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34)
하준과 안나는 대련장으로 향했다.
답지 않게 귀찮게 문고리를 잡고 버티는 안나 때문에 할 수 없이 안나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뭐, 현재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다나 뭐라나.
아무튼 하준과 안나는 대련장에 도착했고 대련 준비를 했다.
한데, 막상 대련장에 도착하니 안나는 어디서 준비했는지 헤드기어와 몸을 보호할 장신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어이가 없어진 하준이 물었다.
“뭐하냐?”
“그냥 상대하면 다칠 거 같아서요.”
“그걸 감안해서 부탁한 거 아니었냐?”
이왕 그래도 대련을 부탁한 거 하준은 제대로 해줄 생각이었다.
자신을 귀찮게 한 이유로 아주 조오금의 감정이 들어가긴 하겠지만, 그래도 저리 답지 않게 고집까지 부리며 부탁을 하는데 대충 하면 실례이지 않은가.
막상 그 대답에 반박하는 안나였다.
“마법을 이용한 무투를 사용할 거예요. 저는 그게 가능하니까요.”
“그래?”
하준은 태평하게 대답했다.
일단 안나가 무얼 하려는 지 알 거 같았다.
아마 카르톤을 상대하기 위해 일단 무투라도 준비하는 거겠지.
이내 자세를 잡은 안나와 함께 대련이 시작됐다.
“후우······.”
후웅!
곧이어 안나의 두 눈동자가 진한 푸른색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대기에 떠돌던 마력을 장악하여 자신의 마력으로 치환한다.
현재의 무한한 마력의 원리이며 곧 그녀가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하준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이렇게 익숙하게 그리고 쉽게 마력을 컨트롤하는 것은 지금의 안나로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성장과 상관없이 지금의 안나는 불안정한 현자이니.
“하압!”
안나가 기합을 내지르며 손을 뻗었다.
동시에 주변의 맴돌던 마력이 그녀의 몸으로 스며들고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푸른색의 거대한 팔이 그녀의 등 뒤에서 뻗어 나왔고 푸른색의 장막이 그녀의 몸을 보호하듯 구현된다.
“자, 오세요!”
그 모습에 하준의 미간이 좁혀졌다.
훙!
순간 하준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하준이 사라진 것과 거의 동시에 그녀의 복부를 향해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후우우웅!! 쿵!!
그대로 충격을 받은 안나는 저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물론 장막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기에 안나는 큰 고통 없이 몸을 일으켰다.
“너······.”
그때 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안나는 고개를 들어 하준을 바라봤고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준의 표정이 조금 심각하게 굳어있었으니 말이다.
안나는 당황하며 물었다.
“어? 왜, 왜요?”
“그 힘, 어떻게 된 거야?”
“네?”
“하······, 아니다. 너한테 물어볼 게 아니지.”
그 말과 함께 하준은 뒤돌아서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안나는 의아해하며 하준에게 물었다.
“어? 어디 가세요?”
“교장실.”
“어, 그 대련은요?”
“나중에 해줄게.”
그 말에 무어라 말도 못 하고 그냥 하준을 보내줄 수밖에 없던 안나였다.
하준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화난 거처럼 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 * *
똑- 똑-
교장실 앞에 도착한 하준은 교장실 문을 노크했다.
곧이어 문이 저절로 열리고 소파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던 리엘라를 볼 수 있었다.
“응? 네가 여긴 웬일이냐?”
“교장 선생님 계세요?”
“최중원이라면 없다. 요즘 바쁘니까.”
자리에 없다는 말에도 하준은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잠시 덤덤한 표정으로 리엘라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하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차원 공간에 계시죠?”
“흠······,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만, 그래.”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그 말에 팔짱을 끼고 차분히 고개를 젓는 리엘라였다.
“애초에 불가능해. 차원 공간은 공간 자체를 만들어낸 주인을 제외하고 외부에서는 열 수 없으니까. 최중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단······ 응?”
쩌저적-
그때 리엘라의 등 뒤에서 공간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푸른색의 게이트가 열렸다.
그 광경이 어이가 없는지 리엘라는 헛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허 참······, 가봐라. 최중원이 너를 부른 모양이구나.”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게이트 너머의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게이트 너머의 공간은 조용했다.
벽돌로 이루어진 어둑한 터널 속, 양옆 벽에 나란히 설치된 횃불만이 주위를 밝히는 기이한 공간이었다.
그리 좁지도 그렇다고 넓지도 않은 공간.
그 속에서 하준은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다.
터벅- 터벅-
하준의 발소리가 조용히 터널에 울렸다.
그리고 몇 분도 채 안 지나 터널의 끝, 나무로 이루어진 문 앞에 도착한 하준이었다.
하준은 과감히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펼쳐진 광경은 참으로 정경이었다.
“······.”
사방의 벽이 책자로 이루어진 원형의 공간 속.
그 높이는 감히 짐작이 안 될 정도로 높으며 사방의 푸른색 빛의 입자들이 두둥실 떠다니는 기묘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공간의 중심.
평온한 자세로 정좌한 채 눈을 감고 있는 현자 최중원이 있었다.
“오랜만이구만.”
최중원이 말했다.
그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 뿐이었다.
하준은 최중원의 앞에 다가가 말했다.
“오랜만이네요.”
“후훗, 처음이야. 이곳에 현자가 아닌 자를 들여보낸 건.”
하준은 잠시 멍하니 주변을 구경했다.
주변에 책들로 둘러싸인 마법적 공간.
그러나 책에 적힌 지식들은 마법으로 만들어진 지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준이 말했다.
“현자들만 올 수 있는 공간인가 보네요.”
“그래봤자 나를 포함해 아직 두 명 밖에 이곳에 오지 않았지만. 아니, 이제 3명인가? 뭐, 곧 4명이 되겠구만. 허허허!”
최중원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전대의 현자님이시자 모든 대영웅들의 스승이신 로키아 님께서 이 공간을 만들었지. 그리고 내가 대를 이었고······.”
그 말과 함께 최중원은 감긴 눈으로 끝도 없이 높은 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거 알고 있나? 하준 생도. 사람들은 현자의 힘 중 하나가 새로운 마법의 창조라고 다들 알고 있지만 그게 아니네. 그저 본래에 있던 마법을 현자의 힘이 보여줄 뿐이지. 이곳은 그 마법들을 기록한 장소라네.”
“창조가 아니라요?”
이 점은 처음 안 사실이었다.
게임 속 설정에서도 현자의 능력 중 하나가 ‘창조’라고 설명되었으니 말이다.
그 물음에 최중원이 말했다.
“나도 로키아 님께 들었을 뿐이라네. 이 세상 모든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마법을 기록하는 거대한 의지가 있고, 현자는 그것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있지.”
최중원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하준을 돌아보며 살며시 감긴 눈을 떴다.
그리고 그의 눈을 본 순간 하준의 미간이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
옅은 푸른색을 띠던 한쪽 눈이 이제는 평범한 눈동자로 변해 있었으니 말이다.
“현자의 힘이 사라지셨네요.”
“내게는 이제 필요 없는 힘이니 말일세.”
그렇게 여유롭게 대답하는 최중원이었지만 하준의 좁혀진 미간은 펴지질 못했다.
현자의 힘을 안나에게 넘겼다는 것이 하준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본래라면 3년 뒤에 있어야 할 일이었다.
“그놈이랑 싸울 생각이세요?”
하준이 물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최중원에게 대답을 요구했으나 최중원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물어볼 뿐이었다.
“누구를 말인가?”
“국내 2위 영웅을 죽인 그놈이요.”
그 대답에 순간 최중원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잠시 놀란 듯이 하준을 바라보던 그는 이내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자네도 그자를 알고 있었나 보군. 그것보다 어떻게 알았는지가 더 궁금하지만.”
“저도 데려가시죠.”
그 말에 최중원은 살짝 기분 좋게 미소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준의 말을 거절하려는 듯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우리 세대가 책임져야 할 놈이야.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말게. 과거의 동료들과 같이 갈 생각이니까.”
“······.”
그 말에 하준의 미간은 좁혀져 펴지질 못했다.
아무리 과거의 동료였던 대영웅들을 데리고 간다고 해도 최중원의 미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중원은 무조건 그놈과의 싸움에서 죽는다.
이것이 게임상의 흐름이며 내가 나서지 않는 이상 바꿀 수 없는 미래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시스템이 에피소드를 뒤틀리게 한 적은 많았지만, 좋은 쪽으로 변하게 만든 적은 없었다.
현자 최중원, 그는 이번 싸움에서 그의 손에 죽을 것이다.
“그래도 전력이 한 명 더 있는 게 좋지 않겠어요?”
이건 어디까지나 하준의 양심 때문이었다.
그의 미래가 조금 앞당겨진 것은 어떻게 보면 자신이 많은 미래를 바꾸었기에 일어난 상황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최중원은 여전히 단호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가 하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준 생도.”
그 말투에서는 다정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자네가 있어서 안심하고 있다네.”
“······.”
마치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이 남긴 마지막 한 마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의 몸이 옅은 빛의 입자로 변하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순간 하준의 표정이 화난 듯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가 모습을 감추고 사라지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저는 영웅이 될 생각이 없어요.”
하준은 여러 복잡한 감정을 내버려 두고 단호하게 진심을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옅은 웃음기를 보이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남긴 채 사라질 뿐이었다.
“미안하네, 하준 생도.”
* * *
미국의 대영웅 드리안 하이츠.
그는 잠시 정겨운 눈으로 자신에게 온 편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문장.
오직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글로 써 놓은 편지지를 바라보며 그는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응? 할아버지 뭐 보세요?”
그때 방금 막 훈련을 끝낸 이사벨라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드리안에게 다가갔다.
드리안은 이사벨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구나.”
“잉? 할아버지 친구 있었어요?”
“요놈아. 그런 말을 하면 할아버지도 섭섭하단다.”
그 말을 하는 드리안의 입에서는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참······, 오랜만이구나. 그에게서 연락이 온 건.”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며 여운에 잠기기 시작했다.
과거 함께 대혼란을 막았었던 시절.
현재는 대영웅이라 불리는 초인들과 함께 했던 시절을.
“이사벨라. 한국에 좀 갔다 와야겠구나.”
“한국이요? 무슨 일이 생겼어요?”
“오랜 친구가 도움을 요청하는구나.”
그는 폰을 꺼내 어딘가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미국 히어로 협회의 협회장이었다.
“어, 그래 날세. 한국으로 갈 예정이니 게이트를 열어주게.”
-한국말입니까?
“그래, 소란 없이 조용히 갈 예정이야.”
그는 그저 간단한 용건만 얘기하고 연락을 끊은 뒤, 혼잣말을 하듯 조용히 속삭였다.
“오랜만이군.”
그 말과 함께 드리안의 입꼬리가 거칠게 올라갔다.
“그놈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건가?”
과거 대혼란으로부터 인류를 구해낸 영웅.
그러나 지금은 변질하여 빌런이 된 초인.
“오랜만에 온몸이 근질거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