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최연승은 순간 천샤이치가 중국을 너무 떠나고 싶어서 연기를 했나 싶었다.
‘아니. 그건 아니겠군.’
일단 엉엉 울면서 보여줬던 건 진짜였던 데다가, 무엇보다 천샤이치 정도 되는 S급 헌터면 충분히 다른 나라로 망명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야 뒷목 잡겠지만 S급 헌터를 암살할 수도 없고 어쩌겠는가.
뭘 해볼려고 한다면, 데리고 간 나라한테 압박을 넣을 순 있겠지만 천샤이치 정도가 망명할 나라면 미국이나 러시아 정도는 될 테니…
“그런데 처음 보는 얼굴이군.”
“A급 헌터 최연승입니다. 여기 있는 다른 헌터들과 촉룡을 잡기 위해 모여 있습니다.”
“그렇군. 지시를 내려주게.”
천샤이치는 쌓은 경험답게 프로다운 반응을 보였다.
자신이 S급 헌터라 하더라도, 다른 헌터가 더 잘 안다면 지휘를 맡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헌터가 엄청나게 많이 모인 것 같은데. 다른 나라 헌터도 온 건가?”
“중국 정부가 요청해서 왔습니다.”
“뭐!? 당이!?”
천샤이치는 깜짝 놀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해외 헌터들한테 도움을 요청하다니.
중국이 망할 때가 됐나??
“아! 혹시 벌써 망해서 다른 당이…?”
“아닙니다.”
“아니었군. 미안하네.”
천샤이치는 머쓱해져서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 또 혁명 일어나서 정부가 바뀌었나 싶었던 것이다.
“그렇군. 저렇게 많은 해외 헌터들을 지휘해야 한다니 자네가 고생이 많아. 하지만 이 나라의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만 더 고생해주게.”
“…? 저 이 나라 사람 아닙니다만?”
“아니었나?! 그러면 왜 구하러 가는 거지??”
“……”
* * *
‘큰일났다…!’
최연승의 의심과 달리, 과 계약한 황광아오는 정말 순수하게 붙잡혀 있는 상태였다.
S급 몬스터인 촉룡의 힘이 성좌의 예상을 넘은 것이다.
-비틀린 환각의 달인이시여. 도와주십시오!
황광아오는 간절하게 부탁했다.
성좌의 권속들은 이런 식으로 간절한 기도를 통해 성좌의 힘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원래라면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아서 섣불리 힘을 쓰면 안 됐지만, 지금은 황광아오도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촉룡의 아가리 속에 붙잡혀 있는 상태 아닌가!
촉룡이 지금은 갖고 놀듯이 마력만 흡수하고 있었지만,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들을 죽일 수 있었다.
“마법을… 쓸 수가 없습니다! 황광아오님! 도와주십시오.”
“아이템들이 전부…!”
최연승 같은 성좌였다면 촉룡이 어떤 힘을 쓰고 있는지 읽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가 마력을 흡수합니다.] [가 마력을 흡수합니다.]촉룡의 몸 안은 붙잡은 먹잇감들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도록 발달해 있었다.
성좌들이 만드는 왕국 같은 촉룡만의 공간!
이 안에서는 촉룡의 규칙이 먼저 적용되는 만큼 헌터들이 뭘 할 수가 없었다.
갖고 있던 아티팩트들부터 시작해서 온몸의 마력까지 순식간에 사라지자 헌터들은 그저 무력한 일반인처럼 변해버렸다.
그나마 이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밖에 없는데…
황광아오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뭐지? 버린 건가??’
이번 몬스터 웨이브에 앞서 황광아오는 환각 성좌에게 명령을 받았다.
몬스터 웨이브에서 뛰어난 공적을 세우라고.
촉룡이 나타나고 중국이 쑥대밭이 되어서 집중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이런 명령을 내렸다는 건 성좌가 어느 정도 돌봐준다는 뜻.
그런데 이렇게 답이 없다니…
물론 촉룡의 힘이 성좌의 도움마저 차단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황광아오 입장에서는 거기까지 생각이 가진 않았다.
‘개자식. 역시 악신 성좌는 믿을 게 못 됐어. 다른 성좌를 믿었어야 했는데…!’
쾅!
밖에서 굉음과 함께 촉룡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쾅, 쾅, 쾅!
“포격인가?!”
“평범한 포격으로 촉룡 같은 몬스터가 흔들릴 리가 있나! 이건… 지원이 온 거다!”
이 정도로 유효한 데미지를 입히려면 헌터들이 쓰는 강력한 고위 마법 정도는 되어야 했다.
촉룡이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하자 황광아오는 더더욱 확신했다.
중국 헌터들이 그를 구출하러 온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A급 헌터를 버릴 리가 없다!’
-■■■■■!
고통스러워하던 촉룡은 결국 입을 쩍 벌렸다.
“나오게!”
천샤이치가 바로 밧줄을 던졌다. 혈혼삭(血魂索)이라고 불리는 강력한 아티팩트였다.
붉은 기운을 흩뿌리며 날아간 밧줄은 촉룡의 입 안을 헤치고 지나가며 헌터들을 줄줄이 묶었다.
“당기겠네!”
“훌륭하십니다.”
“이런 걸 가지고 무슨! 자네 실력이 더 훌륭하군. 내 젊은 시절보다 훨씬 나은데!”
천샤이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방금 최연승이 촉룡의 주둥이를 열게 만든 모습을 똑똑히 본 것이다.
촉룡 위에 착지한 다음 허공을 밟고 아래에서 접근해 강하게 턱을 난타!
벙커버스터 같은 미사일을 정통으로 맞아도 꿈쩍도 하지 않는 놈이, 주먹질 연타에 흔들려서 고통스러워 한 것이다.
천샤이치 때 활동했던 무공 사용자들보다 몇 배로 뛰어난 것 같았다.
“천샤이치 님. 감사합니다!”
끌려 나온 황광아오는 헐떡이며 감사했다.
천샤이치가 있는 걸 보니 중국 헌터들이라고 지레짐작을 한 것이다.
“다들 고맙… ???”
“왜 고맙다고 하다가 멈추지?”
“아, 아니… 왜 천샤이치 님이 이런 이들과…?”
“헬기 밖으로 던지면 안 되나요?”
한세하가 작게 속삭였다. 최연승은 고개를 저었다.
“황광아오를 구했다고 연락 보내라. 신경 쓰지 말고 역린을 노리라고 전해.”
지금 주변을 날고 있는 헌터들은 기껏 결계를 뚫고 들어왔는데도 촉룡한테 붙잡힌 공격대 때문에 총공격을 망설이고 있는 상황.
황광아오와 다른 헌터들을 구한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공격 개시!”
“공격 개시!!”
허공을 날아다니는 전투헬기들 위에서 어마어마한 마법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B급부터 A급까지 포진해 있는 공격대들의 화력은 강력했다.
아까까지는 어떤 공격을 해도 무시했던 촉룡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당황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무슨 짓을 했길래 촉룡 주둥이 안에 들어간 거지?”
한세하의 질문에 황광아오는 아직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잘… 모르겠다.”
“저거 A급 헌터 맞아? 가짜 같은데?”
“…놈이 알 수 없는 스킬을 썼단 말이다!”
그 말에 최연승은 바로 반응했다.
“공간 계열 마법인가?”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네.”
“다짜고짜 집어삼키는 거면 꽤 위험한데.”
주변에 있는 자들을 텔레포트시켜서 자기 주둥이 안으로 보내는 능력은 간단하지만 위협적이었다.
지금 전투헬기들이 날아다닐 수 있는 건 촉룡의 덩치가 거대하고 그만큼 움직임이 느렸기 때문인 것이다.
‘잠깐. 지금이 기회인가?’
최연승은 황광아오의 뒷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다른 중국 헌터들도 없고, 다른 공격대들도 공격 퍼붓느라 뭘 살펴볼 수도 없고, 기체는 정신없이 흔들리고…
황광아오가 먼저 공격하면 정당방위로 처리하기 딱 좋아 보였다.
-어떻게 먼저 공격하게 할 생각이니?
-상황이 어렵지, 방법은 어렵지 않지.
최연승은 황광아오를 붙잡고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황광아오. 네가 과 계약했다는 걸 안다.”
“……”
황광아오의 표정이 충격과 경악, 공포로 물드는 걸 보고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악신 성좌한테 들키는 헌터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상대가 자기보다 강하면 벌벌 떨면서 빌고, 자기보다 약하면 공격하는 것이다.
황광아오 정도 되는 헌터면 당연히 공격을 해오겠지?
“제발!”
“…?”
“제발… 한 번만 넘어가다오! 뭘 원하나? 돈? 아티팩트?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지 해주겠다.”
“…????”
최연승은 생각치도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네 주인이 널 보고 있을 텐데?”
“날 구하지도 않은 놈 따위는 내가 먼저 버릴 생각이었다!”
황광아오는 아직도 분한지 씩씩대며 말했다.
원래 악신 성좌를 섬긴다는 게 들킨 이상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승부를 봐야 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안 믿는다고 부정하거나 악신 성좌를 모욕하고 이 자리를 벗어나면 되지 않나 싶었지만…
대부분의 악신 성좌는 그런 걸 허용할 정도로 관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황광아오는 그런 걸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듯이 주인을 욕했다.
정말로 버릴 생각을 하지 않고서는 저럴 수가 없었다.
“…아니.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너무 손쉽게 버리는 거 아닌가?”
“신도가 이 지경이 됐는데 구해주지도 않은 게 성좌냐! 내가 그렇게 섬겼는데… 최연승, 그러고 보니 너는 을 섬기고 있었지? 네 주인에게 잘 말해다오. 허락만 해준다면 수련의 화신을 섬기겠다!”
“……”
최연승은 상상도 못한 상황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왜? A급 헌터에, 사회적 신분도 괜찮아 보이는데?
-저런 놈을… 내 신도로 넣어야 하나…?
-권속이면 모를까, 신도들을 가려서 받을 필요는 없지 않니?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고, 대해는 작은 강줄기도 거절하지 않아야…
-나태의 여신. 다 좋은데 내 앞에서 지구 속담 쓰지 마…
나태의 여신은 입을 삐죽거렸다.
모처럼 배운 좋은 말을 좀 써먹어보려고 했더니 저렇게 핀잔을 주다니.
‘저렇게 순식간에 손바닥 뒤집는 놈을 받아줘야 하나?’
최연승은 잠깐 고민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미 제리 쿠버 같은 놈도 있고, 그런 놈이 둘 된다고 딱히 달라질 건 없어 보였다.
중국의 A급 헌터라면 쓸 일이 많을 것 같긴 하고…
최연승이 고민하는 동안 황광아오도 몇십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건 차라리 기회일 수 있다!’
처음에 최연승이 비밀을 말해올 때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만약에 화신으로 갈아탈 수만 있다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일단 같은 성좌를 섬기고 있으니 굳이 비밀을 까발려서 그를 파멸시키지도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환각 성좌보다 훨씬 더 신도를 보살펴 주지 않겠는가.
당장 C급 이하에서 헤매던 최연승이 순식간에 A급을 찍게 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황광아오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최연승이 믿고 섬기는 성좌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성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으면 D급 헌터도 순식간에 강해질 수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받아주신다는군.”
“고맙다!!”
“넌 내 밑이란다.”
“…알겠다.”
“내가 명령하면 무조건 다 들으라고 하시는군.”
“…그것도 알겠다.”
“네 신상명세부터 시작해서 조직에서의 위치, 중국 정부에 대해 알고 있는 기밀, 중국 쪽 헌터들 리스트 등등을 정리해서 나한테 넘기라는데?”
“…지금 나한테 거짓말 하는 거 아니냐…? 너무 가혹하신 것 같은데…?”
[이 당신의 불신에 극노합니다!]“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바로 쏟아지는 성좌의 호통에 황광아오는 급히 사과했다.
편을 갈아탄 이상 초반에는 더욱 더 눈치를 보고 충성심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그게… 물론 성좌님을 섬깁니다만 이게 당하고 싸우면 제가 여러모로 좀 위험한…”
[이 당신의 불신에 극노합니다!]“…죄송합니다!”
황광아오는 갑자기 살짝 불안해졌다.
환각의 달인 성좌가 워낙 못미더워서 갈아타긴 했는데…
여우를 피하려다가 호랑이를 만난 꼴이 되는 건 아니겠지?
‘무슨… 그럴 리가 없다. 최연승 헌터도 저렇게 성공했는데. 나 정도 되는 헌터를 하찮게 쓸 리가.’
[이 당신의 오만에 극노합니다!]“죄… 죄송합니다!”
‘야. 이거 좀 재밌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