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Director Returns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출시 – 아이덴티티 (3)
본디 모드의 개발이란 게 게임 출시 이후 ‘뚝딱’하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덴티티처럼 방대한 컨텐츠를 내장해둔 게임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데도 어떻게 일주일 만에 모드가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했느냐.
묻는다면 답은 ‘모드 툴’에 있었다.
『방배동피의군주 : 리와인드 배포 모드툴이랑 공식 모드 엮어서 만든 거라더라.』
리와인드는 출시와 동시에 공식 모드로 일컬어지는 몇몇 모드 소스와 게임 전체를 주무를 수 있는 모드 툴을 함께 풀어버렸다.
쉽게 비유하자면, ‘유즈맵’에 가까운 수준으로 변형을 허락한 것이다.
모더들로선 신이 날 일이었다.
기존 게임의 장르 변경은 그 밑바닥을 쌓아 올리는 것부터가 꽤 귀찮은 일인데, 그 소스를 공식 쪽에서 제공한 데다가 자유 변형까지 허락한 것이니, 새 장난감을 받은 아이의 기분이 되는 게 아니겠나.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
―아이덴티티 미소녀 모드.zip
―호러 탈출 모드.zip
―생존 샌박 모드.zip
―아덴 소울(변형).zip
―올 누드.zip (우회 적용 방법)』
이상한 게 끼어 있지만 사실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것이 폴리곤이 됐든 도트가 됐든, 무언가가 옷을 입고 있다면 벗기고 싶어지는 것은 게이머의 당연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고레벨의 장비일수록 천의 면적이 작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 그러니 그에 관한 이야기는 넘어가도록 하자.
중요한 것은 하나였다.
『국시나나요 : 햐… 미소녀 모드 꽤 괜찮네? 약간 넨도 미소녀 세계관 플레이하는 것 같다야』
『한수 더 킹 : 왕가슴 공룡 모드는 대체 뭐냐? 미친 거임?』
『뽀삐야산책가자 : 추천 모드 왔습니다.chu1000』
모드 활성화가 아주 빠르게 이뤄졌다.
아이덴티티는 연호가 장담한 대로 아주 모드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며, 유저가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파급력이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졌다.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흐름이 있었다.
『히로빈과샌즈의결투 : 이거 마크 표절 아님? 저래도 됌?
게임 날로 만드네;;;;;
뽀삐야산책가자 : 됌이 아니고 됨이에요^^!
아덴은갓겜이다 : 생존 샌박 모드? 보통 모드에까지 저작권은 안걸지
방배동피의군주 : 생존 샌박 겜이 한두 개냐. 그게 마크가 원조인 것도 아니고.
히로빈과샌즈의결투 : 모드로 장르 바꾸는 거 말하는 건데;;;;;; 이거 마크에서나 하던 거자나요;;;;
└ 미래가안맑음 : 에휴… 급식새끼 수준ㅋ
└ 국시나나요 : 니는 스카이림이 조스로 보이냐?
퇴사마렵재희 : 이야 아이덴티티 잘 나가네ㅋㅋㅋㅋㅋ』
자아 표출 욕구가 강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아이덴티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실질적인 구매력은 떨어질지언정, 그 유저층의 목소리의 크기가 인터넷 상에서 꽤 큰 지분을 차지함을 부정하는 이들은 없었다.
즉, 불길이 번지는 것이다.
그 특징이 또 한 번 도드라지는 순간이 있었다.
『방구석개발자 : 취미로 만든 게임임ㅋ』
간단한 변주는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어진 모드 툴이 청소년 층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니까, 어린 친구들에게 ‘게임을 만드는 경험’을 선사해준 것이다.
물론, 고작 모드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나 그것 또한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쌓아 올려 누군가가 플레이한다면 게임이다.
몇몇 어린 유저에겐 그런 경험 자체가 즐거움이 된 것이다.
그렇게 출시 2주, 점점 모드들의 퀄리티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아덴은갓겜이다 : 모드는 역시 양놈들이 잘 만드는 듯
이걸로 TRPG를 만들 생각을 하네ㅋㅋㅋㅋㅋ』
그쯤 리와인드 측에서 제공하지 않은 소스의 모드까지 출시되기 시작했다.
하나만 해도 하루는 족히 즐길 모드가 줄줄이 쏟아지니, 이제 ‘좆망겜 할 거 없네’ 같은 소리는 나오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국내뿐만 아닌 글로벌적 흐름이었다.
먼저 온갖 기상천외한 모드를 쏟아낸 미국은 그랬다.
『Dadbom : 모드 의뢰 좀 하자. 누가 퍼리 모드 좀…』
『Luka : 좀비 모드 만드는 애 없냐?』
『zessica : 누가 인간 목장 모드 좀 만들어 줘』
평범함에 지친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이들이 나섰다.
그들의 손에 쥐어진 금화를 탐낸 기술자들이 노동을 시작했다.
다음으로 일본.
콘솔이 득세하는 나라인 만큼 모드가 아주 방대하진 않았으나, 그런 그들이라 한들 모드를 못 즐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걸 보여주는 것이 통칭 ‘콧물 방울’로 불리는 미나미의 방송이었다.
[꺄하하핳! 비키니 모드 야바이(위험해)!!! 재판장 아저씨 치한이 됐잖아!!!] [―꼬실까요?―어이 거기까지 하라고wwww]
Rule 34, 모든 매체엔 야짤이 있다.
‘모든’ 매체엔 야짤이 있다.
게임 모드에도 야짤은 있었다.
이미지 파일의 변조였다.
그에 더해서, 스토리 선택지가 추가되었다.
[비키니 몰살 모드로 이꾸요(가자구)!]유저가 급조해서 만든 사이드 스토리인 만큼 퀄리티가 본작만 하진 않으나, ps의 성능으로도 무리가 없을 수준의 간략한 모드라 즐기기엔 무리가 없는 정도.
그와 더불어 조금 성능적인 한계에 도전하는 모드가 있었다.
바로, 일본의 대표적인 몇 게임을 벤치마킹한 ‘몬스터 헌팅 모드’와 ‘마리오 모드’였다.
사실상 모드 전국 시대.
국가나 취향 별로 나뉜 유저들이 온갖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고, 그 어느 순간 나타난 이들이 있었다.
말해 무엇할까, 이 싸움을 끝내러 온 개발자였다.
『리와인드의 천연호입니다.
보내주신 많은 성원에 힘입어, 그에 보답하고자 작은 대회를 마련했습니다.』
가타부타 부연 설명을 지우고 말하자면 그랬다.
『모드 대회 개최합니다』
1등 상금 10만 달러, 거기에 공식 모더 채용을 추가로 내 건 대회가 열렸다.
『아덴은갓겜이다 : 스케일 보소ㅋㅋㅋㅋㅋㅋ』
모더들이 원피스를 찾아 떠났다.
모드 전국 시대의 끝에 있는 것은, 대 모드 시대였다.
* * *
아이덴티티의 공식 모드에 관한 정보는 유저들 또한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대체로 디버깅까지 완전히 끝낸 사이드 컨텐츠의 성향이 강한, 그리하여 완전히 게임에 편입된 모드라는 인식으로 말이다.
하여 출시 나흘 차에 그와 관련된 의문이 커뮤니티 내에 올라왔었고, 그에 리와인드가 공식적으로 내민 답변이 있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내에서 높은 퀄리티와 인기를 보유한 모드를 편입하려고 한다. 물론 상응하는 보상을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
그 일의 연장이리라.
그러니까, 취직시킬 모더를 찾는다는 취지가 보이는 것이었다.
『아덴은갓겜이다 : 컴공들은 좋겠다… 리와인드 입사할 수 있어서…』
대체로 대회 자체에 대해선 긍정이었다.
또한 대회 규정도 생각보다 널널한 편이었다.
이미 출시된 모드를 재가공하는 것, 가능.
프로토타입 형태로 올려 대회 기간 내내 수정하는 것도 가능.
모더들이 협력해 몇몇 모드를 합본으로 내는 것도 가능.
대회 끝까지 미완성이어도 가능.
리와인드의 뜻은 명확했다.
뭐가 됐든 재밌기만 하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대회 1주차, 슬슬 모습을 보인 것들이 있었다.
그중 두각을 드러낸 것은 이미 유명했던 생존 샌드박스 모드, 호러 탈출 모드, TRPG 모드. 그리고 출시 직후부터 내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헬릭 아이덴티티’였다.
『방배동피의군주 : 저게 대체 뭐냐ㅋㅋㅋㅋㅋ 앨리스가 여기 왜 나옴ㅋㅋㅋㅋ』
『아덴은갓겜이다 : 전쟁사랑 간수도 나오네ㅋㅋㅋㅋ』
『퇴사마렵재희 : “나는 리와인드 똥꼬를 빨겠다”』
제작사의 메인 타이틀인 헬릭을 아이덴티티에 이식했다.
정확히는, 아이덴티티의 주인공 E―40을 헬릭의 세계관으로 보내는 내용이었다.
물론 급조된 미완성의 게임이었다.
고작 출시 한 달여 만에 완성할 수 있을 정도의 볼륨이 아니니 당연했다.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준비하려던 것을 대회라는 말에 미완성인 채로 냈다는 걸 말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게임 자체는 굴러가니까, 그리고 재밌으니까.
아이덴티티의 팬은 대체로 리와인드의 팬이다.
리와인드의 팬에서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헬릭의 팬이다.
호기심에라도 받을 법한 모드일진대 재밌기까지 하니 인기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아덴은갓겜이다 : 어떻게 보스몹이 3미터 앨리스ㅋㅋㅋㅋ』
『미래가안맑음 : 간수는 여기서도 개빡치네ㅅㅂ』
『국시나나요 : 헬릭3 팬인가? 전투 고증 되게 잘했네』
대체로 4강 체제.
하나, 방심은 금물이었다.
아직 모드 대회의 마감까지 기한은 남아있었고, 유저들의 니즈는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연호사랑개 : 퍼즐 모드 꽤 재밌다… 추천!』
『44블엘아빠 : RTS 모드가,,, 있습니다,,, 저는 손이 느려서 못하지만은,,, 꽤 재미가 있군요,,,』
『여포가여보되는삼국지 : 멀티 대규모 전쟁모드 나온다는 데 같이할 사람?』
흐름이 급변하는 대회는 창작자에겐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즐길 거리가 늘어난 유저에겐 축제나 다름없었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그것’이 수면 위로 정체를 드러낸 것은.
『탈출덕후 : 이거 뭐죠?
(벽에 쓰인 ‘꽝!’ 글자 스크린샷)
제국 수도 빈민가 탈출맵 하는데 벽에 저런 거 쓰여 있었어요.
혹시 이 탈출 맵 아는 분?』
시작은 몇몇 유저가 즐기던 탈출 모드에 나타난 벽 글씨였다.
첫 발견 이후 총 3개.
각기 ‘꽝!’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붉은 글씨에 유저들이 의아함을 표한 것이다.
사실 그때까지는 글자에 관한 큰 반향이랄 게 없었다.
그저 탈출맵 제작자가 넣어둔 기믹 정도로 이해한 것이다.
그 의견이 반전된 것은 이후였다.
제작자가 드디어 입을 연 것이었다.
『먼저 저희 모드를 사랑해주신 유저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낙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면….』
요약하자면 그랬다.
『몰라… 이거 뭐야… 무서워…』
이 붉은 글자는 모드 제작자들도 모르는 글자였다.
그러니까, 대뜸 나타난 미스테리란 말이다.
『탈출덕후 : ????』
『방탈출마스터 : ????』
이후 그 미스테리가 아이덴티티 모드 관련 커뮤니티에 퍼졌다.
인터넷 괴담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
사실은 별것이 아니란 걸 알아도 관련된 떡밥을 굴리거나 깔깔대는 것 자체가 재밌는 것이다.
『한수 더 킹 : 사실 저 빨간 글자는 모드 개발 중에 죽은 프로그래머의 원한이 게임에 깃든 거래….
귀신 들린 게임인 거지….
당첨 찾으면 지옥으로 끌려가는 거임…』
남 일인 유저들은 즐거웠다.
물론 분석적으로 다가가 탈출 맵을 직접 시연해보는 유저들도 있었으나, 기믹을 밝혀낸 사람은 없었다.
결국 사건은 미궁으로.
그런 어느 순간, 벽글씨 짤이 한창을 돌던 중 유저들은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아덴은갓겜이다 : 어? 이거 아덴 소울에도 있던데』
『방배동피의군주 : ???미소녀 모드에 있는 낙서 아니었음?』
『미래가안맑음 : 몰살 모드에 있는 건 줄 알았는데?』
그 낙서는 모든 모드에 다 있는 낙서였다.
즉,
『뽀삐야산책가자 : 바닐라에 있는 이스터에그 아니에요?
모드 만들면서 벗겨진 거 같은데』
프로그래머 김철수의 이스터에그가 세상에 공개됐다.
모더들이 맵을 이리저리 두드리는 과정에서 그가 씌워둔 이중 모델이 무너진 것이다.
『아덴은갓겜이다 : 설마 히든 사이드 퀘스트?』
골수팬들이 타올랐다.
어떻게든 이스터 에그를 밝혀내고자 모드를 중지하고 바닐라로 돌아왔다.
그곳만 타오르는 게 아니었다.
이스터에그와 관련된 모든 답이 있는 바로 그 자리.
리와인드 또한 타오르고 있었다.
유저들과는 다른 이유로 말이다.
“철수 씨?”
“옙….”
사건의 원흉인 한 남자와 회사의 수장이 만났다.
응접실이라 불리는 독방에서.
“얘기부터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프로그래머 김철수, 33년 인생 최대 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