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44)
제 999화
234화. 지옥으로(5)
“리돌로스 트리낙!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군. 결국 자네도 지토의 마수에 미쳐버린 것인가? 파엘리토처럼, 타락한 것이냐!”
“크아하하하! 파엘리토, 그 미련한 놈은 사키엘에 대한 집착 때문에 결국 지토의 개가 되었지. 그리고 또 그 집착 때문에 진 룬칸델에게 패배하기까지 했으니, 그런 불쌍한 녀석을 나랑 비교하지는 마시오.”
후우웅-!
리돌로스가 바셋에게 돌진하며 대검을 휘둘렀다. 검풍이 일어나며 바닥에 깔린 시체들이 마구 튀어 올라 터져댔다.
바셋이 일격을 쳐내자 틸리아스와 미솔이 동시에 리돌로스의 양옆을 공격했다. 그러나 리돌로스는 피하지도 않고 몸으로 버티며 계속 바셋을 압박했다. 틸리아스의 검은 옆구리를 정확히 찔렀음에도 깊이 들어가지 못했고, 미솔의 주먹은 굉음을 냈지만 허망하게 튕겼다.
“큭! 그렇다면 지토가 아니라, 켈리악 지플이라고……!?”
“뭐, 나도 내가 설마 인간의 밑으로 들어가는 날이 오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소. 하지만 그자에게선 가능성이 보였지.”
“가능성?”
“정말로 이 땅을 지토로부터 해방할 수 있는 가능성! 허황된 꿈을 좇고, 그러다 안 되니 결국 인세의 거대 세력에 기생이나 하는 비셉스와는 근본적으로 달라. 그는 해방뿐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중이지.”
“미쳤군, 그런 이유로 그 오랜 세월 함께 싸운 동료를 모두 저버렸다는 말이냐!”
“미친 건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오. 인공태양을 파괴해서 어쩌려고? 그렇게 이겨봤자 진마계는 빛 한 점 없는 폐허가 될 뿐이지. 세상에 태양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불멸자는 아무도 없소, 바셋 경. 켈리악에겐 인공태양 없이도 지토를 끝장낼 수단이 있소.”
“하! 그래서. 우리더러 지금이라도 너와 함께 켈리악의 개가 되라는 것인가?”
“아니, 당신들은 새로운 진마계에 불필요한 존재요. 당신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알지. 무능한 주제에 희망도 없는 투쟁을 만 년이라도 이어갈 수 있는…… 그런 괴물들이지. 그러니 켈리악의 도움으로 진마계가 해방된 다음엔, 그때부터는 켈리악에게 대항할 게 분명하오. 심지어 옛 멜카족들처럼 박멸하기도 쉽지 않지.”
“켈리악이 실권을 잡는다는 건, 진마계에 또 다른 지토가 탄생한다는 뜻일 뿐이다……!”
“그게 인공태양을 파괴해서 얻는 자유보다는 월등히 좋소. 게다가 그는 신과 융합했어도 결국 인간인 이상 언젠가 명을 다할 거고, 그때부터 진마계는 진정한 새 시대를 맞이하겠지.”
말하는 내내 바셋은 뒤로 밀리고 있었다.
바셋은 꽤 오랜 시간 리돌로스의 스승이었다. 그렇기에 이토록 큰 격차를 어느 정도는 완화하며 싸울 수 있지만, 시간을 버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물론 미솔과 틸리아스까지 포함하면 조금이라도 리돌로스를 위협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바셋은 계속 뒤쪽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일반 단원들을 신경 쓰고 있었다. 리돌로스는 그 사실을 알아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시오. 일반 단원들을 이용해가며 싸우진 않을 테니. 내가 당신들을 상대로 그럴 이유가 없지 않소? 나름 옛정이라는 것도 있고.”
“리돌로스……!”
“하지만 저들이 여파에 쓸려서 죽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러니 잘 지키면서 싸워보시오. 한데 우스운 일이지? 인공태양을 파괴해서 진마계 전체를 어둠에 빠뜨리는 일은 주저하지 않고, 백만 남짓한 비전투 단원들을 지키는 일엔 이토록 간절하니.”
쩌엉, 크적-!
리돌로스가 대검을 방망이처럼 휘둘러 바셋을 날려 보냈다. 그사이 미솔이 그의 뒤통수에 주먹을 꽂았으나, 리돌로스는 몸을 돌려 뿔로 그 주먹을 받았다.
“윽!”
“미솔, 이 귀여운 놈. 그렇게 때려서 내가 죽겠냐? 니 주먹만 터지지.”
“이개자식아이럴수는없어 네가어떻게우리한테! 심마에빠진것도아니고 세뇌된것도아닌데!”
“나를 움직이는 건 진마계 수호라는 신념이다. 지금까진 어쩔 수 없이 비셉스가 최선이었을 뿐. 지금은 대의를 위해 소수를 버리는 중이라고 이해해라.”
“하!켈리악지플이진마계를 통치하는날은오지않아. 설령오더라도 그자는진룬칸델의최대숙적중하나야. 진룬칸델과켈리악이싸우게되면, 진마계는또전쟁터가된다고!”
그 말에 리돌로스는 어처구니가 없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미솔. 너 말투가 이상해서 그렇지 머리는 나름 굴러가는 놈이었는데, 바보가 된 거야? 진 룬칸델이 켈리악 지플하고 어떻게 싸워?”
“뭐라고?”
“인공태양의 힘을 받는 지토는 전성기의 파엘리토조차 감당하지 못한 괴물이다. 그런데 그 인간이 어떻게 이기겠냐? 오늘 진 룬칸델은 죽는다. 따라서 진마계가 전쟁터가 될 일은 없으니 안심하고 죽어라.”
“안죽어네놈손에절대안죽는다고, 우린!”
미솔이 잠시 시간을 벌어준 사이, 바셋은 틸리아스에게 다가가 명령을 내렸다.
“어떻게든 실키아를 보호해라, 틸리아스. 만일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땐 실키아만 데리고 너와 미솔이라도 탈출해.”
* * *
[결국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적이라고 할 만한 놈은 단 하나도 마주치지 못했군.]진 일행은 이미 오르갈이 말한 안 가문의 성을 지나 지토의 거처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지옥에 들어선 후 벌써 하루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건만, 일행은 단 한 번도 전투를 치르지 않았다.
때때로 정신 지배에 미친 마족 군대를 마주치기는 했으나 그들을 처리하진 않았다. 무의미한 학살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들이 자기들끼리 전투를 하지 않고 힘을 합쳐 진에게 대항했다 할지라도 큰 의미가 될 수는 없었다. 싸움이 성립하기엔 격차가 아득한 까닭이었다.
대신 진은 마족들의 주검 위에 불을 밝히듯 재생의 권능을 한 줌씩 퍼뜨려주었다.
진이 지토와 전투를 시작해도 그 빛은 계속 그 자리에 남아 뒤따라올 세력들의 이정표 역할도 해줄 터였다.
“나쁜 징조지. 그만큼 지토에 의해 한 세계가 무참히 유린되고 있다는 뜻이니까.”
진은 도처에서 쉴 새 없이 전해지는 죽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로 인해 생성된 고통이 계속 지토에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도.
그러다 불현듯, 지금쯤이면 비셉스 중 한 사람이 등장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연락 때, 비셉스 측은 진이 지옥으로 오면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었다.
“비셉스도 저들처럼 지토에게 조종되어 서로를 죽이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진. 비셉스는 애초에 진마계에서 지토에게 세뇌되지 않은 유일한 집단이니까.”
“지금까진 비셉스가 세뇌되지 않은 게 그들이 매번 잘 도망쳤고, 운도 따라주어서라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은 그들에겐 세뇌나 정신 지배를 막는 어떤 수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군.”
“비셉스가 그 수단 덕에 지금도 다른 마족들처럼 광전사로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지금 그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하나겠네.”
“그래, 발레리아. 그쪽에 뭔가 사고가 생긴 거다.”
[배신했을 가능성은?]베일의 말에 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예 배제할 순 없지만, 직접 만나본 바 그럴 만한 친구들은 아니야. 배신을 할 거면 더 좋은 기회가 많기도 했어.”
[흠,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그들에게 지토를 죽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옥에서 자세히 전달받기로 했었잖아?]“찾아야지. 그리고 그들이 곤경에 처한 상태라면 도와줘야 하고.”
[아, 왠지 이 무라칸 님이 그 귀찮은 일을 맡게 될 것 같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갈 수밖에 없지.”
[비셉스의 은신처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고, 진마계의 지리도 거의 모르는데. 대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말이냐? 역사쟁이라도 붙여줘라.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일이니.]“그럼 그냥 셋 다 다녀와.”
앞을 가리키는 진.
저 멀리에 지토의 거처로 들어서는 입구가 보이고 있었다. 거대한 원형의 차원문이었는데, 가만히 허공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모든 사물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었다.
정신 지배 때문에 미쳐서 생각 없이 그 주변을 지나가는 마족 부대가 소용돌이에 빠진 듯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혼자서 괜찮겠냐?
무라칸은 이제 예전처럼 그렇게 묻지 않았다. 바스칼라에 봉인된 역병신들 따위가 감히 진의 상대가 될 수는 없을 터였다. 켈리악이 보유한 세력을 제외하면, 이 드넓은 진마계에서 진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지토뿐이었다.
[뭐, 알았다. 시간은?]“지금부터 딱 24시간. 그 안에는 돌아와. 비셉스를 찾든, 못 찾든. 일단은 돌아와서 어떻게 할지 다시 정하자고.”
[넌 그럼 여기서 바스칼라에 봉인된 놈들을 족치고 우리를 기다릴 거냐?]“그래, 명상을 하면서 기다릴 생각이다.”
[……명상?]난데없는 단어에 일행은 고개를 돌려 진과 서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신과 싸우는 일이니 결전이 시작되기 전에 나 자신을 한 번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겠지. 반 형제도 신들과의 대전쟁 당시 몇몇 강한 신을 죽일 땐 반드시 명상을 한 후 전투에 돌입했다고 들었어.”
[아율라가 인정한 역사상 최강의 필멸자가 한 말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맞지.]“그리고 새로 익히고 싶은 검이 하나 있거든. 처음 본 순간부터 쭉 익히고 싶었지만, 창성이 되기 전에는 도저히 그 순간을 재현할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
[호오, 무슨 검이냐? 투신 반의 검인가?]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테마르의 검이다.”
무라칸의 눈동자가 커졌다.
[설마, 태양 가르기를 말하는 거냐?]태양 가르기, 케이탐의 그림 속에서 본 룬칸델 마검 오의.
그림 속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솔더렛은 태양 가르기는 닿기만 하면 자신조차 벨 수 있는 검이라 평했었다.
그리고 진은 그 평가가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완성된 태양 가르기는, 세상의 모든 불멸자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검의 이름이 태양 가르기인 것도…… 어쩌면 태양신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진이 무라칸과 눈을 맞췄다.
“네게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검이겠지만, 필요하다. 무인으로서 탐이 나기도 하지.”
[좋지 않은 기억? 헹! 됐다, 그딴 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그 검은 테마르의 가장 귀중한 유산이라고 할 수도 있지. 꼬마 네놈에게 어울리는 검이기도 하고.]“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고.”
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네 말대로 완성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어쩌면 영영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말이야, 지금은 그저 지토를 벨 수 있을 정도면 돼.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는 직감이 온다. 테마르는 창성이 되기 전부터 어떻게든 이 검을 쓰려고 무리했을 테지만, 난 아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