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singer who returned from the sea RAW novel - Chapter 37
37화.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 이거 너 맞아? 이름도 생긴 것도 완전 넌데···.
수많은 동창들이 연락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나한테 무슨 말을 듣고 싶었던 걸까.
말.
지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많은 학급 동기들은 내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내가 말을 듣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문자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내 앞에 서면 쭈뼛쭈뼛거리며 손동작을 하거나 피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패드에 손을 올려놓았다가 허무하게 떼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지금 저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는 게 너라고 말해.’ 라고 하듯이 말이다.
기분이 나빴다.
왜 기분이 나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떤 문자에도 답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순전한 궁금증으로 내게 물어보았을지라도, 그것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말하고 노래하면 안 된다는 거야? 그걸 믿을 수 없다는 거야?’ 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그들이었다면, 나도 그들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말 못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방송에 나와 말을 하고 노래를 한다면···.
연락을 하겠지.
하지만 “저게 너 맞아?” 같은 식으로 말하진 않을 거다.
아마도.
‘노래 잘 들었어.’ 같은 말을 하며 그 사람이 겪고 있는 현재를 가만히 응원해주지 않을까.
그러니까 너네가 잘못 되었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앞으로 가만히 지켜보기나 하라는 식으로.
나는 그 누구에게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래도 그런 생각은 들었다.
언젠가는 공식적으로, 내가 예전에는 언어장애인이었다는 것을 말해야 하는 때가 오겠지. 그러면 누군가는 물어볼 것이다.
“어떤 계기로 언어장애를 극복하고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건 의료과학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요?” 라고 말이다.
그때에는 가만히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겠다.
나도 모르겠다고 하겠다.
나는 의사도, 신도 아니니까.
그저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남자 아이일 뿐이라고.
나한테 묻지 말라고 말이다.
*
하루가 지나도 방송 후의 반응은 식을 줄을 몰랐다.
온갖 SNS에선 나의 무대 영상이 3분으로 편집되어 여러 곳으로 공유되는 중이었고.
사람들은 그에 따라 여러 반응을 쏟아내는 중이었다.
– 반응은 신경 쓰지 마. 신경 안 쓴다고 잘 되진 않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건 당장 있을 3차 오디션 대비 탈락 미션뿐이다.
예송이형이 단체 메신저 방에서 말했고, 나와 승현은 그것에 동의했다.
내 생각보다 승현은 침착하고 진중한 사람이었다. 예송이형이야 원래 그런 줄 알고 있었지만, 승현은 의외였다.
음악인으로써의 승현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 프로였다. 방송에서 리액션을 할 때나 함께 밥을 먹고 사담을 나눌 때에는 영락없는 장난기 많은 학생이었지만, 음악을 대할 때는 태도가 크게 변했다.
이전에도 학원에서 공개 테스트를 받거나 음악 작업을 할 때를 보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더욱 달랐다. 이렇게나 몰입하고 진지한 태도는 승현을 만난 이후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2차 오디션이 끝난 이후로는, 매일 1시간 정도씩 사담을 나누던 통화 시간도 10분 미만으로 줄어들더니, 요즘은 문자만 가끔 주고받을 뿐이다.
– 녹음본은 아직이야?
이런 문자를 승현에게 받을 줄은 전혀 몰랐다.
하지만 승현의 이러한 태도 덕분에, 나는 안심하고 승현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나만 조금 진정하고 차분하면 된다.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매일매일 하루 두 번씩 스노클을 쓴 채로 목욕을 하며 멜로디를 뽑아냈고, 마찬가지로 하루 두 번 녹음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영양 잡힌 식단을 하고 산책을 했다.
어느덧 밖에 나갈 때마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점점 생기는 듯해서 조금 껄끄러워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직까진 내게 직접적으로 “싱 앤 스트리트 나오는 신율씨 맞죠?” 하고 묻는 사람은 없다.
이따금 내 번호를 묻는 사람이 번호를 묻다 말고 “혹시 방송 나오신 적 있지 않아요? 최근에?” 하고 묻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당분간 사람 많은 산책로 쪽으로는 못 가겠네···.’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우리는 몇 번의 곡을 다듬고 고치고 수정하고 깎기를 반복한 뒤.
3차 오디션 최종 진출자를 뽑는 날 직전에 곡을 마무리했다.
– 내일이면 보이스 다시 보겠네.
예송이형은 합숙을 하는 3박 4일 동안 효인의 펜션을 지키는 개에게 정이 생긴 듯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쓰다듬어주고 대신 밥을 주기도 하더니, 의외로 동물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 거기 샌드위치가 존맛인데.
– 맛있긴 했지.
그렇게 우리는 메신저를 나누다가 서로 잘 자라는 말을 전한 뒤 각자 잠에 들었다.
그날은 잠이 솔솔 왔고.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방송국에 모여 단체 버스를 타고 효인의 펜션으로 향했다.
버스에 탑승한 다른 참가자들의 눈빛에는 독기가 서려 있는 듯했고, 그 때문에 서늘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펜션으로 가는 2시간 가량 동안,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각각 헤드폰을 쓰고 있거나 무선이어폰을 꽂고 잠을 잤다. 혹은 뜬 눈으로 허공을 빤히 바라보며 무언가를 다짐하는 듯했다.
승현은 잠을 자진 않았지만 눈을 감고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듯했다. 고민인지 걱정인지 알 수는 없었다.
나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버스는 어느새 도심을 빠져나와 논밭이 우거진 평야를 지났고, 어느 산길로 들어서자 금방 효인의 펜션이 나왔다.
“어서 와요. 여러분. 먼길 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효인이 버스에서 내리는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말없이 눈웃음을 지으며 인사해주었다.
그리곤 방송국 차량이 뒤이어 도착했고, 스태프들이 방송 장비를 갖추고 촬영 장비를 마치자 본격적으로 탈락자를 뽑는 미션이 시작되었다.
“오늘 9팀 중 2팀에서 3팀은 3차 오디션을 치르지 못하고 돌아가게 될 거예요. 그건 여러분들의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제가 모든 분을 이끌어갈 수 없는 능력 부족 탓이니, 탓을 하려거든 저를 탓해주시면 됩니다. 여러분 스스로를 탓하지 마세요.”
탈락자 선정 무대는 야외 마당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그곳에서 각각 팀당 한 번씩 무대를 한 뒤, 심사시간을 가지고, 내일 아침 탈락자를 발표한다고 했다.
“자 그러면 모두 밖으로 나가실게요.”
효인의 말을 시작으로 카메라 감독님들이 거실을 나섰다. 그러자 참가자들도 뒤따라 마당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렇게 서바이벌 미션은 시작될 준비를 마쳤다.
“무대 순서는 첫날 미팅을 했던 순서대로 진행할 거예요. 김설님부터 시작해서 슈팅 스타 팀까지 하도록 할게요.”
““넵!””
모든 참가자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김설 참가자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나는 2차 오디션을 합격하고 이곳까지 온 참가자들의 무대는 처음 들어보았다.
2차 오디션 때에도 내게 한정된 시간은 많지 않았으므로 많은 참가자들의 무대를 들어볼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나와 같은 시간대에 2차 오디션을 보았던 참가자 중 합격자는, 나와 같은 효인 팀에 오진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같은 팀원들의 노래를 처음 들어보는 순간이 왔다.
‘김설’ 참가자는 우리와 같이 올패스를 받고 합격을 한 참가자라고 한다. 효인 팀에는 올패스를 받은 참가팀이 총 세 팀이 있다고 했는데, 그중 하나가 김설이었다.
김설은 ‘설’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눈(雪) 같은 머리색을 가진 신비한 분위기의 여성이었다.
평소에는 눈을 가릴 정도로 챙이 긴 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고, 체구가 작은 편이어서 나이대를 쉬이 짐작할 수도 없었다.
워낙 말주변도 없으신지, 나도 말을 걸어본 적 없고 그분이 내게 말을 걸어본 적도 없다. 당연히 노래도 들어본 적 없다.
그런 참가자 ‘김설’이 노래를 시작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
김설의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다. 그리고 동시에 순수했다.
뭐랄까. 북극의 깨끗한 빙하를 보는 느낌이랄까? 매우 단단하고 차가운데 동시에 깨끗하고 순수한 느낌이었다.
한낮인데도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순간 모든 참가자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일단 저 분은 합격하겠다.’ 라고 말이다.
그렇게 김설 참가자가 무대를 마치고.
순서에 따라 다른 참가자들이 하나 둘 무대를 하고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내 입장에서 참가자들의 수준을 평가하기란 주제넘은 일일 수도 있겠으나.
사실 김설 참가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참가자들의 실력은 비슷했다.
M 실용음악 학원이었다면 B 정도 랭크를 받았을 것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서도 몇몇은 운이 좋으면 A를 한 번쯤 받아볼 수 있겠다 싶은 수준.
그래서 누가 떨어질 것인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그때 나의 차례가 왔다.
“마지막으로 슈팅 스타 팀 올라올게요. 보컬만 올라오시면 돼요.”
PD가 말했고, 나는 곧장 무대에 올라갔다.
그 무대에 단 한 가지 욕심이 있었다면.
효인이 김설에게 지은 미소보다 더욱 큰 미소를 짓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탈락을 면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중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다.
*
의 강렬한 도입부 반주가 깔리기 시작한다.
무대 아래에 앉아 있는 참가자들의 동공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 팀, 잔잔한 발라드 하는 팀 아니었어?’ 누군가 생각했고
그건 PD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전 2차 오디션에서 신율이 부른 노래가 굉장한 화제가 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PD 입장에서는 이런 화제성을 이어가 흥행성을 높이고 싶었다.
도박은 하고 싶지 않았고, 도박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 슈팅 스타 참가자들이 시도하려는 무대는 도박에 가까웠다.
어떤 노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소년들의 무대가 강렬한 락사운드로 점철되는 일은 자칫 꼬맹이들 장난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얼마 가지 않아 해소되었다.
신율이 첫 음절을 내뱉는 순간, PD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손에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가 들어와 있다는 느낌.
그리고 도박의 신이 묻는다.
[올인 하시겠습니까?]PD는 자꾸만 들썩이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