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67)
제167화
#166
델 헤르에 위치한 세계 최대 정보 길드 헤르메스 길드의 본부.
그 길드장실에서는 한시영과 길드장 로엘리가 마주 보며 소파에 앉아 있었다.
“미국, 인도, 러시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까지. 역시 대단하네? 고작 4주 만에 언체인 등급을 전부 잡을 줄이야.”
로엘리는 어떠한 자료를 보며 감탄하듯이 말했다.
솔직히 나이에 맞지 않은 강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설마 언체인 등급, 그것도 A급 빌런들을 여유롭게 잡았을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로엘리에 감탄에 한시영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한시영이 말했다.
“어빌리티 덕분에 A급으로 규정된 놈들입니다. 능력이 통하지 않으니 어렵지 않게 해치울 수 있었습니다.”
한시영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차분히 대꾸할 뿐이었다.
그러한 말에 로엘리의 눈동자가 얇게 좁혀졌다.
‘단순히 능력으로 A급을 받은 놈들은 아닐 텐데…….’
협회의 등급 규정은 세심하게 조정된다.
그놈들의 무력을 포함한 어빌리티 능력으로 위험도 등급이 상세히 측정된다는 말이었다.
다만, 아무리 변화계 어빌리티로 인해 A등급을 받은 놈들이라고 B급 이상의 무력을 가졌을 놈들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 한시영의 무력은 A급 빌런을 여유롭게 처치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후훗, 겸손하네?”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한시영에게 대답했다.
다만, 한시영은 슬슬 본론에 들어가고 싶은 눈치였다.
그러한 분위기를 눈치챈 로엘리가 말을 이었다.
“그것보다 문자는 봤지?”
“스승님의 위치를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어……, 그게 찾긴 찾았는데 조금 애매해.”
그 말에 한시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로엘리가 말을 이었다.
“찾긴 찾았는데. 그분이 보통 분이어야 말이지. 찾자마자 바로 사라져서 말이야. 그거 알아? 요즘 검왕님의 모습이 한국에 많이 목격된다는 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바쁘게 움직이시던 거 같더라고.”
그 말에 한시영의 눈매가 좁혀졌다.
결국 결론은 못 찾았다는 얘기가 아닌가.
한시영이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럼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겁니까?”
“그건 아니야.”
“그럼 저는 왜 불렀-”
“하지만 그분이 어디에 계시는지 알고 있을 거 같은 사람이 있어.”
그 말에 한시영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한시영은 급하게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그게 누굽니까?”
“어……, 그게…….”
“……?”
* * *
“김하준.”
똑- 똑- 똑-
아카데미의 기숙사.
델 헤르에서 곧바로 기숙사로 돌아온 한시영은 곧바로 하준의 기숙사로 향한 뒤, 그의 기숙사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솔직히 듣고도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준이가 알고 있을 거 같아.
-하준이 말입니까?
-응, 일전에 빌런 연합을 만든 사안이라는 빌런이 죽은 거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김하준이 죽이지 않았습니까?
-맞아, 대영웅들과 함께.
-……?
-드리안 하이츠 님께 정보를 들었거든. 아마 하준이 알고 있을 거라고.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스승님의 위치를 알고 있을 단서가 바로 코앞에 있었다.
똑- 똑- 똑-
한시영은 계속해서 하준의 방문을 두드렸다.
분명 방 안에 있는 건 분명한데 문을 열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자고 있는 건가?
한시영은 별수 없이 나중에 방문하기로 하고 일단 돌아서기로 했다.
그때 갑작스럽게 방문이 벌컥- 열리며 짜증스러운 얼굴의 하준이 나와 한시영을 좁혀진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왜?”
“너……, 혹시 스승님을 만났던 거냐?”
“어.”
“…….”
한시영의 얼굴이 어처구니없게 변했다.
너무도 담백하고 솔직한 대답에 잠시 할 말을 잃은 한시영이었다.
이놈은 자신이 스승님을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여태 숨겨왔다는 건가?
“왜 숨기고 있던 거지?”
“네가 안 물어봤잖아.”
“…….”
틀린 말은 아닌데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어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한시영은 곧바로 하준에게 물었다.
“스승님은 지금 어디 계시지?”
“몰라.”
“알고 있는 거 아니었나?”
“얼굴만 봤지, 그분이 어디 계시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
그 말에 한시영의 얼굴에 실망감이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긴, 길드장인 로엘리에게 듣기로도 현재 스승님은 한곳에 머물지 않은 채 전국을 돌아다니고 계셨으니 말이다.
아무리 김하준이라도 현재 스승님의 위치를 정확히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한시영이었다.
“알겠다…….”
한시영은 실망감이 묻어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그대로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돌아가는 한시영이었다.
그렇게 한시영이 떠난 뒤.
“하…….”
하준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로 문을 닫은 뒤, 피곤한 얼굴로 뒤돌아서 자신의 방을 찾아온 그녀를 바라봤다.
하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렇게 보고 싶어 하는데 그냥 좀 한 번 보러 가지 그랬어요.”
그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짓는 검왕이었다.
타이밍이 참으로 기가 막혔다.
자려고 했더니 창문을 통해 갑작스럽게 찾아온 검왕이나.
그리고 우연히 검왕이 찾아오자마자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며 검왕을 찾는 한시영이나.
“고맙구나 얘야, 하지만 사정이 있어서 그 아이를 만나기는 힘들겠구나.”
그 사정이 뭔지 알고는 있다만, 뭐 더 이상 남의 가정사에 관여할 필요는 없겠지.
하준은 그녀의 앞에 다가가 탁자 앞에 종이컵에 따른 차 한잔을 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어요?”
“사안을 기억하느냐?”
“……? 죽었잖아요.”
왜 갑자기 죽은 인간의 이야기를 하는 걸까?
혹시 아직 살아있는 건가?
하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검왕을 바라보니 검왕이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래, 그때 그놈은 죽었지, 하지만 신경 쓰이는 게 있더구나.”
“신경 쓰이는 거요?”
“당시 사안 그놈이 내뿜고 있던 마력. 나는 그 마력을 알고 있단다.”
그 말에 하준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당연히 하준은 그 마력의 주인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인간의 왕.’
사안과 그놈이 어떻게 만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필라텐의 말을 들어보면 그것은 인간의 왕의 마력이 분명했다.
“나는 여태껏 그놈을 찾고 있었단다.”
그때 그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하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15년 전이란다. 나는 오래전에 그놈에게 빚을 진 게 있어서 말이지. 갚아야 하니 여태껏 그놈을 찾고 있었단다.”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그놈을 찾고 있었다는 말에 솔직히 조금 놀란 하준이었다.
그리고 15년 전이라면 당시 검왕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하준이 호기심에 검왕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 옅은 분노가 묻어 나왔으니 말이다.
“그놈은 갑작스럽게 나타났지. 요란스러운 등장이었다. 한 마을을 습격하여 한순간에 없애버릴 정도로 거대한 힘을 가진 존재였으니까.”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얼굴이 점차 가라앉았다.
마치 과거를 회상하듯 씁쓸한 얼굴로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는 듯한 얼굴이었다.
한데, 하준은 조금 걸리는 것이 있었다.
분명 15년 전이면 그녀가 현역인 동시에 처음으로 한시영을 만났을 때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설마 관계있는 건가?’
그렇기에 더욱 의아했다.
하준이 알기로는 전혀 연관이 없을 것이 분명한데 왠지 모르게 감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과거 사라진 마을.
왠지 모르게 스토리에서 보았던 한시영의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다.
“어쨌든 나는 지금 그놈을 찾고 있단다. 그리고 며칠 전, 그놈의 기운을 느꼈지만 한순간에 사라지더구나. 물론 감이다만, 그놈은 분명 이곳을 다시 찾아올 거야. 그러니 부탁할 게 있단다.”
그녀가 정중히 하준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놈을 죽이는 데 네 도움을 받고 싶구나.”
“…….”
“미안하지만 도와주지 않겠느냐?”
하준은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하준은 그놈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 이유든 간에 하준 또한 그놈에게 빚이 있었다.
적어도 자신을 적대한 이상 평범하게 살려둘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예, 도와드릴게요.”
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곧이어 그녀가 씨익-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고맙구나.”
* * *
늦은 밤.
어둑한 밤하늘 아래에 우거진 숲속에 두 사내가 걷고 있었다.
현재 한국에 남아 있는 S급 빌런 스모크맨과 광인 신도현이었다.
그들은 우거진 수풀을 헤쳐 나가며 어느 한 장소를 향해 걸어 나가고 있었다.
“정말 여기에 있는 거냐?”
그때 광인이 스모크맨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한 광인의 질문에 스모크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놈은 한 장소에 벗어나지 않은 채 계속 그곳에 있었어. 아마 장소를 떠나지 않았으면 아직 거기에 있을 거야.”
그 말을 들은 광인은 마치 스모크맨의 말을 신용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언뜻 들은 것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에 대한 소문 중 하나, 정확히 한국으로 넘어온 괴물.
S급 빌런 카르톤에 대한 소문이었다.
한국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영웅, 이레귤러에게 눈을 빼앗긴 그는 어느 숲의 동굴에 은신 중이라는 소문이었다.
물론 그때 당시가 사안이 아직 살아있으며 연합이 멀쩡했던 상황이라 조금 오래된 소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은 그 소문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이레귤러와 대치하여 유일하게 살아남은 빌런이 그놈이니 말이다.
“저기군.”
그때 어느 절벽 아래의 위치한 동굴을 발견한 스모크맨이 그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둘은 망설임 없이 그곳에 카르톤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며 동굴 입구에 발을 들였다.
그때였다.
후우웅!!
““?!””
둘이 동굴 입구에 발을 들인 순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마력이 그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온몸이 떨려오며 오한이 들 정도의 마력.
마치 마력 자체가 살기로 바뀌어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감각이었다.
스모크맨의 이마에 옅은 물방울이 맺히며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과거의 보았던 놈의 힘과 차원이 달랐다.
다시 말해 그 짧은 사이에 놈이 성장했다는 말이었다.
-누구냐?
그때 저 동굴 너머에서 한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들이 이 동굴 내부로 침입했다는 것을 놈이 눈치챈 것이다.
-대답하지 않으면 죽이러 가겠다.
그 말에 스모크맨은 급하게 큰소리를 치며 입을 열었다.
“나다, 카르톤.”
-……스모크맨이냐? 옆에 있는 놈은 광인이군.
그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스모크맨과 광인은 더욱 깊숙이 동굴 내부로 들어갔다.
그렇게 동굴의 끝으로 보이는 어느 넓은 공터처럼 보이는 장소.
그곳에 평평한 바위에 앉은 채 고요히 등을 보인 채 앉아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사내의 몸에서 기분 나쁠 정도의 거대한 살기가 담긴 마력이 고요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용무를 말해라.”
카르톤.
그가 그들을 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잠시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스모크맨이 긴장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안이 당했다. 네 도움이 필요하다, 카르톤.”
“…….”
그 말에 카르톤은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연합을 만든 사안이 죽었다는 말에도 그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그가 죽든 말든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때,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전히 등을 돌리지 않았으나 피어오르는 마력은 마치 금방이라도 자신들을 죽이겠다는 듯이 위협적인 살기를 동반하고 있었다.
그가 여전히 등을 보인 채 입을 열었다.
“이레귤러……, 그놈에게 당한 거냐?”
“그래. 시체 수집가와 사독 또한 당했다. 그러니 네 도움이 필요하다.”
그 말에도 놈은 그저 계속 침묵할 뿐이었다.
다만, 놈이 위협적으로 뿜어내는 마력이 이미 대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놈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
그 말과 함께 카르톤의 거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와 공간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협력 따위도 할 생각은 없다. 허나.”
그 말과 함께 고개를 돌려 둘을 바라보는 카르톤이었다.
붕대로 두 눈이 가려진 얼굴.
그가 험악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분노를 표출하며 말을 이었다.
“이레귤러, 그놈만큼은 내가 죽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