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55)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55화
이번에는 모르드 일행만 휙 하고 날아가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한울왕자가 2천 명의 백룡군을 이끌고 친정할 것을 공표했고, 서남도의 백성들은 어려움에 처한 운평도의 동포들을 외면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는 그의 결정에 열광했다.
상황이 다급해 보였기에, 백룡군이 채비를 갖췄을 때는 해 질 녘임에도 다음 날까지 기다리지 않고 출진했다.
용하 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성문을 나선 그들은 곧바로 공간왜곡장을 타고 산 넘고 강을 넘어 용평도로 진입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니스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단죄자와 싸운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군.”
“저도 그래요.”
그 옆에서 걷고 있던 서둔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표정이 좋지 않은 그녀를 보며 니스카가 물었다.
“괜찮나?”
“엑슬러께서는 기뻐하고 계세요.”
서둔은 점점 별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서둔은 사람끼리의 싸움에서 활약한 것에 심란함을 느낀다.
그것은 그녀가 단죄자의 시대에 태어나 사람끼리의 전쟁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입장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엑슬러는 그녀의 활약을 기꺼워한다.
전쟁신 아르테스 휘하의 신으로서 전사들의 우러름을 받는 신의 성향이란 그런 것이니까.
“도끼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서남도 통일 전쟁에서 활약한 것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용하에 건설된 엑슬러의 신전을 찾아와 도끼술의 가르침을 청하고, 엑슬러에게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니스카는 낯빛을 굳히며 물었다.
“서둔아, 나는 너한테 물은 거야.”
“저는 신의 종이에요. 신께서 기뻐하시는데 뭐가 문제겠어요?”
“서둔.”
니스카가 끈질기게 바라보자 서둔은 결국 한숨을 쉬었다.
“…전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를 지킬 거예요.”
설령 그것이 자신의 마음을 괴롭게 하더라도 상관없다. 괴로워하는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엄마를 잃었을 때의 그 아픔을 또다시 겪게 된다면 자신의 마음은 견디지 못할 것이다.
서둔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니스카는 그런 서둔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이든 해주고 싶지만 도저히 위로가 되는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 * *
모르드의 공간왜곡장을 지원받은 백룡군은 단번에 운평도를 가로질러 북쪽에 당도했다.
그곳에서 그들이 본 것은 오르막길 아래쪽과 하늘의 주시자 군주 위에서 날아드는 무수한 마법의 폭격을 결계와 성벽에 의존하여 막아내고 있는 도시, 그리고 도시의 후문으로 빠져나가는 대규모 피난 행렬이었다.
“수가 너무 많은데?”
케엘이 신음했다.
성벽을 공격하는 병력만 최소 5천 이상.
지형상 숲 안쪽까지 길게 늘어서 있는 놈들까지 치면 1만이 넘을 것 같다.
“얼마 못 버틸 겁니다.”
파르웰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적들이 쏟아붓고 있는 화력이 너무나 거셌다.
하늘을 날고 있는 주시자 군주만 해도 일곱이었다.
주변의 국토방위결계는 차근차근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도시의 성벽을 감싼 방어결계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한울왕자.”
모르드가 그를 불렀다.
“후문으로 보내줄 테니 백성들을 안심시키고 피난을 도와라.”
“알겠소.”
모르드는 즉시 공간왜곡장을 열어서 그와 백룡군을 이동시켰다. 그리고 모르드 부대원들에게도 말했다.
“여러분도 일단 도시 안쪽으로 합류하도록. 결국은 성벽을 끼고 방어전을 펼쳐야 할 거다.”
“알겠습니다.”
김운산과 프록스가 부대원들을 이끌고 공간왜곡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병력이 이동하는 사이, 모르드를 제외한 일행들이 날아올랐다.
“음?”
오르막길을 끼고 있는 성벽을 마법을 퍼붓던 단죄자들의 지휘관은 의아함을 느꼈다.
갑자기 그들이 쏟아내는 마법의 절반 정도가 헛되이 사라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양옆에서 색색의 빛들이 무수히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정령? 이런 규모라니 대체 몇 명이 온 거지?]단죄자들 사이에 있던 엘프 언데드가 놀라는 순간이었다.
-태양정령의 위광!
순식간에 그들의 머리 위로 이동해온 세데아가 권능의 빛을 폭발시켰다.
“아……!”
지휘관이 뭐라고 할 새도 없었다.
무시무시한 빛이 주변을 휩쓸며 그들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심판의 화살비!
파르웰이 발한 궁극주문에 의해 수만 개에 달하는 빛의 화살이 광범위한 영역을 폭격한다.
왕왕!
라그나스가 단죄자 병력의 옆쪽을 크게 돌아 달리며 불꽃과 뇌전을 쏘아댔다.
“개가 마법을?”
“서, 설마 영혼 강탈자의 악마개인가?”
그동안의 활약으로 라그나스의 존재는 단죄자들에게 꽤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혼 강탈자의 악마개’라는 별명까지 붙은 상태였다.
“잠깐. 그럼 영혼 강탈자가 왔다는 소리잖아?”
그 사실은 단죄자들을 크게 동요시켰다.
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종말의 군세일 수 있었던 이유는, 죽음을 극복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죽음은 물론이고 반드시 찾아온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구원까지 앗아가는 진정한 사신(死神)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공포가 불길처럼 번져가기 시작했다.
“이익! 어리석은 놈들! 놈들이 왔다면 두려워할 게 아니라 기뻐해야 할 일 아니냐? 누구든 영혼 강탈자 일당 중 하나라도 잡으면 위대하신 분께서 귀하게 볼 것…….”
사기를 되살리기 위해 외치던 지휘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뇌랑(雷狼)의 심판!
그를 눈여겨본 달시가 투척한, 뇌전 오러를 휘감은 초음속의 투창이 그를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맙소사.”
그 광경을 본 단죄자들은 한층 더 동요하여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 * *
“음?”
1만 8천에 달하는 단죄자 대군을 이끌고 운평도를 점령해 나가는 장군, 무쇠주먹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최고 지휘관이면서도 군대 운용을 부하들에게 전적으로 맡겨둔 상태였다.
왜냐하면 그의 쓸모는 병력을 지휘하는 게 아니라 앞에 나서서 싸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묘하군. 뭔가 수작을 부렸나?”
무쇠주먹이 전장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자신과 싸우고 있던 남자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상대는 대답하는 대신 거칠어진 숨을 고를 뿐이었다.
“후욱, 후욱…….”
머리가 하얗게 세고 얼굴에 주름과 흉터가 가득한 노인이었다.
신장은 170센티 정도로 190센티를 넘는 무쇠주먹과 비교하면 작아 보인다. 하지만 몸은 극한까지 압축된 근육으로 뒤덮여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런 노인은 갑옷이 너덜너덜해지고 몸 여기저기서 피를 흘리며 무쇠주먹을 노려보고 있었다.
“우문섭.”
그것이 노인의 이름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무쇠주먹.”
“뭐 좋아. 이만하면 권사와 검사, 서로의 기술을 견주어보는 건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슬슬 당신의 비기, 별을 베는 검을 보여주지 않겠나? 떨어지는 별을 베었다는 그 검기(劍技)가 궁금해서 밤잠을 설쳤거든.”
“내 검을 부러뜨려놓고 말인가?”
우문섭이 코웃음을 친다. 그의 고리자루큰칼은 멋지게 부러져 있었다.
무쇠주먹이 자신의 이름값을 하려는 듯 주먹으로 검을 받아쳐서 부러뜨린 것이다.
“하하, 그런 수작이 통할 것 같나? 나도 죄인이었던 시절에는 무신의 화신으로 불렸던 몸인데.”
“쯧.”
우문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부러진 검에서 빛이 솟구치더니 다시 멀쩡한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우문섭 또한 무신의 화신으로서 천하제일검으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역시. 우문섭, 별을 베는 검이여, 무신에게 무엇을 빌었지?”
“네놈은?”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 그날까지, 이 주먹이 무쇠보다 물러지는 일이 없도록 하소서.”
무쇠주먹은 옛일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우문섭은 그를 잠시 노려보다가 대답했다.
“내 마음과 영혼이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제나 이 손에서 검이 떠나지 않게 하소서.”
“천하제일검다운 맹세로군.”
무쇠주먹이 쿡쿡 웃었다.
무신은 그 시대에 무예의 한 분야에서 정점에 달한 자를 무신의 화신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명예직이 아니다. 무신의 화신들은 임명될 당시에 비는 소망에 근거한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는다.
무쇠주먹이 말했다.
“역시 무기가 없으면 무능해지는 것들은 한결같아.”
“생전에도 그렇게 오만했다고 들었다. 세상이 너에게 준 것은 시련 말고는 아무것도 없으며, 네가 시련을 극복하고 일어난 것은 오직 혼자의 힘이었다고 떠들었다지?”
“나는 부모를 모르고, 성씨를 모르며, 스승조차 없었다.”
그 말대로 무쇠주먹은 생전부터 오만했다.
그리고 스승조차 없이 최고의 경지에 올라 동대륙의 이름난 도전자들을 죄다 격파하고 다녔으니 오만할 자격도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이름조차 몰랐기에 거리의 주먹패들이 나를 두려워하며 부른 무쇠주먹이라는 별명이 이름이 되었지.”
권법가로서는 천하제일인으로 공인받은 인물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이름으로서는 너무 비천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름을 붙여줄 부모도 없었던 무쇠주먹은 어린 시절 뒷골목의 주먹패들 사이에서 자신의 간판이 되어주고 종국에는 대륙 전역으로 퍼져 나갔던 그 이름을 자랑스러워했다.
우문섭이 실소했다.
“정말 잘나신 분이었군.”
“글쎄. 그 모든 것은 과거의 일이다. 위대하신 분의 의지로 전생한 지금의 나는 겸허함을 배웠지.”
“그런 겸허함이라면 차라리 오만한 게 낫다.”
“어디 한번 증명해 봐라. 이만하면 충분히 쉬었겠지?”
“…….”
우문섭은 이를 악물었다.
거칠어진 숨을 다스리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을 간파당한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간파했으면서도 일부러 대화를 나누며 기다려 주었다. 오만함이 철철 흘러넘치는 태도였다.
“고마워서 눈물이 나는구먼그래.”
우문섭은 검을 들어 무쇠주먹을 겨누었다.
동시에 그의 머리 뒤에서 후광이 일며 칼날 주변이 일그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오러의 7단계
오러의 공명권역(共鳴圈域)
“원하는 대로 보여주지.”
그리고 우문섭의 검이 사라졌다.
-별돌려 베기!
무쇠주먹이 눈이 크게 떠졌다.
‘음?’
분명히 눈 똑바로 뜨고 보고 있었는데 칼날이 사라졌다. 그리고 우문섭이 칼날이 사라진 검을,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검격에 비해서는 느릿느릿하게 휘두른다.
동시에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파악!
무쇠주먹의 등이 길게 베여 나가며 피가 튀었다,
“…하, 무신경의 문턱도 밟지 못한 늙은이가 공간을 뛰어넘는 검을 쓴단 말인가?”
놀랍게도 우문섭의 검이 공간을 뛰어넘어 무쇠주먹의 등을 베었다.
무쇠주먹으로서는 당연히 오러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공명권역으로 구현해 낸 것이 실로 충격적이었다.
우문섭이 탄식했다.
“별돌려 베기를 처음 보는 순간에 피해내다니…….”
“아니, 맞았다만?”
무쇠주먹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렇게 말하며 등 근육을 조이자 기다란 상처가 한 번에 지혈된다. 그리고 단죄자의 재생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재생 억제력이 꽉꽉 들어차 있군. 꽤 아파.”
무쇠주먹도 지금까지 우세를 점했을 뿐, 우문섭을 일방적으로 압도한 것은 아니다. 우문섭의 검격에 몇 번이나 상처를 입고, 재생 억제력을 이겨내 가며 재생했기에 옷은 너덜너덜했고 일부 상처는 아직 완치되지 않았다.
우문섭이 눈을 흉흉하게 치켜떴다.
“한 번 더 받아보시지.”
“아니, 놀랍긴 하지만 한 번으로 되었다.”
“그건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우문섭이 다시금 비기를 펼친다.
동시에 무쇠주먹의 몸이 빛으로 화했다.
‘아.’
우문섭은 자신이 걱정했던 최악의 가능성이 들어맞았음을 깨달았다.
‘역시 무신경에 도달했는가!’
무쇠주먹은 무신경의 달인이었다.
-무상권(無上拳) 찰나(刹那)!
등에서 섬뜩한 소리가 울렸다.
우문섭이 별돌려 베기를 펼치는 바로 그 순간, 알면서도 대응할 수 없는 완벽한 타이밍에 오러화로 뒤를 잡은 무쇠주먹의 일권이 등을 강타하는 소리였다.
“……!”
일격에 등 근육이 갈가리 찢기고, 등뼈가 부서진 우문섭이 앞으로 날아가서 땅을 나뒹굴었다.
멀찍이 내려서서 다가가며 무쇠주먹이 혀를 찼다.
“죄인이란 안타깝군. 너 같은 달인도 원죄의 대가로 늙어 쇠할 수밖에 없으니.”
“쿨럭! 대, 대체 언제…….”
“이 땅에 갇혀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모르니 모를 수밖에 없었겠지. 물론 알았다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이홍화와 달리 무쇠주먹은 인간이었던 시절에는 오러의 7단계 수행자였다.
그러나 단죄자로 전생한 후 육체가 쇠하지 않고 전성기를 유지했고, 아직까지 단죄자들에게 굴복하지 않은 강자들과의 전투경험을 통해서 무신경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우문섭, 네가 그 경지에 오른 지 10년은 되었을 텐데 이 땅에서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오며 늙어버린 삶이 너를 그 경지에 속박했구나.”
무쇠주먹이 고개를 저었다.
천하제일권의 권법과 천하제일검의 검술, 서로의 기술적 완성도는 어느 한쪽이 확실히 앞선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단죄자인 무쇠주먹의 육체는 전성기가 유지되는 데 비해 우문섭의 육체는 노쇠했다.
또한 무쇠주먹은 단죄자로서 공을 세울 때마다 수확자들에게 은총을 받아 인간을 초월하는 힘을 얻었지만 우문섭은 인간인 채였다.
거기에 무쇠주먹이 무신술사로서 확연히 우문섭을 내려다보는 경지이기까지 했으니, 둘의 승부는 처음부터 결과가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너 또한 은총을 받아 이 고지에 올라올 기회를 얻게 될 테니.”
“그렇게는… 안, 된다……!”
우문섭이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인체 구조상 등뼈가 부서져 버린 그가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경지에 달한 무신술사는 움직이지 않는 인체를 무신술을 통해 제어할 수 있는 법.
무쇠주먹이 애석해하며 물었다.
“무의미한 반항이라는 걸 알고 있지 않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너희들에게 줄 수는 없지…….”
“네가 거스를 수 있는 운명이 아니다.”
무쇠주먹이 코웃음을 칠 때였다.
“틀렸다.”
제3자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