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Director Returns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3)
#33화
당면한 문제, 조아윤의 처참한 검정고시 성적.
통상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검정고시는 아주 쉬운 시험이다.
중학생 수준의 지식만 있다면 합격선 정도는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거기에 따로 공부를 더 한다면 고득점을 노리는 것도 어렵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인 인식이 그랬고, 실제로 평가도 그랬다.
그러니 결론을 내려보자.
“아윤아, 너 공부하긴 했니?”
조아윤은 공부를 아예 하지 않았다.
지난 1년, 한서림의 수업 외에 따로 시간을 할애한 일이 없었을 것이다.
처참한 성적이 그를 증명한다.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서림이도 바빴지.’
한서림은 명색이 스튜디오 아트 디렉터다.
거기에 설렁설렁하는 것도 아니라,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시간을 쓸 정도로 일에 열정적이다.
최근만 해도 그렇다.
신의 디자인을 뽑아내고 모델링을 완성하기까지. 이후로도 지스타 및 다음 챕터의 모델링을 이어가며 나 다음으로 못 쉰 사람이 한서림이다.
과외도 제 딴엔 열심히 했겠지만 온전히 집중할 수는 없었겠지.
이 상황이면 더하다.
나 또한 대학 새내기 시절 입시 과외를 해본 적이 있어서 안다.
공부란 것은 학생 본인의 의지가 따라와 주지 않는다면 성공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한서림의 열정과 조아윤의 의지가 비례했으리란 보장은 없는 것이다.
추측은 이윽고 답이 되어 돌아왔다.
“헤헤···.”
조아윤이 머쓱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문제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태도.
뿐만 아니다. 기시감이 드는 뻔뻔함은 미래의 조아윤에게서나 보던 것이다.
문득 어릴 적이 생각났다.
TV 프로그램에서 하던 디지털 괴수가 나오는 만화, 주인공의 파트너가 강철 공룡이 아닌 해골 공룡으로 진화했을 때 딱 이런 심정이었다.
이르자면, 조아윤이 핑크가 아닌 블랙으로 암흑 진화를 해버린 상황.
“그, 그게··· 바빠서···.”
조아윤이 눈을 피했다.
처참한 심정에 주먹이 절로 꽉 쥐어졌다.
‘이대로 둘 수 없어.’
잠시 조아윤을 두고 실기 과외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대로 갔다간 조아윤의 입시 계획이 모두 무너져내릴 상황, 전략이 필요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실기 쪽은 희망이 있었다.
[사실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실기 쪽은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아윤이야 워낙 센스가 좋으니까요. 다만···.]“···최저등급. 맞습니까.”
[···예, 명문대를 노리시는 거면 그쪽을 신경 쓰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실기 100% 전형은 도박성이 있는지라··· 무슨 말인지 아시죠?]알다마다.
그래도 노리는 것이 국내 최고라 일컬어지는 명문 음대 입시다.
실기 100%란 말은 이 한국 땅에서 가장 뛰어난 현역, 재수 실기생들이 모두 뛰어드는 불지옥이란 뜻이다.
하물며 이 시대면 더했다.
2010년 지금, 그리고 조아윤이 실기를 볼 내년, 한국의 사교육은 여지껏 있었던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는 중이다.
입시는 전략이다.
조아윤의 실기 능력만 믿고 필기를 등한시하기엔 어떤 변수가 눈앞에 있을지 모를진저.
대입 수능에서 최저등급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그 기본 자격이 될 검정고시 또한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래머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
당장 우리 사운드 디렉터가 중졸 디렉터가 되게 생겼다.
아니, 더 이상 사운드를 할 수 없는 지경이 되게 생겼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아윤아.”
“네, 네···?”
“검정고시까지 네 수업 내가 직접 해야겠다. 매일, 8시간씩.”
“히익···!”
“나는 서림이처럼 안 봐줘.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조아윤의 안색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아아, 이 서늘한 감각. 오랜만이다.
헬릭의 총괄 디렉터 천연호는 잠시 내려놓는다.
지금부터는, 입시 과외의 악마 천연호로 돌아갈 때다.
* * *
남은 기간은 대략 50일, 여유는 곧 죽음과 같은 말이다.
지난 내 경험을 반추하여, 또한 내가 가르쳐왔던 이 시대의 입시생들을 반추하여 결론 내리길 기본적인 생활 패턴의 교정부터가 필수적이다.
자퇴생 신분인 조아윤은 밤을 새고 낮에 자는 일이 많았는데, 이는 좋지 않은 습관이었다.
다행히 원인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아윤아, 너 4차전직했더라.”
“네! 저 이제 대마법사···!”
“게임 접어. 검정고시 때까지.”
“그러어언···!”
그놈의 메이플 사가. 조아윤은 아직 접지 못했다.
지난 1년간 고작 60레벨에 불과하던 조아윤은 130레벨을 넘나드는 고레벨 유저가 되어버렸다.
그렇다.
게임 디렉터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참 자괴감이 들지만···.
“너 게임 중독이야.”
···조아윤은 게임 중독이 맞다.
“그, 그럼 하루 한 시간만···.”
“안 돼.”
“···30분.”
“안 돼.”
이 부분에 있어선 조아윤의 부모님과도 합의를 봤다.
-아윤 양의 시험이 가까워졌습니다. 이제부턴 제가 직접 나서야 할 듯한데, 이 부분에선 가정 내에서의 협조가 함께 필요합니다.
-아휴! 아무렴요! 뭐부터 할까요?
-인터넷 끊어주십시오.
싹둑!
그날 조아윤의 집에 있던 모든 랜선이 끊어졌다.
“다음으로 수업 계획표랑 자습 계획표야.”
“사, 사장님. 저 언제 쉬어요···?”
“입시 끝나면.”
“히익···!”
“할 수 있어. 나도 해봤는데 생각보다 할 만해.”
그래도 재수생들처럼 굴리진 않는다.
수면 시간 정도는 보장해주지 않나.
“본격적으로 수업 관련. 우선 서림이한테 네 수업 진척도를 받아왔어. 암기 능력이 없진 않아. 해볼 만하단 거지.”
대입까지 이어지는 교육과정은 재능이 아닌 노력의 문제다.
다만 내 의견이 아닌 사실이 그렇다.
물론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재능은 있다. 같은 내용을 봐도 이해 속도가 다를 수 있고, 타고난 공부 머리에 따른 차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1등급에서나 그런 차이가 도드라져. 근데 네 목표는 그게 아니잖아?”
모두 최상위권에서나 통용되는 문제다.
통상적으로 2~3등급을 노리는 학생까지는 쌓아온 공부량 외의 요소가 성적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기본기에 집중할 거야. 검정고시는 그것만으로도 통과하는 게 가능하고 수능 또한 기본기를 응용한다면 얼마든지 목표 성적 달성이 가능할 테니까.”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선 문제 풀이 전략 같은 것들이 필요하나 또 다른 이야기.
당장은 검정고시의 합격이다.
“자, 차근차근해보자.”
조아윤은 그런 부류다.
의무교육 과정인 중학생까지의 학업을 시간 날리기로 허비한 쪽.
누구도 0점을 맞는다고 학교에서 쫓아내지 않는다.
가정에서도 또한 혼을 낼 뿐 적극적인 프레셔를 삼간 것이 대충은 보였다.
공부에 열의를 가질 만한 동기나 압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기본기의 부재는 어쩔 수 없는 페널티다.
“보니까 서림이한테 중1 과정까지는 어떻게든 배웠더라. 쪽지 시험 결과도 확인했는데 대충은 이해한 것 같고. 바로 중2 과정으로 넘어가자.”
특히 수학과 과학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생각이다.
“사, 사장니임···.”
조아윤이 앓는 소리를 내었다.
이제부터다. 강제적으로 머리에 지식을 쑤셔 박을 수는 있어도 집중도는 개인 열의의 문제다.
나는 조아윤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너 좋으라고 하는 거다··· 같은 고루한 소리는 안 할게. 이것도 게임이라고 생각해. 좀 하드코어한 난이도의.”
“게임···?”
“보상이 있는 거지.”
그런 얘기다.
‘받아쓰기 100점 받으면 게임기 사줄게’의 연장선.
그것보단 스케일이 조금 크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내에서 네가 원하는 거 뭐든지 하나 줄게. 검정고시 통과만 해줘.”
조아윤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였다.
“뭐, 뭐든지···?”
“뭐든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선에서. 아, 회사 달라는 것만 빼고.”
그냥 하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바라는 게 있다면 최대한 들어줄 생각이다.
조아윤의 합격은 내 자존심 문제고, 계약서에 서명한 일의 문제다.
“뭐, 뭐든지···!”
조아윤의 목뒤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눈이 핑글핑글 돌아갔다.
무엇을 상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의는 확실히 생긴 듯한데.
“자, 보상이 있으면 실패 페널티도 있어야지.”
“으응···?”
“네 게임 계정 삭제할 거야. 영구하게.”
“···!”
조아윤이 굳었다.
천국과 지옥. 조아윤에게 그 외의 선택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수업이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의 험난함은 구태여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공부를 시켰고, 또 시켰다 정도로 정리하자.
결론만 말하겠다.
50일간의 여정은 성공적이었다.
“가, 가채점 평균 95점이에요!”
이럴 때 쓰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고했어.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나는 결국 증명에 성공했다.
···게임 회사 망하면 입시 학원이나 차릴까 싶다.
* * *
-아휴! 선생님! 제가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아야 할지···!
이제 챕터 2의 모델링이 한창인 시기.
조아윤의 검정고시 가채점 결과를 전해 들은 어머님이 그리 말씀하시며 사무실에 홍삼을 보냈다.
뿌듯함은 둘째치고 큰 고비 하나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가장 크다.
“헤헤···.”
조아윤도 드디어 다시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스틱 홍삼을 쭉쭉 빨아먹는 얼굴이 참 행복해 보인다.
이제 남은 숙제는 하나.
“그래서 아윤아. 시험도 잘 쳤는데 소원은 어떻게 할래?”
과연 어떤 부탁을 해올까 싶어 물었다.
조아윤은 눈을 끔뻑거리다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나, 나중에···!”
“?”
“나중에 말할래요.”
두려운 녀석.
과연 회사가 더 커지면 큰 걸 받아 가겠다는 것이겠지.
야망은 인정해줄 만하다.
“그래, 너무 큰 건 나도 힘드니까 봐주고.”
“네···!”
그런 날이었다.
오늘은 사무실에 손님이 오는 날이다.
“어이! 연호!”
쾅!
“으갹···!”
조아윤이 펄떡 뛰었다.
그 너머 사무실 문을 거칠게 열며 들어오는 거구가 있었다.
말해 뭐하겠는가, 한서림의 오빠이자 내 대학 선배.
올해로 무사히 5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졸업한 한진경 되시겠다.
“잘 지냈는가!”
껄껄 웃는 모습을 보니 살 만한 모양.
“저야 잘 지냈죠. 졸업 축하해요.”
“고맙다! 나도 이제 속이 좀 후련해지네!”
“취업은요?”
“좀 쉬다가! 급한 것도 아니잖아?”
급할 텐데··· 아니, 부유한 집안을 생각하면 남들보단 여유롭긴 할 터다.
지나가다 들은 얘기론 프로그래밍 업계로 들어올 생각도 없는 것 같고.
아마 집안일을 이어받지 않을까 싶다.
“여기가 사무실이야? 이야, 좋은데 구했네. 이 친구는 직원?”
“아, 안녕하세요···.”
“오냐! 반갑다! 아참,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말 놔도 되지?”
“넵···.”
조아윤이 움츠러들었다.
인싸 중의 인싸, 거구의 아저씨 한진경은 조아윤에게 어려웠다.
그건 그거고.
“이쪽으로 앉으세요. 커피 내올게요.”
“오우! 근데 서림이랑 그 두 명은?”
“자료 조사한다고 나갔어요.”
이번 게임의 디자인 컨셉이 미술 기법의 조합인 만큼 아트팀은 자체적으로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일이 꽤 많았다.
아이디어로 쓸 레퍼런스가 필요한 모양.
일 자체는 순조로운 듯해 놔두고 있다.
무엇보다 진경이 형이랑 같이 졸업한 전유미가 시간적 여유를 잘 활용해주는 게 컸다.
아트팀의 얘기는 여기까지.
탁.
진경이 형에게 커피를 건넸다.
나는 바로 맞은편에 앉으며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좀 알아보셨나요?”
오늘 부른 목적은 이미 스튜디오에 당면해 있던 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프로그래머 말이지?”
“예.”
바로 프로그래머 구인.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
적당히 빠릿빠릿, 말 잘 듣고, 마찰을 줄일 수 있을 만한 사람.
생각해보면 같은 학벌을 공유한 졸업생 중엔 그 공통분모를 충족할 만한 사람이 있을 법도 하지 않나?
그래도 나름 국내 1위 대학이다.
졸업까지 마쳤다면 이해력이 없진 않을 거란 말이다.
과 내에서 독보적인 친화력을 자랑했던 진경이 형이라면 그런 사람들과 꽤 연락을 트고 살았겠지.
내가 건 조건은 두 가지였다.
학업 성적이 좋은 편에 속하고, 지금 일을 구하는 중이거나 다니던 직장을 나오려는 사람일 것.
“몇 명 추려봤다! 여기 명단.”
“본인 동의 된 거 맞죠?”
“그럼! 날 뭘로 보고! 다 일 구하는 놈들이래서 미리 말해놨어!”
그렇게 쉽게 명단을 얻어냈다.
“고마워요. 나중에 밥 살게요.”
“오냐!”
학벌이 이래서 좋다.
* * *
자, 여기까지.
학벌의 좋은 점을 짚었으니 안 좋은 점도 설명할 필요가 있을 터다.
치명적인 것이 몇 가지 있다.
“그러니까··· 후배? 후배 맞지? 내가 현장에서 1년 정도 일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 말이야···.”
선후배라는 관계성.
내가 선배일 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으나, 후배가 되면 꽤 아프게 다가오는 요소다.
특히 한창 사회생활을 얼추 경험하며 어깨가 으쓱해진 사람들을 상대하면 그랬다.
“···그래서 무슨 말이냐면 프로그래밍이란 게 경험자의 우대가 절실하게 필요한 직종이라는 거지.”
개인적으로 연락해 자리를 가지며 만난 대표적인 빌런 셋.
첫째, 회사에 들어올 생각은 없고 그냥 술이나 얻어먹으러 온 놈.
둘째, 커리어에 맞지 않는 연봉을 부르곤 합의 의사를 보이지 않은 놈.
셋째, 개인적으로 가장 악질이었던 헬릭의 알고리즘에 훈수를 두던 놈.
“내가 네 게임 좀 해봤거든? 근데 암만 봐도 너무 마이너하게 코드를 짜는 것 같단 말이야. 응? 그걸 내가 임의로 고쳐봤는데···.”
심지어 메모장에 내 코드를 뜯어 가져오기까지 했는데, 대충 보기만 해도 조잡함이 보인다.
꼴에 실무 경험자라는 것인지 꼬아 놓은 꼴이 가관이다.
자, 심리를 예상해보자.
취직은 하고 싶고, 선배 체면도 세우고 싶고, 업무 주도권도 가져오고 싶은 놈이다.
그렇게 간절한데 커리어로 내세울 게 없다.
이걸 보니 실무 능력도 썩 기대할 만한 수준은 못 되고.
그러니 이런 낯부끄러운 짓을 저지르는 게 아닐까 싶다.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조급함에 의한 서투른 판단이란 것이다.
내가 회귀하지 않은 학부생이라면 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이미 현직에 20년은 몸담은 경험자다.
이런 얕은 수는 어림도 없다.
“···얘기 잘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소개받은 입장이다 보니 면전에 욕을 하진 못했다.
조용히 자리를 떴다.
그렇게 며칠 뒤였다.
‘이제 마지막인가.’
명단을 받은 것은 여덟.
그중 셋이 꽝이고 넷은 업무 스타일이 나와 너무 상이했다.
이제 겨우 하나가 남은 건데, 이렇게 되니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치솟는다.
하지만 미리 포기하고 약속을 취소할 수는 없는 법.
이번은 좀 특이했다.
대낮에 카페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시작에 당연한 수순으로 ‘혹시?’ 하는 생각이 차올랐고, 자리에 나간 순간 감동하고 말았다.
“안녕···.”
더벅머리, 눈이 좁쌀만 해질 정도로 도수가 높은 뿔테안경, 체크무늬 남방, 그리고 손목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체구.
나를 바라보지 못하는 시선과 자신감 없이 줄어드는 목소리가 특히 인상적이다.
나도 안다.
편견이다.
편견이긴 한데···.
“···예, 고명규 선배님 맞으십니까?”
인상에서부터 신뢰감이 확 치솟는다.
무심코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아, 이 사람은 프로그래머구나.’
라고 말이다.
장담한다.
내가 면접관이었다면 이미 10점은 주고 들어갔을 것이다.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