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4)
제 88화
30화. 알리사를 꺾어라!(1)
1795년 8월 초, 지플은 소식지를 통해 부가주 안드레이와 풍룡 뷰렛타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공식 발표임에도 불구하고.
사인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며, 사망 일시조차 추정 날짜로 대체해 알렸다. 사건에 직접 개입한 진 일행이나 퀴칸텔의 이름은 소식지에 실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사건이었다.
룬칸델과 비먼트, 비궁을 포함한 다른 세력들은 촉각을 곤두세운 채 상황을 지켜보았고, 세인들 사이에도 수많은 소문이 퍼졌다.
안드레이가 지플 내 정쟁에서 밀려 제거되었다는 소문, 그의 숙적으로 알려진 또 다른 대마법사 ‘차가운 조’와 승부를 가르다 패했다는 소문, 황제의 심기를 거슬러 비먼트 친위대에 당했다는 소문 등.
그러나 가장 많이 떠도는 소문은, ‘룬칸델의 기수들이 죽였다’는 것이었다. ‘비궁주 탈라리스 엔도르마가 암살했다’는 설도 나돌았지만, 대세는 아니었다.
물론 안드레이의 공식 사망 장소는 비먼트의 무인도인 데다 당시 룬칸델의 기수들은 대부분이 검의 정원에 대기 중이었으며, 심지어 루나의 존재는 지플과 비먼트 둘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지만.
대중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사실 관계가 아니었다.
사실보다 더 흥미진진한 가정이야말로 진실이 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이제 룬칸델이 본격적으로 세계의 패권을 장악할 것인가?
공식 발표 이후, 한동안 선술집의 양민들 사이에선 그런 토론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검과 마법.
둘 중 무엇이 더 강한가.
세인들은 룬칸델과 지플이 드디어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리라 생각했다. 이미 그들의 마음속엔 안드레이를 암살한 게 룬칸델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심지어 양민들뿐만이 아니라, 일부 귀족가나 군벌들에게도 이번 일은 초유의 관심사였다.
특히 룬칸델, 지플, 비먼트 등의 그 어떤 거대 집단에도 소속되지 않은 중소 세력들이 그랬다.
그들은 지금까지 비궁과 마찬가지로 ‘중립’을 유지하고 있으나, 비궁처럼 유사시에 자신들을 지킬 힘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룬칸델과 지플, 둘 중 한 세력의 편에 설 필요가 있었다.
만일 검과 마법이 전쟁을 시작하면, 회색 지대에 서 있는 중소 세력들은 급류에 휩쓸린 나뭇잎 신세밖에 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중립 세력들은 검을 더 많이 찾았다.
지금껏 세계 최고라 평가되던 지플보다도 룬칸델로 더 많은 중립 세력이 모여든 것이다.
“가주님, 오늘은 슈체론 왕국의 왕세자와, 2급 용병단 다섯이 룬칸델에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안드레이가 사망한 후 매일같이 보호 요청이 쇄도하는군요. 소문이 무섭긴 무섭나 봅니다.”
룬칸델 1등 집사 하인츠는 벌써 나흘째 시론에게 비슷한 보고를 올렸다.
“그들이 가져온 선물은 모두 돌려보내고, 보호 요청은 수용하겠다고 전하라. 슈체론의 왕세자에겐 적당한 검도 한 자루 내어 주도록. 그가 차후 확실히 왕권을 잡을 수 있게.”
“예, 8성 수호기사 하나를 붙이겠습니다.”
“알겠다, 물러가라.”
그리고 시론은 특별히 심기를 거스른 자들이 아니라면 모두 받아 주었다.
지금껏 존재감이 없어 ‘중립’을 유지할 수 있던 세력인 만큼, 룬칸델의 전력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진 않지만.
차후 룬칸델이 지플을 꺾고 진짜로 세계의 패자가 되었을 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이들이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자, 세인들 사이에선 또 다른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더 이상 지플은 룬칸델보다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중립 세력들이 계속해서 룬칸델을 찾고 있으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게 막내 녀석이 비먼트의 무인도에서 사고를 친 결과라니. 일종의 나비 효과인 셈이로군. 그 녀석도 티칸에서 이런 소식들을 듣고 있겠지.’
하인츠가 나가자 막내를 생각하는 시론.
물론 룬칸델이 이제 지플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들은,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다. 지플은 여전히 건재하며, 룬칸델보다 근소하게 앞서 있다는 게 진실이었다.
‘이번 일로 꽤 많은 중립 세력을 흡수하게 되었어. 예비 기수인 주제에 벌써부터 가문에 기여를 하고 있군. 내 자식이지만, 참 재미있는 녀석이란 말이지…….’
시론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수호기사 칸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가주님.”
“카시미르에게선 아직 연락이 없느냐?”
칸으로서는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진 도련님이 특별한 건 나도 폭풍성에서부터 인지했지만… 가주께서 그분에게 이렇게까지 관심을 보이실 줄은 상상도 못했군. 꼭 안달이 나신 것 같은 모습 아닌가!’
시론의 이런 모습을 보는 건 칸조차 처음이었다. 당장 얼마 전 차기 가주인 조슈아가 9성에 이르렀을 때에도, 사소한 언질조차 없던 게 시론이었다.
“없었습니다, 가주님.”
“음…… 알겠다.”
시론이 다소 실망스러운 투로 대답하자, 칸이 송구한 듯 고개를 숙였다.
“모레, 나는 다시 흑해로 떠날 것이다. 나중에라도 연락이 오면 반드시 찾아와 내게 알려라.”
“명심하겠습니다.”
* * *
한편 시론이 그토록 궁금해하는 진은, 검의 정원에서 돌아온 이후 내내 개인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루나 누님이 아니었다면, 비먼트의 무인도에서 나는 반드시 죽었을 것이다.’
회귀 후, 불과 열다섯이란 나이에 검술과 마법에 5성을 이뤘고, 영기도 곧 5성을 바라보고 있지만…….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해.’
그 사실이 진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었다.
무인도 일전을 겪고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느꼈다. ‘열다섯’이라는 기준에선 이루 말할 수 없이 뛰어나나, 현재의 자신이 혼자 상대할 수 있는 적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더 강해져야 한다. 아버지가 주신 5년 안에, 다른 형제들을 모두 꺾을 수 있을 만큼. 다른 누구의 보호도 필요 없을 만큼!’
특히 루나가 큰 자극이 되었다.
무라칸과 퀴칸텔마저 손을 쓰지 못한 안드레이 일당을, 검 한 자루로 압도하던 누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투의 신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전투의 신마저.
얼마 전 검의 정원에 갔을 때, 무기를 버리는 굴욕을 당했다. 바로 자신을 도왔다는 이유 때문에.
진의 적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쉬익!
브라다만테가 허공을 사납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벌써 일만 번을 넘어가고 있는 종베기. 근육은 터질 것 같고, 온 뼈마디가 다 덜컥대는 와중.
진은 괴로움보다 답답함을 느꼈다.
‘아직 심안조차 까마득하지만…… 반드시 5년 안에 누님이 보여 준 심검의 절대 경지에 들어선다.’
심검 적월.
그건 룬칸델의 비기가 아니라, 루나가 심안을 넘어서 독자적으로 체득한 영역이었다.
검에 언령言靈을 덧씌워야 비로소 발현되는 경지, 심검. 모든 기사들의 꿈. 그중에서도 루나의 붉은 오러는 특별한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너라면 5년 안에 충분히 닿을 수 있어. 우선 언령을 발현시키기 위해, 검으로서 의지를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
-검으로 의지를 표현하는 방법이라면…….
-네가 검을 일만 번 휘둘렀을 때, 마지막이 처음과 같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야.
루나가 해 준 이야기였다.
‘지금은 천 번 정도가 한계인가.’
만 오천 번을 넘어가니 자신이 검을 휘두르는 건지, 검이 자신을 휘두르는 건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다음 일격을 이어 가려는 찰나.
“멈추세요, 진 공자.”
어느새 바로 옆으로 다가온 카시미르였다.
“후우, 카시미르 경.”
“저도 한창 수련할 때 진 공자처럼 한 적은 없습니다만…… 매일 이런 식이면, 룬칸델의 축복받은 육체라 할지라도 남아나질 않을 겁니다.”
카시미르를 따라온 엔야가 호들갑을 떨며 수건을 건넸다.
“진 공자! 얼굴이 반쪽이 됐어요. 자, 잠깐, 맙소사. 진 공자, 손바닥이 다 찢어졌잖아요! 바닥이 피로 흥건하다고요! 으아아.”
정말로 그랬다.
진이 서 있는 바닥에 작은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피와 땀이 섞여 옅게 붉은빛이 도는 웅덩이였다.
엔야가 진의 얼굴을 닦아 주며 치료사들을 부르는 사이, 카시미르는 한동안 그 웅덩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대체 이게 무슨 집념이란 말인가. 열다섯 소년이 가질 만한 정신력이 아니야.’
달려온 치료사들이 진의 손바닥에 치유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고 진은 앉은 채 물끄러미 제 손을 쳐다보았다.
“괜히 걱정을 끼쳤군요. 카시미르 경, 엔야.”
“왜 그 예쁜 손을 이렇게 혹사시켜요! 뼈, 뼈도 보이는 것 같은데……?”
물론 어릴 적부터 검을 쥐어 온 진의 손은 온통 굳은살투성이로 예쁜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다만 팬심 가득한 엔야의 눈엔 아름다운 조각상처럼 보일 뿐.
“진 공자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무인도에서의 일 때문이겠죠?”
치료사들이 물러가고 카시미르가 진 옆에 앉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안드레이와의 일전뿐만이 아닙니다. 그간 길리나 무라칸이 아니었다면 위험했을 순간도 너무 많아요. 친인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그만큼 수련하는 수밖에 없겠죠.”
“진 공자 나랑 동갑이잖아요. 너무 조급해 말아요. 어휴, 속상해.”
“아니, 엔야 양. 진 공자는 아주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하고 있어요.”
카시미르가 그렇게 대답하자 엔야가 흠칫했다.
“너무해요, 카시미르 경. 진 공자는.”
“엔야 양 말대로 아주 강하죠. 열다섯 중엔 분명 최강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진 공자의 마음이 이해되는군요. 앞으로 상대할 적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을 테니까요.”
진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진 공자, 조급한 마음은 성장기의 가장 큰 독입니다. 오히려 곧게 갈 수 있는 길을 돌아가게 만드는 주범이지요. 길리 님도 매일 저와 똑같은 말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카시미르의 말대로 길리도 진에게 매일 같은 조언을 하고 있었다. 도련님은 조금 템포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지금은 무리해도 너무 무리하고 있다고 말이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한번 몰입하기 시작하면 제어가 잘 안되는군요.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울 일은 아닙니다. 누구도 해내지 못할 훈련량을 매일 소화하고 있으니 오히려 대단한 일이죠. 대신, 공자의 머리를 식혀 줄 만한 훈련을 좀 병행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제 머리를 식혀 줄 훈련……?”
카시미르가 미소를 지었다.
“대련을 좀 하시죠.”
“카시미르 경과 말입니까?”
가만히 고개를 젓는 카시미르.
“아뇨, 저와 직접 대련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그건 조금 더 성취를 이룬 다음에 시작할 일이죠.”
비록 카시미르는 얼마 전 수호기사 칸이 몰래 접근해 쪽지를 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칸이 엄청난 것이지, 카시미르가 부족한 게 아니었다. ‘귀검’이라는 이명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다.
“6개월 안에 제 아내, 알리사 뱃저를 꺾어 보십시오. 검술, 마법, 영기. 그대가 가진 모든 것을 이용해서 말입니다. 장담하죠, 지금의 진 공자에게 여러모로 좋은 공부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