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44)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44화
제312장 공포의 자식들
“오쿰 공이 당했다고?”
신족의 건강은 어지간해서는 무너지지 않는다.
신혈만 해도 그렇다. 신성이란 말하자면 고래가 육지에 올라와서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불합리한 기적의 원천이니까.
그럼에도 신족의 건강이 무너지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심리적인 이유로 육체 건강이 피폐해지는 것은 인간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그놈들이… 그놈들이 또…….”
수확자 테렘은, 모르드에게 죽은 수확자 하쿠룬과 친분이 있던 이였다.
생전에도 귀한 신분으로 태어나 곱게 자랐고, 지금도 존귀한 수확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그는 고생이나 고통과 친하지 않았다.
늘 푸근하게 미소 짓는 인상으로 보는 이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그는 살이 많이 빠져서 핼쑥해졌고 눈 밑은 거뭇거뭇해져 있었다. 그리고 여유로웠던 예전과 달리 무척이나 신경질적이고 참을성 없는 성격으로 변해 있었다.
모르드 일행 때문이었다.
수확자 하쿠룬이 성역에서 죽었고, 그 뒷수습을 위해 원격으로 개입했다가 모르드가 ‘투신의 단죄’로 알려준 고통에 까무러치고 말았다.
그 경험은 그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정신적 상처로 각인되었다.
자신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가 무너지는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악몽을 꾸었고, 모르드 일행의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들이 여전히 잡히지 않고 단죄자들에게 거대한 피해를 누적시켜가고 있다는 사실에 무력감과 절망감을 느꼈다.
그렇게 반쯤 미쳐가고 있었는데 또다시 모르드 일행이 내륙에 나타나서 수확자를, 그것도 성역을 강습해서 그 안에 있던 수확자를 죽였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안 돼……. 이대로는 나도 죽을 거야. 놈들에게 영혼을 빼앗겨서 절망의 심연에 떨어지고 말아. 어쩌지? 어떻게 해야…….”
평생 모르고 살아가던 고통, 그리고 영영 초월한 줄 알았던 죽음의 공포 앞에서 단죄자들 중에서도 존귀한 기적의 체현자로 경외받던 수확자는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로 전락했다.
공포와 광기가 단죄자 사회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 * *
“여러모로 운이 좋았군.”
쏴아아아… 철썩!
파도가 밀려와서 검은 암초에 부딪혀 새하얗게 부서져 가는 일이 무수히 반복되었다.
모르드는 대륙 남쪽 바다의 암초 위에 앉아서 해안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게. 기습하는 동선에서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도시를 두 개나 찾은 건 확실히 운이 좋았지.”
케엘이 동의했다.
수확자 오쿰을 죽인 모르드 일행은 미련 없이 남쪽으로 빠져나와서 바다로 탈출했다.
그 과정에서 본래는 곡창지대였을, 단죄자들의 과수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던 식량 생산 기지를 발견했다.
이곳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과정에서 단죄자들의 식량, 정화의 열매를 맺는 나무가 되어 고통받던 영혼들을 해방시켰는데 그 숫자가 3만 명을 넘는다.
대규모 광산도시와 식량 생산 기지를 파괴한 것은 어쩌면 수확자 한 명을 죽이고 성역을 와해시킨 것보다 더 큰 전략적 성과일지도 모른다.
달시가 말했다.
“그러고 보면 여태까지 부순 주시자 군주가 100마리는 넘는 것 같은데… 그럼 슬슬 6분의 1은 부순 건가?”
예전에 주시자 군주가 총 600개체 이상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모르드 일행에게 격침된 주시자 군주를 다 합치면 100개체는 될 것이다.
세데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들도 계속 새로 생산을 하고 있으니 그 정도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주시자 군주가 우리한테만 격침되는 건 아닐 테니 총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을 것 같긴 하네요.”
“어렵네. 아무리 부수고 부숴도 새로 만들어대다니… 생산량이 너무 어마어마해.”
“동대륙과 남대륙, 두 개의 대륙을 장악했으니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놈들의 균열은 점점 커져가고 있을 거다.”
모르드는 그 사실을 확신했다.
자신들의 존재는 전술적 차원이 아니라 전략적 차원에서 저들에게 크나큰 타격이 되고 있다.
수확자 다섯 명의 죽음은, 저들에게 있어서는 고작 다섯 명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손실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죽은 인간을 단죄자로 전생시키고, 죽은 단죄자를 부활시키는 역할을 하니 병력 생산 및 순환 시스템에 크나큰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현대로 따지면 공업시설 다섯 개가 날아간 것과 같겠지.’
수확자 한 명이 하는 일은 그만큼 컸다.
문득 모르드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정보력이 부족해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너무 크군.”
만약 보다 세세한 정보를 알 수 있었더라면, 모르드 일행의 이번 강습 목표는 수확자 오쿰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 많은 광산도시와 목재 수급처, 식량 생산 기지.
그리고 무엇보다 단죄자들의 괴물병기 생산지를 타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어서 아쉬운 대로 수확자 오쿰을 죽였다.
‘이걸로 한동안은 내륙으로 병력을 돌릴 수밖에 없겠지.’
단죄자들은 점령이 끝난 내륙의 병력은 최소한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진 이상 전선에서 병력을 빼서라도 후방을 지킬 수밖에 없으리라.
‘공포로 놈들을 끌고 다닌다.’
오쿰을 죽일 때 그의 반응을 보고 확신했다.
단죄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아니,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영영 잊었다고 믿었던 죽음의 공포를, 모르드를 통해서 다시 떠올리게 되고 말았으니까.
살아 있는 존재는 누구도 그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놈들의 사고방식은 기본적으로 광신도의 그것이지. 단순히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 이상의 두려움일 거다.’
고대로부터 인간이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신앙을 위한 소모재가 되도록 만드는 방법은 단순했다.
‘신앙을 위해 그 한목숨 바쳐서 싸우면 구원받아서 천국 간다.’
단죄자들의 세계관도 이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인류의 원죄를 단죄하는 공을 세우면 ‘올바른 세계’에 다시 태어날 권리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모르드에게 죽으면 다시 되살아날 수 없는 것은 물론, 영영 ‘올바른 세계’에 다시 태어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올바른 세계’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오랫동안 방치된 빈집이 겨울철 내린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운명인 이 세계의 잔해물로 남아버릴 것이다.
그것은 단죄자들에게 있어서 목숨을 잃는다는 것 이상의 두려움이었다.
단죄자들의 가장 높으신 분들인 수확자들이 그 공포에 사로잡힌 이상, 저들은 더 이상 합리성과 효율성만 따져가며 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
높으신 분들을 지키기 위해서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낭비를 강요받는다.
‘반역의 용군단에게 감사장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군.’
그 낭비는 고스란히 북누리에 대한 압박이 약해지는 것으로 이어질 테니까.
리온이 물었다.
“그럼 이제 돌아갈 거야?”
“아니.”
모르드는 고개를 저었다.
“모처럼 나왔는데 바로 돌아가긴 아쉽지. 서쪽에서 물자를 좀 더 확보한다.”
바다는 넓고 섬은 많았다.
그것은 제해권을 유지하기 위해 건설된 단죄자들의 기항지 또한 많다는 뜻이었다.
* * *
동대륙의 서쪽은 남대륙에서 출발한 단죄자들의 침공대가 처음으로 도달한 곳이다.
남대륙은 경도상 동대륙에서 남서쪽에 위치해 있기에, 해류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으면서 항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대륙의 서부나 서남부 해안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도 남대륙과 동대륙 간의 연결은 이 동대륙 서쪽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쳐 버리겠군.”
서쪽 해안 부근에 위치한 성역의 주인, 수확자 케레라는 이를 갈았다.
서쪽 바다에 모르드 일행이 나타났다.
그들은 남쪽 해안선이나 내륙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다 곳곳에 흩어진 섬들 중에 단죄자들이 기항지를 건설한 곳들 네 개를 타격한 뒤 물자들을 강탈해서 사라져 버렸다.
“오후에 수확자 오쿰을 죽이고… 밤이 넘어가기도 전에 여기까지 와서 깽판을 쳐?”
말도 안 된다. 수확자들도 시공간을 다루긴 하지만 모르드 일행의 기동력은 그들이 상정할 수 있는 것을 아득히 넘어서 있다.
그들의 전투능력보다도 거대한 대륙 전체를 일일생활권으로 여기는 것 같은 경이로운 기동력이 단죄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그것은 모르드 일행이 더 이상 내륙을 통한 이동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륙에서는 모르드의 권능이 상당히 억제되지만, 먼바다로 나와서 저주 밀도가 낮은 영역에 들어서면 마음껏 권능을 쓸 수 있다.
문득 통신기를 통해 그에게 연락을 걸어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케레라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흠칫했다.
“…크레삭 님.”
수확자 중에서는 드문 편에 속하는 무투파 수확자, 그중에서도 최강이라고 불리는 남자.
또한 존귀한 수확자 중에서도 가장 드높은 존재로 칭송받는 세 명 중 한 명.
벼락지기 크레삭.
케레라는 그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 * *
밤바다는 새카만 어둠이다.
하늘에 흐릿한 달이 떠 있고 먹구름, 아니, 저주의 재로 뒤덮여 별빛조차 흐려지는 영역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모르드의 눈은 그런 어둠조차 꿰뚫어 본다.
“이상하군.”
한밤중에 동대륙 서쪽 바다의 섬에 건설된 단죄자의 기항지를 강습한 모르드는 기이한 예감을 느꼈다.
“크으, 윽……. 뭐, 뭐가 말이냐?”
모르드의 주먹 한 방에 사경을 헤매고 있는 단죄자가 물었다.
이 기항지를 다스리는 그는 ‘정화’의 신명으로 불과 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울투안 신족이었다.
전사로서의 기량이나 마법사로서의 기량은 대단치 않았지만 바다를 무대로 권능을 활용하는 솜씨만은 뛰어났다.
하지만 결국 그가 부리는 머리 아홉 개의 물의 용은 모르드의 주먹 앞에 부서져 내리고, 그는 죽음이 닥쳐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모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적의 숨통을 끊는 것조차 잊고 밤하늘 저편을 바라본다.
‘재의 영역 너머다.’
칠감이 아득한 천공에서 가까워지는 무언가를 포착했다.
‘빨라.’
그것은 초음속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거의 극초음속에 가까운 속도다.
‘이제 알겠군. 켈-타사의 후예다.’
천둥새의 날갯짓.
공중전에 있어서는 따라갈 권능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권능.
예전에 모르드와 싸운 단죄자 쿠에사는 이 권능으로 초음속의 비행을 실현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만난 켈-타사의 후예 중 그 누구도 이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었는데…….
‘켈-타사의 신족.’
지금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켈-타사의 신족이었다.
현세에 신성을 완성시킨 존재는 지극히 드물지만 신화에는 넘쳐났다. 만신전에 이름을 새긴 신의 혈손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모르드.”
“느꼈나 보군요.”
리온과 파르웰이 다가왔다.
“아무래도 켈-타사의 신족 같은데… 아무래도 형상을 변화시킨 것 같은데요. 신성을 완성하고 나면 저런 권능도 생기는 건가? 연구해 보고 싶은데…….”
상공 5킬로미터 고도를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켈-타사의 후예는 인간 형상을 하고 있지 않았다.
화려한 붉은 깃털을 뽐내는, 여섯 장의 날개를 가진 거대한 새로 변신한 채로 날고 있었는데 그 크기는 일반적인 맹금류의 몇 배 이상 컸다.
“어디…….”
리온이 주먹을 당겼다.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긴 하지만 애당초 고도가 굉장히 높다. 상대거리는 15킬로미터를 넘는다.
-천공 부수기!
그럼에도 리온은 천공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켈-타사의 신족이 도달할 지점을 예측하여 발사된 극초음속의 섬광이 하늘을 꿰뚫었다.
콰아아아아아!
그러나 켈-타사의 신족도 보통이 아니었다.
관성을 무시하고 궤도를 꺾어서 그 공격을 피해내고는 지상을 노려보았다.
꽈르릉… 꽈광……!
인간의 시력으로는 서로를 볼 수도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거리다.
그러나 그 사이에 저주의 재가 먹구름처럼 도사리고 있음에도 베르나스 신족과 켈-타사의 신족은 서로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