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87
87화 뉴멕시코(2)
“소개할게. 안드레야.”
“응?”
“(대충 스페인어)”
밖에서 겨우 소통한 거라고는 안드레라는 이름과 뭔가 난처하다는 것 정도.
사실 난처하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뉘앙스를 자체적으로 해석한 끝에 내린 결론일 뿐 정확한 것도 아니었다.
남미계 사람들의 특징이 굉장히 친화적이고 거리낌이 없다는 건데.
안드레 또한 갑자기 대화도 통하지 않는데도 호탕하게 웃질 않나, 갑자기 어깨동무하며 환호하질 않나.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이끌려서 그를 푸드트럭에까지 태워버리고 말았다.
“시아야. 혹시 너 스페인어 할 줄 알아?”
“놉.”
“제길.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어.”
시아가 워낙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아이기도 하고.
세계 여러 곳을 다녔기 때문에 여러 언어에 통달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언어적 재능은 출중하지 못했던 듯했다.
“그래도 대충 알아는 들어.”
“진짜?”
“진짜 완전 대충.”
“(대충 스페인어로 굉장히 길게 얘기하는 중)”
“그럼 지금 쟤가 하는 말이 뭔질 알아?”
“어… 음… 흠… 어디로… 간다고?”
“아! 태워 달라는 거구나? 그렇지?”
“그… 런가?”
시아가 말하는 대충이 정말 너무 대충이어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만국 공통어인 보디랭귀지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제삼자가 보면 흉측하고 기괴해 보이겠지만 최대한 손과 발과 표정을 사용해서 그와 소통했다.
그리고 효과는 굉장했다.
물론 중간중간에 인터넷 검색 찬스를 써서 기본적인 단어를 조합해 대화에 성공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대충은 파악이 되었다.
“앨버커키.”
“예~ 거기.”
안드레 또한 우리가 스페인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는지 어색한 영어 단어를 조합해 대화를 시도했다.
물론 말 대부분은 스페인어긴 했지만.
“좋아 좋아.”
“좋아요? 여기 맞아요? 우린 여기로 가요?”
“여기.”
“맞는 거 같지? 시아야?”
“응. 그런 거 같아.”
“꼬레아노? 꼬레아나?”
안드레는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사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미국에서는 우리를 중국인, 혹은 일본인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먼저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는 미국인이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
안드레가 처음부터 꼬레아노라고 물어보는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예스. 미 꼬레아노. 시아 꼬레아나.”
“마이 프렌드! 프렌드 꼬레아노. 꼬레아!”
“아. 프렌드. 꼬레아노?”
“예!”
“예!”
“우가우가만 하면 완벽한데?”
솔직히 나까지 저리 단답형으로 원시인처럼 대답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마치 그와 동조되듯 짧게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는지 시아가 놀리기 시작한 것이다.
“시아야, 지금 노력하고 있는 거 안 보여?”
“너까지 어리숙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아. 그건 그렇긴 한데… 나도 모르게 동조돼서.”
“그러니까. 완전 원시인 둘이 대화하는 거 같다니까?”
“알겠으니까 가만있어 봐.”
어쨌든 안드레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우리와 일치하기 때문에 같이 앨버커키까지 가기로 했다.
“앨버커키?”
“예. 앨버커키.”
“고?”
“고!”
“풉.”
“정시아. 쫌.”
“아. 미안. 근데 진짜 너무 웃기단 말이야.”
나도 알고 있다.
원시인처럼 단답으로 대답하며 우스꽝스러운 행동까지 한다는 걸.
하지만 고속도로 한복판에 버려진 이 불쌍한 영혼을 일단 구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가자.”
“오키.”
“(끊임없이 스페인어)”
그렇게 우리는 불편한 동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웃긴 건 영화에서 보이는 남미계 남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면 굉장히 호탕하고 수다스럽다는 거다.
지금 안드레는 우리에게 영화에서 보이는 남미계 남자의 전형을 보여주듯 대화가 통하지 않음에도 쉴 새 없이 뒤에서 무어라 중얼중얼하고 있었다.
하늘을 보기도 했다가.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려 호탕하게 웃다가도.
막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기도 하고.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무슨 천둥 번개가 치듯이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리자 안드레는 민망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을 멈추었다.
“헝그리?”
“(대충 스페인어)”
배를 부여잡았다가 무언가 부탁한다는 듯이 두 손을 합장하는 걸 보니 먹을 걸 주면 참 좋겠다는 말 같았다.
그리고 안드레는 행운아였다.
그가 얻어 탄 차가 다름 아닌 불고기 프라이데이, 즉 불프 푸드트럭이었으니까.
“코리안 푸드 오케이?”
“오께이!”
“잇? 먹어? 응?”
“먹어? 응. 머거!”
무슨 소린지 모를 텐데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안드레.
이제 우리의 보디랭귀지는 국경을 이미 한참 넘은 듯했다.
“시아야. 잠깐 쉴 겸 밥이나 먹을까?”
“나야 완전 좋지.”
“오케. 그럼 여기서 잠깐 쉬자.”
그렇게 우리는 차를 미국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보이는 트럭이 쉬어 가거나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에 주차했다.
“아이 엠 마스터 쿡.”
“오!”
분명 이것도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그는 얻어먹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일단 굶주린 어린 양과 시아에게 먹일 불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안드레는 불고기 향이 스멀스멀 올라오자 눈을 감고 코로 그 냄새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어라 스페인어로 중얼거렸는데, 이제는 이해는 되지 않더라도 대충 뉘앙스로 긍정인지 부정인지 느껴졌다.
이건 분명한 긍정의 표현이었다.
그는 더욱더 격하게 스페인어를 내뱉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에 맞춰 내 손놀림 또한 바쁘게 움직였고, 이윽고 불고기 컵밥을 완성했다.
“두 유 노 김치?”
“김치?”
물음표 백만 개가 달린 듯한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안드레.
그래도 친구가 한국인이라서 김치 정도는 알아듣지 않을까 했는데.
아쉽게도 그는 김치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듯했다.
“에라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짜로 밥을 제공해주는 사람은 나였으니까.
내가 하자는 대로 해야지 별수 있나?
그가 김치를 싫어하더라도 먹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짜잔.”
“아 현기증 나. 얼른 줘.”
“어허. 시아야. 그래도 손님이 먼저지.”
“힝구. 알겠어.”
의외로 시아가 난폭하게 나올 거 같았지만, 안드레에게 먼저 양보하는 시아.
그리고 완성된 고명이 풀옵션으로 들어간 컵밥을 받아 든 안드레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코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고기 향을 맡으면서 눈을 감았다.
“아리가또오!”
“엥? 그거 아니야.”
“아니야?”
“그래. 노 아리가또. 댓츠 재패니즈.”
“재패니즈?”
“꼬레아. 감사합니다아!”
“가… 사답니다.”
“감사합니다.”
“캄사함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옳게 발음했다는 걸 깨달은 안드레가 기쁜 마음으로 고개 숙여 다시금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곤 불고기를 퍼 올려 입에 쑤셔 넣은 안드레.
사실상 처음 맛보는 음식이 아무리 냄새가 좋다고 한들 경계를 할 법도 한데.
안드레가 죽을 만큼 배가 고팠던 건지, 아니면 원래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슴없이 불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음! 음음~ 음음음음!”
어차피 스페인어를 써도 우리가 못 알아듣는 걸 알았는지 그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불고기 맛이 그에게는 아주 긍정이라는 걸 우리에게 표현했고, 나는 흐뭇하게 그걸 바라보며 남은 불고기로 나와 시아의 것까지 만들어 다 같이 식사를 시작했다.
“와. 배불러.”
“진짜. 나도.”
“(대충 맛있다고 하는 듯한 스페인어)”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하고 다시 푸드트럭을 몰았다.
이미 뉴멕시코주에 도착했고.
곧 있으면 앨버커키 도시로 진입할 예정이었다.
“앨버커키!”
“예! 앨버커키!”
그와 이미 몇 시간을 동행했지만, 여전히 언어장벽에 가로막혀 그리 친해지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그와 같이 보낸 시간이 즐거웠던 건 역시나 여행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는 들뜬 마음 덕분이려나.
앨버커키에 도착하자 그는 손짓, 발짓을 이용해 여기에 내려달라는 듯이 말했다.
나도 이제는 그의 보디랭귀지에 익숙해진 덕인지 단박에 이해해 버렸다.
“감사합니다아!”
“오오. 이제 한국말로 인사 잘하시네.”
그렇게 안드레와 불편했지만 새로웠던 동행이 끝이 났다.
그리고 시아와 나는 뉴멕시코의 앨버커키에 도착했다.
사실 텍사스 풍경과 앨버커키의 풍경은 극단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좀 더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건 주변의 건축 양식이 조금 더 전통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우리가 느끼기에 남미계 사람들이 많아서 착각하는 것일까?
어찌 됐든 새로운 주에 머물 생각과 장사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대기 시작했다.
“시아야. 일단 내일 아침 일찍 지역 장터에서 장 좀 보고. 바로 장사 시작하자. 며칠 장사하고 네가 가보고 싶은 곳 가는 거야. 어때?”
“좋아. 난 여기보단 산타페에 가보고 싶어. 흙으로 만든 집 보고 싶어.”
“아. 전통 양식?”
“응.”
“그럼 일단 숙소로 갈까? 아니면 오늘은 차박할까?”
사실 워낙 푸드트럭이 크기도 했고.
최첨단으로 설비된 푸드트럭이라 그런지 캠핑에도 유용했다.
물론 화장실까지 겸비한 건 아니었지만 잠과 식사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오올. 차박 좋다.”
“그럼 오늘 저녁은 식당에서 밥 먹고. 적당한 곳에 차 대고 자자.”
“응.”
그렇게 앨버커키의 정취도 느낄 겸 차박을 결정하고 차를 적당한 곳에 세워두고 시아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역시 뉴멕시코에 왔으면 전통 멕시칸 식당에서 제대로 된 멕시칸 푸드를 먹어야지.
피시 타코와 브리토.
“오늘 멕시칸 음식 괜찮지?”
“응. 괜찮아.”
오늘따라 고분고분한 시아의 모습까지 완벽했다.
우리는 저녁 시간이 되어서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한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남은 음식을 싸 들고 푸드트럭으로 향했다.
시내 중심가라 그런지 저녁이 되자 남미계 특유의 음악과 분위기가 물씬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걸 즐길 겸 주변에 차를 대고 푸드트럭 위에 올라가 시아와 함께 걸터앉았다.
푸드트럭이 꽤 높이가 있기도 했고, 미국 특성상 아무리 시내라도 해도 외곽 쪽에는 높은 건물이 별로 없었기에 주변이 확 트이면서 풍경이 더 눈에 들어왔다.
“나 그림 그릴래.”
“그럴래?”
“응.”
시아는 이 모습을 보자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아래로 내려가 준비해온 스케치용품을 꺼내왔다.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그림을 그렸다.
흥겨운 라틴계 음악과 사람들의 흥이 귓가를 간지럽히고.
약간 쌀쌀한 날씨였지만, 옷을 껴입으니 추운지도 모를 완벽한 밤이었다.
“어때?”
그녀가 그린 그림은 언뜻 그냥 앨버커키의 풍경처럼 보였지만 특유의 선과 스타일로 마치 피카소 그림을 보는 듯한 모호한 느낌마저 느껴졌다.
역시 4차원이라서 그런지 그림도 조금 난해한 느낌이 드는 그런 기분.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난해하거나 원작을 박살 낼 정도로 이상하지 않은 딱 선을 지키는 그런 그림이었다.
“예쁘네.”
“뭐래. 난 원래 예쁘거든.”
“아. 난 그림 얘기한 건데?”
“칫.”
“너도 당연히 예쁘지.”
“흥.”
“여행 오니까 어때? 오늘 다사다난했다 그치?”
“그러게. 이상한 아저씨도 만나고.”
“그래도 신기한 게 몸짓으로 통했다는 게 웃기다.”
“그 아저씨 조난이라도 당한 걸까?”
“글쎄. 말이 안 통하니까 무슨 사연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네. 생각보다 꽤 오래 있었는데 이름 말곤 진짜 아무것도 모르네.”
“그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니겠어?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는 거.”
“헤. 차현식. 쫌 멋진데?”
“내가 그래?”
“아니. 그냥 입에 발린 말 해 준 거야.”
“이게 진짜.”
흥겨운 음악과.
아름다운 밤하늘.
그리고 라틴계 특유의 정취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인터넷 수소문으로 알아낸 신선하지만, 싼값에 재료를 공수할 수 있는 지역 장터를 알아내서 새벽에 장터로 향했다.
시아는 반쯤 감은 눈으로 나를 따라왔지만, 혼자서 짐을 다 들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더 재우고 싶어도 시아의 도움이 필요했다.
“시아야. 이거 담고. 아, 이것도. 와 신선한 거 봐.”
“응. 으응. 후아암.”
역시 지역 장터에서 직접 공수한 채소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마트에서 사는 건 유통되는 과정에서 며칠 지나버리기도 하므로 신선한 걸 고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지역 장터 같은 경우에는 그날그날 바로 뽑아 올린 채소를 바로 살 수 있으므로 더 신선하다고 할 수 있지.
“이제 고기만 사면 될 거 같은데. 이 근처 도축장에서 하는 고기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더라고.”
“그래?”
“응. 거기로 가자.”
그리고 문제에 봉착했다.
보통 이런 정육점은 남미계 사람들이 꽉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텍사스 내에서도 이름난 정육점은 남미계 사람들이 많을 정도니까.
다만, 문제라면 여기는 지역 장터라서 그런지 영어를 전혀 할 수 없는 남미계 사람이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엄….”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이 순간.
한 줄기 빛처럼 등장한 구원자가 있었으니.
“안드레?”