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312
제312화
제국의 대대적인 침공에 더불어 게이트 웨이브의 동시다발적인 발생.
대륙은 말 그대로 전화에 휩싸였다.
하지만 과거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당했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퍼스트 백작가의 조언과 교단의 경고를 새겨들은 이들이 적절한 방어 대책을 세워두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구 출신 이민자들이 대륙 곳곳에 자리 잡음으로써 병력이 부족할 일도 없었으니.
혼란은 있을지언정, 무너져 내린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반적인 병력의 수준도 크게 높아졌지.’
커넥트 오픈 베타 초창기만 해도 대륙에서 마스터란 존재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 ‘초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봉인이 풀리며 폭증한 마나의 영향으로 NPC들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커넥트 시스템의 힘을 빌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강해졌으니.
이제 웬만한 명문가에는 마스터가 없는 곳이 없었고, 초인이라는 100LV을 넘어선 플레이어의 숫자도 천 단위를 돌파했다.
‘어마어마한 파워 인플레이션이란 말이지.’
솔직히 말해서 제국이나 게이트란 외부의 적이 없었다면 이 넘쳐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또 다른 전쟁이 벌어졌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 덕에 당면한 침공을 잘 막아내고 있으니 딱히 불만은 없었다.
게이트 웨이브 2일 차.
웨이브를 완전히 막아낸 곳도 있지만, 인적이 드문 외지 쪽은 아예 손도 대지 못한 곳도 많았다.
어차피 제1 목표는 주민의 보호였으니 필요 없는 장소까지 전력을 파견할 여력은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이 잠식한 지역들이 점차 늘어가는 가운데.
그런 몬스터들의 눈을 피해 숲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는 이들이 있었다.
몸에 딱 달라붙는 녹색 빛 수트를 입은 그들의 정체는 바로 ‘레인저 전투단’.
퍼스트 기사단의 특별 부대로 정찰과 탐색, 게릴라전에 특화된 기사들이었다.
개개인이 엑스퍼트 상급 이상의 정예로 이뤄진 레인저 기사들이 삼삼오오 흩어져 대륙 곳곳을 정찰하고 있었으니.
그 이유는 바로 회색 게이트 탐색 및 특이 사항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탓.
선두의 기사가 수신호를 보내자 나무 위를 달리던 조원들이 깃털처럼 가볍게 멈춰 섰다.
조장 기사 드렉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곳을 노려봤다.
‘여기도…?’
50m가량 떨어진 장소.
마수들이 득실거리는 수풀 한가운데 회색빛 게이트가 일렁이고 있었다.
문제는 그가 발견한 회색 게이트가 이곳 한 곳만이 아니라는 것.
‘벌써 다섯 개!’
불과 두 시간도 떨어지지 않은 좁은 범위 내에 벌써 다섯 개의 회색 게이트가 출몰했다.
그리고 아마 이게 끝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본부에서 전해오길 이미 이렇게 회색 게이트가 밀집되어 발견된 지역이 적어도 서너 곳은 더 있다고 해왔으니.
‘일단은 최대한 빠짐없이 찾아내야겠군.’
그렇게 드렉과 두 조원이 다시 움직이려던 그 순간.
쿠구구구구구구!
숲 전체가 뒤집어지려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진동이 사방을 휩쓸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의 마나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었으니.
‘커헉. 숨을 쉴 수가…!’
마나의 압력이 전신을 억누르자 엑스퍼트 최상급 기사인 드렉조차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다.
푸홧!
그리고 다음 순간.
멀리 떨어진 숲의 한가운데서 붉은 빛줄기가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헉, 헉.”
겨우 마나의 압박에서 벗어난 드렉이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 저건 분명!’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 그가 숨 돌릴 새도 없이 길드 통신을 열었다.
「급전! 키레나 산맥 근처 숲. 마신전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등장했다! 다시 한번 전달한다. 마신전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몇 년 전 장벽을 무너뜨리기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마신전이 또다시 대륙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투웅.
‘흠.’
라울이 얼얼한 손바닥을 살짝 주무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라울 백작님도 밀려나신 겁니까?”
넓은 평원.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불과했던 자리.
하지만 지금 라울의 눈앞에는 거대한 건축물이 들어서 있었다.
직경만 해도 수백 미터는 될법한 거대한 넓이의 검은색 건물이 수십 미터 높이로 솟아 있었고.
드드드드.
지금도 조금씩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으니.
게다가 건물의 주변을 뒤덮고 있는 핏빛 장막은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대 건물(검은 탑)을 둘러싸고 안으로 들어가 보려 별별 시험을 다 해보고 있었지만, 성공하는 이는 없었다.
“신탁이 내려왔습니다! 자격을 갖춘 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장소이니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세요!”
“굉장히 위험한 건물입니다! 호기심에 진입하려 하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돌아가십시오!”
검은 탑을 둘러싸고 신성제국에서 파견된 성직자와 성기사들이 주변 인파를 통제하고 있었다.
라울에게 말을 건 것도 신성제국의 주교 중 하나였으니.
“혹시 노엘 경은 어떻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노엘 경뿐만 아니라 축복받은 전사들 가운데 그 누구도 아직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압니다. 아무래도 결계를 뚫으려면 특별한 조건이 필요한 듯합니다.”
굳이 숨길 것도 없다는 듯 주교가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라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건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라울의 눈에는 그 정체가 분명히 보이고 있었다.
[마계의 탑]등급 : ???
총원 제한 : 15명
동시 입장 제한 : 단독입장
현재 입장 인원 : 0/15
특이사항 : 소환형, 조건부 진입형, 하이브형
진입 조건 : 종속되어 있는 마신전 중 하나를 격파한 조정자 후보
제한 시간 : 12일 21시간
해설 : 마계로 통하는 차원 게이트. 제한 시간 내에 최종 층에 위치한 결계를 부수지 못하면, 두 차원 간의 통로가 형성된다.
종속되어 있는 마신전을 통해 마나를 흡수하여 소환 속도가 빨라진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건물 내부의 흑마기가 짙어져 적들이 강력해진다.
대륙의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는 건물.
브레넌 공화국의 중심에 나타난 마계의 탑은 그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구오오오.
탑의 꼭대기에서 솟구치고 있는 검은 빛의 기둥은 하늘 끝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원형의 검은 장막이 꿈틀꿈틀 그 크기를 키워가고 있었으니.
검은 장막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소름 끼치게 어두웠고, 차가웠으며, 불길했다.
그리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붉은 빛줄기 15개가 마계의 탑에 내리꽂히고 있었다.
붉은 빛줄기는 바로 대륙 곳곳에 등장한 마신전에서 이어진 마나 전송 통로임이 분명했다.
겁 없는 모험가 하나가 붉은 빛줄기에 뛰어들었다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분해되는 모습을 확인한 이후, 그 누구도 근처에 다가가지 않고 있었다.
‘확인할 건 다 했군.’
라울은 차가운 눈빛으로 탑을 한번 노려보고는 몸을 돌렸다.
* * *
‘아주 겹겹이 둘러싸고 있군.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도 큰 문제고.’
라울은 서쪽 금역, 몬스터 숲의 깊숙한 곳에 와있었다.
하필이면 마신전이 나타난 곳이 오크들의 영역.
이미 마신전 주변은 오크들과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당장이라도 마신전으로 뛰어들면 좋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최종 시나리오가 시작되며 나타난 변종 회색 게이트.
마신전을 호위라도 하듯 둘러싸고 있는 그것들을 치우기 전까지는 마신전으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주 짜증 나게 만들어놨어. 하이브형이라더니….’
마신전 또한 강력한 결계가 침입자들의 진입을 막고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그 결계를 거둬내려면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회색 게이트를 처리해야만 했으니.
회색 게이트 => 마신전 => 마계의 탑.
이렇게 순서대로 처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확실히 조력자가 없다면, 회색 게이트만 처리하다 최종 시나리오가 끝날 수도 있겠어.’
괜히 앞선 시나리오에서 조력자를 확보하라고 조언한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열 개가 넘는 회색 게이트를 처리해야만 마신전의 결계가 열린다.
즉, 하루에 하나씩 회색 게이트를 정리한다고 해도 십 일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그래서야 마계의 탑은 구경도 하지 못할 터.
라울은 괜스레 고개를 가로저으며 길드 통신을 열었다.
「각 팀 위치 보고.」
「제1팀 도착 완료.」
「2팀도 준비 끝났습니다!」
「3팀…」
각기 마스터 상급 이상의 조장과 중급 이상의 기사들로 구성된 10여 개의 팀이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오크들과의 충돌을 피하고 최단 시간 내에 회색 게이트를 정리한다. 모두 건투를 빈다. 각 팀 진입!」
「네, 마스터!」
「마스터도 건투를 빕니다!」
필립, 제이크, 피어스를 비롯한 퍼스트 길드의 최고 간부들이 각자가 맡은 게이트를 향해 진입했다.
그리고 라울은 혼자서 눈앞의 게이트를 향해 날아들었다.
휘리릭.
오크족과 몬스터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지만, 그 누구도 라울의 모습을 눈치채지 못했다.
꽈드드득.
“켁. 케겍!”
라울의 손아귀에 목이 잡힌 마족 하나가 몸을 비틀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흠. 남작급 마족은 이 정도인가?”
라울이 별 감흥 없이 손바닥에 힘을 주자, 뿌지직 소리와 함께 마족 남작의 목뼈가 부러지며 그의 몸이 허물어져 내렸다.
화르륵.
라벨이 마족의 몸을 불태워 확실히 마무리를 지었고, 그 사체에서 게이트의 핵이 떨어져 나왔다.
“확실히 손맛이 달라. 예전에 만났던 놈들보다 한두 단계 윗줄로 봐도 될 것 같군.”
마족 남작의 수준은 대략 마스터 중급.
고유의 특성까지 더하면 같은 수준의 인간 마스터가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마신전은 만만치 않겠어. 게이트도 이렇게 심하게 오염되었는데, 거기는 아마 훨씬 심각할 거야.”
라벨이 주변을 뒤덮은 기분 나쁜 흑마기를 밀어버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게이트를 넘으며 받는 페널티가 점점 줄어드는 모양이야. 서두르지 않으면 나중에는 정말 골치 아플지도 모르겠어.”
라울이 혀를 차는 사이, 게이트가 소멸되며 그를 바깥세상으로 내보냈다.
챙! 콰과광!
꿰에엑!
여전히 주변은 전투가 한창이었다.
라울은 염동력으로 몸을 띄운 채 마신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제1조 게이트 클리어.」
이동하는 도중 속속들이 부하들의 보고가 전해져왔다.
「필립, 제이크, 피어스, 케인 경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다음 스팟으로 이동해 회색 게이트를 정리하도록! 마신전을 정리하는 대로 합류하겠다. 달튼이 나머지 대원들을 인솔하도록.」
「네, 마스터. 먼저 루벤 왕국으로 이동해 있겠습니다!」
마신전 하나는 루벤 왕국 남부에 등장했다.
이미 검공과 애쉬튼 후작가가 나섰으니 별문제야 없겠지만, 만약을 대비할 필요도 있었다.
파밧.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라울의 곁에 필립 등이 나타났다.
필립은 어느새 마스터 최상급에 발을 들여놓았고, 나머지 세 기사도 마스터 상급의 끝자락에 도달해 있었다.
라울을 제외한 영지의 최고 전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물론 이들 말고도 뛰어난 실력자가 많았지만, 굳이 넷만 호출한 것은 마신전의 진입 인원 제한 때문이었다.
동시에 진입할 수 있는 인원은 다섯. 그 이상이 한꺼번에 입장하면 랜덤한 지정으로 쪼개져 진입하게 되니, 굳이 더 많은 이들을 대동할 필요가 없었다.
‘마신전의 넓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자칫 떨어져서 각개 격파라도 당한다면….’
굳이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들어가지.”
“네, 마스터!”
다섯 사람이 몸을 날려 마신전 입구로 뛰어들었다.
* * *
“후아, 오랜만이네요. 이 멤버로 같이 움직이는 건.”
휘릭, 콰지직!
제이크의 대검이 달려드는 불곰형 마수를 단번에 반으로 쪼개버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최근에는 각자 흩어져 활동하는 시간이 많았으니.”
케인이 슬쩍슬쩍 손을 움직일 때마다, 다가오던 마수들의 목이 픽픽 잘려 나갔다.
“그러고 보니 마스터와 함께한 지도 어느덧 7년이 넘었군요. 갓 성인식을 치른 마스터의 모습이 생생한데 말입니다.”
필립이 감개무량하다는 듯 말했다.
멜빈 백작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그리 쉽게 라울의 호위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
퍼스트 백작령의 총사령관이자, 퍼스트 기사단의 단장.
개인적으로는 자작의 작위에 올랐고, 검술로는 경지의 끝이라는 마스터 최상급까지 올랐다.
불과 7년 만에 엑스퍼트 상급의 평범한 기사가 대륙을 대표하는 초인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긴 하지만.’
필립이 눈빛을 불태우며 이제는 자신의 목표가 된 라울을 바라봤다.
“저기가 목적지인 모양입니다.”
그때 피어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앞을 가리켰다.
산더미처럼 쌓인 마수의 사체 너머로 육중한 신전의 문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