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280)
280 화 황금의 유적.
황금의 유적.
“지, 진짜 황금이라고?!”
깜짝 놀란 케니는 연의 손에 올려진 황금 뼈를 덥석 가져가 이리저리 살펴보며 칭찬했다.
“청소부 씨가 원래 이런 금속 감정도 할 줄 알았을 줄이야. 제법 대단한데?”
“금속 감정 같은 거 할 줄 모르는데.”
“…뭐? 근데 이게 황금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잘.”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이거 황금 아닌 거 같잖아. 진짜 황금 맞지?”
“황금은 맞는데.”
금속 감정을 할 줄은 모르지만, 황금인 건 안다. 지극히 이상한 논리였지만 연의 고저 없는 말투는 묘하게 신뢰감이 있었다. 케니도 잠깐 당황한 것을 제외하면 뼈가 순수한 황금이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연을 주시하고 있던 레페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잘’이라고 대답하던 연의 시선이 잠깐, 아주 잠깐 허공을 향했었다. 마치 거기 무언가라도 있는 것처럼.
레페가 묘한 의심을 키워가든 말든 케니와 포사는 이 뼈가 황금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이거 진짜 대박인데? 이 황금 괴물이 저 안에 가득 살고 있다면… 아니, 두세 마리 정도만 더 있더라도 전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야. 안 그래?”
“맞는 말이야.”
“…어? 그럼 설마?”
손에 쥐고 있던 황금 뼈다귀를 감상하고 있던 케니가 이내 자신이 잊고 있던 또 다른 황금의 존재를 떠올렸다.
괴물이 흘리던 황금빛 피. 그 피의 존재를.
케니는 다급하게 연에게 물었다.
“저, 저 바닥에 흐르는 피. 그거도 황금이야?”
연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바닥에 고인 피 웅덩이를 보더니 고개를 까딱였다.
“그럴 확률이 높겠지.”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포사! 얼른 피부터 담자! 빨리! 페르카랑 청소부 씨 레페도 얼른 도와줘!”
케니가 야단법석을 떨며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가죽 주머니에 가득 담고 있던 그때, 레페는 여전히 연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피 웅덩이를 바라볼 때, 또 연의 시선이 아주 찰나지만 허공을 향했었다. 진짜 거기 누가 있는 것처럼.
‘…귀, 귀신이라도 보는 건 아니겠지?’
페르카는 연을 빤히 바라보는 레페를 보며 묘한 기류를 느꼈다. 연과 레페, 둘이서 여기까지 온 뒤로 레페는 묘하게 연이란 저 남자를 신경 쓰고 있었다.
“레페, 뭐해. 얼른 우리도 담자!”
“어, 으응! 그래, 얼른 담자!”
페르카를 포함한 넷이 바지런히 황금빛 피를 주워 담는 와중에도 연은 굳이 움직이지 않았다. 케니는 그런 연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청소부 씨는 이거 필요 없어? 황금인데?”
“어.”
“후회해도 난 모른다?”
“그래.”
지극히 성의 없는 대답. 굳이 그런 연을 붙잡고 챙겨줄 만한 사이도 아니었기에 케니 빠르게 연에게서 관심을 껐다. 그러나 대충 한 주머니에 피를 가득 채운 레페는 아니었다.
그녀는 가죽 주머니를 대충 허리춤에 매달고는 연에게 질문을 던졌다.
“돈 필요 없어요?”
“딱히.”
“그럼 지금 저희랑 왜 다니는 거예요? 돈 필요 없다면서요.”
“돈 받았으니까.”
“그거 말이 이상…”
“너.”
연은 짧게 레페의 말을 끊었다. 그는 페르카의 시선을 느꼈다. 페르카는 레페가 연에게 다가가자 두 번째 가죽 주머니에 황금 피를 채우다 말고 연과 레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연은 그런 페르카의 모습을 보곤 레페에게 말했다.
“…귀찮게 굴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해. 슬슬 거슬린다.”
“뭐요?!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레페. 그만해. 싫으시다잖아.”
페르카는 두 번째 가죽 주머니를 채우는 걸 포기하고 레페를 제지했다. 레페는 어딘가 잔뜩 억울한 눈빛으로 연을 노려보았지만, 연은 그 한마디를 끝으로 정말 레페에게 잠깐의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케니와 포사는 일행이 투닥대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가죽 주머니를 채우는 데 집중했다. 이 노란 괴물이 딱 한 마리만 남은 유일한 짐승일 수도 있었으니.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모두 짜낸 케니는 한결 산뜻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뼈는 저 위쪽을 다 확인한 다음에 다시 가지러 오자. 어때?”
“나는 찬성.”
포사가 찬성하자 페르카와 레페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은 애초부터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는 듯이 굴었으니 물어볼 필요도 없었고.
“그럼 위층으로 진입할 건데 횃불은 페르카랑 청소부 씨가 들면 되겠다. 나랑 포사는 둘 다 양손으로 무기를 써야 하고, 레페도 마찬가지로 활을 쏘려면 두 손 다 자유로운게 나을 테니. 어때? 페르카?”
“그래요.”
페르카의 허락이 떨어지자 케니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큰 짐들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 방치된 저택에 대충 놔두고 왔지만, 횃불의 경우는 탐사를 할 작정이라 다들 제대로 챙겨왔었다. 탐험에 있어서 광원이란 언제나 중요한 것이었으니.
“나랑 포사가 앞장설게. 페르카랑 레페가 그 뒤로 따라오고 청소부 씨가 후미를 맡아줘. 뭐, 이상한 거 느껴지면 바로 말하고. 좋지?”
일사불란한 케니의 지휘에 다들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개의 횃불을 든 일행은 어둠만이 가득한 계단을 밝히며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계단 끝에서부터 이어진 어두컴컴한 복도는 당장에라도 괴물이 떼로 습격해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지만 일행이 한껏 긴장하며 나아갔음에도 그 무엇 하나 수상한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계속 긴장만 하고 있다간 순식간에 진이 빠져버릴 테니, 케니는 최소한의 주의만 전방에 놔두고는 긴장도 풀 겸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황금 뼈에 황금 피가 흐르는 괴물이라니. 고기랑 가죽은 황금이 아니긴 했어도 굉장히 귀한 괴물이잖아. 대체 페르카네 증조할아버지는 뭐 하시던 분인지 모르겠네.”
“그러게요.”
페르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치자 케니는 흥겹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근데 나는 살짝 페르카네 증조할아버지께서 뭘 하고 싶으셨는지 조금 알 거 같기도 해.”
의외의 발언에 페르카는 두 눈을 끔벅이며 케니에게 물었다.
“어떤…?”
케니는 옆구리에 찬 가죽 주머니를 툭 치며 답했다.
“생각해봐. 몸에 황금 피가 흐르고, 황금 뼈가 있는 생물! 이런 생물을 가축으로 삼을 수 있으면 어떻겠어?”
살아 움직이는 황금들이 먹이만 챙겨주면 증식한다. 살아있는 와중에 조금씩 피를 빼도 괜찮고, 적당히 길러서 황금 뼈들만을 발라내도 되니 아까 그 괴물들을 가축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곳은 살아있는 황금의 농장이라 할 수 있었다.
“엄청나겠네요.”
여탠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포사가 입을 열었다.
“내가 괴물을 해체할 때 번식에 필요한 성기를 못 본 거 같은데.”
케니는 가볍게 말을 받았다.
“뭐, 정말 성공했으면 우리가 이곳에 이렇게 있을 일이 없었겠지. 페르카는 이미 황금으로 가득한 갑부집 아들이었을 테니까. 페르카가 이렇게 우리랑 같이 있다는 점에서 이 실험은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겠…”
– 캬아아아아악!!!
괴성과 함께 샛노란 무언가가 또 한 번 튀어나왔다. 케니는 이 괴성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활짝 웃으며 괴물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깔끔한 궤적을 그린 창이 뛰어오른 괴물의 머리통을 정확히 관통했다. 그야말로 깔끔한 솜씨. 힘의 배분, 창을 내지르는 타이밍,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괴물에 대응하는 순발력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동작이었다.
서걱.
창에 꿰인 괴물의 목을 커다란 전투 도끼의 날이 갈랐다. 머리 없이 잠깐 버둥대던 노란 괴물은 이내 그대로 축 늘어져 절명했다.
괴물의 움직임이 멎자 포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체에 달려들어 해체를 시작했다. 이 괴물 또한 황금의 뼈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으니까.
거침없이 괴물을 해체한 포사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황금 뼈다귀를 들어 올렸다. 또 다른 황금을 확인한 케니의 입가엔 환한 미소가 걸렸다.
“역시 한 마리가 아니었구나! 최고야!”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
포사는 해체하는데 쓴 단검으로 괴물의 사체를 툭 하고 건드렸다.
“아까 처음 나타난 괴물은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자그마한 도마뱀 같았는데…”
그는 말을 채 완성하지 않고서 시체를 두어 번 툭툭 두드렸다. 직접 보라는 듯이.
두 번째로 나타난 노란 괴물의 가죽 위에는 노란 털들이 빼곡히 자라나 있었다. 이 두 번째 괴물은 굳이 비유하자면 두 발로 다니는 오소리였다. 세세한 곳에서 생긴 게 좀 다르긴 했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괴물 모두 노랗다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이 거의 없는 상황. 케니는 두 번째 괴물을 툭툭 발로 건드리며 말했다.
“뭐가 가축으로 삼기 좋은가 여러 가지로 실험해본 결과인가? 근데 이거 얘 털도 황금이야? 일단 노랗기는 한데.”
“아니.”
짧은 연의 대답. 대답을 들은 케니는 굳이 더 캐묻지 않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두 마리 확보. 이거 잘하면 진짜 크게 한탕 하겠는걸. 좋았어! 이건 일단 여기 두고 다시 움직이자.”
일행은 다시 한번 진형을 갖추고 어두운 복도를 가로지르며 나아갔다. 불행히도 일행이 나아가는 와중에 새로 황금이 제 발로 찾아와주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또 한 번 앞을 가로막은 벽과 옆에 작게 솟아난 기둥. 역시나 기둥 위에는 손바닥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케니는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는 또 한 번 페르카가 활약할 시간인 거 같은데?”
“네.”
페르카가 소매를 걷어붙이며 앞으로 나서는 와중, 주변을 둘러보던 케니는 괴물 두 마리가 어디서 온 건지 알아냈다.
천장에 뚫린 환풍구. 복도의 천장엔 사람 하나는 족히 들어가고도 남을 환풍구가 떡하니 뚫려있었다.
‘굳이 문을 안 열었어도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있었겠는걸.’
케니는 그런 생각을 하며 페르카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윽.”
뾰족한 것이 찌르는 따끔한 충격. 또 한 번 핏방울이 손바닥 그림 위로 떨어지자 육중한 문이 아무런 소음 없이 열렸다.
“와.”
“와오.”
“대단하군.”
“와아…”
그리고 그 문 너머를 본 일행은 연을 제외하고 모두 작게 탄성을 터뜨렸다.
열린 문 뒤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건 여태까지 이어져 온 복도가 아니었다. 건물의 여러 층을 수직으로 뚫어서 만들어놓은 듯한 거대한 광장.
그 거대한 광장 한가운데엔 거대한 나무가 한 그루 자라있었다.
선명한 황금빛으로 이뤄진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황금빛 나무의 굵다란 가지들은 모두 찬란한 금빛으로 일렁였고, 나무의 나뭇잎마저 온통 샛노란 황금 그 자체였다. 거기다 굵은 가지들 사이사이로 사람만 한 황금 과실들이 맺혀있었다.
거대한 황금 나무를 올려다보던 페르카가 무어라 입을 열려던 그때. 한 손이 그의 입을 막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페르카가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케니를 쳐다보다 케니는 한 손가락을 펼쳐 자신의 입가를 가리고는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제야 페르카는 지금 황금 나무가 있는 공간에 자신들만이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 그르르르르르…
거대한 황금빛 파충류 하나가 나무의 앞에 곤히 잠들어있었다. 페르카는 그 거대한 동체를 보자마자 저게 바로 자신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게 된 용(龍)이 아닐까 싶었다.
날개 없는 용이 그르렁거림과 함께 곤히 자는 동안, 케니는 일행에게 손짓으로 일단은 잠시 물러나자는 신호를 보냈다.
일행은 거대한 황금 용이 잠들어있는 장소에서 천천히 물러나면서도 온통 황금빛으로 가득한 광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연 또한 물러나며 황금빛 날개 없는 용에 대한 짧은 감상을 남겼다.
‘…황금 티라노사우르스?’
***
드르륵.
다행히 페르카가 다시 한번 기둥에 손을 대자 문이 열렸던 것처럼 조용히 다시 내려와 닫혔다.
문이 닫히자 케니는 짧게 숨을 토해내곤 씨익 웃었다.
“저 큰 괴물을 잡기 전에 한 번 숨돌리고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말이야. 오늘은 이미 너무 많이 움직였어.”
케니는 마치 저 괴물과 전투하는 게 이미 결정 나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레페는 묘한 불쾌감을 느꼈지만,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 페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게 좋을 거 같네요.”
“그럼 1층으로 돌아가서 한숨 푹 자고 다시 오자고.”
***
은은한 빛이 감도는 1층엔 다행히 수많은 빈방이 있었고, 쓰다남은 가구들도 제법 있었기에 괜찮은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고요한 가운데 밤이 깊어지고, 한 사내가 움직였다.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포사가 눈을 떴다. 케니는 포사를 향해 가볍게 눈짓했다. 그 의미를 이해한 포사는 케니를 따라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둘은 복도를 가로질러 페르카가 닫아놓은 건물의 정문에 기대섰다.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던 와중, 먼저 입을 연 건 케니였다.
“너도 그 거대한 황금 나무를 봤지?”
“그래.”
“솔직히 나무를 지키던 그 괴물? 우리 둘이서도 충분히 잡을만해.”
케니 자신도, 자신의 동료 포사도. 저 꼬맹이들 앞에서 본 실력을 내보인 적은 없었다.
둘은 본래 은패 용병들이 꿈에나 그리는 금패 용병들이었다. 북부 왕국에서 활동하던 둘이 본래의 신분도 버리고 대륙 반대편의 남제국까지 흘러들어와 새 신분으로 은패 용병 짓을 하게 된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그다지 좋지 못하지만 뻔한 사연이.
“마침 여기는 고대 제국의 유적이야. 저런 애들 한둘쯤이야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도 아무도 몰라.”
“…”
“이번 건에 비하면 북부 왕국에선 너무 작은 건수를 먹고 날랐어. 겨우 2년쯤 노니까 돈이 다 떨어졌잖아? 하지만 이번엔 달라. 저 황금 나무 한 그루면 평생 흥청망청 놀고먹어도 남을 거야. 정말로.”
가만히 케니를 바라보던 포사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계획은?”
“우리 둘이서도 충분하지만, 손이 많아서 나쁠 건 없지. 그 날개 없는 황금용을 잡고 나서 뒤를 치자고. 물론, 혹시라도 그 용이 너무 강해서 못 잡게 된다면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말이야.”
“좋아. 그럼 일이 성공했을 때 비율은?”
“늘 그랬듯이 5:5로 하자.”
“4:6. 내가 4, 네가 6으로.”
포사가 불합리한 조건을 자처했다. 오랜 친구인 케니는 그 말뜻에 숨은 뜻을 단번에 파악했다.
“나쁜 취미가 또 도졌네. 그래, 난 여자한테 손 안 댈게. 어차피 제 발로 걸어와 내 품에 안길 여자야 밖에 널렸으니까.”
일이 끝난 후 레페는 자신이 갖겠단 암묵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자 포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복도에서 한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끼워주지?”
케니와 포사는 반사적으로 무기를 꺼내 들려 했지만, 이내 자신들이 무기를 안 챙겨 나왔단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적의 따윈 없다는 듯 맨손을 내보이며 걸어온 연이 둘의 얼굴을 번갈아보곤 말했다.
“너희가 하나 깜빡한 게 있는 거 같은데.”
그는 이 ‘유적’의 열쇠를 빙글빙글 돌려대며 입을 열었다.
“그 커다란 나무를 한 번에 옮길 수 있을 거 같아? 아마 한두 번으론 안 될걸? 너흰 그때마다 유적의 문을 열어줄 마법사가 필요할 텐데. 매번 마법사를 데리고 와서 황금 꺼낸 다음 죽이기라도 할 거야? 귀찮고 번거롭고 다른 사람들의 의심까지 살 텐데?”
빙글빙글 돌던 열쇠의 움직임이 멎었다. 연은 ‘열쇠’를 내보이며 말했다.
“그럴 바에야 문을 열어줄 수 있는 나를 끼우는 게 훨씬 편하겠지. 어때?”
연의 말이 맞았다. 케니는 제법 말이 통하는 데다 머리까지 돌아가는 새로운 동업자를 향해 활짝 웃었다.
“그럼 대가로 얼마나 원해?”
“5:5.”
“그건 너무 많은데. 이쪽은 둘이고 너는 하나…”
연은 케니의 말을 가볍게 끊었다.
“황금은 둘이서 5:5로 나눠 가져. 난 황금엔 관심 없으니까.”
케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넌 대체 뭘 가지겠다는 건데?”
키득거리는 웃음. 케니는 처음으로 연의 미소를 보았다. 그 미소는 무척이나 순수하게 느껴졌다. 보는 사람마저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나?’
연은 웃으며 말했다.
“황금 말고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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