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30)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30화
단죄자들에게는 실시간 통신 기술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현대의 전파 통신 기술과 비슷하다. 그 기술을 쓰기 위한 도구가 있고, 그 도구를 통한 보고체계가 존재한다.
영혼 구하기를 하면서 진행한 몇 번의 대화를 통해서 알아낸 사실이었다.
[네가 죽인 내 부하는…….]“카리안 클론 말이군.”
[그래. 클론 마법사는 내가 아끼는 보물이었다. 그렇기에 바로 소식을 알 수 있도록 배려해 두었지.]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질문을 던졌는데, 하쿠룬은 아무런 경계심 없이 대답을 들려주었다. 모르드를 상대로 정보를 숨겨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된 거였나.”
모르드는 실소를 머금었다.
이것은 카리안 클론 본인도 모르던 사실이었다. 설마 카리안 클론이 단죄자들 중에서도 높으신 분으로 불리는 수확자의 총애를 받는다는 게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킬 줄이야.
‘파르웰을 불안하게 만든 위화감이 전부 이놈의 게으름 때문이었다는 게 제일 어이없는 부분이고.’
카리안 클론에게 들은 정보 중 가장 어이없는 부분이었다.
단죄자가 되어도 개개인의 성격 자체는 그대로니, 현상유지만 하자는 게으른 놈이 있는가 하면 열정적으로 공을 탐하는 놈이 있는 게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래도 단죄자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라는 수확자가 그토록 인간적이라는 사실에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허둥지둥 존재감을 드러내셨다 이거군. 그럼 이제 죽어라.”
[하, 무력한 죄인 주제에 감히…….]모르드는 코웃음 치는 하쿠룬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한순간에 거리를 좁혀서, 저주의 재의 군집에 주먹을 찔러 넣는다.
-권능 무력체!
권능을 물리력으로 깨부수는 투신의 권능이 작렬했다.
[아니?!]하쿠룬은 경악했다.
저주의 재를 통제하고, 거기에 그의 의념을 임하게 만들던 수확자의 권능이 깨져나간다.
[이런 짓이 가능하다고? 그럴 리가… 어?]경악하던 하쿠룬에게 또다시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엄습해왔다.
격통이 그를 집어삼켰다.
-투신의 단죄!
본체는 안전한 곳에 둔 채로 원거리에서 수작을 부리는 놈들에게 쓴맛을 보여주기 위해 투신 베르나스가 만들어낸 권능!
그 권능이 의념의 실을 거슬러 올라가 수확자 하쿠룬에게 작렬했다!
[이, 이런……!]비명을 지른 하쿠룬의 의념이 흩어진다.
‘의념을 투영한 것뿐이라 타격이 크진 않았나 보군.’
모르드는 내심 혀를 찼다.
아픈 맛을 보여주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하쿠룬은 실체 없는 저주의 재를 모아서 의념을 투영했을 뿐, 실체 있는 그릇에게 힘을 담아서 모르드를 위협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거리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이 작은 만큼 투신의 단죄의 효과도 떨어진다.
[하, 이 고통!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저주의 재가 흩어지며 하쿠룬의 목소리도 멀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분노가 유적 전체를 쩌렁쩌렁 울렸다.
[내게 고통을 일깨워주다니, 나 또한 보답을 해주겠다. 그 뛰어난 능력으로 제발 쉬게 해달라고 사정할 때까지 일하게 해주지!]“…….”
상당히 왜곡된 광기가 느껴졌다.
모르드가 말했다.
“빠져나가자.”
지체할 시간이 없다. 수확자의 의지가 임했다는 것은 단죄자들이 움직였다는 뜻이니까.
불개미 떼처럼 밀려올 병력에 포위당하기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
“그러죠.”
파르웰은 유적을 꼼꼼하게 조사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쿠우우웅……!
둔중한 충격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뭐지?”
모르드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솨아아아아아!
저주의 재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천장을 뚫고, 벽을 뚫고, 심지어 지면조차 뚫고 저주의 재가 홍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어서 들어와!”
모르드가 다급하게 외쳤다.
일행은 기겁해서 모르드의 심상 세계로 들어갔다. 모르드는 곧바로 공간왜곡장을 펼쳤다.
그러나…….
쿠우우우웅!
그 순간 공간이 뒤흔들리며, 모르드의 공간왜곡장이 제대로 완성되지 못하고 흩어진다.
‘이런!’
저주의 재가 쏟아져 내려 주변의 저주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인가?
‘아니다.’
모르드는 곧 그것이 원인이 아님을 깨달았다.
‘나보다 먼저 공간왜곡장을 펼쳤다.’
훨씬 거대한 범위에 걸쳐서 공간왜곡장이 펼쳐졌다. 그렇기에 좌표를 잡을 수가 없다.
모르드의 결단은 빨랐다.
즉시 공간왜곡장으로 탈출하기를 포기하고 하늘로 주먹을 내질렀다.
-천공 부수기!
극초음속의 섬광이 천장을 꿰뚫고 하늘로 솟구쳤다.
* * *
옛 아르판 제국령은 영토가 광활한 만큼 배치된 주시자 군주의 숫자도 많았다.
그것은 주둔하는 병력이 얼마나 되느냐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주시자 군주 하나가 저주를 균질화할 수 있는 영역은 정해져 있기에, 영토가 광활하다면 당연히 그만큼 주시자 군주의 숫자도 많아야만 한다.
옛 아르판 제국령의 동부 설원에 솟아있는 완만한 경사의 산.
그 산을 중심으로 주시자 군주 5개체가 집결해 있었다.
상공에 커다란 원을 그리는 형태로 멈춰 있는 그들은 저주의 재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둥처럼 보였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저주의 재가 그들을 통해 지상까지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섯 개의 기둥 안쪽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하, 이걸 얼마 만에 보는지 모르겠군.”
주시자 군주의 호위 임무를 수행하는 단죄자 하나가 중얼거렸다.
부관이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겁니까?”
“벌써 30년도 더 된 일이지. 북부에 있던 마경을 정화할 때 딱 한 번 봤었어. 이건 수확자께서 행사하는 이적, 대소환이다.”
“대소환?”
그때 또 한 개체의 주시자 군주가 현장에 도착해서 원에 합류한다. 기둥이 여섯 개로 늘어나면서 더욱 강렬한 힘이 공간을 붙잡고 뒤흔들었다.
“이 권역에 있는 표적을 강제로 성역으로 소환하는 거지. 그때는 마왕을 소환했고.”
“공간을 뛰어넘어서 말입니까?”
“그래.”
죽은 자들을 이루고 있던 저주의 재를 하나로 모으고, 의념을 보낸 것으로 이 거대한 권능을 행사할 중심좌표를 잡았다.
그다음은 가까이 있던 주시자 군주들을 중계기로 써서 기적을 일으킬 뿐이다.
표적이 된 존재들을 천 킬로미터도 넘게 떨어져 있는 성역으로 전이시킨다!
“맙소사. 그런 게 가능하다고요?”
“수확자의 능력은 우리 같은 놈들이 헤아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니까.”
물론 그런 기적을 행사하는 것에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 이 한 번으로 소모되는 저주의 힘은 막대할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옛 아르판 제국령은 워낙 벌이는 일이 없어서 저주의 힘이 엄청나게 비축되어 있었으니까.
콰아아아아아!
그때였다.
산의 한 지점을 뚫고 섬광이 솟구쳤다.
“저 빛은 뭐지?”
단죄자들이 놀랐다.
산 안쪽에서부터 쏘아진 강맹한 힘이, 두꺼운 산의 암반과 흙을 뚫고 하늘까지 관통한다.
그리고 그렇게 뚫린 구멍을 통해서 모르드가 나타났다. 오러화로 단번에 공간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미 늦었다. 너희들은 내 앞에 오리라.]그리고 하쿠룬의 목소리가 울렸다.
모르드는 그 말을 듣지 않고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오오오오오오오!
주시자 군주들이 일제히 울부짖는다.
수확자의 권능을 중계하기 위해 저주의 힘을 공급받아 출력이 몇 배로 올라가 있는 주시자 군주들이 일제히 포효하자 모르드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계획한 건가!’
모르드는 이를 악물었다.
하쿠룬은 카리안 클론을 통해서 모르드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다. 거기에 동대륙에서 벌인 전투에서 수집된 정보까지 종합해서, 그를 붙잡아둘 대책을 준비한 것이다.
수십 배로 상승한 저주의 농도, 그리고 하쿠룬이 주시자 군주를 중계기로 써서 행사하는 대소환이 공간을 장악하여 모르드가 쉽게 탈출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단죄자들이 날아들어 공격을 퍼부어댄다.
퍼퍼퍼퍼퍼펑!
저주의 힘이 농밀해진 이 공간 속에서 단죄자들은 강해지고, 인류의 신성을 지닌 자는 약해진다.
모르드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마법 포화를 돌파, 주시자를 타고 날아드는 단죄자들을 격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을 격파할 수는 있어도 포위망을 돌파할 수가 없다.
쿠우우우웅……!
얼마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 하나의 주시자 군주가 합류했고, 공간을 장악하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
그리고…….
-대소환!
수확자의 권능이 공간을 통째로 붙잡아 먼 곳으로 집어 던졌다.
* * *
한순간에 풍경이 변한다.
잿빛 하늘 아래 펼쳐져 있던 광활한 설원 풍경이 사라지고, 따스한 기후 아래 번영했던 거대한 도시의 풍경이 그를 맞이한다.
그것은 언제나 재가 내리고, 재가 날아오르는 기괴한 도시였다.
한때 대륙에 위세를 떨쳤던 제국의 수도답게 웅장하게 건축된 황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도시는 저주의 재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그 재를 흡입하여 단죄자로 변해버릴 것 같은, 끔찍한 농밀함.
‘지독하군.’
방금 전까지 사로잡혀 있던 저주의 권역 이상으로 농밀한 저주의 힘이 그를 짓누른다.
세계 파편 여섯 개를 저주에 저항하는 목적으로 변질시켜뒀음에도 무수한 저주의 속삭임이 들려오며 감각이 침범당하는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말했지 않나? 너는 내 앞에 올 것이라고.]수확자 하쿠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그러나 그가 저 웅장한 황궁 중심부에 있음이 느껴진다.
[영혼 강탈자여, 너는 결국 죄인일 뿐. 원죄를 끌어안은 자의 무력함을 깨달아라.]쿠우우우웅!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한 검은 손이 나타나 모르드를 내리쳤다.
그것을 막아낸 모르드가 지상으로 튕겨 나가자 곳곳에서 단죄자들이 달려온다.
“확실히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움직임을 읽히면 이런 짓을 당할 수도 있다니, 공부가 됐다.”
모르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여유가 넘치는구나. 이미 느꼈을 텐데? 이곳은 네게 숨 쉬는 것조차 큰 대가를 요구하는 공간이라는 것을.]“그렇긴 하지.”
모르드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강대한 신성을 가졌다 해도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이곳에 서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저주에 오염되어 죽어갈 것이다. 감각이 침식당하고, 신성이 오염되고, 정신이 광기에 집어삼켜져 단죄자로 변하고 말겠지.
가만히 서 있어도 그럴진대 격렬하게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바깥에서보다 몇 배는 강해진 단죄자들과 싸우다가는 순식간에 끝장나고 말리라.
“더 아껴두고 싶었지만, 어차피 카리안 클론들에게서 정보를 가져갔다면 그래 봐야 별 의미가 없겠지.”
[음?]하쿠룬으로서는 영문 모를 소리였다.
하지만 모르드는 그가 알아듣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치직…….
접근해 오던 단죄자들은 불현듯 시야를 덮치는 이질감을 느꼈다.
‘뭐지?’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일그러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뚜렷하게 보였던 모르드의 모습이 기이한 실루엣으로 보인다.
빛도, 어둠도 아니다. 그 실루엣을 그려내고 있는 것은 단죄자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잿빛 혼돈이었다.
데에에에엥……!
종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그의 실루엣을 그려내는 잿빛 혼돈이 산산조각 나며, 그 속에서 다시금 은발을 휘날리는 모르드의 모습이 드러난다.
조금 전과 비교할 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다가가던 단죄자들은 크나큰 위화감을 느낀다.
달려가는 감각이 뭔가 이상하다. 시야만이 아니라 팔다리를 놀리는 감각마저도 미묘하게 어긋나는 기분이 든다.
동대륙에 온 후로 단죄자들에게 최대한 정보 노출을 피해온 모르드가 전력을 발휘하는 상태.
신혈 개방 5단계였다.
“수확자 하쿠룬이라고 했나?”
모르드는 다가오는 적들 너머, 황궁을 노려보며 말했다.
“원하는 대로 네 앞에 가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