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57)
제 333화
109화. 오즈도크(5)
진과 무라칸, 메리, 투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오즈도크를 바라보았다. 특히 무라칸은 기가 찬다는 듯 커다란 호박색 눈동자를 연신 끔뻑였다.
[뭐? 아오, 이게 어떻게든 구차한 목숨 이어보겠다고 또 헛소리를 하네. 야, 야! 정신 안 차려?] [아이고, 제 얘기를 한 번만 들어주십시오!]그 대목에서 어쩐지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마물판 제트인가……? 별꼴을 다 보는군.’
오즈도크는 몸짓이며 행동 하나하나가 제트와 똑같이 닮아있었다.
투벤이 등장하기 직전까지 위용을 보여준 전설의 마물은 온데간데없이, 비루하고 비굴하게 삶을 연명하려는 어리석은 한 생명만이 남은 것이다.
아이고, 아이고오!
그렇게 절망의 탄식을 뱉어내는 오즈도크의 두 눈에선 심지어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마 이런 비굴함에 내성이 없는 사람이라면, 저도 모르게 오즈도크의 시선을 외면하며 그만 녀석을 용서해버릴지도 모르는 일.
그러나 위대한 흑룡과 룬칸델의 검귀들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말해봐. 일단 들어보기는 하겠다.”
그중에서 그나마 인정이 있는 편인 진이었다. 오즈도크에겐 그 목소리가 구원의 동아줄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꼬마, 더 들을 것도 없어. 내단 마물은 내단을 잃으면 죽어.]“지금부터 저놈이 하는 말이 헛소리라고 판단되면 나한테 물어볼 필요 없이 곧장 죽여버려.”
언제든 끊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동아줄이기도 했다.
[감사합니다!]오즈도크가 살살 네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정말 비밀인데…… 저는 사실 내단이 두 개입니다.]내단을 둘 이상 가진 마물에 대해선 아직 세상에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니 무라칸으로서는 당장이라도 놈을 짓밟아 죽일 기세로 눈을 부라릴 수밖에.
[지, 진정하십시오. 제가 내단을 딱 하나만 갖고 있는 마물이었다면, 그 시절에 그렇게 방귀깨나 뀌며 살 수 있었겠습니까?]무라칸도, 전성기의 오즈도크를 상대해보았던 천 년 전의 영웅들도.
놈이 지닌 어마어마한 힘을 이상하게 여기기는 했었다. 내단 마물은 전투력이 평균치에만 달해도 용들조차 토벌대를 꾸려 상대하는 게 일반적이나, 오즈도크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다만 사람들은 오즈도크가 그저 특출한 마물이라고만 생각했다. 인간 중에도, 용 중에도 종종 초월적인 강자가 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오즈도크가 가진 힘의 근원은, 두 개의 내단에 있었다.
다른 마물과 달리, ‘인간의 탐욕’을 그대로 닮아버린 오즈도크는 내단 마물이 되긴 위한 조건이 모두 채워졌음에도 다음을 원했고, 그 결과.
아무도 모르게, 두 개의 내단을 갖게 되었다.
[그래, 네놈 내단이 두 개라고 치자. 몸속에 있을 거 아니야? 당장 꺼내봐.] [나머지 하나는 몸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습니다.]뻐걱!
팔꿈치로 가볍게 오즈도크의 턱을 돌리는 투벤.
놈은 풀썩 쓰러지려다 재빨리 차렷 자세를 취했다.
“룬칸델의 수호룡께서 물으셨다. 위치를 말할 것이 아니라 직접 가져와서 눈앞에 보여드리도록.”
[옛……!]본래 오즈도크는 내단이 여기서부터 아주 먼 지역에 묻혀있다고 거짓말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걸 이용해 빈틈이 생기는 대로 도망을 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 꼼짝없이 두 번째 내단을 토해내고, 투벤에게 잡혀가는 게 오즈도크에게 남은 유일한 미래였다.
오즈도크가 깊은 한숨을 삼키며, 처음 자신이 깨어났던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얻은 내단인데…… 이걸 이렇게 넘겨줘야만 하나!
그 자리에 묻힌 내단을 꺼내는 동안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오즈도크는 금과 힘뿐만이 아니라, 생존에 대해서도 거대한 탐욕을 지닌 마물이었다.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이.
한참 동안 굴을 판 오즈도크가 묻혀있던 내단을 들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허, 진짜 두 개네?]그 내단은 사과만 한 순금 덩어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일반인이 보기에도 순금과 확연히 구분될 만큼 강렬한 빛깔을 뿜고 있었다.
무라칸은 단번에 내단 속에 담긴 엄청난 기운을 알아보았다. 오즈도크가 이 내단까지 몸속에 품은 채였다면, 투벤에게도 그토록 허망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지금은 제 몸에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라, 품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호. 그래서 꼬마들을 처리하고 바깥에서 금을 먹어 힘을 회복한 뒤, 다시 돌아와서 사용할 생각이었군?] [그렇습죠.] [내놔. 나 말고, 꼬마한테. 아이, 그 꼬마 말고 이 꼬마!]메리에게 향하던 오즈도크가 진에게 내단을 내밀었다. 정말 빼앗기기 싫은 듯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도드라졌다.
[회복하고 저 내단까지 사용했으면, 전성기 6, 7할 정도는 됐겠어. 또 얼마나 난리를 치고 다녔을지 눈에 훤하다.]진이 내단을 품속에 넣자 오즈도크는 간신히 미련을 떨치며 이렇게 말했다.
[부디…… 좋은 곳에 사용해주십시오.]마물이 그런 말을 하는 게 우습기는 했다. 하지만 진은 그를 비웃는 대신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정도 아량을 베푸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이 오즈도크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요. 언젠가 꼭, 제가 모실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과연 오즈도크는 계산이 빠른 마물이었다. 무라칸이 아니라 진에게 잘 보여야 훗날을 위한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인지한 것이다.
‘잊으면 안 된다’고 굳이 강조한 것은, 언젠가 자신을 이 투벤이라는 인간으로부터 구해달라는 뜻이었다.
‘아버지와 전대 흑기사들이 오즈도크를 살려둘까?’
투벤이 오즈도크를 생포해서 데려가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놈이 시론에게 보고될 만큼 특별한 존재인 것은 사실이니까.
게다가 오즈도크는 천 년 전의 기억을 일부 지니고 있었다.
‘무라칸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 시절의 여러 내막들을 자세히 아는 놈 같지는 않지만. 털다 보면 룬칸델이나 아버지께 필요한 정보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지.’
오즈도크가 시무룩한 얼굴로 투벤을 쳐다보았다. 그가 어서 자신을 데려가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저 메리라는 인간이 또 사냥감 어쩌고를 운운하며 덤비면 상황이 한 번 더 성가셔질 것 같기 때문이었다.
“무라칸 님, 이만 물러가도 되겠습니까?”
무라칸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사실 아까부터 투벤이 썩 마음에 든 상태였다. 전대 흑기사랍시고 건방지게 구는 일 없이, 자신을 깍듯이 대하는 모습이 썩 훌륭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 그래. 가봐라.]묵례하는 투벤. 잠시 후 그는 메리와 눈을 맞췄다.
“강해지셨군요, 7기수. 대견합니다. 그런데…… 변하시기도 했군요.”
“내가 변했다고요?”
“예전의 7기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명분을 앞세워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저씨.”
“제가 마물을 데리고 돌아간다고 말한 순간, 검을 내지르셨을 겁니다. 제가 기억하는 아가씨였다면, 분명히.”
명분을 앞세운 거짓말.
진뿐만 아니라, 투벤도 메리가 막내를 돕기 위해 허세를 부린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원하시면 지금이라도 찐하게 붙어보죠. 어느 한쪽이 죽거나 불구가 될 때까지?”
그러자 투벤이 귀여운 조카를 상대하듯 코웃음을 쳤다.
“그게 보기 좋지 않다는 뜻에서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아저씨도 많이 유해졌네요. 하긴, 공식적으론 은퇴한 지 한참 되었으니.”
“기수들이 보다 잘 해냈다면 진정한 은퇴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투벤이 거대 곡검을 등에 걸쳤다.
뼈가 있는 말이었으나 메리는 발끈하지 않고 수긍하는 눈치였다. 실제로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2기수.”
“예, 투벤 경.”
“내게 궁금한 것이 있는 눈치 같습니다.”
당연히 그랬다.
질문을 던질 만한 틈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투벤이 먼저 물어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분명 루나 경에 대해서 묻겠지. 루나 경이 12기수를 아주 특별히 여기시고 있으니. 아니면 흑해 임무에 관한 걸 물어볼 수도 있겠군.’
시론이 이번 흑해행에 루나를 데려오면서, 투벤은 자연스레 루나와 여러 이야기를 나눠왔다.
임무에 관한 걸 제외하면 루나는 막냇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꺼냈는데, 오랫동안 그녀를 보아온 투벤으로서는 무척 낯선 모습이었다.
또한 함께 흑해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또 다른 전대 흑기사, 바네사 올슨도 진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꺼내던 게 떠올랐다.
“언제부터 전장에 계셨습니까?”
진은 투벤의 예상과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다.
“투벤 경께서 모습을 드러내시기 전까지, 그 어떤 기척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기운을 읽는 것엔 자신이 있었는데, 완전히 당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했다?”
“투벤 경께서 절 죽이려고 했다면, 어렵지 않게 끝났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까지 기척을 숨기려면, 어떤 깨달음이 있어야 하는지 여쭙고 싶군요.”
검은 후드 속 투벤의 눈동자가 깊어졌다.
“제가 너무 어리석은 질문을 했습니까?”
“……아닙니다. 다만,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질문인지라. 나는 솔직히 12기수가 흑해 임무나 루나 경의 안부에 대해 물을 줄 알았습니다.”
“흑해에 대해선 아버지께서 제가 필요하다 여기실 때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고, 루나 누님의 안부는 궁금하지만. 누님께서 아직 제게 소식을 전하지 않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몇 초쯤, 투벤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진을 내려다보다 이렇게 대답했다.
“12기수도 대견하군요.”
“과찬이십니다.”
“내가 기척을 숨길 수 있던 건, 요나 아가씨처럼 타고난 재주가 뛰어나거나, 무명왕 정도의 은신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별안간 투벤이 허공에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 순간, 진은 그의 손길을 따라 허공에 퍼진 무형의 기운이 기묘하게 뒤틀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
투벤이 흩뜨려놓은 허공에서 전해지는 감각이 기묘했다. 꼭 길이 막힌 듯, 그쪽으론 신경을 곤두세워도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었다.
바람조차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가벼운 속임수였습니다. 오러를 이용해 공기 중에 일종의 차단막을 펼친 것인데, 7기수와 12기수는 둘 다 전투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었으니. 제가 숨은, 일반적이지 않은 공간을 찾지 못한 겁니다.”
단지 가벼운 속임수라고 칭하기엔 대단한 경지를 요구하는 일이었다.
‘이런 작은 영역 정도는 나도 오러로 차단막을 펼쳐 공간의 느낌을 비틀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피로도가 상당하긴 할 테지만.’
그러나 투벤은 전장 대부분의 공간을 오러의 속임수로 가득 채웠다. 그러고도 오즈도크를 뒷골목 잡배를 다루듯 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자극이 된 것 같은 얼굴이로군요.”
“그렇습니다, 투벤 경.”
“주군께 이 마물의 최초 발견자는 12기수라고 보고하겠습니다. 만일 주군께서 마물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시면, 그에 따른 보상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