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5)
제 88화
30화. 알리사를 꺾어라!(2)
알리사 뱃저.
어마어마한 거구에 왼쪽 눈가에 살벌한 칼자국이 있는 그녀는, 티칸의 수비대장이자 귀검 카시미르의 아내였다.
‘그 사람을 6개월 안에 꺾어 보라고?’
겉모습만 보았을 땐, 마미트에서 본 수많은 범죄자들보다도 단연 알리사가 훨씬 강할 것 같았다. 카시미르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풍채와 우락부락한 근육은 분명 평범한 수준이 아니니까.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까지 강할까?
진이 검술은 물론, 마법과 영기까지 써도 최소 6개월은 필요할 만큼 말이다.
티칸에서 한 달쯤 지내는 동안 진은 그녀를 매일 봐 왔다. 거의 매일 아침마다 식사를 함께했고,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딱히 뛰어난 강자라는 건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독특한 인물이긴 하지만…… 마법과 영기까지 써도 어려울 정도인가? 모든 패를 다 쓰면 뛰어나지 않은 7성 기사까지는 감당할 자신이 있는데. 카시미르 경도 내 무위가 그 정도라는 건 알고 있을 거고.’
그럼에도 자신만만한 카시미르의 태도를 보아하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알리사 님이라…… 카시미르 경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이유가 있겠죠. 좋습니다, 알리사 경과 대련을 해 보겠습니다. 그분이 허락해 주시면요.”
“분명 허락해 줄 겁니다. 수비대장이 된 이후, 싸움이 너무 없다며 지루해하는 기색이었거든요. 진 공자와의 대련은 아내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겁니다.”
알리사는 카시미르의 말대로 호쾌한 반응을 보였다. 진과 함께 찾아가서 부탁하자마자 수락한 것이다.
“내가 진 공자랑? 하하! 재미있겠네. 안 그래도 요즘 비실비실한 범죄자 녀석들만 상대하느라 심심했는데. 그마저도 내가 너무 많이 잡아 버려서 요즘은 잘 보이지도 않지만…….”
“엄마랑 진 오빠랑 싸우는 거야?”
알리사에게 안겨 있던 유리아의 눈망울이 걱정스러운 듯 파르르 떨렸다.
“아니, 싸우는 게 아니라 우정을 다지는 거야.”
“하지만 엄마랑 싸운 사람들은 모두 찐빵이 됐는데…….”
“이번엔 우정을 다지는 거래도. 유리아는 엄마랑 진 오빠랑 싸우면 누굴 응원할 거니?”
“우웅…… 난 진 오빠.”
“자식은 키워도 소용없다더니…… 이 녀석, 훌륭한 다섯 살은 이럴 때 엄마를 응원하는 거란다.”
알리사가 장난스럽게 딸의 볼을 깨물며 말했지만, 이어진 유리아의 대답에 진은 잠시 할 말을 잊고 말았다.
“하지만, 하지만! 진 오빠가 더 약한 사람인걸. 유리아는 언제나 약한 사람의 옆에 설 거예요! 약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옆에!”
“푸크크큭캌.”
옆쪽 소파에서 누워서 빨간 소설을 보다가 벌떡 일어나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무라칸.
“약하고…… 어려운 크크크큭큭큭 진 오빠. 얼음과자 녀석, 벌써부터 사람 보는 눈이 제대로구만! 과연 아즈 밀의 계약자다워.”
진은 어색한 미소를 짓곤 조용히 무라칸의 곁으로 다가가 힘껏 그의 발을 밟아 주었다. 무라칸은 슥 발을 빼내 공격을 피했지만, 이어서 진이 홱 빨간 소설을 낚아채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이 미치, 아니지. 어리석은 용이…… 애 앞에서 이런 거 보지 말라고 했지?”
“일부러 작은 고어로 쓰인 걸 골라서 몰래몰래 읽고 있었거든. 좋게 말할 때 내려놔라, 그거.”
“대체 어디서 이런 걸 자꾸 구하는 거야? 분명 검의 정원을 떠날 때 없던 책인데.”
흠흠, 헛기침을 하는 카시미르.
그는 무라칸에게 일주일에 다섯 권씩 빨간 소설을 구해 주고 있었다. 위대한 흑룡이 필요하다는데, 미물로서 거절할 도리가 있겠는가.
“음! 아무튼, 대련은 모레쯤부터 시작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진 공자.”
“나 퇴근하면 같이 저녁 식사하고 매일 대련하도록 해요. 앞으로 6개월 동안. 내 공자에게 티칸 수비대장의 위엄을 보여 드려야겠군요.”
“매일요? 저는 좋습니다만, 제가 알리사 님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 건 아닐까 걱정이군요.”
그러자 알리사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당분간은 아마 금방 끝날 테니까요.”
* * *
이틀 후 저녁, 카시미르의 대저택 지하 수련장.
진은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틀간 개인 훈련을 쉰 상태였다. 첫 번째 대련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치른 다음, 객관적으로 격차를 분석하려는 의도였다.
“진 공자.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미리 밝힐 것이 있습니다.”
진과 마주 선 알리사가 몸을 풀며 말했다.
“말씀하십시오, 알리사 님.”
“나는 한때 비먼트 특임대였습니다. 카시미르가 폐황자가 되기 전에 그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았었고, 그가 추방당할 때 함께 비먼트를 떠났죠.”
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자신이 지금껏 알리사의 무위를 느끼지 못한 이유를 깨달았다.
특임대는 친위대와 달리, 음지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힘을 숨기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뭔가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특임대 출신이라니…… 카시미르 경이 괜히 6개월을 말한 게 아니었군.’
진이 알기로 비먼트 특임대의 최소 요건은 6성이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최소 자격일 뿐, ‘황자’였던 카시미르를 수호했었다면 알리사는 최소 7성 이상의 실력자라는 뜻.
“그래서 말인데, 내게 여러 번 지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한 저는 진 공자를 봐줄 생각이 없고요. 그럼 시작할까요?”
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순간.
후욱!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알리사의 주먹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평범한 5성 기사는 결코 반응할 수 없는 속도.
알리사는 첫 대련을 일격에 끝낼 생각이었다.
대련이라 할지라도, 실전처럼 행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이틀간 무라칸 님과 길리 님에게 공자의 지난날들을 물어본 결과, 지금 공자에게 필요한 건. 압도적인 패배와 그걸 딛고 일어서는 과정이었습니다. 아마 열흘쯤은 이 일격을 피하지 못하겠죠.’
알리사가 듣기에, 그간 진이 극복해 온 위기 속에는 언제나 ‘기회와 변수’가 있었다.
알루와 싸울 땐 뮬타의 룬으로 변수를 만들었고.
퀴칸텔과 싸울 땐 그녀가 진의 존재를 모르는 사이 검을 개방해 날개를 벨 수 있었고.
바로 얼마 전, 안드레이와 싸울 때에도 무라칸과 루나 덕에 한 번이라도 안드레이에게 칼을 뻗을 수 있던 것이다.
생도 시절 최강의 적이었던 백랑족 콰지토 트루카 역시, 진에게 영기가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그간 진이 만난 버거운 적들은 모두 방심했거나 그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반면 알리사는 진의 거의 모든 능력을 알고 있었다. 검술과 마법, 영기를 사용한다는 정보는 물론이고 뮬타의 룬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까지.
그러니 알리사는 진에게 ‘진짜 위기’를 실감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인이 강해지기에, 위기보다 더 뛰어난 방편은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얼굴을 노리고 내지른 알리사의 주먹이 닿은 곳은.
검집이었다.
‘막았어!?’
알리사의 눈동자가 커졌다.
제대로 막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검집을 타고 전해진 충격에, 이미 진은 중심을 잃고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쳤으니까.
싸움에 있어 중심을 잃는 것보다 치명적인 건 없다. 방어와 회피 수단이 사라진다는 의미였으니까. 알리사는 무난히 다음 타격으로 진을 침묵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이 정타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알리사로선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 막을 수 없는 속도였을 텐데? 룬칸델의 축복받은 육체를 감안하더라도… 내가 무뎌진 건가? 뭔가 평소보다 미세하게 주먹이 느린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진은 여전히 자세를 고치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였다. 여전히 발검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새로 뻗은 알리사의 주먹은 벌써 진의 갈빗대에 바짝 붙어 있는 모습,
그러나 뮬타의 룬을 발동시켜 투구를 썼고.
왼손에는 지하 수련장에 오기 전, 미리 영창해둔 한 가지 마법이 맺혀 있었다.
섬광포!
화아악……!
아무리 단련된 무인이라 할지라도, 갑작스레 강렬한 빛을 마주하면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상대를 끝장낼 수 있다고 확신한 순간이라도 말이다.
“웃!”
퍼걱!
빛 때문에 순간적으로 자세가 틀어진 탓에, 그녀의 주먹은 예상만큼 깊게 들어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진의 늑골 한 대가 부러지기엔 충분했다. 대련을 끝낼 수 있는 위력이라는 건 변함없다는 의미.
그리고 세 번째 타격을 잇기 전, 알리사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질렀다.
‘그간 진 공자의 위기 속에 있던 기회와 변수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야. 모두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설마 이런 마법을 미리 준비해 놨을 줄이야.’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말하자면 알리사는 ‘수 싸움’에서 진 것이다.
‘이제 알겠어. 공자가 내 첫 일격을 막을 수 있던 것도…… 미리 대지 마법으로 내가 서 있던 바닥의 밀도를 낮춰 둔 결과였군. 그것 때문에 평소보다 속도가 나오질 않았어.’
슬쩍 돌아보니 그녀가 내디딘 땅이 평소보다 조금 더 깊게 파여 있었다. 극히 미세한 차이였다.
아마 진이 바닥에 조금만 더 장난을 쳐 놓았다면, 거리를 좁히기 전에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알리사쯤 되는 무인의 감각이란 그런 것이니까.
-괜찮습니다. 당분간은 아마 금방 끝날 테니까요.
진은 알리사가 자신을 상대할 때, 분명 초장에 끝낼 거라고 예상했고.
대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그녀가 생각지 못한 변수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진이 만든 변수는 모두 통한 셈이지만…….
아직 알리사를 꺾는 건 무리였다.
빠각!
세 번째 주먹이 진의 옆구리를 두들겼다. 진은 3미터쯤 날아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고, 알리사는 잠시간 전율에 몸서리쳤다.
당연히 승리감에 취해서가 아니라, 첫날부터 자신을 당황케 만든 진이 놀랍기 때문이었다.
“크으윽…… 역시 잔재주로는 어림없군요.”
잔재주?
하마터면 알리사는 그 단어를 정정해 줄 뻔했다. 이런 건 잔재주가 아니라 전략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놀랍군요, 진 공자. 설마 첫날부터 세 번이나 공격할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다 다시 대자로 쓰러지는 진.
그 역시 알리사처럼 꽤나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과연 비먼트 특임대 출신답군. 변수가 다 통했는데도 제대로 검 한 번 뻗어 보질 못했어.’
아쉽고 분하긴 하지만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모든 수를 다 쓰고도 이토록 철저하게 패배한 건 다시 태어난 후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일까.
카시미르가 예견한 대로, 머리가 시원하게 식어 가는 기분도 들었다.
“저, 그런데 알리사 님.”
“말씀하세요, 진 공자.”
“치료사는…… 안 불러 주시는 겁니까?”
“아앗, 내 정신 좀 봐. 많이 아팠죠? 잠깐만 기다려요!”
알리사가 황급히 뛰어나가자 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알리사를 꺾는다.
심검이나 룬칸델의 비기와는 비할 바 없이 가까운 그 목표가, 진의 마음속에 강한 성취욕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