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그게 뭐가 중요하지?”
“하긴. 했겠지. 괜한 걸 물어봤군.”
“…안 했다.”
“안 했다고!?”
카터는 더욱 놀랐다.
그렇다면 대체 왜?
“최연승 헌터는 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로 선을 관철하고 있는 것이지.”
“말도 안 돼…!”
‘둘 다 패버리고 싶어지는군.’
두 A급 헌터가 지껄이는 게 슬슬 귀찮아진 최연승은 한층 내려간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참가할 건가, 말 건가?”
“이렇게까지 와줬는데 거절할 수는 없지. 물론 참가하겠다.”
카터의 말에 최연승은 살짝 기분이 나아졌다.
그래도 헛소리를 들은 보람이 좀 있었던 것이다.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뭐지?”
아이네는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A급 헌터가 레이드에 참가할 정도의 대가라니.
평범한 대가가 아니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확했다.
“혹시 내가 아는 헌터들에게 무공 좀 가르쳐 줄 수 있는가?”
“……”
생각보다 너무 하찮은 대가에 아이네는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하찮은 대가는 아니네.’
생각해보니 A급 헌터가 다른 사람을 가르쳐주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 아닌가.
정보가 많이 쌓여 있고 가르쳐 줄 사람이 많은 마법과 달리 무공은 가르쳐 줄 사람도 없었다.
충분히 대단한 대가였다.
아이네가 각오한 것과 종류가 많이 달라서 그렇지.
“…왜 고민하는 거야?”
아이네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최연승에게 물었다.
“저 놈하고 같이 어울리기 싫어서 고민 좀 하고 있었다.”
“…이해는 하지만 저건 정말 쉬운 조건인 걸…”
“알고 있다.”
최연승은 혀를 한 번 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좀 기분 나쁜 놈이긴 했지만, 무공을 가르쳐주는 것 자체는 최연승이 싫어하는 일이 아니었다.
지구의 헌터들이 가진 능력이 전체적으로 강해진다면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을 일은 점점 더 줄어들 테니까.
그걸 위해서라면 최연승은 무공에 대해 얼마든지 가르쳐 줄 수 있었다.
-무공을 퍼뜨려야 후계자 네 힘이 늘어나니, 당연한 선택이지.
-아. 그것도 있었군.
-…후계자야. 넌 성좌란다! 좀 평소에도 명심하고 있어야…
나태의 여신이 하는 잔소리를 최연승은 귓등으로 흘렸다.
한 때는 어비스를 호령했던 나태의 여신이 보기에, 최연승은 너무 인간 같은 성좌였던 것이다.
“무공을 가르쳐주도록 하지. 어떤 헌터지? 레이드를 자주 나가는 헌터들이면 좋겠는데.”
“어… SSL 경기 뛰는 클랜 헌터들인데.”
“……”
최연승은 인상을 찌푸렸다.
* * *
놀랍게도 지금 무공이 제일 발전한 곳은 바로 미국이었다.
-무공의 진전을 잇고 싶은 헌터 유망주들이여, 헌터 폴의 스쿨(Ht Paul’s School)에 입학하라!
– 클랜에서 무공 스킬을 가진 헌터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클랜은 작년 17회의 레이드를 성공시킨 클랜으로서…
헌터 한 명이 새로운 스킬 하나로 대활약을 하면 그 스킬에 대한 분석이 전세계에서 일어나는데, 최연승이 활약하고 나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리 없었다.
옛날에 은퇴한 무공 사용자들을 불러오고, 데이터에 남아 있는 무공 정보들을 찾아오고, 클랜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무공서나 무공 관련 아이템들을 꺼내고…
덕분에 경매장 쪽에서 무공 관련 아이템 가격들이 폭등할 정도였다.
“A급 무공 헌터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전세계의 헌터들은 무공을 배우고 싶다면 미국으로 오는 게 좋을 것… 아니, 이 기사 어떤 놈이 쓴 거지??”
최연승은 황당해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모랄레스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소?”
“앞뒤 자르고 갖다 붙여놓고 틀린 말이 아니면 다인가? 나도 기자 놈 뼈 부러뜨린 다음 다시 붙여놓으면 OK인가?”
“그, 그거랑은 다른 것 같은데…”
어찌되었든 이렇게 무공이 활발해진 만큼, 지금 미국의 클랜들 사이에서는 온갖 해괴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었다.
-투명화 마법과 단검술을 융합하다니!
-독공과 바람 속성 마법을? 저게 더 유리한가?
-육체를 강화시키는 외공 스킬들을 버프 스킬들과 함께?? 효과가 있을까?
설명을 들은 최연승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물론 무공과 마법을 합쳐서 쓰라고 말한 건 최연승이었지만, 그건 잘 섞으라고 말한 것이지 일단 섞고 보라고 말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무공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일단 섞고 보면 나중에는 벽에 막힐 수밖에 없었다.
클랜이야 최연승이 제대로 된 길을 잡아줘서 그게 가능했던 거고…
“가르쳐준다 하더라도 다른 헌터 놈들과 싸우는 걸 가르쳐줘야 한다니, 좀 많이 서글프군.”
“아.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카터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작게 말했다.
“지금 내가 말하는 클랜, 는 다른 클랜들과 SSL을 하고 있지 않아.”
“…?”
“???”
모랄레스도 그 말에 당황했다.
클랜들과 SSL을 하고 있지 않다니.
그럼 누구와 하고 있는 거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그래. 놀랍겠지.”
“자네, 설마 수상쩍은 일을… 중국 스파이나 러시아 스파이와 만난다면 나한테 먼저 말하라고 하지 않았나. 같이 고민을 하고 결정을 했어야지.”
“아니, 그런 일은 아니라니까. 불법은 아니야. 다만 다른 놈들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는 일이라 그랬던 거지.”
카터는 두 A급 헌터가 깜짝 놀라는 표정이 벌써 기대가 된다는 것처럼 신나했다.
“상대는… 바로 성좌라네.”
“……”
“……”
“안 놀랍나?”
“너무 놀라서 말을 못 하고 있는 걸세.”
모랄레스와 달리 최연승은 좀 다른 의미로 놀랐다.
‘들킨 줄 알았군…’
갑자기 성좌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란 것이다.
카터는 신이 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의 클랜장은 한 때 몇몇 성좌의 제안을 받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난 헌터였다고 했다.
그 때는 계산기를 두드려보느라 쉽게 결정하지 못했고, 재능이 꽃을 피지 못하자 성좌들의 관심도 사라졌지만…
뒤늦게 실력이 좀 나아지고 괜찮은 클랜을 맡아 이끌어나가게 되자, 한 성좌에게 제안이 왔다고 했다.
-인간들끼리 다투지 말고, 어비스의 필멸자들과 다퉈보는 게 어떤가?
클랜들끼리 돈과 이권을 갖고 다투는 게 아닌, 어비스의 성좌가 데리고 오는 상대와 대결하라는 상상치도 못한 제안.
그 제안에 클랜장은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다.
성좌와 엮이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클랜장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총애를 받으면 왕처럼 거들먹거릴 수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심기를 거스르면 비극의 주인공처럼 파멸하는 것도 손쉬운 일.
하지만…
성좌가 내민 보상들이 너무나도 달콤했다.
지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아티팩트들을 미끼로 흔드는데 어느 헌터가 넘어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클랜장은 클랜 헌터들과 함께 성좌가 보내주는 상대와 성좌전을 치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지? 헌터들이 죽었나? 헌터들이 사라졌나?”
“무슨 소리지? 다들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카터는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헌터들은 그 결정 이후 매우 잘나가고 있었다.
남들은 상급 던전에 목숨 걸고 들어가서 운 좋아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을, 경기 하나 잘 끝내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걸 알게 되자 다른 클랜들과의 경기 같은 건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
오로지 성좌가 내미는 과실에만 집중하게 된 것이다.
“경기가 패배하면 헌터들이 죽거나 그러진 않았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가? 그런 거라면 누가 받아들이겠나? 클랜장은 바보가 아니야.”
“아니…”
최연승은 황당해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이 있나?
-아마 심심한 성좌 한 명이겠지.
나태의 여신은 놀라지 않고 설명에 나섰다.
성좌들이 모두 다 지구를 혼자 손에 넣을 야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떤 성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왕국을 잘 다스리며 유유히 살아가는 걸 원하곤 했다.
그리고 성좌들 사이에서 지구의 인간들은 어비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생활습관을 가진 종족들.
심심한 성좌들이 인간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말을 걸거나 제안을 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최연승도 지구로 귀환한 초기에는 여러 성좌들의 관심을 받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그냥 심심해서라고?
-나태는 생각보다 견디기 힘든 질병이란다. 후계자야.
-…분위기 잡고 말해봤자 결국 심심하단 것 아닌가?
그냥 배부른 소리 같은데?
나태의 여신은 토라진 목소리로 아니라고 길게 설명했다.
패배하지 않는 이상 영원한 수명을 가진 성좌에게 나태는 정말이지 견디기 힘든 맹독 같은 것이라, 이것을 극복해내는 것이 성좌에게 일생의 과제라고 할 수 있…
‘배부른 소리 맞군.’
최연승은 무시했다.
태어날 때부터 영생과 권능을 갖고 태어나서 배부른 소리 하는 성좌들의 이야기는 최연승이 알 바 아니었다.
뜨거운 피를 갖고서 지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최연승에게 저런 이야기들은 이해할 수 없는 고민인 것이다.
-아니라니까…
-어쨌든, 악의 없는 제안인 건가?
-아직까지 멀쩡한 거 보면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질리면 곧 사라질 수도 있단다. 그렇게 되면 저 인간들은 좀 곤란해지겠지.
어느 순간 성좌가 ‘이 유희도 좀 질리는 군’싶으면 제안이 싹 사라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성좌가 제안하고 있는 거였으니까.
그렇게 되면 의 헌터들은 좀 곤란해질 것이다.
손쉽게 굴러들어오는 씀씀이에 완전히 중독이 되어 있었을 테니.
-그건 그 놈들 잘못이지.
-맞는 말이란다.
“그러면 무공을 원하는 건 그 성좌의 권속들 상대로 이기고 싶어서인가?”
“그렇지. 그리고 그 성좌가 무공을 잘 쓰면 매우 매우 흥미로워 할 거야. 성좌들은 무공을 잘 모를 테니까.”
“……”
최연승은 풀더포드 레이드를 위해 참아야 한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무공을 배워서 꼭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이렇게 배운 헌터들이 나중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쓸 수도…
-가끔 후계자가 인간들을 포기하고 그냥 어비스로 떠나면 안 되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구나…
나태의 여신은 짠한 목소리로 최연승을 말했다.
그냥 지구를 포기하면 편할 텐데…
“상대 성좌 이름이 궁금하군. 누구지?”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되네.”
“불법이 아니라며?”
“아니, 경쟁이 붙으면 안 되니까 하는 말이지. 다른 클랜들이 더 자극적인 제안을 성좌한테 하면 어떡한단 말인가?”
“…알겠으니 이름이나 말해라.”
“. 그게 성좌의 이름이네.”
“!”
익숙한 이름.
최연승은 의 이름이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성좌전을 치룬 상대였으니까.
의 권속과 함께, 최연승이 직접 참가한 성좌전의 적 성좌!
와 함께 적으로 참가했던 성좌였기에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 수상쩍은 제안을 해왔던 성좌 아닌가?
-그래. 그랬었지.
놀랍게도 관찰자 성좌는 동맹을 배신하고 이기게 해주겠다는 유혹을 해온 성좌였다.
그런 성좌는 나태의 여신도 본 적 없었기에 기억에 깊게 남아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차라리 잘 된 것 같구나.
나태의 여신이 하는 말에,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잘 되었다니?
-관찰자 성좌의 제안이 어떤 건지는 몰라도, 후계자한테 최소한 호의를 갖고 있었지 않니.
-그래서?
-천칭의 여신한테 한 것처럼 유혹해서 협력하게 만들려무나. 지금 후계자는 동맹이 없어도 너무 없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할지 모를 개소리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