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lent genius decided to become a tycoon RAW novel - Chapter 228
진화 (4)
주의 준다는 임한길 대표의 입에서 뜬금 칭찬이 뱉어졌다. 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우경민 대표의 약간 스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 ······임한길 대표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잘했다? 그게 주의입니까? ”
뉘앙스론 화를 억누르고 있는 듯. 반대로 임한길 대표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 주의지. 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에서의 주의. 이미 우리 강실장은 잘하고 있긴 하다만. ”
“ 임대표님. 아무리···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지금은 너무 굽으신 거 아닙니까? 장난이라면 조금 지나치십니다. ”
“ 그래요? 근데 내가 우대표 말만 믿을 순 없지. ”
“ 예? ”
핸드폰을 통해 들리는 되물음과 동시에 임한길 대표가 턱을 괬다.
“ 납득이 안돼서. 조금 꺼림칙하고. ”
“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
“ 우대표는 우리 강실장이 ‘레드프릴’ 팀에 꼬장을 폈다고 했는데. 그거 말이야, 시시비비를 따졌을 때 ‘레드프릴’ 팀 쪽엔 전혀 문제가 없었나? ”
“ ······ ”
“ 내 보기엔 못해도 꼬장의 시발점 정도는 제공했을 것 같아. 어때요. ”
“ 대표님, 저희는. ”
“ 자세를 확실히 해요, 보통 주먹다짐은 작은 말다툼에서 시작되는 거니까. ”
“ 예?? ”
“ 뭘 놀라. 현장 애들이 곧 우리들 얼굴이고 체면인데. 우대표와 내가 싸운 거나 다름없지. ”
분명한 경고였다. 덕분인지.
“ ······ ”
핸드폰 너머 우경민 대표의 음성은 끊겼고 임한길 대표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 우대표. 애들 말다툼에 팔 걷어붙이고 나설 건가? 괜찮겠죠. 재미야 있겠어. ”
“ 그건···아닙니다. ”
“ 적당히 하지 그럼. 우대표나 나나 장사치고 전화하기 전에 계산기 다 두드려봤을 거잖아. 이 정도 했으면 밑에 애들한테 체면도 섰을 거고. ”
“ 크흠. ”
“ 뭣보다 난 강실장 얘한테 욕하는 게 더 난감해. ”
“ 그게 무슨- ”
“ 우대표가 신경 쓸 건 아니야. 그래서 어쩌겠어요. ”
덮을래 말래? 정도의 물음. 은은한 말투였으나 확고했다. 여기서 어떤 미친 대표가 옳다구나 하며 주먹을 내지를 수 있을까. 심지어 상대는 국내 최상위 포식자 임한길 대표. 아무리 커브 엔터가 TOP5 안에 드는 회사라지만, HYN 엔터는 업계를 압살하는 독보적 1위.
체급 차이가 너무 컸다.
과거의 HYN 엔터라면 자존심을 위해 단박에 덤벼들 만도 했으나, 지금의 임한길 대표는 너무나 거대해졌다.
따라서.
“ ······알겠습니다. 이 정도로 하시죠. ”
기세등등하던 우경민 대표가 꼬리를 내렸고 임한길 대표의 미소는 짙어졌다.
“ 그래요. 현장 잡음이야 늘 있는 일인데 우대표도 신경 끄고 살아. 난 그러거든. ”
“ 참고하겠습니다, 그럼. ”
-뚝.
바로 끊기는 전화. 대답도 안 듣는 걸 보니 우경민 대표는 퍽 성질이 난 모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핸드폰을 내린 임한길 대표는 차분했고.
“ 어디까지 얘기했지? ”
전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행동했다. 뭐랄까, 방금의 통화 그 자체가 존재치 않은 것 마냥. 그렇다고 강기찬이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인물도 아니었다.
“ 세라에 관한 추측까지. ”
“ 맞아. ”
때문인지 둘 사이에선 직전의 우경민 대표와의 통화는 사라졌고, 등을 소파 등받이에 기댄 임한길 대표가 대답을 재촉했다.
“ 말해봐 네 추측. ”
같은 시각, 커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실.
우경민 대표가 자리에 있음에도 대표실은 뭔가 적막했다. 특이한 것은 고요한 공기 속에 약간의 분노가 서렸다는 것.
왜?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부들대는, 머리에 새치가 드문드문인 우경민 대표의 얼굴이 구겨졌으니까.
“ 이런······개 같은. ”
평소 온화한 편인 그의 표정이 이다지도 와장창 깨진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직전의 임한길 대표와의 통화는, 우경민 대표에게 분노를 일으키기엔 충분했다는 뜻.
“ 그렇게 나왔다 이거지? ”
어금니를 빠득 무는 우경민 대표. 사실, 그도 이런 그림까지 원하는 건 아니었다. 직원들과 ‘레드프릴’ 앞에서의 적당한 체면치레, 그리고 자신감 정도면 보이고 끝날 일이었다. 내가 아직 살아 있으니 견제해야 해라 따위의. 어쩌면 허세와도 같았다.
그런데 도리어 뒤통수를 세게 맞아버렸다.
우경민 대표는 자신감이 처참히 짓밟혔고 체면은 고수하고 체력만 빠졌다. 거기다 결과적으론 찍소리 못한 자신에게 모멸감까지 느끼는 중.
“ 그래, 좋다. 현장 일은 사사롭다 이거지? 임한길 당신이 말 한 거니 똑같이 해주지. ”
이를 가는 우경민 대표. 그는 다짐했다. 아니, 직원들에게 지시할 참이었다. 앞으로 현장에서 HYN 엔터 소속을 보면 가만히 두지 말라고. 나름 짓밟힌 자존심을 세울 살짝 치졸한 방책. 하지만 아랑곳없는 우경민 대표는 오로지 임한길 대표에게 한 방 먹일 생각 천지였고.
“ 이렇게 되면 하빈이 솔로가 무조건 잘 돼야 해. 일단, 그거로 임한길 쪽에 한 방 제대로 친다. ”
홍보를 지금보다 두 세배 늘리며 하빈의 솔로 활동 속도를 더욱 높일 결론을 내렸다.
“ 가만히 있으니까 날 호구로 봐? ”
그때였다.
-덜컥!!
노크 없이 대표실 문이 괴팍하게 열렸다. 덕분에 깜짝 놀란 우경민 대표가 고개를 팍 돌렸고, 열린 문에선 해외 파트팀 팀장이 재빨리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거의 뛰다시피 했다.
“ 대, 대표님!! ”
그 모습에 이미 짜증이 오를 대로 오른 우경민 대표가 역정부터 냈고.
“ 박팀장! 지금 뭐 하는 거야, 노크 한번 없이!! 장난치나?? ”
살짝 움찔하긴 했으나 박팀장이라 불린 남자는 어떻게든 할 말을 뱉었다.
“ 죄송합니다! 사안이 너무 급해서. ”
“ 뭔데! ”
“ ‘세라 로렌스’ 측에서 미팅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저희 ‘레드프릴’과 만나기에 앞서 얘기를 좀 하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
바로 디립다 눈이 커지는 우경민 대표. 자리서 벌떡 일어나는 건 덤이었다.
“ ······뭐라고? 세라? 그 세라? ”
“ 예! 대표님. 요청은 방금 메일을 통해서 왔고, 확인하자마자 바로 뛰어왔습니다! ”
“ 아니 지금···박팀장 확실해? 스팸 메일에 낚이는 거 아니고? ”
“ 아닙니다! 메일 받자마자 그쪽 회사에 연락해서 확인까지 마쳤습니다, 확실합니다! ”
“ 세라? 세라라니? 그쪽에서 왜······설마 뭔가 작업을 같이하고자 하는 건가? ”
“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컨택 메일의 뉘앙스상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
왔다. 왔어. 우경민 대표는 순간 주먹을 꽉 쥐었다. 제대로 된 기회였으니까. 뭔가 천재지변과도 같은 타이밍이었으나 그딴 건 의미 없었다. 이미 우경민 대표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기회를 잡을 생각뿐이었고.
“ 당장. ”
그가 팀장에게 빠르게 지시했다.
“ 당장 메일 답장 보내고 최대한 빨리 미팅 잡아. 언제든 상관없어, 뭐든 세라 쪽에 맞춰준다고 해! ”
“ 알겠습니다!! ”
곧, 팀장이 대표실을 빠져나갔고 양손으로 책상을 짚은 우경민 대표가 낮게 읊조렸다.
“ 이거로 뒤집을 수 있다, 잡아야 돼. 무조건. 죽어도 이건 우리가 먹어야 된다. ”
동시에 그의 머리가 핑핑 돌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잡기에 준비해야 할 것은? 도움 될 것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등등등.
그러다.
-스윽.
핸드폰을 꺼낸 우경민 대표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오늘 ‘레드프릴’ 스케줄 끝나면 하빈이만 따로 태워서 데리고 와, 그리고 김실장 보내서 그 작곡가도 다시 불러. ”
뭔가 그의 얼굴은 짐짓 진지한 듯 보였지만, 반대로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처럼도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자존심을 짓밟은 임한길 대표가 우경민 대표에게 급발진을 선사했으니까.
“ 그래, 그 고스트 작곡가! 무조건 오늘 끌고 와! ”
한편, 다시 HYN 엔터 대표실.
추측을 설명하라는 수장의 지시에 좀 귀찮네 싶은 강기찬이, 옅은 질색이 담긴 한숨과 함께 시들하게 답했다.
“ 어- 뭐 그렇게 방대한 건 아닙니다. 그냥 제 비루한 생각으로는 세라 쪽에선 아마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고, 한국의 아이돌과 관련이 있다 싶습니다. ”
“ 프로젝트. ”
“ 예. ”
“ 한류나 KPOP과 관련이 있겠지. 외신에서도 KPOP을 다룰 정도니. ”
“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그- 여튼 세라는 ‘밤비디’를 ‘버추걸’로 확인했을 가능성이 크고, 저희 말고도 여러 아이돌이 호출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남녀불문. ”
“ 영화 한 편에도 수십 명 배우가 후보로 걸려. 근데 세라는 미국을 씹어먹는 대형 뮤지션. ‘밤비디’만 점 찍진 않았겠지. ”
“ 어- 음 뭐냐, 거기서 나온 게 ‘레드프릴’입니다. 저는 걔네가 1순위 같습니다. 이미 해외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최근 기네스북이다 뭐다 호재도 꽤 있어서. ”
동의한다는 듯 임한길 대표가 턱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서. ”
“ 리스트에 오른 아이돌엔 저희와 비슷하게 미팅을 요청할 것이고, 그게 1차 면접쯤 되지 싶습니다. ”
“ 거기서 한 번 거르고 2차론 세라와 만날 가능성이 있겠지. ”
“ 아니면 그 전에 뭔가 요청이 있다던가요. ”
“ 요청? ”
“ 예. 대강 과제라던가 기타 등등. 미국이 코앞도 아니고 세라도 바쁠 테니까, 세라 쪽이 요청하는 뭔가로 최종 면접을 보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추측입니다. ”
“ 과제를 던져서 경쟁을 붙인다라- 이미 오디션은 시작됐다 이거야, 그렇지? ”
“ 예. 대강. ”
“ ······ ”
이어 임한길 대표가 기찬을 가만-히 응시했다. 얼추 5초쯤.
그리곤.
“ 네가 알아서 해봐. 지금 하고있는 것이 뭐든. ”
왜인지 이미 강기찬이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과 함께 허락을 던지는 그였고.
“ 필요한 게 있나? ”
강기찬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 솔직히 우경민 대표를 좀 흔들어주셨으면 했었는데, 이미 충분히 해주신 것 같습니다. ”
바로 픽 웃는 임한길 대표.
“ 우연이다? ”
“ 그- 예. ”
“ 네 우연은 참 가치가 높아. ‘버추걸’도 우연으로 시작돼 ‘세라’에게까지 뻗쳤고, ‘레드프릴’ 팀에 비빈 꼬장도 결국은 니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렀네. ”
“ ······ ”
“ 알았어, 나가 봐. ”
곧, 자리에서 일어나는 강기찬. 그 순간.
-♬♪
다시금 임한길 대표의 핸드폰이 벨소리를 뱉었고, 탁자 위 핸드폰을 집어 발신자를 확인하는 그. 재밌는 것은 뭔가 미묘한 웃음을 짓는다는 것.
“ 강기찬, 너 ‘판타스마’ 기억나지? ”
“ 예. ”
“ 이번엔 그쪽 전화야. ”
어쩌라는 거지. 소파에서 갓 일어난 강기찬이 작게 목례하며 몸을 돌릴 때였다.
“ 그래, 나야. ”
임한길 대표가 ‘판타스마’와 통화를 시작했고, 그의 핸드폰 너머로 유마리의 정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 대표님, 죄송합니다. 잠시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전화를 못 받았습니다. ”
“ 괜찮아. 피차 바쁘겠지. ”
“ 이번엔 무슨 일로 전화 주셨는지요. ”
되물음에 임한길 대표 역시 소파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대표실을 빠져나가는 강기찬은 신경도 안 쓴 채.
“ 너희 주인 말이야. 왜 답이 없지? 일전에 내가 빚진 게 있잖아. 목숨값. ”
아마 권민국 관련을 말하는 듯. 다만, 그 주인인 강기찬의 느린 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 아. ”
임한길 대표의 핸드폰 너머 유마리가 짧게 답했다.
“ 그 건 말입니다만. 빚진 목숨값을 빚으로 받았으면 하십니다. ”
“ 빚진 것을 빚으로 받겠다라- 나에게 빚을 박아두겠다는 건가? 족쇄처럼 들리는데. ”
“ 전혀 아닙니다. 그저 원만한 대표님과의 관계유지를 더불어, 차후 그분이 대표님을 뵀을 때 빚을 청산하신다 하셨습니다. ”
“ 너희 주인이 직접? ”
“ 예, 대표님. ”
이어 기찬이 대표실 문손잡이를 돌릴 쯤 임한길 대표가 웃었고,
“ 너희 조직의 주인 얼굴은 그렇다 치고. ”
핸드폰에 대고 잔잔히 답했다.
“ 기대돼, 나에게서 뭘 뜯어낼지. ”
며칠 뒤. 주말 지난 월요일, 7월 29일.
장소는 HYN 엔터의 판교 트레이닝 센터. 왜인지 아침부터 센터 5층이 시끄러웠다. 과거 웹드라마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던, 쇼케이스 연습실 등이 배치된 5층.
“ 조명 감독님! 여기 조명이랑 반사판 아직입니까?! ”
“ 아오! 막내야!! 반사판 안 가져오고 뭐 하냐! 밤샐래?! ”
“ 지금 갑니다, 감독님! ”
이곳에 웹드라마 ‘걸그룹 연습생은 금단 연애 중’ 촬영팀이 몰렸다. 적어도 30명은 넘어 보이는 인원들이었고, 쇼케이스 연습실 바로 앞 복도에서 촬영 세팅이 한창이었다.
“ 누가 여기 복도 바닥 좀 닦아요! ”
“ 대걸레 찾고 있습니다! ”
“ 아니, 밑에 사무실에서 빌려! ”
오늘이 첫 촬영이었으니까.
“ 아- 근데 오늘 장소연 안왔으. 솔직히 특출로 나온다 해서 기대 좀 했는데. ”
“ 나는 류민기. 원랜 특출 촬영분 오늘이었는데 일정 바꼈데, 장소연 오늘 부천 국제 영화제 참석한다더라. ”
“ 아! 진짜? 헐- 레드카펫 압살하겠네? ”
떠들면서도 각자 할 일에 바쁜 수십 스탭들, 앞뒤 양옆에 깔린 카메라, 주변으로 세워진 조명, 여러 오디오 기기들. 그런 촬영팀 사이 ‘걸그룹 연습생은 금단 연애 중’의 배우들도 보였다.
물론, 그중에는.
“ 저 준비 끝났습니다, 감독님! ”
주인공 고주아도 포함이었고, 방금 메이크업을 마친 그녀가 카메라들 사이로 입장했다. 재밌는 것은 고주아가 연습복을 입고 있다는 것.
“ 와- 저 연습복 왜 이렇게 오랜만에 입는 것 같죠?? 좀 뭔가 신기해요! ”
주인공 의상이었다. ‘걸연애(걸그룹 연습생은 금단 연애 중)’의 여주 자체가 연습생이었으니 당연했다. 어쨌든 단발 묶은 고주아가 자신의 연습복을 내려보며 배시시 웃었다. 살짝 어색한 모양.
이어.
“ 주아씨, 머리 묶으니까 더 그림이 좋네요. 의견 좋았어요. 앞으로도 쭉 그렇게 잘 부탁해. ”
돌돌 만 대본을 손에 쥔, ‘걸연애’의 연출 맡은 박진구 PD가 고주아에게 간단한 동선 체크를 하고 있을 때.
“ 잘 부탁드립니다! ”
남주 배우까지 투입됐다. 곧, 나란히 선 둘을 보며 박진구 PD가 설명을 읊었고.
“ 자- 일단 리허설부터 가보는데, 여기는 주아씨가 첫 감정을 드러내는 컷이라 카메라는 거의 주아씨 원샷입니다. ”
“ 네네! ”
“ 알겠습니다. ”
“ 오케이, 바로 가봅시다. ”
고개 끄덕인 박진구 PD가 뒤쪽 스탭들 사이로 외쳤다.
“ 까메오 준비됐죠?! 리허설 갑니다! ”
그대로 모니터 세워진 자리에 앉은 박진구 PD가 신호를 던졌다.
“ 리허설! 하이- 액션! ”
동시에.
-탁!
남자 스탭의 슬레이트 뒤로 ‘걸연애’의 첫 촬영이 시작됐다. 대사의 물꼬는 고주아부터.
“ 매니저님······저 사실은. ”
우물쭈물. 연기를 시작한 고주아가 남주 배우에게 입맛을 다시며 뭔가 얘기를 하려던 때였다.
-스윽.
누군가 촬영 공간 안으로 뜬금 침투했다. 흰 셔츠에 썩은 동태눈을 한 남자. 그가 조명을 등진 채 고주아 멍-하니 응시하며 대사쳤다.
“ 복도서 무슨 잡담이야. ”
강기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