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36
336화 Kill the Pope (6)
태초의 아르카디아.
창조주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최초의 존재들, 신(神).
이들은 각각 저마다의 드높은 격(格)을 가진 존재였고, 그 그릇에 걸맞은 초월적인 신성과 그에 합당한 위(位)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존귀한 이들을 상징하는 증표이자 강력한 힘의 원천인 신기(神器).
이 아르카디아에 자신의 힘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대륙 전체에 간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말 그대로 신의 힘을 오롯이 담고 있는 신의 무구였기에, 이 신기를 제작하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험난하고 까다로운 과정이 수반되어야 했다.
우우우웅.
그렇기에…….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바라보는 대천사와 마왕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진 얼굴로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 세상을 자유롭게 유랑하는 모험가이자, 난세의 방랑가로서 명한다.”
완전히 그 신성을 잃어버려 그저 일개 파편으로 전락해 버린 신의 그릇을.
“모든 타락한 자들의 신성을 담은 신기여, 이 땅에 다시금 현현(顯顯)하라.”
다시금 이 땅에 온전히 부활시키는 한 모험가의 정신 나간 짓거리에 말이다.
쿠쿠쿠쿠쿠쿵.
“이런 미친…….”
“이럴 수가……. 이게 정말로 된다고……?”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조차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탄과 엘. 하지만 재영은 그 둘의 반응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뭘 그렇게 놀라? 전에도 그 고대 유물 복구할 때 봤었으면서?”
과거, 캐러비안에서 신대륙으로의 이동을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오래된 고대 유물을 개연성을 이용해서 복원했던 재영. 그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눈앞에서 오롯한 모습으로 복구되기 시작한 데스브링어를 바라보았다.
시간 회귀.
세월의 방대한 흐름 속에서 그 힘을 완전히 잃어버린 고대 유물의 시간을 되돌려 온전한 상태로 되돌리는 말도 안 되는 힘.
가히 권능(權能)이라 불려도 모자람이 없는 방법으로 고대 유물을 복구했을 때도 경악한 얼굴로 재영을 바라보던 둘이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도 훨씬 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마계의 신기, 데스브링어가 개연성에 반응합니다.] [필요 개연성이 충족되었습니다.] [복구를 시작합니다.]“사라져 버린 신성이…… 이렇게 다시 돌아온다고……?”
“이럴 수가……. 제아무리 시간 회귀라 할지라도 확정된 운명을 뒤바꿀 수는…….”
그 둘은 방대하게 휘몰아치는 거대한 개연성의 폭풍 속에서 강렬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르카디아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거대한 인과가.
이미 오래전에 확정되어 버린 운명이.
절대 번복될 수 있는 설정(設定)이.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뒤틀려 다시금 새로운 모습으로 완전히 짜이고 있다는 것을.
뿌드드득. 뿌드득.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조각으로 흩뿌려져서 산산조각이 났었던 데스브링어.
어떻게든 외형만이라도 복구해 보려고 마계를 비롯해 온갖 차원에 이름난 장인들을 찾아다녔던 탄. 그때 모두가 하나같이 어렵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포기하라던 그 복구 불능의 검이 지금 이 자리에서 거짓말처럼 하나로 합쳐지며 온전히 복원되고 있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모든 빛을 완전히 흡수해 버리는 칠흑의 거대한 검이 그 온전한 자태를 다시금 드러내며 이전의 모습을 되찾은 그 순간.
탄은 감격에 겨운 신음을 토해 냈다.
“아아아…….”
우우우웅.
그 검에서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는 끈적거리는 검은색 기운.
자신의 신성이자, 마계를 대표하는 근원이자 원천과도 같은 힘, 타락(墮落).
그 타락의 기운을 세차게 뿜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는 그 검을 보며 탄과 엘은 깨달았다.
이 아르카디아에서 마계를 대표하던 상징과도 같은 신기가 다시금 부활했다는 사실을.
“오, 생각보다 완전 간지 나는데?”
검신부터 손잡이까지 검 전체가 새까맣게 빛나고 있는 데스브링어. 거기에 불길하게 피어오르는 타락의 기운은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자태를 뽐내며 어마어마한 간지를 철철 뿜어내고 있었다.
“음……. 그런데 이거 곤란하네. 착용 조건이 왜 이렇게 까다로워?”
하지만 그런 외형과는 다르게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아이템.
마계를 대표하는 신기이자, 탄이 주로 사용하던 무기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듯, 완전히 본연의 힘을 되찾은 데스브링어의 아이템 상세창을 살펴보던 재영이 툴툴거렸다.
‘착용 레벨 제한만 500에다가 악업 수치는 1,000만? 이 망할 똥망겜은 이걸 착용 제한이라고 설정해 놓은 건가?’
거의 신성 제국의 교황인 아멘 수준의 절대 강자의 경지에 이른 유저만이 착용할 수 있게 해 놓은 정신나간 레벨 제한. 게다가 1,000만이라는 악업 수치는 대륙 몇 개는 날려 먹고 사탄이 봐도 ‘아…… 이건 좀…….’이라며 정색할 법한 악랄하고 극악무도한 짓을 밥 먹듯이 해야만 이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지금까지 유저들의 레벨이 200대에서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이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대륙에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
하지만…… 탄은 재영의 툴툴거림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주인이라면 착용할 수 있어.”
“뭐……?”
그게 무슨 소리냐는 재영의 물음. 이미 게임 시스템상으로는 착용이 불가능하다고 메시지가 뜨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가득했지만, 탄의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솔직히 말해서 주인 자체의 전투 능력은 하급 마수랑 맞짱을 까도 이기지 못할 수준으로 비루한 것은 맞아. 강신을 통해서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순수한 힘 자체는 비천하기 짝이 없지.”
개연성을 담보로 힘을 빌려 오지 않는다면, 엄밀히 말해서 슬라임한테도 무참하게 쓰러질 그.
하지만, 탄은 그러한 육신보다는 더 깊은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데스브링어를 손에 들 주인을 그런 하찮은 것만으로 결정하지는 않아.”
본래 마계의 사명을 대행하는 대리자, 즉 사도가 될 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데스브링어.
하지만 지금 이 아르카디아에서 탄의 뜻을…… 마계의 의지를 대신하는 자가 존재치 않았기에 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재영을 향해 말했다.
“이 아르카디아에서 주인 같은 악랄하고 사악한 인간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어. 아니, 어쩌면 영겁의 시간 동안 그 악명을 날린 모든 악랄하고 타락한 존재들을 다 합쳐도 주인의 발톱의 때만큼도 따라잡지 못할 수준일 거야.”
칭찬인지 뭔지 모를, 악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그. 재영은 그런 탄의 이야기에 좋아해야 하나 화내야 하나 무언가 헷갈리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주인은 나의…… 아니, 마계를 대표하는 그 신기를 들 자격이 충분해. 모든 타락한 존재들과 타오르는 마계의 지배자, 혼돈의 마왕, 사탄의 이름으로 보증할게.”
데스브링어의 명실상부한 주인인 탄. 그의 인정을 받자 재영의 눈앞에는 몇 가지 메시지가 추가적으로 떠올랐다.
[아이템의 숨겨진 착용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마왕, 사탄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아이템의 착용 제한이 해제됩니다.] [칭호, ‘마왕도 인정하는 악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자라나는 악마들의 모범’을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악랄함과 사악함의 상징’을 획득하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 주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칭호.
어디 가서 자랑은커녕, 보여 주지도 못할 것 같은 칭호를 획득한 재영은 아까는 존재하지도 않던 아이템 착용 가능 항목이 추가된 것을 확인하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하……. 진짜 이 망할 똥망겜이…….”
평범한 소시민을 자꾸 이 세상에 다시 없을 희대의 악인으로 몰어가는 상황에 묘한 억울함을 느끼는 재영이었지만, 앞으로 그가 벌일 일들을 생각하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에 연신 입맛을 다시며 탄식했다.
“에휴……. 그래. 나쁜 놈 한다, 해. 내가 진짜 더러워서 그냥 나쁜 놈 취급 받으련다.”
다 포기했다는 듯이 스스로를 나쁜 놈이라고 인정하고 나서는 재영. 그런 그를 보며 엘은 너무나도 불길하다는 눈초리로 물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려는 생각이신 거죠?”
“응? 뭐가?”
구체적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 재영.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마계의 신기를 이 땅에 부활시킨 그의 행보는 엘로서는 깊은 불안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막대한 개연성을 소진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저 망할 박쥐 놈들의 신기를 다시 부활시켰잖아요. 도대체 왜……?”
이미 데스브링어 정도는 복구하려면 오래전에 가능했을 정도로 막대한 양의 개연성을 축적했었던 재영. 세 개의 버섯구름을 피워 올리며 자그마치 8천만에 가까운 개연성을 획득했던 그의 개연성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치로 잔뜩 쌓여 있었다.
[개연성: 172,311,200]데스브링어를 복구하고도 자그마치 1억 7천만이나 되는 정신 나간 수치로 쌓여 있는 개연성.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조력자인 세 사람이 최근에 자기들끼리 이룩한 하나의 거대한 업적 덕분이었다.
나는야똥손을 필두로 안젤리나와 카시야스가 열어젖힌 두 번째 메인 시나리오.
[Act. 2 신성의 부활]이 아르카디아에 숨겨져 있던 고대의 신화 속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전 대륙을 봉인된 신과 사도의 떡밥으로 물들게 한 주역들. 이러한 행보 속에서 변화하고 격변하는 아르카디아의 정세와 비례해서 그 모든 것들이 재영의 개연성을 충만하게 하는 데에 일조했다.
“아, 이거?”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데스브링어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는 재영.
그는 타락의 기운을 잔뜩 뿜어내고 있는 그 검은 내려다보고는 말했다.
“그 태초의 죽음이라고 하는 사도가 신성력을 흡수하며 그 힘을 강화한다며? 그러면 너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잖아.”
천계의 담당 일진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성력에 강력한 상성 우위를 가진 필멸의 힘. 그렇기에 미카엘의 힘을 빌려서는 이 상황을 막기에는 매우 불리하다는 사실을 재영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계의 힘을 빌려서 그 사도를 죽일 셈인가요?”
재영의 이야기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묻는 엘. 하지만, 그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응? 아니? 그놈을 죽여서 뭐 해?”
“네……?”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두 사람.
그 중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재영이었다.
“어차피 그 사도라는 녀석도 모험가잖아. 죽어도 다시 부활한다고. 이번에 내가 그놈을 조진다고 하더라도 다시 부활해서 내가 없는 사이에 깽판 치고 다니면 어떻게 하겠어?”
남의 캐릭터는 삭제시키면서 자신의 캐릭터는 죽어도 다시 부활하는 이기적인 존재.
그렇기에 그의 광기를 원천적으로 막아설 수 있는 방법은 현실에서 다시는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 말고는 답이 없었기에, 재영은 전혀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도대체 뭘 어쩌시려고……?”
자신이 생각하던 전개 방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한 재영. 그런 그를 바라보며 불안한 눈빛을 하던 엘은 재영의 나지막한 이야기에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 갔다.
“간단해. 태초의 죽음이 다시 이 아르카디아에 부활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절대 만족할 수 없게 만드는 거야.”
“그게 무슨……? 자, 잠깐.”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에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엘. 하지만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되물었다.
“그, 그러면 설마 그 말씀은……?”
너무나도 경악한 나머지 말조차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엘. 하지만 그런 그녀를 보며 재영은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신성 제국을 지탱하는 신성의 원천인 에덴, 그곳을 그 죽음의 사도가 먹어 치우기 전에 내가 직접 모조리 날려 버리는 거지.”
우우우웅.
모든 순수한 존재를 타락시키는 강력한 권능을 가진 마계의 신기.
데스브링어.
그것을 이용해 태초의 죽음에게는 다시없을 산해진미와도 같은 신성의 극치인 에덴을 타락시켜 그의 밥상에 똥을 한가득 싸질러 놓을 속셈이었다.
달칵.
그렇기에 재영은 오랜만에 가슴팍에서 기만자의 가면을 꺼내 들어 얼굴에 씌웠다.
“자…… 그럼 가 볼까?”
너무나도 능글맞은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재영.
초코파이조아의 모습으로 변신한 그는 기대감에 잔뜩 빛나는 눈으로 완전히 얼어붙어 버린 엘을 향해 말했다.
“이 세상에서 다시없을 악랄하고 사악한 악당, 초코파이조아의 화려한 귀환을 위해서.”
그렇게 타락한 마계의 신기, 데스브링어는 이 세상에 오롯한 모습으로 다시금 부활했다.
‘Kill The Pope’라는 제목으로 아르카디아 사건 사고 게시판에 영구 박제 될 이야기를 위해서.
‘인성 파탄자 개쓰레기 초코파이조아의 극악무도한 만행’이라는 일대기를 써 내려가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