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138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138화
2016 윔블던 (16) – 재회
#. 2016년 7월 1일
#-1. 잉글랜드, 런던
#-2. 윔블던 올 잉글랜드 클럽
#-3. 코트 2
로저 페더러의 기권과 그가 남은 시즌을 결장하게 될 거란 소식은 6월 마지막 날의 윔블던을 뜨겁게 달구었다.
시드 배정자인 질 시몽과 스탠 바브린카의 탈락도 사람들에겐 별 충격을 주지 못했고, 모든 매치는 결과나 그에 관한 짧은 코멘트만을 남기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기권승을 거둔 만 15세 소년을 주목받게 했는데, 주변의 반응은 신우주가 1라운드 매치에서 승리를 거뒀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사람들은 신우주의 역대 최연소 그랜드슬램 2연속 매치 승리보단, 과연 이 소년에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운으로 얻은 승리.
미디어 관계자와 팬을 제외하고, 이를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은 호주에서 온 악동 닉 키리오스다.
“세 번째 라운드에 올라서 기쁩니다. 전 누구와는 달리 상대의 기권으로 승리하지 않았죠. 더스틴 브라운은 대단한 테니스 플레이어고, 그를 상대로 정정당당하게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천방지축에 모순덩어리로도 유명한 닉 키리오스는 본인에게 향하는 압박감에 괴로워하면서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고 싶은 충동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의 더스틴 브라운(Dustin Brown)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인터뷰에서 신우주를 거론한 이유다.
닉 키리오스는 윔블던의 모든 관심이 신우주에게 향하는 것을 질투했고, 소년에게 흠잡을 요소가 생기기 무섭게 그것을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장소를 미디어 센터로 옮긴 뒤에도 이어졌다.
@@@
《닉 키리오스의 승자 인터뷰》
Q1. 굳이 신우주를 거론했어야 했나?
A1.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 사람들은 그 꼬맹이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었다. 천재이니 뭐니 하며 말이다. 하지만 그는 로저 페더러에게 압도당했다. 세 번째 세트도 로저 페더러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6-1이나 6-2로 끝났을 거다. 하지만 난 작년 마드리드 오픈에서 페더러를 꺾었다. 그저 내 감상이었을 뿐이다.
Q2. 당신은 늘 누군가를 비난한다.
A2.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멀쩡한 사람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윔블던과 같은 대회에서 부상으로라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건 그 선수에겐 운이지만, 나까지 그것을 존중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욕을 먹는 사람은 욕을 먹는 이유가 있다. 본인만 그것을 모른다.
Q3. 같은 아시아인이고, 같은 동료이지 않나.
A3.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같은 아시아인이라고 내가 그에게 아첨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같은 아시아인인 것은 내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동료? 그가 나와 복식 경기를 하나? 그냥 경쟁자일 뿐이다. 언젠간 밟고 일어서야 하는.
* * *
닉 키리오스가 나쁜 성질을 가진 불량배라는 것은 모든 테니스 팬들이 아는 이야기였다.
그의 신랄한 말에 기자들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닉 키리오스가 좋은 기삿거리를 던져준 것을 부정하진 못했다.
최저의 남자지만.
최고의 엔터테이너다.
그래서 늘 닉 키리오스의 곁엔 기사로 쓸 만한 거리가 넘쳐났고, 업로드된 기사를 본 테니스 팬들은 평소처럼 한심해했다.
〔닉 키리오스는 모든 대회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
〔역시, 최악이다〕
〔실망할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자꾸 생기는 것도 신기하다〕
〔테니스 역사상 최악의 선수 중 하나〕
하지만, 모든 선수가 닉 키리오스처럼 신우주의 기권승을 나쁘게 바라본 것만은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후안 델 포트로에게 1:3으로 패배하며 실망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스탠 바브린카는 미디어의 앞에서 신우주를 감싸는 인터뷰를 했다.
@@@
《스탠 바브린카의 인터뷰》
Q1. 로저와 당신이 함께 떨어져 슬플 것 같다.
A1. 로저의 부상은 불운했고, 나의 패배는 내가 부족했던 탓이다. 그런 만큼 내게 더 실망스럽다.
Q2. 로저의 부상 이후에 연락했나?
A2. 우리는 투어 기간엔 서로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 투어 전에는 함께 연습하기도 하지만, 투어가 열리는 순간부터는 서로를 만날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연락은 투어가 끝나고 하는 편이다. 질문에 대답하자면, 어제는 했다. 로저의 투어가 끝났으니 우린 더는 경쟁자가 아니고, 친구 사이로 돌아갔다.
Q3.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A3. 처음엔 그를 위로했고, 나중에는 잘했다고 했다. 로저가 오랜 시간 등과 무릎 때문에 고통받아 왔다. 나 역시 그에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돌아올 때는 더욱 강력한 로저의 모습일 거라고 믿는다.
A4. 아. 잠시 한마디만 하겠다. 로저의 기권으로 우주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나는 우주와도 조금은 알고 지낸다. 우린 한두 번 함께 연습한 적이 있고, 그는 좋은 친구다. 그리고 윔블던 32강에서 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로저도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
스탠 바브린카의 이 인터뷰는, 전날 진행되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 존 밀먼의 인터뷰와 함께 각 미디어의 주요 뉴스로 크게 발표되었다.
그들은 스위스와 호주 출신의 두 베테랑 선수의 응원이 특별하다고 말하며, 소년이 어떻게 이들의 지지를 얻어냈는지를 궁금해 했다.
인터넷상의 팬들 또한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그럴듯한 추측에 나섰고, 많은 테니스 관련 레딧(Reddit)은 온통 신우주를 둘러싼 것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Love or Hate.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잔뜩 모여들어 커다란 솥에서 마구잡이로 휘저어지고 있을 무렵, 여자부 2라운드 세레나 윌리엄스와 크리스티나 맥헤일의 경기가 끝났다.
디펜딩 챔프로서 연패에 도전하는 여성 테니스계의 전설도, 큰 화제가 된 로저 페더러의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세레나 윌리엄스의 승자 코트 인터뷰》
Q1. 로저의 기권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A1. 아무래도 그렇죠. 그나 또 저나, 코트 위에 오랜 시간을 머물렀으니까요. 저도 몇 차례 부상을 겪어봤고, 그 때문에 기권을 하거나 일정 기간을 쉬었어야 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에요. 부디 그가 다시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랍니다. 로저 페더러는 전설이잖아요? 그의 건강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다면, 그것보다 슬픈 일은 없을 겁니다.
Q2. 신우주의 3라운드 진출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A2.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가 1라운드에서도 기권승을 거뒀나요? 제가 알기론 아닌데요. 로저를 상대로도 일방적으로 밀린 건 아니잖아요. 타이브레이크를 갔고, 세트도 하나 따냈죠. 스스로 성취한 거예요. 거기에 자격이 왜 필요하죠?”
@@@
여성 선수 중 테니스계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가진 세레나 윌리엄스의 인터뷰는 신우주의 3라운드 진출 자격과 관련된 논쟁 온도를 빠르게 식혀 버렸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이었던 이유는 곧 센터 코트에서 소년의 세 번째 매치가 펼쳐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윔블던 DAY-5.
센터 코트의 마지막 경기.
주최 측은 잔인하게도, 소년에게 쏟아지고 있는 다양한 의미에서의 주목을 투어의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써먹으려고 했다.
승리한다면 승리하는 대로.
패배한다면 패배하는 대로.
어떤 쪽이건 화제성은 확실했다.
@@@
(카라 로빈슨) – Wimbledon TV
“오전엔 비가 내렸지만, 오후가 되면서는 맑은 날씨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윔블던의 다섯 번째 날, 일정은 거의 끝나갑니다. 그렇지만, 또 하나의 흥미로운 매치가 남아 있습니다. 무려, 두 번 연속해서 센터 코트에 서게 되는군요. 윔블던이 랭킹 100위권의 선수에게 두 번 연속 센터 코트 매치를 배정한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만큼 이 소년에게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봐도 될까요?”
(마크 필리푸시스) – Wimbledon TV
“의심할 여지 없이요. 오늘과 어제 이틀 동안, 모두가 로저 페더러의 기권과 부상에 관해서 말했습니다. 그 때문에 우주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죠. 이제 사람들은 소년에게 증명하라고 말합니다. 그건 아마도 로저의 팬들이겠죠. 응원하는 선수의 기권으로 다른 선수가 올라갔으니까요. 충격과 슬픔을 우주에게 떠넘기고 있는 겁니다.”
(카라 로빈슨)
“충격과 슬픔을 떠넘기고 있다라. 그건 제가 듣기에도 엄청난 부담일 것 같은데요. 로저의 팬들이 이 소년의 소셜미디어로 넘어가 ‘PROVE IT’이라는 두 단어를 폭탄처럼 던지고 간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몇몇 이들은 이것이 테러와도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캐서린 휘태커) – Wimbledon TV
“그것만이 아닙니다. 오늘 오전 신우주와 대니얼 에반스가 센터 코트에서 맞붙는다는 소식이 발표된 후엔, 수많은 테니스 관계자들이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데이비드 로는 세레나 윌리엄스가 아직 한 번밖에 센터 코트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았는데, 신우주가 두 번이나 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토마스 웹은 윔블던이 시드도 아닌 선수, 그것도 랭킹 113위와 95위의 매치를 센터 코트에 배정한 건 스스로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카라 로빈슨)
“우- 꽤 매콤하군요. 하지만 그만큼 이 매치에 쏟아지는 기대가 크다고도 해석하고 싶습니다. 자 그럼 이번엔….”
@@@
세레나 윌리엄스의 승자 인터뷰가 모두 끝나고 난 뒤, 지난번 64강전과는 다르게 많은 이들이 코트를 떠나기 시작했다.
빈자리는 리세일 티켓을 구매한 이들로 빠르게 채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빈자리가 더러 보였고 또 오늘은 유명인이라고 부를만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불과 이틀 사이에 바뀌어버린 소년을 향한 온도.
이런 변덕도 테니스 업계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런 센터 코트로 먼저 홈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을 대니얼 에반스가 들어섰다.
댄 에반스는 본선 첫 매치에서 독일의 얀-레나드 슈트루프(Jan-Lennard Struff)를 3:1로 꺾은 후, 64강에선 30번 시드 알렉산드르 돌고폴로프(Alexandr Dolgopolov)를 완파했다.
홈그라운드인 만큼 팬들의 큰 응원을 받고 있었고, 또 대회를 잘 준비한 덕분에 몸 상태도 최상이었다.
관계자용 출입구를 통해 센터 코트 건물 내부로 들어선 그는 매치가 시작되기 전까지 복도에 가방을 내려다 두고 코치와 함께 마지막 히팅(Hitting)에 돌입했다.
“나이스, 대니얼. 좋은데?”
“후우- 느낌이 좋아요.”
“그러게. 요즘 본 것 중 제일이야.”
“제 테니스 커리어 중 최고예요.”
로저 페더러가 기권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댄 에반스는 처음엔 실망했으나 곧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오히려 더 낫다고 말이다.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가능성이 커진 건 물론, 지난번 부산 오픈에서의 패배를 갚아줄 기회까지 함께 생겼다.
그때는 신우주의 홈그라운드에서 패배했으니, 이번엔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 소년에게 한 방 크게 먹일 생각이었다.
‘이번엔 다를 거란다, 꼬마야.’
부산 오픈에서의 처참했던 패배 이후, 댄 에반스는 생각을 고쳐먹곤 두 달 가까이 술을 끊었다.
틈만 나면 정크 푸드를 먹기 위해 코치들의 눈을 속였던 것도 관뒀고, LTA가 직접 짜준 식단을 철저하게 지키며 윔블던만을 바라보고 오늘을 준비했다.
이런 변화의 계기는 부산 오픈 매치 도중 코트 위에서 쫓겨난 자신의 코치이자 친구 마크 힐튼의 외침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댄 에반스는 단 한 순간도 5월 부산에서 있었던 신우주와의 매치를 잊어본 적이 없다.
“오늘은 널 실망하게 두지 않겠어, 마크.”
“그래. 믿고 있어.”
한때는 자신도 코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렇지만 그건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대번에 두려워진 대니얼 에반스는 귀를 닫았었고, 계속되는 속삭임을 이겨내지 못하고 술이 있는 곳으로 몸을 맡겼다.
맨정신으론 도저히 코트에 설 수 없었다.
천사의 목소리를 듣는 소년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요즘 댄 에반스는 다시 코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고,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는 중이었다.
만만치 않은 중견 알렉산드르 돌고폴로프를 3:0으로 간단히 셧다운시켰다는 부분이 그를 증명한다.
그리고 또 이곳은 윔블던이다.
런던.
어린 시절 내내 훈련했던 장소.
윔블던 특유의 날씨와 분위기를 시작으로, 코트의 상태와 특징 그리고 습기의 정도까지도 대니얼 에반스에겐 집 앞마당을 산책하는 것 같은 익숙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게다가 강한 서브와 강한 포핸드 스트로크를 지닌 대니얼 에반스에겐, 바운딩 후 빠르고 낮게 튕기는 잔디코트는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무대다.
샷의 강함보다 랠리의 실력이 더 중요한 클레이코트와는 전혀 다르다.
이런 모든 것이 대니얼 에반스에게 끝없는 자신감을 선물하는 지금, 조용히 가방을 둘러메고 등장한 신우주가 매치 시작을 준비하는 복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 매치 시작 10분 전
0 0 0 : [113위] 신우주
0 0 0 : [95위] 대니얼 에반스
지난 48시간은 신우주에게도 또 TNU에게도 쉽지만은 않았던 시간이었다.
그 발단은 소년의 소셜미디어로 찾아와 ‘PROVE IT’을 외쳐댄 로저 페더러의 극성팬들이었고, 미디어가 페더러의 기권을 언급할 때마다 운으로 3라운드에 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우주는 웃으며 겉으론 괜찮다고 했지만, 거의 매일 최소 하나씩은 올리던 인스타그램 업로드가 중단됐다.
쉬는 시간이면 거의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었는데, 어제와 오늘은 블록을 조립하거나 책을 읽기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신현철과 장미애가 신우주의 곁에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소년은 부모님의 곁에서 안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덕분에 TNU 또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도 철저한 준비.
그리고 훈련.
실수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건 소년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에이스 조이스를 제외한 TNU의 코치들은 밤잠을 줄여가며 소년을 서포팅했다.
지금 이들이 살짝 퀭한 이유다.
“맨- 너희 지금 꼭 좀비처럼 보이는 거 알지?”
“…시끄러워요.”
“….”
“여기 안드레이는 말할 기운조차 없어 보이고, 너희 형제 놈들은 다크서클이 아래까지 내려왔단 말이야. 선글라스 좀 써. 뽕알이가 너희를 보면 있던 힘도 없어지겠다.”
에이스 조이스를 지그시 내려보면서도, 바스코와 란코 형제가 말을 들으며 머리에 올려두었던 선글라스를 아래로 내렸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머리에 올렸다.
코트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해가 드문드문 뜨긴 했지만 종일 흐리고 비가 내렸던 런던의 오후 6시 30분은, 선글라스를 쓰게 되면 코트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물론 조명이 들어와 있긴 했지만, 눈의 침침함까지 더해졌기에 맨눈이 아니고선 매치를 볼 수 없는 상태였다.
“누가 보면 너희가 뛰는 줄 알겠다.”
“좀 닥쳐줄래요?”
“큭큭큭. 그래. 그렇게 할게.”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어 보인 에이스 조이스가 곁에 앉은 안드레이를 바라본다.
둘은 이틀 전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먼저 말을 걸어온 건 안드레이 쪽이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질문했었다.
[“넌 알고 있었지?”] [“뭐가?”] [“우리 말이야. 우리가 우주를 코칭하기엔 부족하다는 거. 피트와 함께 최고들과 일해봤을 거잖아.”] [“….”]안드레이 시미치가 추측한 대로, 에이스 조이스는 꽤 오래전부터 TNU에 속한 코치들의 역량이 시원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자신은 늦게 끼어든 이방인이다.
반면, 안드레이는 소년과 6년을 함께했다.
그래서 에이스 조이스는 침묵을 택했고, 대신 스파링 파트너로서 훈련을 시작했을 때 소년이 TNU의 실수를 눈치채도록 방향을 유도해 왔다.
그런데 이번엔 테일러 프리츠를 도우면서 그렇게 할 수 없었고, 결국엔 그게 준비 부족으로 이어졌었다.
에이스 조이스는 그래서, 안드레이 시미치가 자신에게 화를 낼 거로 생각했다.
그럴 만한 이유야 많았으니까.
팀으로서 100% 헌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앞으론 네가 우주에게 헌신해 줬으면 해.”] [“뭐라고?”] [“나는 올해까지만 우주를 맡을 거야. 그다음엔, 너와 필리프가 계속 우주의 곁에 남아줘. 스파링 파트너로서. 그리고 우주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어.”]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진 알지?”] [“알고말고.”]조만간, 소년을 둘러싼 세계는 크게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규모는 제법 클지도 모른다.
새로운 코치.
새로운 방식.
아직 본인만의 체계가 잡히지 않은 신우주는 코치에 따라 휘둘릴 우려가 있었고, 선임이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면 시즌 하나를 통째로 손해 볼 수도 있다.
안드레이 시미치는 에이스 조이스에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붙잡아달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전속 계약을 의미한다.
지금과는 다르다.
‘후우- 다시 또 얽매인다는 말이지.’
피트 샘프러스와는 영혼으로 묶인 친구 사이였다.
그래서 그가 은퇴했을 때, 자신도 은퇴를 택했다.
하지만 테니스와 투어를 다니는 삶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래서 에이스 조이스는 코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 소년은 분명 흥미로웠다.
그러나.
‘우린 조금 결이 달라. 그거 알지?’
에이스 조이스는 신우주에게도 피트 샘프러스 때 했던 것만큼 헌신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했다.
최근 만난 테일러 프리츠도 마찬가지다.
그는 신우주보다 더 심했다.
늘 자신의 느낌에 맞춰 파트너를 선택했고 또 그 느낌 덕분에 피트 샘프러스라는 평생의 친구를 만났기에, 에이스 조이스는 자신의 방식을 신뢰하고 있다.
【“3분. 3분 남았습니다.”】
매치 시작까지 3분.
에이스 조이스는 고민하던 것을 접고, 당장은 자신이 맡은 소년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타앙-!!
.
.
타앙-!!
양 선수가 각자의 베이스라인에서 집어 넣는 서브 소리가 센터 코트를 가득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