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17)
517화
‘…당황스럽군.’
헌터들이 어떤 시비를 걸어도 당황하지 않을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헌터들이 최연승의 신도일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니 이상하진 않구나.
나태의 여신은 누가 어비스 고참 성좌 아니랄까봐 혼자 납득하고 있었다.
지금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무공 사용자는 최연승이었다.
그리고 최연승은 대외적으로는 의 권속.
기본적으로 헌터들이 ‘이 무공과 관련이 있나?’생각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은 무공의 영역을 관장하고 있는 만큼 믿을수록 버프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의 차이라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는 무공 사용자들 사이에서 이런 버프는 매우 귀중한 것.
훈련소에서 훈련 받는 모든 무공 사용자들이 을 믿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최연승 헌터께서는 저희의 우상이십니다!”
“께 말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중국 헌터들의 깍듯한 태도는 상급 헌터를 만나서도, 혹은 재계의 권력자를 만났기 때문도 아니었다.
원래 중국 헌터들은 남들 보는 자리에서는 절대 저런 것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괜히 다른 나라의 헌터한테 무슨 속셈으로 접촉했냐부터 시작해서 돈독이 올랐냐는 소리까지, 윗선에서 온갖 트집이 잡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건 사정이 달랐다.
무려 같이 모시는 성좌의 총애받는 권속!
이건 등급이 높아도 같은 나라 아니라 만날 일 없는 상급 헌터보다도, 마찬가지로 돈 많아봤자 만날 일 없는 재계의 권력자보다 더 무서웠다.
자신이 믿고 버프를 받는 신의 오른팔쯤 되는 존재 아닌가.
건방지게 굴었다가는 즉시 반작용이 돌아오는 시스템인 만큼 헌터들은 이마가 땅바닥에 닿을 때까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저 헌터들 누구야? 다른 나라 헌터들인가?”
“이번 국가대항전에 참가하는 중국 헌터들인데요.”
“뭐?? 왜??”
“그, 그건 저도 잘…”
국가대항전을 취재하기 위해 따라온 기자들은 갑작스러운 헌터들의 인사에 당황스러워했다.
왜 저러지?
“혹시 최연승 헌터가 목숨 구해준 적 있는 거 아닙니까?”
“목숨 구해준 것도 한두번이지 저기 있는 사람들 전부를 다 구해줬겠냐?”
“하, 하도 많이 구하고 다녀서 혹시나 했죠…”
시선이 쏠리고 다른 곳에 있던 사람들도 웅성거리자 중국 쪽 직원이 급히 와서 말렸다.
“뭐하시는 겁니까! 보는 눈이 몇 개인데 왜 이렇게 굴욕적으로!”
“아… 아니. 아시지 않습니까. 의 권속인데. 잘 보여야 해요.”
“요즘 성좌보다 권속이 더 무서운 거 아시잖아요.”
지구에 별 관심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성좌보다, 성좌의 힘을 업고 마음껏 휘두르는 권속이 훨씬 더 무서운 법.
보는 눈이 몇 개든 간에 일단 같은 성좌의 권속을 만났을 때는 대가리를 숙이고 봐야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만하고 돌아가십시오! 무슨 망신입니까!”
“절대 안 됩니다. 멋대로 빠져나갔다가 이 분노라도 하면 책임질 겁니까?”
“한테 이르기라도 하면…”
오히려 중국 쪽 헌터들이 직원을 압박했다.
철저히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에 따르던 헌터들이 정색하고 압박하자 직원은 당황했다.
“아니… 이러면 진짜 안 되는데… 이러면 진짜 안 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나라 기자들은 신이 나서 몰려들었다.
괜찮은 기사 하나 나오겠구나!
* * *
‘기분이 복잡하군.’
최연승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성좌의 고뇌란다. 드디어 성좌로서 그런 걸 느끼는…
‘다 버리고 칩거 생활 즐긴 나태의 여신이 저런 말을 하니까 이상하게 얄밉군.’
[이 그 마음을 알겠다고 위로합니다.]성좌의 신도들끼리 싸울 때, 성좌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어느 누가 이기더라도 앙금이 남지 않겠는가.
‘물론 나는 이겨야지.’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최연승은 이겨야 했다. 지기에는 걸린 게 너무 많았다.
신도보다는 성좌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가 패배가 신경이 쓰인다면 그냥 데리고 나오라고 말합니다.]“?”
-정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이래서 지구를 잘 모르는 성좌는.
나태의 여신은 을 마음껏 구박했다.
지구에 대해 잘 모르는 성좌인 만큼 저런 말이 나올 수 있었다.
어비스의 왕국이라면 자신의 신도를 데리고 가도 별 상관이 없겠지만, 지구는 고도로 정교화된 정치, 문화 체계가 자리잡힌 곳이었다.
만약 저 신도들을 데리고 가서 다른 곳으로 옮겨 놓으면 아주 아주 복잡한 국제문제로 비화될 수가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그래도 될 것 같긴 하군.
-……
나태의 여신은 민망해하며 멈칫했다.
-…그래도 되니? 왜?
-그야 지금 혼란스러우니까… 망명 좀 시킨다고 어쩌겠나?
중국 헌터들은 예전부터 이곳저곳으로 많이 튀곤 했다.
챙겨주는 건 없이 족쇄만 채우니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미국은 언제나 매력적인 망명 선택지였다.
헌터들 대접 잘 받는데다가 도망친다고 중국에서 협박해서 다시 불러올 수도 없고…
‘그냥 다 미국으로 망명시켜버리면 되겠군.’
멀쩡할 때도 이빨만 빠득빠득 갈았는데,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와중에는 더욱 가만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망명 생각이 없으면 어떡하니?
-성좌로서 계시를 내리려고.
-……
나태의 여신은 ‘성좌로서 기껏 자각해놓고 능력을 그렇게 쓰지 마렴’이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걸 꾹 참아야 했다.
* * *
[가 혹시 긴장했냐고 묻습니다.]성좌는 한세하한테 말을 걸었다.
경기 시작 전인데 유난히 말수가 적었던 것이다.
-아. 내 동생은 가 착해서 밑으로 건너갔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하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
……
성좌는 한세하의 말에 공포에 떨었다.
[가 버리지 말아달라고 깽깽댑니다!]-버리는 건 아니고. 버린다고 우리가 꼭 남이 되는 건 아니잖아. 종종 연락하고 지낼 수도 있는데.
[가 다른 성좌의 권속이 됐는데 종종 연락하고 지낼 가능성은 적다고 울부짖습니다!]다른 성좌한테 권속을 보내는 순간 돌려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가 최연승 때문에 고민할 수는 있지만, 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 않냐고 설득합니다.]-지금 최연승 헌터의 판단력을 무시하는 거야??? 미쳤어???
[가 그게 아니라고…] […]사냥개 성좌는 낑낑대며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한세하도 사냥개 성좌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권속이시긴 하지만, 이 별로일 수도 있지.’
성좌와 잘못 계약해서 착취당하듯이 헌신하는 권속들도 있지 않은가.
한세하는 다음에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별로라고 하면 이 박살날 것이고, 좋다고 하면…
‘다시 물어봐야지.’
[가 울부짖습니다!]“한세하 헌터 봐.”
“대단한 집중력이다…!”
한세하나 권영승을 제외하면 지금 참가를 위해 온 헌터들은 대부분 경험이 부족했다.
그냥 목숨을 건 레이드나 던전 공략이 더 나을 것 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망하면 전국적으로 욕을 먹는다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 헌터들에게 무표정하게 집중하고 있는 한세하의 모습은 든든함 그 자체였다.
역시 A급 헌터는 뭔가 다르구나!
‘원래 안 저러는데…’
권영승은 헌터들 사이에서 한세하 평가가 높은 게 상당히 억울했다.
다른 헌터들 등급 가지고 무시하지 않고,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았으며, 자기 일 하는 것만으로도 평가가 올라가다니.
예전 국가대항전에 참가했던 다른 헌터 놈들이 기준을 너무 내려놔서 가만히 숨만 쉬어도 평가가 올라갔다.
게다가 A급 헌터라는 프리미엄은 이상한 환상을 가지게 만들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뭔가 있으신가보구나 하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권영승 헌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지켜드리겠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물론 권영승도 평가가 좋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 * *
[이 승리를 예언합니다.]-고맙습니다.
“제가 예지해봤는데, 미래에서 승리를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최연승은 아다콰니엘의 말에 대답하고 멈칫했다.
그리고 나태의 여신에게 물었다.
-조금 티가 났나?
-그렇단다. 앞으로는 비슷한 톤으로 말하는 법을 익히렴.
최연승은 성좌의 눈으로 상황을 확인했다.
한세하나 권영승 같은 헌터를 투입한 것 제외하고는 무공 사용자들끼리 치고받는 상황.
그리고 최연승은 이런 상황에서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었다.
‘충분히 이기고 남는다.’
한국 헌터들은 ‘내가 이길 수 있나?’하며 아직도 얼떨떨해하고 있었지만, 최연승이 보기에 한국 헌터들이 가진 힘은 충분했다.
어차피 갖고 있는 힘은 평등하게 맞춰지는 상황에서 차이나는 건 무공의 실력 뿐.
상대 쪽의 새로 올라온 A급 헌터들이 생각보다 무공 능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그건 한세하나 권영승 같은 헌터들이 알아서 잘 막을 것이다.
[가 권속을 훈련시킨 모습에 만족스러워합니다.]천사 성좌는 한세희가 싸우는 모습에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쌍둥이인 것치고 한세희의 성격은 한세하와 정반대에 가까웠다.
한세하가 불이라면 한세희는 얼음.
갖고 있는 스킬들도 냉정하고 침착성을 유지하는 패시브 스킬들과 거기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원거리 공격 마법 스킬들인 만큼, 무공도 거기와 어울리게 가르쳤다.
아랫길에서 한세희와 일찍 맞붙은 상대 헌터가 순식간에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당황스러워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가 혹시 일라파엘도 가르칠 생각이 있냐고 묻습니다.]일라파엘을? 본인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텐데…
[가 최연승이란 권속이 가르치면 조금 다를 것 같다고 말합니다.]말은 해보겠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
최연승은 일라파엘이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다.
자존심 강한 천사가 무공을 왜 배우겠는가.
아다콰니엘 정도 되는 지혜로운 천사가 아니라면…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 * *
“…뭐하는 거냐?? 지금 뭐하는 거냐고!”
쩡즈윈은 펄펄 뛰었다.
황금 같은 초반이 빠르게 지나가서도, 그 초반이 밀려서도 아니었다.
헌터들이 무슨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독기가 사라져서였다.
원래라면 상대의 심장을 씹어 먹고서라도 이기겠다는 독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놈들이, 무슨 배짱인지 저렇게 흐물흐물해지다니.
“패배할 경우 어떻게 될지 알아서 생각하라고 해라. 모든 특권을 취소시키고 통제훈련소에 넣어버리겠다고 전해!”
“예!”
쩡즈윈은 헌터들이 자신의 경고를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헌터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무슨 믿고 있는 구석이 있는 것마냥 평온했다.
‘대체…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