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47)
제 333화
106화. 기록자들(6)
“기록 마법을 이용해서 말인가?”
“그래. 너보다 더 빨리 찾으리라곤 장담하지 못해도, 더 은밀하게 찾을 수 있는 건 확실하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현재 진은 묘인족을 찾는 일에 인력을 제대로 투입할 수 없었다.
이제 그를 보는 눈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가문은 물론이고, 지플을 비롯한 다른 세력들도 진과 그의 세력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화장품 사업이 시작되고, 진이 망령대와 전투를 펼친 이후.
다들 진에 대한 관심이 부쩍 치솟은 것이다.
물론 원래도 그랬으나, 최근 세상을 주무르는 여러 세력들은 룬칸델과 지플 사이에 심상찮은 기류가 흐르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 중심엔 시론도, 켈리악도 아닌 진이 있다는 사실도.
때문에 묘인족 수색에 너무 많은 인력을 투자했다간 지플의 탐지망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무엇보다 그들은 진에게 갚아야 될 빚이 있으니 말이다.
“말은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했지만, 이렇게 곧장 실행하는 걸 보니. 네게도 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 깨달은 것 같군.”
발레리아가 진을 올려다보았다.
“네 말대로 조금은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라고 해두지.”
그녀는 이제 진이라는 인간에게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히스터의 선조들이 남긴 안배일지도 모르는 데다, 한 살 때의 기억이 있고, 한 번 죽은 적이 있는 인간.
‘대체 뭐지? 녀석은 자신이 한 번 죽었던 걸 인지하고 있을까?’
그렇다고 보기엔 진이 그간 보여준 행적들이 지나치게 파격적이었다.
‘진 룬칸델은 예비 기수 시절부터 마치 목숨 따위엔 별 미련이 없는 인간처럼 움직여 왔다. 바깥에 알려진 행적만으로도 수십 번은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지.’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아니면 그저 강인한 인간인 건가.
전자이기를 바랐다. 이제 협력 관계가 되었으니 진이 일찍 죽어 버리면 곤란한 것이다.
‘진 룬칸델이 죽으면, 다시는 히스터의 역사를 되찾을 수 없다는 직감이 들어…….’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리아 아울하트.”
“왜?”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으니, 기록 장치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좀 하고 싶군.”
진이 협탁 위에 영기 구슬을 내려두며 말했다.
“너는 이게 솔더렛이 제작한 물건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영기로 이루어진 물건이라고 말했으면서도 말이지. 어떤 근거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알고 싶은데.”
“이 영기 구슬을 어디서 얻었지?”
“가문 2기수, 조슈아의 비밀 별장을 습격해서.”
진은 그날 겪은 일들을 발레리아에게 설명해주었다.
동료의 수호룡을 구하려고 습격했다가 예상치 못한 마족을 마주쳤고, 그를 죽여 구슬을 얻은 사실을 말이다.
“론텔기우스, 마계의 4대 공작 가문이라. 대충 설명이 되는군.”
“별걸 다 아는군. 내 동료들 중에도 용들밖에 모르던 것인데.”
발레리아는 그 이름을 히스터가의 전승지에서 확인했었다.
“내가 그 장치가 솔더렛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 이유는, 특유의 악독한 마기 때문이야. 그리고 너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솔더렛과 관련되지 않은 존재 중에도, 영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
-[마녀, 그자의 짓이로군.]
두 번째 무덤의 수호자, 사라 룬칸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사라와 더 대화를 나눌 수 없어 묻지 못했으나. 그녀는 분명 헬루람 또한 영기를 사용할 수 있는 듯 말했었다.
“마녀 헬루람을 뜻하는 건가.”
“너도 별걸 다 알고 있군. 맞아, 그 기록 장치는 아마 마녀의 물건일 거다. 그녀가 아니면 구슬에 그만한 마기가 담겨있을 수 없어. 론텔기우스는 마수왕 오르갈의 최측근이었고, 오르갈은 헬루람의 연인이었으니 네가 죽인 마족이 그 구슬을 들고 있던 거겠지.”
마녀 헬루람. 진의 전생에서, 발레리아는 그녀를 직접 만난 적이 있었다.
‘스승이 스무 살 때와 스물다섯 즈음에 헬루람을 만났었다고 말했지.’
그래서 진은 퀴칸텔이 동료들에게 헬루람이 ‘개인’이라는 사실을 알렸을 때에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회귀 전 이미 발레리아에게 들은 바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이게 그 마족의 물건인지, 조슈아의 물건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어.”
“그 기록 장치가 룬칸델 2기수의 물건이라면, 네 큰형은 마녀 헬루람과 뭔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예언자.
그자의 존재를 떠올린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슈아가 데리고 있는 예언자가 헬루람일 수도 있겠군.’
그에 대해선 더 확실한 정보가 나온 뒤에 발레리아에게 이야기해주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당장은 그녀와 협력 관계가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그 기록 장치는 어쩔 거야? 솔더렛과는 관련이 없는 물건인데, 그것도 내게 맡길 건가?”
“그렇게 하지. 그리고 혹시, 마족의 언어를 좀 읽을 줄 아나?”
“론텔기우스가의 마족을 죽이면서 얻은 종이와 마도서를 확인하려고?”
“그래.”
“안타깝게도 마족의 언어는 전혀 몰라. 나도 만능은 아니거든.”
발레리아가 침대 옆에 걸려 있는 자신의 로브를 챙겼다.
그리곤 로브 속에 여전히 라트리의 쿠키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난 이만 가보겠어. 네가 준 기록 장치들도 살펴봐야 하고, 묘인족도 찾아야 하니 당분간 눈코 뜰 새 없겠군.”
“처음에 준 솔더렛의 고장 난 기록 장치는 아직 진전이 없는 건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니, 이해해줘. 나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조상의 마법서 반쪽을 어서 받고 싶다고.”
첫 만남 때와 달리, 이번엔 진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 발레리아는 고민하지 않고 그 손을 맞잡았다.
“몸조심해라. 아리아 아울하트.”
“너도.”
* * *
1799년 8월 20일.
진이 가문으로 돌아가고 두 달이 흘렀다.
화장품 사업은 작은 수인들이 구출된 직후부터 다시 광고가 시작되었고, 그 결과.
진과 룬칸델, 그리고 비궁은 문자 그대로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최고급 제품군인 금설, 보급형인 은설 모두 불티나게 팔려 세상의 화장품 시장을 순식간에 점유해버린 것이다.
물론 루테로 마법 연방엔 더 이상 광고를 넣지 못했다.
하지만 입소문이란 과연 무서운 힘을 갖고 있었다.
루테로 마법 연방의 귀족들은 적게는 몇 배, 많게는 수십 배에 달하는 웃돈을 지불하며 지하시장에서 금설족의 화장품을 구매했다.
룬칸델이 그렇게 돈을 번다는 건, 곧 지플의 부가 유출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원로들은 더 이상 진의 화장품 사업을 고깝게 볼 수 없었고, 텔롯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에 큰 만족감을 느끼는 와중.
금설족 화장품의 대흥행이 몹시 불만스럽고, 자존심이 상하는 한 인간이 있었다.
“으으,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럴 수는!”
부바르 가스톤.
그는 최근 자신의 일자리 겸 취미 하나를 잃어가는 중이었다.
“대체 그깟 화장품이 뭐라고, 우매하기 이를 데 없는 놈들이 이 부바르의 예술혼을 몰라본단 말입니까? 제 변신술이 화장품에 밀린다니, 인정할 수 없다고요……!”
금팽이 상단의 특수 제품, ‘옥설’이 금설, 은설과 더불어 연일 매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옥설의 주 고객층은 암살자와 특급 극단, 첩자들이었다.
대충 찍어 바르기만 하면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효과가 있으니, 그간 부바르에게 변신 시술을 요청하던 고객들 대부분이 빠른 속도로 이탈하고 있었다.
“……제발 좀 닥쳐라, 부바르 가스톤.”
비슈켈은 벌써 며칠째, 하루 다섯 시간 이상 부바르의 징징거리는 소리를 들어주고 있었다.
정신이 갈리는 것 같았다.
이 역겨운 인간을 알게 된 이후,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적은 셀 수도 없지만. 요즘은 특히 견디기 어려웠다.
‘어서 대업을 달성해서 이 개자식의 목을 비틀고 싶다. 아니, 부족해. 산 채로 온 몸을 도려내고…….’
험한 상상을 하는 비슈켈의 눈 밑이 퀭했다.
“빌어먹을 진 룬칸델! 그 자식을 만난 이후 되는 일이 없습니다! 옥설인지 뭔지 하는 그 변장용 화장품들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비슈켈 님, 한 번 물건 좀 구해주십시오. 제 눈으로 직접 봐야겠습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금팽이 상단은 그 옥설인지 뭔지 하는 변장용 화장품을 아무에게나 판매하지 않아. 킨젤로나 지플은 아예 구매가 불가능하지.”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하급 단원들을 보내면 구할 수 있잖아요!?”
“이런 개, 후. 그런 하급 단원들은 애초에 상대를 안 해준단 말이다. 대체 몇 번을 설명해야 하는 거냐, 부바르.”
“아악! 안 돼, 참을 수 없습니다. 아시잖습니까?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예술혼이 다치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는 걸!”
“네 예술혼하고 그들의 화장품이 잘 팔리는 것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냐?”
“있습니다. 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입니다. 아,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것 같군요. 비슈켈 님, 아무래도 단 걸 먹어야겠어요. 고구마 크로켓을 하나만 사다주십시오.”
비슈켈이 순간적으로 허리춤에 손을 뻗었다.
1초만 이성을 늦게 되찾았다면 그대로 검을 뽑아 부바르의 목을 베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비슈켈 개인의 입장에선 무척 행복한 결말이었을 것이다.
‘참자, 대업을, 대업을 위해…….’
비슈켈의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는 와중에도 부바르는 쉴 새 없이, 심지어 비슈켈의 빳빳한 청색 코트에 침을 튀겨가며 늘어놓는 일장 연설을 쉬지 않았다.
“고구마…… 크로켓을…… 사올 테니, 진정하고…… 있어라.”
스트레스에 탈모가 올 것만 같았다.
악! 소리라도 지르고 싶지만, 그랬다간 부바르가 게거품을 물며 미쳐 날뛰고 자해를 시작할 것 같아 그럴 수도 없었다.
“오라버니, 부바르 씨.”
휠체어를 탄 마르지엘라가 방으로 들어섰다.
“마르지엘라.”
“마르지엘라 양! 제 얘기 좀 들어 보십시오!”
“하하, 바깥에서 둘이 하는 이야긴 다 들었어요. 부바르 씨가 속상할 만했네요.”
“역시, 마르지엘라 양은 제 마음을 이해해주시는군요!”
“그럼요, 부바르 씨는 우리의 친구인걸요!”
마르지엘라가 들어서자 부바르는 즉시 화를 누그러뜨리는 모습이었다.
“그럼, 마르지엘라 양은 그놈들의 옥설이라는 화장품을 구해주실 겁니까?”
“부바르 씨, 나도 구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지 않겠어요? 차근차근 가야죠.”
“하지만 더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간 저, 정말로 콱 죽어버릴 것 같다고요.”
“알아요, 알아. 친구가 죽는 걸 가만히 내버려둘 순 없죠. 제가 한 번 진 경을 만나 보고 올게요.”
“익, 그 재수 없는 인간을요? 안 됩니다, 분명 마르지엘라 양께 패악을 부릴 거예요.”
“마침 제가 받아야 할 빚이 하나 있으니, 그러진 않을 겁니다. 음, 오라버니. 베락트 아저씨를 모시고 검의 정원을 한 번 찾아가보는 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