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명치에 자리 잡은 여의주가 맹렬히 돌아가고 전신을 달리는 부룡기공은 그런 여의주를 보조하며 전신에 힘을 공급한다.
쿠르르릉!
과도한 힘의 분출에 잠시 기세를 잃은 것처럼 보였던 먹구름은 다시금 번쩍이며 그 위용을 과시하기 시작했고, 쏟아지기 시작한 소나기에 영지민들은 급히 움직이며 빗방울을 피했다.
콰릉!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는 빗방울과 공동을 품은 산을 중심으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벼락의 모습은 세상의 종말이 온 것만 같았고, 바인드의 눈에 보이는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콰쾅!
집채만 한 괴수의 손이 바닥을 갈랐다.
“크악!”
바인드의 몸이 처참하게 갈라지며 비명을 토했지만, 아렌이 불러낸 괴수는 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쾅!
윅의 살점 하나 남겨 놓지 않겠다는 기세로 떨어져 내린 손이 다시금 윅의 몸에 떨어졌고, 단단하기 그지없는 윅의 몸이 처참하게 뭉개지며 인간의 형상을 잃어 가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아렌의 승리가 확실해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아렌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고, 바인드의 얼굴에 질린 표정이 떠오르던 그때였다.
…….
거짓말처럼 아렌의 공격이 멈췄고, 굉음이 난무하던 공동에 정적이 들어섰다.
‘끝났나?’
바인드의 시선이 좁혀지며 흙먼지 너머로 향했다.
악화된 기상 덕분인지 공동 안에 휘돌고 있는 바람이 먼지를 날려 보내고, 커다란 크레이터 앞에 서 있는 아렌의 모습이 나타났다.
몰아치는 천둥번개의 중심에 거대한 짐승의 환영을 뒤로하고 서 있는 아렌의 모습은 마치 마왕과도 같았고,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킨 바인드의 시선이 크레이터로 향했다.
‘큽!’
자기도 모르게 치밀어 오른 욕지기를 억누르며 바인드가 크레이터를 살폈다.
피에 흥건하게 적셔진 대지와 살점과 뼈 부스러기 사이로 미약하게 꿈틀거리는 마기의 모습만이 그곳에 윅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끔찍한 모습과는 별개로 바인드는 절로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12영웅 혹은 마룡봉인체.
제국은 물론이고 대륙의 역사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위대한 초인이 지금 이곳에서 일방적으로 살육 당했으니, 이 이야기를 누가 믿으려 할까.
새로운 전설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에 바인드의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아렌은 여전히 감정 없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잠깐.’
그런 아렌의 모습을 본 바인드가 절로 긴장했다.
승패가 확실해 보이지만 전투태세를 풀지 않고 있는 아렌의 모습에 경각심이 솟아 오른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등허리에 소름이 솟아올랐고, 바인드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거기로구나.”
붉은 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던 아렌이 공동의 한쪽을 보더니 입을 열었고, 그 말에 호응하듯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인간이 아니군.”
바인드의 입에서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손바닥만 한 그림자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사람의 팔이 솟아나왔고, 이어서 어깨가 튀어나오더니만 순식간에 상체가 형성이 되었다.
그림자가 격렬하게 꿈틀거리더니 이내 하제가 형성되었고, 두 다리가 지면을 디디며 섰다.
이제는 그림자로도 보이지 않는 살덩어리의 목 부분이 꿈틀거리더니만 머리가 솟아나와 이목구비를 구성했다.
그림자와 마기가 섞여서 꿈틀거리는 와중에 이리저리 섞이던 이목구비가 제자리를 찾더니 눈을 떴다.
아렌과 바인드가 보았던 윅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고, 흰자가 하나도 없어 온통 까만 눈동자에 얼룩이 생기더니만 홍채가 생성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생명체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바인드는 윅이 이 세상의 생명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도망치는 솜씨가 제법이로구나.”
약간의 빈정거림이 섞인 아렌의 말에 윅은 반응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충분히 치욕을 느낄만한 상황이었지만 윅은 암살자였고, 암살자에게 치욕은 사치였던 까닭이다.
쿠르르릉!
점점 소리를 더해 가는 천둥과 번개사이로 아렌을 노려보던 윅이 입을 열었다.
“……인정하지.”
“무엇을 말이냐?”
세상을 부술 것만 같은 힘을 두르고 있음에도 여전한 아렌의 모습에 윅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너는 나보다 강하다.”
“당연한 이야기는 하지 말거라.”
아렌의 심드렁한 표정에 표정을 구긴 윅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강하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암살자의 표정으로 돌아온 윅이 아렌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암살자다.”
바인드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암살자에게는 암살자의 방법이 있는 법이지.”
윅의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떠올랐다.
“방금 전에 증명한 것처럼 너를 이길 수는 없지만 몸을 빼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 암살자답게 싸워야겠지.”
이제는 굳건하게 두 발로 선 윅의 몸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너는 확실히 강하지만 매분 매시간동안 강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 순간이 너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어쩌면 대륙의 역사를 통틀어 제일의 암살자일지도 모르는 윅이 선언했다.
“이제부터 너는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할 것이고, 먹는 것 하나도 마음대로 먹지 못할 것이다. 너의 주변 사람들은 이유 없이 죽을 것이니 이것은 어디까지나 너의 탓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미쳤나! 선대!”
윅의 저주에 바인드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지만, 윅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너의 숨통을 끊을 날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
완전히 흐릿해져서 뒤편의 모습마저 비쳐 보이는 윅의 모습에 바인드가 다급히 외쳤다.
“막아야 합니다!”
“막지 못한다.”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윅의 모습이 완전히 흐려지고 바인드가 급한 기색으로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지만, 아렌의 태도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윅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려는 그 순간.
파지지지직!
“커억!”
윅의 신형이 있던 공간에 강력하기 짝이 없는 전하가 춤을 추더니만 비명소리와 함께 윅이 마치 튕겨진 것처럼 허공에서 나타나 땅으로 떨어졌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바인드의 눈이 커지고, 전신에서 열기를 피어 올리는 윅이 고통에 찬 모습으로 아렌을 노려보는 가운데, 아렌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아무리 마기에 현혹되었다고는 하지만 어리석구나.”
아렌의 눈동자에 경멸의 빛이 떠올랐다.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왜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쿠르르르릉!
아렌의 말에 호응하듯 거대한 뇌성이 몰아쳤다.
“……설마.”
윅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고, 바인드도 질린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먹구름은 더욱 진해지고, 끊임없는 호우와 함께 뇌성벽력이 휘몰아치는 주변의 환경.
벼락을 부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실상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 일대는 나의 영지다.”
콰쾅!
구불거리는 낙뢰가 떨어지며 대지를 강타했다.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아렌의 선언에 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 *
야생의 생물은 영역을 중시하기 마련이고, 그 점에서는 용이나 드래곤도 같다.
여의주를 통해 기상을 변화시킨 그 시점부터 공동을 중심으로 한 산 전체가 아렌의 영역으로 화했고, 아직 제대로 여물지 않은 영역이지만 윅 하나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콰직!
“커억!”
아렌의 손짓에 허벅지가 산산 조각나 버린 윅이 허공으로 튕겨나갔다.
일격에 실린 힘이 상당해서 이대로라면 꽤나 멀리 날아갈 것 같아보였지만, 윅의 몸이 어느 정도 높이까지 올라가자 그 순간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뇌전이 줄기줄기 솟아올랐다.
파지지직!
“끄아아아아!”
마기를 태우고 영혼까지 미치는 고통에 윅이 비명을 질렀고, 검게 그을려 숯덩이가 되어 버린 윅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끄으으으…….”
전신에서 연기를 피어오르는 윅의 모습은 생존의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였지만, 마기가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다시금 재생을 시작했다.
“……저거 죽일 수는 있는 겁니까?”
바인드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아렌의 선포 이후에 시작된 일방적인 폭력.
하지만 윅의 재생능력은 그것을 훨씬 웃도는 것이었고, 죽여도 죽여도 재생하는 윅의 모습에 바인드는 왜 12영웅들이 마룡을 봉인하는 수를 썼는지는 깊게 깨달을 수 있었다.
다만 거듭되는 폭력에 정신이 무뎌진 것인지 처음에는 독기 가득했던 윅의 눈도 풀려 버렸다.
아렌의 공격은 그만큼 잔혹했다.
“쉽지는 않겠지.”
이제는 제 모습을 거의 되찾은 윅의 앞에 아렌이 섰다.
콰직!
“카아악!”
발을 들어 척추를 분쇄해 버린 아렌이 발목을 비틀어 신경을 으깨 버렸고, 윅이 고통에 발버둥 쳤다.
“화풀이는 이 정도면 되겠군.”
아렌의 중얼거림에 바인드가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별다른 표현은 안했지만, 윅의 협박에 아렌은 상당히 기분이 나빴고, 감정을 듬뿍 담아서 윅을 분쇄한 것이다.
다시금 재생하는 윅을 본 아렌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아렌의 뒤에 떠올라 있던 괴수의 손이 움직이더니 윅의 양팔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와지직!
“끄어……!”
그 와중에 어깨뼈가 우그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났지만, 아렌은 물론 바인드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비참하게 허공에 들어 올려진 윅의 가슴에 아렌의 손바닥이 닿았다.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지.”
유피테르에서 만난 봉인체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아렌이었지만, 시간도 걸리고 누군가가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문에 아렌은 향후 봉인체를 일격에 격살할 수 있는 수단을 원했고, 심사숙고한 끝에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후웅.
붉은 기운이 아렌의 손바닥에 촘촘히 쌓이더니만 이내 붉은 기운에 휩싸인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결국 봉인만 떼어내면 되는 일.”
아렌의 표정이 엄숙해지고 윅의 가슴에 닿아 있는 손이 거짓말처럼 윅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헙!”
바인드의 입에서 비명이 절로 나왔다.
드러난 모습만 보자면 아렌이 손으로 윅의 가슴을 관통하는 것이었지만, 그게 아님을 대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끄아아아아!”
윅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지고 비명이 터져 나왔으며 고통에 몸을 크게 뒤틀었지만, 괴수의 손은 그런 윅의 몸을 단단하게 고정하고 있었다.
신중한 표정을 지은 아렌이 손을 계속 밀어 넣었고, 어느덧 팔꿈치까지 들어간 손은 놀랍게도 윅의 반대편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렌은 자신의 일부분을 영체화시켰고, 윅의 영혼에 침입하여 그 속을 헤집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과 느껴지는 기색으로 상황을 이해한 바인드가 질린 표정을 지었고, 아렌의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집중하는 것도 잠시.
“잡았다.”
아렌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더니만 이내 거칠게 팔을 빼내었고, 윅의 몸이 크게 경련했다.
우드드드득!
세상 끔찍한 소리라고 바인드는 생각했다.
뼈나 살이 분쇄되는 소리가 아닌, 영혼이 쥐어뜯기는 소리였으니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소리가 맞았다.
“이거군.”
붉은 기운으로 뒤덮여 있는 아렌의 손에 마기가 일렁거리는 조그마한 구체가 들려 있었고, 그 순간 윅의 몸 이곳저곳에서 상처가 벌어지더니 선혈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