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464)
EP.465)- 밀림의 공주 레오노이 # 1
외전 – 밀림의 공주 레오노이 # 1
이것은 기묘한 유령들이 출몰했던 망자의 날로부터 바로 며칠 뒤의 이야기다.
앙그마르의 도시 모나크 시티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얼마 전에 전국적으로 있었던 유령의 출몰 때문에 들 떠있기도 했었고.
가문의 대 회의를 위해 몰려든 서부 리오네스 가문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게 거리를 돌아다니며 돈을 쓰고 경제를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골목마다 리오네스 사람들이 잔뜩 있네요.”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모나크 시티의 시장거리라고 하지만 리오네스 가문의 사람들을 알아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만 좀 포기 하라니까! 이 코트는 내가 먼저 봤어! 올 겨울에는 비버리 사자 코트가 꼭 필요하거든!
━그치만 내가 먼저 잡았잖아! 먼저 잡은 놈이 갖는 거 몰라? 너도 분가 사람이지? 항렬이 어떻게 되냐? 나는 레오 돌림자의 레오파드 폰 스코티쉬폴드다!
━나는 로어 항렬의 라온로어 폰 래그돌이야! 내가 두 항렬 더 높네!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마구 소리치거나 시끄럽게 괄괄 대는 남녀노소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들은 십 중 팔구 멋진 금발을 지니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이렇듯 리오네스 사람들은 어디에 두어도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삐죽 튀어나오는데.
“리오네스 사람들은 어디에 두어도 정말 시끄럽군요. 조용히 시장을 보려 했는데. 품위있게 있을 수는 없는 걸까요?”
몇몇 사람들은 내 옆의 미르나처럼 리오네스 사람 특유의 괄괄한 성격을 무례하고 야만적이다 생각했다.
물론 사자의 깃발이나 휘장을 내걸고 다니는 그들은 그런 것이야 신경도 쓰지 않고, 오히려 어디서든 돋보인다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했다.
좋게 말하면 호방하고 나쁘게 말하면 안하무인. 엘가와 비슷한 사람들이 백여 명 이상 바글바글 몰려 있는 정원을 상상해보면, 그게 곧 리오네스 가문의 대 회의다.
미르나가 말했다.
“어제는 서부 개척에 대한 회의를 한다고 해놓고, 검이 강한지 창이 강한지. 만병기의 왕이 무엇인지 하루 종일 토론했다니까요?”
“저도 봤어요. 아마 오늘도 또 하겠죠.”
리오네스 사람들은 각자 다루는 병장기가 다양한데. 어느 무기와 전투법이 가장 최고로 효과적인지 뽐내고 논쟁하는 걸 좋아했다.
간혹 마법사들도 물 법사가 최고냐 불 법사가 최고냐 다투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의 무기 버전이라 생각하면 되는 것 같다.
“…….”
물론 이렇게 말하고 나니 리오네스 가문 사람들이 도시에 나쁜 영향만 끼치는 것 같다 생각할 수 있겠는데.
그들이 왕국의 모나크 시티에 주둔하게 된 뒤로 도시의 치안이나 정세가 확 안정되는 게 느껴지고 있었다.
피가 끓는 리오네스 사람들이 주둔하고 있는 도시에서 범죄를 일으킬 바보들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 덕분에 요즘 모나크 시티는 활발한 생기를 얻어서 발전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스윽.
그때 내 옆구리를 붙잡아 당기는 미르나.
“태오 경, 이런 건 어떨까요? 드림 캐쳐. 아이 방에 달아두면 좋을 것 같지 않나요?”
미르나가 잘랑 잘랑. 손에 쥔 기묘한 장식품을 흔든다. 아이가 좋아할 법한 별 모양이나 달 모양이 반짝이는 것이 예쁘기는 했다.
“아니면, 여기 이쪽 딸랑이가 좋을까요?”
“음.”
오늘 미르나와 거리로 나온 것은 미르나가 아이 방에 꾸미고 싶어 하는 물건들을 사기 위해서였다.
아직 임신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아이 물건을 구매 하냐고 누군가 물어볼 수 있겠지만. 미르나는 “이번에는 감이 와요.”라고 자신의 임신을 점지했다.
미르나의 영적 감은 좋은 편이니까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나 역시 미르나와 함께 시장을 보기로 했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따뜻하게 입으니 기분이 좋다.
“아이 이름은 어떻게 짓는 게 좋을까요? 제 이름을 따서 미르노이? 아니면 용 같이 고결한 품성을 지니라는 뜻에서 드래노이?”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건지 미르나의 분위기도 몹시 들 떠 있었다.
아이의 이름이라. 말은 안했지만 미르나는 엘가의 딸인 레오노이 이름을 무척 맘에 들었던 것 같았다. 그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작명을 찾기 위해 요즘 머리를 열심히 굴리는 모양이다.
“제가 보기엔 드래노이보다 미르노이 쪽이 더 귀엽고 좋은 것 같네요.”
만약 미르나가 딸을 낳는다면 미르나를 닮아서 반짝이는 은발에 빨간 토끼눈이 무척 귀여울 것 같다.
볼살은 어딘가 퉁명스럽게 삐진 것처럼 통통하고, 성격은 의젓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구석이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겠지.
미르나가 어렸을 때도 그랬으려나?
문득 미르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졌다.
미르나르미의 어린 시절 사진이나 그림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할로윈 때 미르나의 아버지인 알레이스터와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볼 걸.
내년 망자의 날 때 또 만날 수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미르나가 “으─.”하고 앓는 듯한 소리를 냈다.
“아기 옷으로 어떤 게 좋을지 모르겠어요. 여기 붉은 옷으로 살지. 아니면 여기 파란 옷으로 살지. 여기 남색 옷도 좋은 것 같은데.”
미르나는 여러 물건들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듯이 보였다. 항상 자신의 의사가 분명한 미르나였지만 의외로 육아에 대해서는 서툴고 무른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봤을 때는 파란색도 빨간색도 다 비슷해 보이는데 말이야.
“이런 건 나르미가 잘 고르는데 말이에요. 나르미는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서 바쁘게 지내니, 딱히 의논할 상대가 없네요. 태오 경도 아이 옷에는 무지한 듯하고.”
“으흠.”
괜히 뜨끔해진 나는 먼 산을 바라보듯 시선을 돌렸다.
내 눈에는 금발을 찰랑거리고 있는 리오네스 가문의 아가씨들이 보인다. 그녀들은 거리에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거나, 볼을 꼬집거나 했다.
━얘 볼살 좀 봐.
━너무 귀엽다. 나도 딸 낳으면 이렇게 두 갈래로 머리 묶어줘야지.
리오네스 가문의 여자들은 결혼을 한 유부녀든 하지 않은 처녀든, 젊은이든 노인이든 간에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을 좋아했다.
예전에 가슴이 클수록 여성적 호르몬이 넘쳐서 모성애도 강하다-라는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를 기사로 접한 바가 있는데.
서부 가문의 여성들은 대부분 글래머러스하기 때문에 모성애도 강한 모양이다. 그녀들이라면 미르나의 육아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도 흔쾌히 들어주겠지.
* * *
딸랑, 딸랑.
“레오노이, 이쪽으로 와. 오늘은 방 다섯 바퀴만 돌자.”
“갸르르.”
레오노이는 엘가가 울리는 방울 소리를 따라 뒤뚱뒤뚱 걸었다. 엘가의 방울소리를 따라 곧잘 걷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감격에 소리쳤다.
“벌써부터 걷다니. 혹시 레오노이는 천재가 아닐까요?”
그에 엘가가 흐응-하고 긴 콧소리를 냈다.
“원래 애들은 이쯤 되면 걸어.”
“그렇군요.”
벌써부터 걷기 시작하다니 굉장하다 생각했는데, 원래 아기는 대략 12개월 내지 16개월 정도면 다 걷는다고 그랬다.
아니라 생각했는데 나도 자식 앞에서는 팔불출이 되는 모양이다.
스륵.
“그래도, 레오노이는 벌써부터 수영도 잘해. 보여줄까?”
엘가는 레오노이의 옆구리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따뜻한 온수가 가득 담겨 있는 아이용 욕조에 천천히 가져다 댄다.
버둥버둥.
그럼 레오노이는 공중에서 팔 다리를 열심히 허우적거리다가 마침내 따뜻한 욕조 안으로 들어가 풍덩풍덩 몸을 움직였다.
“히에엑…!”
그러다가 앓는 소리를 내는 레오노이를 얼른 붙잡아 안아드는 엘가.
“왜 그래? 물이 코로 들어갔나?”
“갸르르.”
“그냥 비명 지른 거구나. 이 녀석. 엄마 놀라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
레오노이는 척 봐도 건강해 보였다. 나는 어린 시절 여러 의미로 잔병을 달고 살았기 때문에 레오노이도 혹 나를 닮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엘가는 마침내 따뜻한 발광석 근처의 침대에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눕히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미르나가 애를 가질 것 같다고? 괜히 설레발부터 치다가 나중에 실망하게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나는.”
“미르나 아가씨가 없는 소리를 하는 분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만약 미르나 님이 이것저것 물어보면, 엘가 님이 좀 도와주세요.”
“나야 가능한데. 미르나 걔 자존심에 나한테 물어볼까 싶네. 그래도 엄마가 되려면 많이 배워야 해. 목욕할 때 물 온도부터 운동시키는 법에-.”
육아에 필요한 항목들을 주르륵 나열하는 엘가였다.
엘가는 레오노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교를 열심히 했었지. 아이가 자라서도 좋은 엄마가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아이라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나? 요즘 아이라가 뭘 하는 지 잘 모르겠다.
할로윈 파티 때도 다들 웅성거릴 때 금방 자리를 비웠었지. 지금의 아이라는 내가 보고 있지 않은 사이 예전처럼 사고를 치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것도 사실.
내가 살짝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내 기색을 읽은 건지 엘가가 말했다.
“아이라라면 무슨 재료인가 찾는다고 바쁘다 했던 것 같은데. 요새 스텔라랑 둘이 지내잖아. 그 물이 든 것이겠지.”
“재료요?”
“네가 가져온 버섯이랑 두루미의 알인가 하는 거. 불로장생의 단인가 만드는 거 재료라며? 그걸 완성시키고 싶은 모양이야. 남은 재료 세 가지를 추적한다더라.”
나는 솔직히 믿겨지지 않지만-이라 말을 흐리는 엘가를 보며 나는 “그렇군요.”라고 적당히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그렇구나.
아이라와 스텔라는 진기한 재료들을 추적하고 있고. 미르나는 육아의 준비에 나르미는 어머니를 찾아 바쁘다. 엘가는 말 할 것도 없이 레오노이를 돌보고 있지.
다들 나름대로 바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 비교적 여유로운 건 나 정도인가? 왠지 미안해지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엘가가 약간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면, 태오 네가 며칠 레오노이 좀 봐줘야 할 수 있어.”
“제가요?”
“그게, 이번에 내 사촌들 잔뜩 왔잖아. 아슬란이랑 샴이랑 메인쿤이랑. 원래 걔네들이랑은 매년 같이 여행도 다니고 했었는데. 작년은 너도 알다시피 너무 바빠서 못갔고. 올해는 근처 온천에 좀 다녀오자 해서.”
겨울의 온천인가. 모나크 시티에 유명한 온천 도시가 있기는 하지.
“나만 가는 게 아니고, 아이라나 쌍둥이나 스텔라 언니도 같이 갈 수 있거든. 여자들끼리 친목도 하고. 뭐, 그럼 좋잖아?”
엘가는 어딘가 횡설수설 말했다. 나를 빼고 여자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고 온다는 것이 미안한 건가? 그런데, 내가 가지 말라 말한들 안 갈 사람들도 아니다.
바쁜 삶을 살아온 영애들이니까 가끔은 휴가를 줘도 괜찮겠지.
사람이란 일과 휴식의 밸런스가 중요한 것이니까. 나는 결코 취미와 휴식을 우습게 보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흔쾌히 허락해주기로 했다.
“좋아요. 다들 다녀오세요. 레오노이는 저도 볼 수 있으니까요. 마르마르나 다른 임프들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고.”
“그, 그래? 뭐. 나는 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 이번에는 꼭 참가해달라고 사정사정해서 말이야. 아무튼, 이박 삼일 정도니까. 그때만 봐주면 돼.”
엘가는 그 뒤로 레오노이를 돌보며 주의할 점들을 내게 알려주었다. 밥 먹는 시간. 낮잠 자는 시간. 목욕물의 온도 같은 세세한 것들 말이다.
“레오노이, 요 며칠 잘 지내보자.”
그것이 적힌 수첩을 잘 받아 적으며 나는 잠자는 레오노이의 볼을 콕 찔렀다. 그러자 잘 자고 있던 레오노이는 마치 엘가처럼 미간에 주름을 만든다.
“그르르.”
“자는 거 깨우지 말라고? 알았어.”
새근, 새근.
어린 딸이랑은 뭘 하면 좋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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