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67)
67 화 막다른 길.
막다른 길.
투다다다다다다!!!
날아온 총탄이 방금 내가 자리를 박찼던 자리를 난자했다. 깨부숴진 바닥의 파편들이 비산했다.
딸깍. 딸깍.
총탄의 세례가 또 한 번 멎었다. 뒤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이 틈에 저 황금빛 거인과의 거리를 벌려야만 했다. 부패의 문이 신성으로 달아올랐다. 증폭된 신체능력과 함께 안에서 썩어들어가는 불쾌함과 고통이 뇌를 자극했다.
쾅!
거칠게 자리를 박차자 내 힘을 버티지 못한 바닥에 금이 갔다. 바닥을 걷어찬 반동으로 튀어 오른 몸이 날듯이 공기를 가르고 나아갔다.
위이이이잉.
또 한 번 개틀링 건이 회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개틀링 건을 조종하는 저 금속 거인이 자신이 쏘아내는 총탄보다 훨씬 굼뜨다는 것. 금속 거인이 저 거대한 팔뚝을 움직여 우리를 조준하는 시간 동안, 나는 죽어라 달려서 간신히 총탄의 세례를 피해낼 수 있었다.
투다다다다다!!!
공기를 찢는 총성에 다키아가 내 품에 얼굴을 깊숙이 파묻었다. 총탄에 부서진 바닥의 파편들이 내 등에 부딪혀댔다.
금속 거인의 조준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마치 학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직 이 거대한 복도의 끝에 닿기 위해선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이대론 끝을 보기 전에 따라잡히고 말게 분명했다. 나는 재빨리 소리쳤다.
“다키아!”
다키아는 내가 부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혹시 뒤에서 쫓아오는 금속 거인을 향해 마법을 한번 쏴보실 수 있겠습니까? 폭발하는 종류로요!”
“알겠어요!”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빠른 속도로 고대어 주문을 완성해나갔다. 대기 중의 마력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침내 주문을 완성한 다키아가 내게 물어왔다.
“지금 바로 쏠까요?”
나는 다시 한 번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며 대답했다.
“지금말고 저 금속 거인이 총탄을 쏘아낼 때 왼팔에 달린 무기를 맞춰주실 수 있겠습니까?”
달리는 사람 품에 안겨서 마법을 정확하게 겨냥해서 맞춘다는 게 절대 쉬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마침 우리를 뒤쫓아오는 금속 거인은 넉넉하게 거대해서 비교적 맞추기 쉬운 표적이었다. 그게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위이이이잉!
또 한 번 개틀링 건의 회전하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첫 번째 총탄 소리가 들려오는 그때. 나는 복도를 내달리며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네!!!”
다키아가 내 목을 감고 있던 팔을 풀고 손으로 내뻗으며 주문의 마지막 구절을 내뱉었다. 일렁이는 마력이 자연법칙을 왜곡하며 제 존재를 드러냈다.
콰앙!!!
울려 퍼지는 폭음. 총탄의 세례는 멈추지 않았다. 황금빛 거인이 쏘아낸 총탄이 다시 한 번 바닥을 뒤집어엎었다. 하지만 그 어떤 파편도 내 등을 두들기지 않았다.
다키아가 해낸 것이었다.
나는 여전히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리며 물었다.
“맞추신 겁니까?”
다키아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총신을 맞춰서 궤도를 틀었어요! 이대로 계속하면 복도의 끝까지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거 같아요!”
나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믿겠습니다.”
“예! 저만 믿으세요!”
대꾸한 다키아는 다시금 고대어로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게 했던 힘찬 대답과 달리 그녀의 얼굴엔 땀이 흥건했다.
아까 충분히 쉬지도 못한 채, 마법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탓이 분명했다.
나는 다리 근육을 한계까지 혹사하며 복도를 질주했다. 이젠 다키아가 완전히 뻗어버리기 전에 저 황금 거인을 따돌려야만 했다.
콰앙!
몇 번째인지 모를 마법. 다키아는 이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다시 기계적으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럴 여유가 없는 것이겠지.
그리고 마침내 나는 이 복도의 끝에 닿았다.
거대한 복도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린 건, 이 거대한 복도에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문이었다. 나는 거침없이 문을 걷어찼다.
쾅!
하지만 문은 굳건했다.
젠장. 막다른 길에서 총격이 퍼부어지면 이젠 도망칠 공간이 없었다.
나는 한 손으로 다키아를 안은 채로 도살자를 꺼내 들었다. 회전하는 톱날이 비명을 내질렀다.
왜애애애애애앵!!!
그대로 도살자를 문에 박아넣었다. 문을 부숴서라도 안에 들어가야만 했다. 도살자의 톱날이 문을 이루는 금속을 갈아버리며 파고들었다.
곧, 곧 자를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힘을 주고 베어내기 위해 문에 박아 넣었던 도살자를 빼냈다.
도살자를 빼내는 순간, 두꺼운 철문이 마치 퍼즐처럼 갈라지며 손상된 부분이 뒤로 물러나며 새로운 금속이 튀어나와 그 자리를 채웠다. 내 희망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나를 비웃듯이 문 위로 선명한 고대어가 떠올랐다.
– 편법은 안 돼.
저 말이 뜻하는 바는 아주 간단했다. 자신이 준비해둔 수호자를 쓰러뜨리고 다시 이 문 앞으로 돌아오라는 것. 나는 나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이 개같…”
위이이이잉!
총열이 회전하는 소리에 나는 내뱉던 욕설을 재빨리 삼켰다. 욕을 내뱉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저 총탄에 유린당하는 순간, 나는 갈가리 찢어질 테고 다키아는 그대로 즉사할 게 분명했다.
생각하자. 생각하자. 저 황금 거인을 쓰러뜨릴 방법이 정말 없나?
머리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갔다.
마법. 저 황금빛 거인은 은빛 거인과는 다르게 마법을 무효화하는 능력이 없는 게 분명했다. 마법을 무효화 할 수 있었다면 수차례나 다키아의 마법을 허용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내 간절함에 답하기라도 하듯, 머릿속이 번쩍이며 한 가지 계획이 떠올랐다.
“다키아! 조금만! 조금만 더 수고해주십시오!”
다키아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빛 개틀링 건이 또다시 수천 발의 폭력 토해냈다. 다키아는 미리 준비해둔 마법을 개틀링 건의 총열 위에 터뜨렸다. 탄막의 궤도가 비틀렸다.
나는 그 틈을 이용해 한계까지 증폭한 신체능력으로 탄막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찢어지는 총성이 다시 잠깐 멎었다. 황금의 거인이 오른손을 펼치자 손바닥 한가운데에 박힌 붉은 보석이 빛나며 탄환들이 빨려 들어가듯이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 옷. 초점이 맞지 않는 황금빛 눈동자. 그녀는 이미 한계였다. 아무리 넉넉하게 쳐줘 봤자 앞으로 한 번의 마법이면 다키아는 그대로 기절해버릴 게 분명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짧은 한마디를 속삭였다. 내 이야기를 들은 다키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리가 살아남을 방법은 목숨을 건 도박밖에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다키아의 목숨을 살릴 방법이.
쾅!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안고 있던 무게가 없어진 덕에 내 몸은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앞으로 치고 나갔다. 거친 공기의 저항이 날 때려댔다.
나는 금빛 거인을 향해 질주하며 허리춤에 찬 세 자루의 검 중 하나를 꺼내 들고, 그대로 내던졌다. 한껏 쥐어짜 낸 힘으로 던진 서리강철 검이 총탄을 회수하고 있는 붉은 보석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까앙!
보석을 보호하기 위해 움켜쥔 거인의 손가락에 서리강철 검이 튕겨나 바닥에 떨어졌다.
보석을 못 부숴도 괜찮았다. 애초에 보석을 부수는 요행을 바라고 던진 검이 아니었다.
그저 저 금속 거인의 시선을 다키아에게서 떼어 내고 내게로 향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황금빛 눈구멍이 정확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주의를 돌린다는 첫 번째 도박은 성공. 나는 계속해서 금속 거인을 향해 달려나갔다. 우습게도 아까 그토록 열심히 노력해서 벌린 거리가 내 발목을 잡아왔다.
위이이이잉!
내가 거인에게 닿기도 전에 또다시 개틀링 건의 총열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나는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다키아!!!”
내 외침과 동시에 마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탄으로 부서진 바닥 사이로 돌들이 치솟아 올랐다. 다키아의 마지막 마법이 나를 위한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그대로 돌로 된 발판들을 차례로 밟고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총신이 총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다다다!!!
솟아난 발판들을 모조리 부서뜨리며 압도적인 폭력의 비가 내게로 다가왔다. 거인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고 있던 탓에 내가 금속 거인을 향해 나아가는 것보다 총탄이 내게 다가오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몇 초. 단 몇 초가 내게 필요했다.
나는 그 몇 초를 마련할 방법을 애타게 불렀다.
“어머니!!!”
‘살해!!!’
어머니의 답과 함께 공간이 일그러지며 거인의 상반신이 떨어졌다. 겨우 상반신만을 간신히 재생해낸 부패의 거인이 복수를 위한 포효를 내질렀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맞추기 편한 표적에 불과한 부패의 거인이 포효와 함께 총탄에 찢어발겨 졌다. 부패의 거인이 뭉개지며 벌어준 그 몇 초.
딸깍. 딸깍. 딸깍.
그 몇 초 덕에 탄이 바닥난 개틀링 건의 총열이 멈춰 섰다. 금빛 거인이 또다시 총탄을 회수하는 틈.
마침내 금속 거인의 발치에 도달했다. 나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금속 거인의 몸뚱이를 타고 올랐다. 재장전 중인 총구가 집요하게 나를 따라왔다. 당장에라도 장전만 된다면 나를 무참히 찢어발기기 위해서.
쿵! 쿵! 쿵!
나를 떨쳐내기 위해 거칠게 흔들리는 거인의 몸. 나는 그 몸을 타고 올라 거인의 머리에 도달했다.
거인의 머리통에 도착한 나는 부패의 문을 한계까지 활성화하며 또 하나의 권능을 발현했다.
허공이 찢어지며 ‘부패의 검’이 제 존재를 드러냈다.
뻗어 나간 내 손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패의 검을 잡아챘다. 나는 ‘부패의 문’을 이용해서 부패의 검의 반동을 내장으로 전이시켰다.
내가 부패의 검을 잡는 그 순간, 얼마 남지 않았던 내장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
내장에서 왼팔로. 왼팔이 빠른 속도로 가루가 되어갔다. 불과 눈 몇 번 깜빡일 시간이면 왼팔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리리라.
나는 왼팔을 희생해서 벌어낸 그 짧은 틈을 이용해 오른손에 쥔 ‘부패의 검’을 그대로 금속 거인의 머리통에 박아넣었다.
붕괴가 시작되었다. 부패의 신성이 만들어내는 기적. ‘썩어버린다.’라는 명제를 강제로 이끌어 내는 ‘부식’이 금속 거인의 몸을 타고 번져나갔다.
내 왼팔이 완전히 가루가 되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반동을 왼 다리로 옮겼다. 이미 이 금속 거인의 머리에 부패의 검을 박아넣은 이상, 하반신은 필요없었다.
점차 속도를 더해가는 붕괴. 하지만 거인의 몸이 너무 거대해서 완벽히 붕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부패의 검’을 놓쳐버린다면 ‘부패의 검’은 제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신성으로 화해 흩어질 게 분명했다.
위이잉.
총열들이 정확하게 나를 조준하고 거친 회전을 시작했다.
이미 내 하반신은 모조리 가루가 되어버렸다. 너무 많은 몸을 잃어버린 탓에 ‘부패의 문’에 대한 통제가 흔들렸다.
오른손가락이 끝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썩어들어간다. 억지로 쥔 손에 힘을 더했지만, 내 바람에 응해 썩어들어가는 속도가 느려지는 기적은 벌어지지 않았다.
툭.
손을 잃은 내 팔이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빛과 함께 어머니가 튀어나왔다.
‘살해!!!’
어머니는 재빨리 양손을 뻗어 흩어져가는 ‘부패의 검’을 잡아챘다. 흩어져가던 ‘부패의 검’이 다시 한 번 제 형체를 되찾았다.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이마. 어머니는 고통을 참으며 손에 쥔 검을 붕괴하는 금속 거인의 머릿속 깊이 박아넣었다.
끼이이이익.
세계가 기울어진다. 지독하게 버티며 마지막 순간까지 총열을 회전시키던 금속 거인이 이제야 기능을 정지했다.
나는 세계가 기울어지던 와중, 마지막으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손바닥이 내 얼굴을 감싸는 걸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쿠웅!
***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재생을 끝마친 몸을 벌떡 일으키며 소리쳤다.
“어머니!!! 어머니, 괜찮으십니까!”
설마 거인이 쓰러지는 충격에 휘말리신 건 아니겠지?
턱 끝까지 차오르는 불안감 속에서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해!’
나는 멀쩡하다는 외침. 내 은은한 빛과 함께 가슴주머니에서 튀어나온 어머니가 사람의 형태를 취하곤 활짝 웃었다.
‘살해!’
거인은 조각하나 남기지 못하고 붕괴했고, 다키아는 무사히 저쪽에 기절해있다는 말과 함께 어머니는 양손을 자신의 허리에 턱하고 올리며 콧김을 뿜었다.
‘살해살해!’
자신의 대활약으로 금속 거인을 쓰러뜨렸다는 자랑. 솔직히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어머니는 마지막에 튀어나와서 막타만 친 것이었지만 나는 기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완전 멋있으셨습니다.”
나는 한껏 콧대가 높아진 어머니를 안아 들고서 다키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바닥에 고꾸라져 있던 그녀는 내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곤 천천히 눈을 떴다.
“마…르낙 사제님?”
그녀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저 죽은 건 아니죠?”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일으켜주며 빙그레 웃었다.
“예. 아직 안 죽으셨습니다.”
어머니를 바닥에 내려주고 다키아를 부축해서 복도의 끝으로 향했다.
아까 우리를 매정하게 박대했던 문 위에는 고대어로 된 다른 문장이 떠올라 있었다.
– 영원토록 지극히 사랑스러운 것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 단어를 내뱉었다.
“엘리샤.”
바로 악마가 사용했던 이름을.
문 위의 문자들이 움직이며 장난스러움이 한가득 담긴 한 단어가 떠올랐다.
– 정답.
문이 저 혼자 움직여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여인의 형상을 한 홀로그램 하나가 튀어나와 반갑게 인사했다.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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