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43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43화
43. 예언자
“제가 5연속 로또 1등 당첨자입니다.”
“예?”
류민의 고백에 마경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전과 달리 진심으로 놀란 눈빛이었다.
“정말입니까? 류민 씨가 몇 달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당첨자라고요?”
“예.”
“허…….”
마경록뿐만이 아니다.
옆에 있던 안상철도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저 애송이가 로또로만 700억을 독차지한 그 사람이라고?
두 사람은 이제야 이해가 됐다.
류민이 어떻게 해서 어린 나이에 그만한 재력을 갖출 수 있었는지.
“하지만 류민 씨. 제가 기사로 봤을 땐 700억으로 봤었는데요? 어떻게 2,800억이나 되는 거금을…….”
“비트코인에 손 좀 댔거든요.”
“비트코인이요? 그것뿐입니까?”
“예.”
로또로 번 700억으로 2,800억을 만들었다?
그 말에 마경록의 눈빛이 변했다.
-비트코인이 불안정한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어지간한 담력과 배짱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지와 달리 담대하다고 생각하며 마경록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700억을 어떻게 비트코인에 투자하실 생각을…… 저라면 그렇게 못했을 겁니다. 하하!”
자신이 모시는 대표가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게 못마땅했던 걸까?
안상철이 미간을 찌푸리다가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정말 운이 좋으셨나 봅니다.”
“운이 아닙니다.”
류민이 즉시 반박하자 안상철이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기사로 봤습니다. 꿈에서 로또 번호를 점지해 줬다고요. 그게 운이 좋은 게 아니면 뭐겠…….”
“꿈에서 점지해 준 게 아닙니다.”
“그럼……?”
잠시 말을 끊은 류민이 시선을 돌렸다.
마경록이 기대에 찬 눈으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마경록을 납득시키고 내 편으로 만들려면 이 수밖에 없어.’
심호흡을 한 류민이 준비했던 대답을 내뱉었다.
“다른 사람에게 밝히는 건 처음이지만…… 제겐 [미래시의 룬]이 있습니다.”
“예?”
“몇 년 앞까지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룬입니다. 즉, 저는…….”
류민이 또렷한 발음으로 말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언자란 소립니다.”
“…….”
“……”
순간 장내에 침묵이 찾아왔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예언자라고? 저 애송이가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릴…….
오직 생각을 읽는 류민에게만 침묵이 허용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마경록이 가까스로 입을 뗐다.
“예언자라니……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제가 뭐하러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로또 번호를 맞춘 게 그 미래시의 룬이라는 걸로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비트코인으로 돈을 불린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돈을 전부 집어넣을 수 있었죠.”
“…….”
실은 수십 번의 회귀로 알게 된 미래지만…….
‘이거나 저거나 미래를 안다는 면에선 같은 의미나 다름없지.’
그렇기에 마냥 거짓을 말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사람의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미래시의 룬이라니. 그런 엄청난 룬이 있다고?
두 사람은 여전히 의심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증명하실 수 있습니까?”
“증명이요?”
“잠시 후에 제가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하신다던가…….”
마경록의 생각을 읽은 류민이 속으로 웃었다.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 다음 행동을 맞히는 건 일도 아니지만…….’
능력에 제약을 걸어두는 게 나중을 위해서도 좋았기에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능력은 그렇게 막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도 모르게 발현되곤 하니까요.”
“랜덤이라는 겁니까?”
“예.”
-하긴, 미래를 보는 룬이라면 그 정도의 제약은 있어야 밸런스가 맞지.
마경록이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문득 한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류민 씨. 그럼 설마 우리 회사에 2,800억이란 거금을 투자한 것도 다…….”
“예. 천마 컨설팅이 앞으로 급성장할 걸 알고서 투자한 겁니다.”
“급성장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반년 내로 코스피 상장은 우습게 이룰 수 있습니다.”
“……!”
마경록의 얼굴에 놀란 빛이 스쳐 갔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에게 능력을 인정받는 건 물론 재산의 비율까지 조정할 수 있다.
차후 회장직을 잇는 건 당연한 수순이고 말이다.
마경록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잠깐 미쳤군. 사실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정보에 웃고 있다니.
그래도 자신의 회사가 잘될 거라는 말은 마경록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류민이 다음 말을 내뱉기 전까지는.
“대신 성공하려면 업종을 완전히 갈아엎으셔야 합니다.”
“예? 업종을?”
천마 컨설팅은 기업, 건설, 병원, 부동산, 경영, 취업, 창업 등, 여러 분야의 컨설팅을 도와주는 회사다.
다양한 분야에 발을 뻗고 있는 오성 그룹의 정보와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마경록의 회사다.
그렇기에 업종을 바꾸라는 말은 그동안 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리라는 말과 같았다.
마경록으로선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일까?
안상철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건 무리한 요구입니다! 이제 와서 업종을 바꾸라니요? 아예 회사명도 바꿔야 한다고 말씀하시지요?”
“안 실장!”
마경록이 옆에서 나무랐지만 서로의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류민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업종이 바뀌니 당연히 회사명도 바꿔야 합니다.”
“뭐라고요? 진심으로 하시는 소립니까?”
“제가 여기까지 와서 농담하는 걸로 보이시나요?”
류민이 반박하는 안상철을 지그시 쳐다봤다.
조금 전의 어수룩하던 모습과 달리 흔들림 없는 눈빛이다.
‘내 능력을 어필할 때는 이렇게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그래야 믿음직해 보이니까.’
류민의 예상대로 마경록의 생각이 달라졌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눈빛에 흔들림이 없어. 그만큼 자신의 능력에 확신한다 이건가? 미래를 본다는 얼토당토않은 능력을?
마경록이 생각을 정정했다.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지. 이미 현실을 초월한 마당에 미래시의 룬이 없다고 단정할 순 없지. 그럼 정말로 업종만 바꾸면 내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는 건가?
마경록은 생각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두말하지 않고 업종을 변경하리라.
-문제는 저 사람의 말이 사실인지 헛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거야.
마경록이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자 류민이 다시금 설득했다.
“두 분도 플레이어인 이상 잘 아실 겁니다. 자신의 룬을 오픈하는 게 얼마나 큰 손해고 페널티인지.”
“…….”
“저로선 그걸 감수하고 룬을 오픈한 겁니다. 대주주로서, 앞으로 경영에 참여할 사업 파트너로서 회사의 성장을 돕고 싶으니까요. 제가 뭐하러 2,800억이나 투자했겠습니까?”
나름 설득한다고 말했는데도 두 사람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는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회사가 성공하려면 제 손을 잡으셔야 합니다.”
“대표님. 설마 저 말을 믿으시는 건 아니겠지요?”
안상철의 말에 류민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제 능력이 못 미더우신 모양이군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말로는 설득이 안 된다.
‘이럴 줄 알고 여러 가지 준비해 왔지.’
이제 증거들을 보여줄 차례다.
“안상철 실장님. 제가 어떻게 아랫집으로 이사 왔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단순히 우연으로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아……!”
“잠깐만요. 아랫집?”
금시초문이라는 듯 마경록이 안상철을 쳐다봤다.
“안 실장?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랫집이라니요?”
“아, 대표님, 그게…….”
안상철은 마경록에게 류민을 마주친 일을 털어놓았다.
“류민 씨가 서아린 배우의 펜트하우스 아래층에 사신다고요?”
“예, 올해 1월에 이사했습니다. 미래시의 룬을 얻고 며칠 안 돼서죠.”
마경록의 고개가 안상철에게 돌아갔다.
“안 실장.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겁니까?”
“저, 저도 오늘에서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
앞으로 투자할 회사와 관련된 인물의 이웃집으로 이사를 온다?
미래를 알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니. 불가능하진 않아. 내가 서아린에게 후원하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이웃집에 이사할 수 있지.
류민의 설득에도 마경록은 쉽게 믿지 않았다.
‘그래, 이 정도론 부족하겠지.’
예상하던 류민이 다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믿지 못하는 표정이시군요. 그럼 이건 어떠신가요?”
류민이 씩 웃었다.
“지금 있는 이 호텔, 마경록 대표님의 소유가 맞으시죠?”
“…….”
“마경록 대표님의 정체는 오성 그룹의 장남이시고요.”
“…….”
“그리고 천마 컨설팅 또한 아버지께 인정받기 위해 비밀리에 차린 회사죠?”
정체를 까발리는 3연타 콤보에 어질해질 법도 했건만.
마경록은 쉽게 말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안상철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흥분했다.
“당신! 누가 사주했어? 친인척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를……!”
“안 실장. 흥분 좀 가라앉히세요.”
안상철이 화를 누그러트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와 달리 마경록의 어조는 차분했다.
“예, 전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미래를 보고 알아냈다기엔 설득력이 부족하군요. 안 실장이 말했다시피 친인척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라서요.”
“…….”
“죄송하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 다른 누군가가 저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사주한 게 아닌가 싶은 심정입니다. 제가 망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조금 있어서요.”
마경록의 입가에 자조적인 웃음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주주님을 믿고 업종을 변경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소리인지.”
“…….”
“아무리 31%를 보유한 대주주님이라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물론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구멍도 있다는 걸 인정하시죠?”
류민은 대답 없이 가만히 듣기만 했다.
“저도 미래시의 룬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정말로요. 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누가 마다할까요? 간판을 부숴서라도 따르고 말지.”
“…….”
“하지만 류민 대주주님의 말씀은 믿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회사에 투자해 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주주총회를 열어서 안건을 검토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건 류민 씨의 몫이고요.”
마경록이 자리에서 일어날 것처럼 정장의 단추를 채웠다.
“제가 힘이 못 돼서 죄송합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잠시만요, 대표님.”
류민의 부름에 마경록이 들었던 궁둥이를 붙였다.
“다른 하실 말씀이라도?”
‘결국 이 방법밖에 없나?’
뜸 들이는 연기를 하던 류민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어떤?”
“제가 4라운드의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4라운드……?”
마경록은 물론 안상철조차 눈을 휘둥그레 떴다.
“4라운드 정보도 가지고 계시는 겁니까?”
“예. 미래시로 다 봤습니다. 어떤 참극이 벌어지는지.”
놀라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류민이 미소 지었다.
“이 정도 정보면 제 능력을 증명하기에 충분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