하는 함포를 강화시키려면 최소 백 명 이상의 6성급 마법사가 필요했다.
또한 6성급 마법사가 그만큼 있다는 건, 그들을 지휘하는 고위 마법사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
원래대로라면 이 작은 버려진 섬에 찾아올 일이 없는 병력이었다. 룬칸델은 중, 상급 수호기사 열 명을 파견한 반면 비먼트는 전쟁 규모의 병력을 보낸 것이다.
그건 곧 지플과 킨젤로에 관한 정보력에 있어선 비먼트가 룬칸델을 앞선다는 뜻. 혹은 더 많이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였다.
하늘에 맺힌 검은 점들이 빠른 속도로 낙하하고 있었다. 포탄이 순식간에 항구까지 날아든 것이다.
“저, 전부 숙여어어어!”
“아이고오!”
해적들은 혼비백산한 얼굴로 비명을 질러댔고, 룬칸델 수호기사들은 불쾌한 듯 미간을 좁혔다.
퍼퍼펑! 쾅! 파아앗!
항구와 해변으로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폭발에 물기둥이 치솟고, 해적선들이 부서지며 파편이 튀고, 항구를 만든 돌들과 모래들이 터져나갔다.
그저 납작 엎드리거나 꽥꽥 악을 쓰며 마구잡이로 뛰는 해적들과 달리, 수호기사들은 제 근처로 날아든 포탄과 파편을 능숙하게 베거나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칫, 짜증나는군.”
“본가에 보고 올리자고. 아무래도 벨라도 제후국 새끼들이 미친 것 같다고 말이야.”
펑……! 펑, 펑!
해적들이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곧장 다음 포격이 이어졌다.
진으로서는 이득이다. 혼란한 만큼 수호기사들의 눈을 피해 자리를 뜨기도 쉬워지고, 정박된 배들이 모조리 부서져도 어차피 무라칸을 탈 예정이었으니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벨라도 제후국의 함선이 등장한 건 진에게도 불운한 일이었다.
포탄 강화 마법에 이어 또 다른 마법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별안간 어두운 밤하늘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포탄이 불을 뿜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건 벨라도 제후국의 함선에 탑승 중인 마법사들이 결계를 펼친 결과였다.
‘대 연환결계……!? 비먼트 특임대가 저것까지 준비했다고!?’
대 연환결계는 이름 그대로, 다수의 마법사들이 마력을 합쳐 결계를 구축하는 마법이다.
보통은 적의 공격으로부터 성이나 도시를 보호할 때 사용되는 마법이나.
‘적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펼치는 경우도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적색 연환결계. 이건 특임대가 아니라 친위대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연환 마법이다. 친위대까지 대기하고 있었다는 건가!’
적색 연환결계는 비먼트 친위대의 마법사들을 상징하는 마법 중 하나였다. 그들이 독자적으로 고안한 이 마법의 핵심은, ‘공중 장악’이다.
용이나 비행 마물이 황궁을 테러했을 때, 섬멸 및 도주 방지를 위해 펼치는 결계. 적색 연환결계 속에서 참새보다 큰 날개 달린 생물은 함부로 비행할 수 없다.
비행체가 감지되면 결계가 즉시 수천 갈래의 붉은 광선을 토해내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안전을 위해 개발된 마법인 만큼, 끔찍한 위력.
무라칸을 타고 도망치려던 진의 계획이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결계는 섬 전체를 휘감는 규모였다.
‘무라칸이 결계를 버틸 수 있다고 가정해도, 탑승자들의 안전이 문제다. 계획을 수정해야해.’
배를 타고 도망쳐야 한다.
그러나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포탄이 항구와 해적선을 박살내는 중이고, 섬은 벨라도 제후국의 함대에 포위되고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배를 구해서 벨라도 제후국 함대와 추격전을 벌이는 게 낫다. 결계 속을 비행하는 건 너무 위험해.’
일단 배를 타고 결계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함대가 추격을 해오겠지만, 결계 바깥으로만 나가면 그때는 다시 무라칸을 타고 도망칠 수 있을 터.
동료들을 찾는 것보다 다시 무라칸에게 돌아가는 게 중요해졌다. 적색 연환결계는 백 년쯤 전에 개발된 마법이니, 그는 아직 위험성을 모를 수밖에 없다.
혹시 무라칸이 동료들을 찾다 답답하다고 비행을 시작할 수 있으니 어서 알려줘야 했다.
“무라칸!”
“꼬마?”
왔던 길을 되돌아가 근처를 뒤져보니 다행히 금방 마주칠 수 있었다. 그리고 진이 적색 연환결계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어디선가 시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진! 상황은 대충 알겠지? 동쪽은 항구도, 배도 완전히 다 부서졌다. 섬이 작아서 날파리들을 따돌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그녀는 특임대를 따돌리다가 진과 똑같이 상황을 파악한 상태였다.
“시리스 님, 혹시 나머지 동료들이 어느 쪽 탈출 지점으로 이동했는지 알고 있습니까?”
“서쪽의 탈출 지점들로 이동했어. 그 두 사람은 비먼트 출신이니, 저 결계가 뭘 의미하는지 잘 알겠지. 배 못 구하면, 답이 없다.”
“망할 인간 놈들, 저딴 마법은 또 언제 개발한 거야? 죄다 포탄에 박살이 나고 있는데 배는 또 어떻게 구하고? 꼬마 애인, 너 눈두꺼비 안 데려왔냐?”
“모트를 데려올 수 있었다면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겠어? 흑룡. 아주 비궁 소행이라고 광고를 하라고 하지 그래.”
“그냥 셋이 같이 다니는 게 낫겠다. 알리사 님, 카시미르 경 찾고 가장 가까운 항구에 배가 한 척이라도 남아있길 기대해보자고.”
멀리서 계속 폭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무라칸은 다시 고양이로 변해 시리스의 품에 안겼다.
“후, 특임대도 모자라 친위대까지. 일이 이렇게까지 복잡해질 줄은 몰랐다. 어머니께서 마실 다녀오는 기분으로 도와주라고 하셨건만.”
“시리스 님이 작전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깜짝 놀랐습니다.”
“난 네가 2층을 혼자 뒤집어놓은 게 더 놀랍다. 괴물이 됐군, 진 룬칸델.”
“수호기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시리스 님을 찾고 있습니다. 눈에 띄지 않게 이동하도록 하죠.”
알리사와 카시미르가 특임대를 따돌리기 위해 이동한 방향은 서쪽이었다. 일행은 시리스 덕에 헤맬 일 없이 금방 탈출 지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
“카시미르 경.”
카시미르와 알리사, 퀴칸텔은 7번 탈출 지점에서 찾았다.
그곳은 이 섬에 상주하는 해적들의 창고였다. 본래 나침반 탈취가 끝난 후 그곳으로 피한 동료는 물자에 섞여 해적선에 올라 탈출하기로 되어 있었다.
“혹시 찾아올까 싶어 3분만 기다리기로 했는데, 제 감이 틀리지 않았군요. 오랜만입니다, 공자.”
“시리스 양도 내 후배들을 무사히 따돌렸군요.”
“무라칸은 멀쩡한 걸 보니 결계 속에서 비행은 안 한 모양이네. 우리 찾는다고 날다가 다 찢기면 어쩌나 싶었거든.”
“인간 놈들 결계가 그렇게 대단해? 그냥 날아서 못 뚫나?”
“친위대의 마법사들은 백야와 동급이야. 그런 놈들 수십이 모여서 친 거고. 우리 둘만으로는 부족해.”
인사는 짧게 생략하고 배를 찾기로 했다.
그러나 탈출 지점을 나와 확인한 서쪽 항구는 포격에 완전히 파괴된 모습. 멀쩡한 배는 단 한 척도 없는 데다, 수호기사들에게 살해당한 해적들의 시체만 즐비했다.
이제 남은 건 남쪽 항구뿐이었다.
하지만 남쪽 항구까지 가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섬이 작다지만, 아무리 빨라도 30분은 달려야 했다.
함포의 폭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동료들이 모이는 사이 벨라도 제후국의 함대는 어느덧 포위망을 좁혀 섬을 거의 둘러싼 상태였다.
“남쪽에도 배가 있을 확률은 낮습니다. 차라리 지금부터 헤엄으로 결계를 빠져나가는 게 낫겠군요.”
진이 한숨을 삼키며 말했다.
“그러다 포탄에 맞기라도 하면?”
시리스가 묻자 어깨를 으쓱이는 진.
“뭐…… 우린 다들 튼튼한 편이니까요.”
“어, 음. 그래. 그건 그렇지. 어차피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네.”
“포탄에 맞는 건 어떻게든 버티면 그만이지만, 함대에 직접 포착될 수도 있다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그때는 탑승 중인 병력이 직접 공격을 시작할 겁니다.”
“헤엄치고 있는데 백야 수준 마법사들이 조준해서 마법을 쏴댄다는 거지.”
진과 동료들이 아무리 강해도, 물속에서는 제대로 싸울 수가 없다.
함대의 특임대나 마법사들에게 노출되는 순간 제대로 반격조차 못 하고 제압될 가능성이 높았다.
결계 때문에 두 용은 날 수가 없고, 헤엄을 치면서는 제대로 싸울 수가 없으며, 이 작은 섬에 저들의 눈을 피해 숨을 곳이 있을 리도 없었다.
“후.”
헤엄을 치자고 담담하게 말하긴 했으나, 헤엄으로 탈출하는 건 실력이 아니라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슴을 조였다.
‘친위대가 적색 연환결계를 펼칠 줄 누가 알았겠냐고, 망할.’
동료들도 진과 같은 마음이었다.
재수가 좋다면 모두 무사히 결계를 빠져나가겠지만, 각오는 필요했다. 한둘쯤은 티칸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가봅시다!”
탈출 지점을 빠져나왔다.
보이는 것은 아수라장이 된 섬과, 적색 결계에 물든 하늘, 그리고 그 하늘을 수놓고 있는 포탄들.
여전히 해적들은 악을 쓰며 사방으로 뛰었고, 귀족과 거지들도 마찬가지였다. 섬에 한정해서, 세상이 멸망할 때의 풍경 같았다.
“항구 쪽은 포격이 집중되고 있으니, 절벽을 찾아보는 게 좋겠…… 어?”
“왜 그래?”
진이 말을 멈추자 동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저놈, 아까 북쪽 항구에서 배로 뛰라고 선동하던 해적이잖아?’
진의 시야에 들어온 한 해적. 다른 해적들을 선동해놓고 정작 본인은 반대로 도망치던 그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는 아까 북쪽 항구에서와 달리 침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악을 쓰며 거리를 달리던 또 다른 해적이 그의 옆에 멈춰 섰다. 다들 정신없이 뛰는 와중, 그 두 해적만이 걸음을 멈춘 것이다.
“시리스 님, 알리사 님. 혹시 저쪽에 해적 두 놈, 입모양 읽을 수 있겠어요?”
“갑자기?”
“할 수 있어요?”
“가능해.”
시리스와 알리사는 더 이유를 묻지 않고 그들의 입모양을 읽었다.
“선장이 그거 만든다고 그 많은 돈을 갖다 박을 땐 아까워 죽는 줄 알았는데, 덕분에 살았군.”
“맞아, 우리 선장이 가끔 보면 혜안이 있는 것 같다고.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던 거야.”
“다른 놈들은 다 망했어, 멍청한 놈들. 배로 뛰자니까 그냥 진짜로 막 뛰더라고. 진짜로 그럴 줄은 몰랐어. 룬칸델 수호기사들이 버티고 있는데, 말 한마디에 뛰어? 미친놈들.”
“그 멍청한 머리로 지금껏 살아남은 게 용한 놈들이지. 내 쪽도 그랬어. 우리만 살아남는 거다. 크크, 대 해적단의 전설이 또 늘어나겠군. 섬이 포위된 상황에, 비먼트의 정규 함대를 따돌렸다고!”
“크, 이제 더 올 놈 없는 것 같다. 슬슬 가자.”
시리스와 알리사가 읽은 목소리는 거기까지였다. 대화를 끝낸 두 해적이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시리스와 알리사를 통해 그 대화를 다 들은 동료들은 잠시 서로의 눈동자만 쳐다보았다.
“저것들 하는 말, 아무래도 예사롭지가 않지?”
“이럴 때를 대비해서 뭔가를 준비해둔 모양인데? 따라가 봐서 나쁠 거 없겠어.”
진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실력이 아니라 운에 기대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렇게 되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
해적들이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어쩐지, 이 상황을 훌륭하게 타파해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