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64)
제 888화
216화. 첫 황금함(1)
폭풍석.
페이텔은 그람의 기운을 담기 위해 만든 물건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천둥석이라고 불러야 맞지 않나? 댁이 한 건 그냥 그람의 기운을 이 물건에 담은 것뿐이니까.”
[무라칸, 이미 죽은 형님의 이름을 붙여봐야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러나? 내 이름을 붙이는 게 맞지. 안 그런가, 총수? 게다가 이건 이제 내 현현을 위한 장치 역할도 겸하고 있으니 말이다.]청새 군도의 아공간을 빠져나온 이후 페이텔은 폭풍석을 통해 현현하는 중이었다.
율리안을 통한 현현은 그의 몸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의 현현은 권능을 ‘물질화’ 하는 일에 특화된 신의 특권이기도 했다.
동료들은 페이텔의 처세술에 혀를 내둘렀다. 제트는 그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지경이었다.
물론 무척 속이 보이긴 하나, 페이텔의 처세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아메리스는 페이텔이 귀여운 구석이 있다며 웃었고, 페이텔은 벌써 아메리스를 ‘누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름은 무엇이어도 괜찮습니다. 페이텔 님이 마음에 든다면 폭풍석이 낫겠죠.”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사용처다.
그람의 잔존 기운은 페이텔조차 놀랄 만큼 거대한 힘을 품고 있었다. 투자드는 그 힘을 온전히 받고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그건 그가 그람의 기운을 제대로 사용치 못한 까닭이었다. 온전히 사용했다 할지라도 진과 루나, 룬티아를 상대로는 같은 결과였을 테지만 말이다.
[역시 우리 총수는 말이 통해. 흐음, 그나저나 내 능력이 필요한 이유가 그 옛날 명왕족들의 숙원이었던 황금함대를 완성하는 일과, 투신 반과 남은 명왕족들을 해방하는 것이라는 말이지…….]페이텔은 잠시 투신 반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그는 명왕족이 신들과 전쟁을 벌인 당시 중심이 되는 전장에서 싸운 적이 없다. 소규모 전장에서 몇 차례 교전을 치른 게 전부였고, 그마저도 최전선에서 활약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형인 그람이 반의 손에 사망하는 순간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그때의 반은 그 어떤 신이 현현하더라도 결코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하, 꼭 그 무시무시한 친구들을 불러와야 할까?]“아까도 설명해드렸듯이 곧 진마계가 인세를 어지럽힐 겁니다. 그리고 제 형제들이 다시 인세로 나온다 한들 그때처럼 무리하게 정복 전쟁을 펼칠 일은 없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렇지…… 뭐, 우리 편이라면 명왕족만큼 든든한 친구들은 또 없긴 하겠어. 진마계가 얼마나 강한지는 몰라도, 전성기 명왕족보다는 약할 것이다.]“이보쇼, 페이텔.”
[무엄하다! 네놈은 총수도 아니고, 아메리스 누님도 아니고, 무라칸도 아니거늘, 감히 내게 그따위로 말해도 될 것 같나!]콰울의 말에 페이텔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콰울은 욱해서 되받아치려다 발레리아의 표정을 보곤 속으로 쯧 혀를 찼다.
“……거, 미안합니다. 페이텔 님, 지금 보고 있는 설계도를 좀 이해하신 것인지 궁금해서 불렀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을 해야지. 설계도는 보자마자 바로 이해를 하였다. 잊고 있었는데,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구나. 명왕족과의 마지막 결전에서 투신이 황금함대를 이끌었었어. 이미 우리 신들 사이에선, 황금함대가 제작되기 시작한 단계부터 잔뜩 신경을 기울였었다.]페이텔은 잠시 그 시절의 기억을 더듬었다.
“약점?”
그 말에 가장 놀란 건 콰울이었다.
황금함대의 설계도는 미완이나, 콰울은 태어나서 지금껏 자신이 본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페이텔은 그런 설계도에 약점이 있다 말하고 있었다.
[명왕족들은 투신을 중심으로 공명이라는 것을 하지. 투신의 권능을 통해 나머지 일원들의 광심장을 강화하는 행위다. 황금함대는, 그 투신의 공명을 받지 못할 때 위력이 급격히 낮아졌어. 그렇기에 투신만 고립시키면 함대 자체는 신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거다.]“아……! 이제야 알겠군. 황금함대는 하나가 곧 전체였어! 지금까지 각 함선을 독립된 개체라고 생각하며 작업을 해왔으니 그렇게 애를 먹었을 수밖에. 결국 문제는 설계의 허점이나 완성되지 않은 부분이 아니라, 투신이라는 존재를 배제하고 완성하려던 것인가?”
[넌 예의는 없지만 무척 똑똑한 인간이로구나, 콰울. 그러나 네 방법은 틀리지 않았다. 방금 말하지 않았느냐, 그것은 약점이라고. 각 함선은 개별적이며, 투신의 공명을 받지 못해도 성능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진은 페이텔의 의견에 동감했다.
지금 바멀 연합에 필요한 건 ‘초월적인 개인’을 통한 방위력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이 사용해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무기였다. 티칸에 설치되어 있는 마력흡입분사형 전천후 가속파쇄포처럼. 그 파쇄포는 사용법만 알면 아무나 작동할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콰울이 한층 공손해진 어투로 물었다.
[간단하다. 투신의 공명 없이도 동력의 성능을 최대치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조정하면 된다. 과거의 명왕족들은 그걸 하지 못했지. 그러나 너흰 날 잘 찾았어. 내가 계약자들을 위해 무기를 만든 것에 비하면 간단한 작업이다.]“그럼 바로 해결하실 수 있는 겁니까? 광심장은 몇 개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니, 시간이 필요하긴 해. 내 권능과 힘이 동력원이 되는 경우라면 금방 만들 수 있지만, 지금은 보다시피 내가 상태가 좋지 않아. 내 힘을 더 나누면 이런 형태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질 거다. 인세로 내 본신의 힘을 다 끌어올 수도 없고.]따라서 황금함대의 동력은 본래 필요한 재료인 광심장을 통해 만들어야 했다.
페이텔은 자신이 광심장을 가공하려면 명왕족의 특성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폭풍신의 권능과 광심장의 뇌기는 모양만 비슷할 뿐, 근본적으론 다른 힘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동력원 한 개 정도는 폭풍석을 통해 먼저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구나. 그건 광심장과 달리 가공하기까지 많은 공부와 이해가 필요하지 않거든. 생전에 그토록 증오하긴 했으나, 어쨌거나 형님의 힘이니 금방 가공할 수 있지.]애초에 페이텔이 그람의 무덤 속에 숨을 수 있던 이유도 그의 힘을 흉내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페이텔을 찾다가 그람의 잔존 기운을 얻은 것도, 그걸 통해 바로 황금함의 첫 번째 동력원을 만드는 것도 모두 생각 외의 소득이었다.
“폭풍석을 동력원으로 한 함선의 성능은, 진짜 황금함대에 비하면 어느 정도이리라 예상하십니까?”
[당시 투신이 직접 운용하던 기함에 비할 바는 안 되겠지만, 코젝보다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붉은부엉이의 공간 도약 기술까지 적용한다면 현존 최강이라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을 테지. 게다가 투신의 함대와 달리 누가 운용하든 성능 자체엔 변화가 없을 것이고.]비록 함대 전체가 완성되는 건 아니지만, 그런 함선이 한 척만 추가되어도 지금으로서는 가뭄에 단비나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추후 광심장을 가공하는 일 역시 시간만 있으면 해결이 될 문제였다. 그때는 함선이 아니라 함대를 제작하게 될 터였다.
[보름. 보름이면 폭풍석을 황금함의 동력원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그쯤이면 딱 아율라의 현현이 있을 시기로군요. 본격적인 진마계 전이가 시작될 거라 예상되는 시기이기도 하니 아주 좋습니다.”
진이 만족스러운 듯 말하자 페이텔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콰울, 그 안에 동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완성할 수 있겠나? 우리 총수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아주 흥겹군그래. 일할 맛이 난다는 뜻이다.]율리안과 칼토르는 페이텔이 아부를 떨 때마다 어디론가 숨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충분합니다. 드디어 기나긴 연구의 첫 번째 결실을 맺을 수 있겠군……! 발레리아 말대로야, 페이텔 님을 만났더니 정말 황금함 한 척을 만들 수 있게 됐어!”
“저도 그저 희망 사항을 말했던 것이지만 말이죠. 설마 진짜 이렇게 바로 문제가 해결될 줄은.”
황금함대 제작은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으니, 이제 남은 숙원 사업 중 가장 큰 건 라프라로사 해방이었다.
그러나 페이텔은 라프라로사 해방에 있어선 자신도 달리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왕족을 다시 세상으로 꺼내는 게 께름칙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일단 폭풍석 가공을 시작하기 전에 콰울과 발레리아가 만들었다는 그 해방 장치를 보기는 하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총수. 그 아공간은 솔더렛이 만든 것이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가능성이 높아.]“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황금함만 해도 페이텔 님은 충분한 역할을 해주시는 겁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한번 살펴만 보십시오.”
[그렇게 말하니 왠지 더 열심히 살펴보고 싶어지는군. 가서 확인해보고, 무엇이든 도움이 될 것 같은 요소가 있으면 바로 알려주도록 하마. 후후, 그리고 그 이엘로라는 골렘에 대해선 기대를 해도 좋다. 내가 광심장을 공부한 다음에 골렘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알아보겠다.]“오, 듣던 중 더 반가운 이야기로군요.”
[그릇을 통한 현현이어도 율리안과 칼토르가 가까이에 있어야 하니, 이 녀석들은 데려가도 되겠지?]“물론입니다.”
콰울과 발레리아, 페이텔 일행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페이텔과 콰울은 어깨동무를 한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보름만 기다리면 드디어 첫 황금함을 볼 수 있겠군. 이후 함대가 생산되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나 다름이 없어졌으니, 진마계가 설치더라도 형제들을 꺼내기 전까지 더 여유를 벌 수 있을 것이다.’
마법 기사 부대도 이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고, 양산형 이엘로 역시 페이텔의 말대로 더 강화될 수 있다. 바멀 연합의 전쟁 대비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내 진은 탁자에 있는 다른 보고서들을 살폈다. 모두 진마계의 전이 균열에 관한 보고서들이었다.
“무라칸.”
“어, 왜?”
“요나 누님 말대로 테스를 소환해서 대화를 좀 나눠봐야겠어. 퀴칸텔 님이랑 같이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